989화 여제 (1)
고오오오오…….
오랫동안 인간과 수인의 피와 시체를 집어삼켜 온 전장에 그늘이 깔렸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회색 폭풍의 눈이 지상을 노려봤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부러진 창과 화살이 진창에 박혀 있다. 살점이 녹아내린 언데드 몇몇이 공허하게 돌아다닌다.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기류에 진흙이 묻어 더러워진 로니아 왕국과 하부 수인 부족의 국기가 나부꼈다.
‘반응이 빠르군.’
싸늘한 언덕 위에서 베르덴이 다가오는 기척을 향해 눈길을 던졌다. 라테온의 기억 속에서 확인한 여자가 유유히 걸어왔다.
진홍을 머금은 눈동자에서 피비린내 나는 폭력이 넘실거렸다.
로니아 왕국과 하부 수인 부족의 국경이 맞닿아 형성된 분쟁 지대, 그 북쪽.
두 사람은 황량한 대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바라봤다.
“밝지도 그리 어둡지도 않은 하늘, 곤죽이 된 땅, 흙과 피의 향기, 으스스한 바람. 세상은 내 외모만을 보고 호화로운 무도회를 떠올리지만, 사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야.”
로니아 왕성의 보물고에서 빼앗은 검붉은 제복을 두른 여인이 축축한 공기를 만끽했다.
[환의의 예장].
외형을 임의로 변형하여 고정하는 기능밖에 없는 아티팩트다. 알맞게 조절된 제복이 그녀의 군더더기 없는 몸태를 보여 주었다.
“존재감이 전과 달라져서 몰라봤네, 베르덴. 그날 이후로 의식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진전이라도 있었나 봐?”
“이름은.”
“히스릴 델 로하룬.”
히스릴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앞섶을 짚었다.
“델하룬의 여제다.”
3세기 전에 활동했던 초월자의 등장에 베르덴은 이곳의 상황이 전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이해했다.
드라벤이 고대의 초월자들의 영혼이 가진 능력을 썼던 걸 상기했다.
“부활을 대가로 주검의 영광을 대신해서 죽음의 문을 연다, 그게 네가 말한 약속이었군.”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잘 보고했나 보네. 맞아, 드라벤 르마르크와 나눈 거래이자 약속이지. 그렇게 옛 왕의 고유한 힘으로 다시 살아났고.”
히스릴이 붉은빛이 감도는 하얀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다시 한번 이상을 이룰 기회를 준다는데, 어떤 초월자가 거절하겠어?”
초월자라면 누구든 납득할 수 있는 동기다.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나아가는 길에는 무고한 생명이 포함되지 않았다. 선악이 없는 무관심. 사상적으로 베르덴과 히스릴의 차이는 단지 그뿐이었다.
“너 같은 존재가 몇 명이지?”
“글쎄, 몇 명일까. 순순히 대답해 주길 원해?”
“질문을 바꾸겠다.”
베르덴이 시선을 조금 내렸다.
“그 검의 주인은 어디에 있나.”
히스릴이 나타난 순간부터 베르덴은 그녀가 지닌 광검 [실렌다르]에 신경을 기울였다. 감정이 미약하게 술렁였다.
“아, 이거? 척 보니 드워프가 제작한 것 같은데. 나, 이런 무기는 처음 가져 봐. 드래곤의 뼈로 만든 검이라니.”
“아드리안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잖아.”
히스릴은 광검을 어루만졌다.
“궁금해서 역사서를 뒤져 보니 내가 기록되어 있더라고. 이종족 갈등의 원흉. 수왕 살해자. 잔혹한 피의 여제. 살육에 미친 초월자로 묘사됐지.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
“어쨌든 참 듣기 좋은 비명이었어.”
그녀가 잔학성을 내비쳤다.
“아드리안과 가레스. 살점을 발라서 서로에게 먹일 때마다 발버둥을 치는 게 장관이었지. 초월자를 고문하는 경험은 진귀하잖아. 둘이 먼저 죽을 때까지 싸우지 않았다면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히스릴의 입가가 양옆으로 벌어지면서 예리한 송곳니를 자랑했다.
“갑자기 죽어 버리는 바람에 유언은 없었어.”
초월자의 고유 통찰력은 같은 초월자에게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존재의 격. 경지가 엇비슷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히스릴이 진실을 입에 담는지, 거짓으로 기만하는지 여덟 번째 위계에 오른 베르덴도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눈앞에 있다.
광검을 빼앗겼다.
그것만이 분명한 진실이었다.
“그 입부터 뭉개 주지.”
