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97

997화 크세리온 제국 (4)

한편, 동대륙.

로니아 왕성이 모종의 습격을 받고, 에온의 계명 집행 부대가 비행정에 탑승해 도주하는 그림낙스를 추적하던 그날.

우리의 브로커──세를로 브로던은 각 마탑에서 준비한 아티팩트들과 라테온의 전우인 발렌을 챙기고 수도 라벤홀트를 빠져나갔다.

워낙 혼잡한 터라 쉽지는 않았지만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모험가를 그만둔 그는 뒷세계에서 오랫동안 몸 담아 왔으니. 임기응변이 뛰어난 세를로는 중개만이 아니라 뒤처리도 전문이었다.

천직이랄까.

그래도 언데드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길이 험하니 마차는 내가 몰겠네! 자네는 아티팩트로 놈들을 쳐부수게! 지팡이를 앞으로 향한 뒤 비틀어! 오른쪽으로 비틀어! 비틀라고!

───이, 이렇게 하라는, 허억!

헬리온 마탑의 아티팩트가 길을 막아선 언데드 무리를 폭발로 쓸어버렸다.

발렌은 로니아 왕국에서 이렇게나 많은 언데드를 본 적이 처음이라 현실감을 잘 느끼지 못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기괴한 언데드도 발렌의 정신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기분…… 좋아. 함께, 타락하라.]

───빌어먹을, 이건 또 뭐란 말인가.

마음의 배신인지 뭔지, 지성을 가진 언데드로 타락한 인간을 전투 끝에 세를로가 지팡이 검으로 기예를 펼쳐 베어 버렸다.
육체는 늙었을지언정 흑요 등급 모험가의 토벌 능력은 그리 쇠락하지 않았다.

로니아 왕성의 습격.
초대규모 언데드 발생.
인간의 타락.

이처럼 상황은 당황의 연속이었다.

통신 장치가 완전히 먹통이 돼서 미