베르덴을 중심으로 지반이 거대한 원형을 그리며 차례대로 가라앉았다. 서서히 진행되던 폭풍이 크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회색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서 검붉은 벼락들이 불규칙적으로 번쩍였다.
사납게 웃는 히스릴.
‘온다.’
로니아 왕국의 보검을 반쯤 빼내는 찰나 서로의 눈빛이 교차했다. 오른쪽 벽안에 떠오른 마법진에 그녀가 흠칫했다.
콰아아아아앙───!
무자비한 척력이 터졌다.
* * *
공중으로 치솟은 불쾌한 진흙이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수백 미터 뒤로 나가떨어지는 그녀의 눈매가 예리해졌다.
‘공간 속성.’
팔뚝이 제법 욱신거린다.
‘거리와 관계없이 시선이 닿은 지점에 마법을 발현하는 우안(右眼). 드라벤이 상대했을 때보다 더 반응하기 어려워진 것 같은데.’
아니무스를 매개체 삼아서 영혼 상태로 초위 마법에 깃들었을 때 그녀는 드라벨 르마르크의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었고.
베르덴이 어떤 전법을 구사하는지, 어떤 마도를 개척했는지, 또 어떤 특별한 마법적 능력을 지녔는지 전부 관찰했다.
‘그때보다 베르덴이 전반적으로 한층 더 강해져 정보의 가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상관없어.’
히스릴이 허공에서 몸을 돌렸다.
‘뿌리가 자라도, 결국 근간은 같으니까.’
촤아아아아악.
왕국의 보검을 진창에 수직으로 박아서 속도를 죽였다. 피보다 진한 색깔의 기운이 그녀의 전신에서 솟구쳤다.
망설임 없이 시체들을 품은 진흙을 손으로 짚는 난폭한 움직임으로 마안의 공간 충격파를 연속으로 회피한 그녀가 검을 쳐올렸다.
적인赤刃
<아케인──정(定)>
진홍의 검기가 위에서 들이닥친 파멸의 창날과 충돌했다. 그 파괴력을 알고 있기에, 히스릴은 끝까지 맞서지 않았다.
그녀가 서 있었던 더러운 땅이 갈라짐과 동시에 폭발했다.
‘위험해도 닿지 않으면 그만.’
히스릴은 전신과 보검에 갑옷처럼 핏빛 기운을 둘렀다. 파멸의 마도에 대항하기 위한 그녀의 대책 중 하나였다.
파지지지직!
뇌성을 자아내는 현뢰의 창격이 눈부시게 코앞을 지나쳤다. 허리를 젖힌 그녀가 유연하게 공중제비를 돌며 검을 내질렀다.
양발에서 양발과 한 손으로, 양발과 한 손에서 한 발과 한 손으로, 한 발과 한 손에서 양발로, 양발에서 양발과 양팔로…….
대지를 디디며 예측할 수 없이 계속해서 신체의 중심을 바꾼다.
히스릴은 스스로 더러워지는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굶주린 짐승처럼 그저 상대를 향해 이빨만을 들이댈 뿐이다.
절기: 광랑성야狂瀾盛野
미쳐 날뛰기라도 하듯 고속으로 이동하는 그녀의 검기가 난무했다. 땅이 움푹 파여 솟아오르기도 전에 다른 지면을 박찼다.
붉은 기가 가득 퍼져서 벽안마저도 빨갛게 보일 지경이었다.
카아아앙! 카앙! 까드드득! 콰과과과과과!
검붉은 낙뢰와 함께 [인테리스]를 회전시키며 대응하는 베르덴과 점진적으로 거리를 좁힌 히스릴이 기회를 포착했다.
‘마법계 초월자라고 전혀 볼 수 없는 근접 전투 능력. 그게 네 실책이지.’
근거리는 히스릴의 영역이다. 무투계든 마법계든 ‘동격’의 초월자에게 정면에서 밀린다는 생각은 평생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
사방에 남발한 검기들이 남긴 기의 잔재…… 낮게 떠올라, 힘을 실어 수직으로 검격을 날린 순간 일대가 붉게 물들었다.
기(氣) 폭발이 전장을 강타했다.
거리를 약간 벌렸다.
히스릴은 한 다리를 쭉 뻗은 채 빈 손으로 땅을 짚었다. 무엇에도 반응할 수 있도록. 그녀가 폭발의 중심지를 응시했다.
‘……없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공간 이동? 현 대륙에선 불가능할 텐데 어떻게.’
<차원 전이>
베르덴은 잠시 사차원과 삼차원을 넘나드는 고유 마법을 과거에 개척했다. 제약이 많고, 단거리 이동에 국한돼 있지만 공간 좌표가 얼마나 불안정하든 간에 방해받지 않는다.
히스릴이 즉각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의 이동 경로에서 나타난 베르덴이 손날을 내질렀다.
<로드 아케인: 천멸(扦滅)>
드라벤에게 치명상을 안긴 종말을 떠올린 그녀가 보검을 내던지고는 몸을 비틀었다. 제복으로 가려진 어깨의 살갗이 찢어졌다.
직격을 피한 다음에 베르덴의 팔을 잡아 그대로 올라탔다.
꽈드드드득……!
팔꿈치를 박살 내려 했지만 어느 정도 이상으로 휘어지지 않았다. 온몸으로 관절기를 시도한 그녀가 헛웃음을 지었다.
“힘이 왜 이렇게 세?”
베르덴이 손목을 비틀었다. 칠흑의 화염이 미처 타오르기도 전에 그녀가 [아인베르]를 발로 차 잡기를 피했다.
손아귀에 걸린 그녀의 앞섶이 뜯어져서 윗가슴이 드러났다.
‘기회.’
땅에 박힌 보검이 기에 이끌려 멀리서 다가온다. 베르덴의 뒤를 노렸다. 히스릴이 빈 손으로 검기를 형성해 그의 정면을 파고들었다.
왼손과 오른손, 그리고 보검. 총 세 개의 검기가 공명했다.
──────!
원이 되어 확산한 검기에 수평선에 있는 사물을 절단했다. 갈라지는 언덕들. 너덜거리는 로니아 왕국 국기가 휩쓸려 절단됐다.
땅을 몇 번 걷어찬 그녀가 근거리의 경계선까지 물러났다.
‘어지간하면 먹히는 살인기인데, 고작 저런 상처 하나라니. 조금 손해 봤네.’
베르덴의 좌측 턱에 얕은 절상이 생겼다.
피가 흐르는 히스릴의 어깨에 비하면 찰과상에 불과했다.
‘그래도 확신은 생겼어.’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히스릴은 통찰력이 통하지 않는 베르덴으로부터 마침내 아드리안을 처음으로 봤을 때와 거의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가늠할 수 없이 커진 듯한 그릇.
역겨워야 하는데 전혀 역겹지가 않다.
다만 아드리안은 귀여운 수준이고…… 베르덴은 무시무시했다. 저게 어떻게 존재하지? 그런 직감이 강하게 그녀를 자극했다.
‘반토레온이 어째서 베르덴을 이상적인 존재로 판단했는지 알 것도 같네. 뭐, 아무튼 슬슬 전력을 다해 볼까.’
히스릴이 검끝을 낮췄다.
배르덴은 건틀릿으로 턱끝에 맺힌 핏방울을 훔쳤다.
* * *
베르덴이 손끝을 문질러 혈흔을 지웠다.
‘짐승보다 더 짐승 같군.’
굳이 전법을 비교하자면 리반데일 대공과 완전히 정반대다. 그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은 움직임은 예측 불허의 영역에 있다.
변화무쌍하다.
눈에 익는다고 해서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스터처럼 초월의 극한을 한 번 더 넘은 무투계 초월자.’
델하룬의 여제.
‘다소 출혈은 감수한다.’
당연하게도 사방이 탁 트인 이 전장에서 무작정 신격을 해방할 계획은 아직 없다. 어디에 눈이 있을지 모른다. 그는 뒷일을 생각해야 했다.
순수한 마법의 8위계로 히스릴을 제압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8위계에 오른 대가로 생긴 파괴 본능은 아직 식지 않았다.
탁.
베르덴이 [인테리스]를 다잡았다.
<현뢰 - 뇌굉(雷轟)>
극대화 현뢰가 내리침과 동시에 대지에서 용암이 분출했다. 공기가 서릿발이 꼈다. 공간이 뒤틀리면서 시야가 왜곡됐다.
마안으로 히스릴의 이동 경로를 원소로 덮어 버린 그의 마력이 세상에 드리웠다.
망화의 별, 소성(消星).
소멸의 유성이 지상을 향해 낙하하다가 일순간 번쩍였다. 그것이 수백 개의 유성우가 되어 암흑의 잔상을 남겼다.
‘지금.’
전매특허에 가까운 자연재해로 히스릴을 봉쇄한 베르덴이 비장의 수단을 준비했다.
<인테리스 대광── 등골이 오싹했다. 파앗! 맨몸으로 재해를 뚫고 빠져나온 히스릴의 칼날이 파멸의 기류를 난도질했다. 짙은 핏빛 검흔이 허공에 잠시 새겨졌다. 정확히 폭풍이 근원부터 일그러져 본격적으로 소용돌이치기도 전에 흩어졌다. ‘대광역이 파훼를…….’ 마력회로에 반동이 전해졌다. 큭, 어금니를 깨문 베르덴이 [인테리스]를 휘둘렀다. 여덟 번의 합 끝에 스태프가 옆으로 젖혀졌다. 역수로 잡은 검의 첨단이 베르덴의 목 정중앙을 노렸다. 공간 지각 최대. 잿빛의 건틀릿으로 검면을 짚어 검로를 비스듬히 흘렸다. 금속음이 퍼진다. 거의 동시에 손바닥을 펴 정면을 겨냥했다. 히스릴을 덮치는 파멸의 충격파. ───콰아아아아아아앙! 황폐한 땅 한편에 있는, 이미 죽어 버린 숲에서 흙먼지가 치솟았다. 그 안쪽에서 그녀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마법으로 포위하면 내가 겁먹고 도망만 칠 줄 알았어? 아프긴 하지만, 이런 싸움에서 흘리는 피는 오히려 영광이지.” [환의의 예장]이 여기저기 찢어져 제복 바깥으로 피부가 일부 보였지만, 히스릴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수인과 같은 야성을 보이며 입가에 흐르는 피를 삼켰다. “아직 드러내지 않은 전력을 감안하면…… 확실히 내가 옛날에 죽인 수왕보다 강하네. 그래도 방심하진 않는 게 좋아.” 히스릴은 이미 광검까지 빼내어 두 개의 검을 손에 든 상태였다. “난 네가 싸우는 모습을 봤으니까. 마법의 원리도 대충 알고 있고.” 드라벤 르마르크와의 결전에서 베르덴은 당시의 전력을 전부 내보였다. 또한 그녀는 반토레온에게서 대광역의 파훼법까지 들었다. “베르덴, 넌 어때?” 역수로 잡은 보검과 광검이 교차하며 베르덴을 겨누었다. “넌 나에 대해서 뭘 알지?” 상처 입은 짐승이 악마들의 신을 향해서 흉악한 웃음을 흘렸다. 정보의 우위. 평소와 정반대의 입장이 된 베르덴이 스태프를 기울였다. 아까보다 더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여제가 허명은 아니었군.” “그렇지?” 히스릴이 천천히 움직였다. “나도 내 이명이 마음에 들어.”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진 두 초월자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절기와 고유 마법이 접전을 이루며 거대한 충격파를 낳았다. 분쟁 지대 북쪽 전역이 흔들렸다. * * * 콰앙! 구속구가 흔들린다. 아까보다 조금 헐거워진 게 느껴졌다. 아드리안이 손목을 바닥에 갖다 대며 다시 소리쳤다. “거의 다 됐다. 한 번 더.” “네 일 아니라고…… 씹새끼가.” 마울러가 어떻게든 꿈틀거리며 턱으로 벽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반복적으로 구속구를 풀려고 했더니 틈이 벌어져 이렇게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까아아아앙! 마울러가 있는 힘껏 넘어지며 이마로 아드리안의 수갑을 강타했다. 최상의 금속이 섞인 금속에 연이어 충돌한 그의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 쩌억.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보였다. “……! 됐다.” 수갑에서 한 손을 빼내는 데 성공한 아드리안이 손날로 검기를 형성했다. 감옥의 철창은 그냥 녹슨 금속이라 쉽게 절단됐다. “나가서 검을 찾아오지.” “버리고 가면 죽여 버린다……!” “닥치고 기다려. 진짜 버리기 전에.” “…….” 다리는 아직 속박된 상태였기에 감옥 바깥으로 나가 아드리안이 필사적으로 복도를 기었다. 그렇게 방 곳곳을 뒤진 그가 자신의 공간 가방을 발견했다. ‘잠깐. [실렌다르]는 어딨지?’ 설마 히스릴이 가져갔나? 아드리안이 주변의 가구들을 붙잡아서 가까스로 기립했다. 옷걸이에 걸린 공간 가방을 잡고, 책상에 놓인 검 한 자루와 편지를 발견했다. ───이걸로 나머지 구속구는 알아서 해제해. 네 검은 잠시 빌려 갈게. 그리고 포션도! 히스릴이 남긴 글귀였다. 마지막 문장 옆에 그녀가 자그맣게 남긴 하트를 본 아드리안이 이내 책상을 때려 부수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내 검을, 이 미친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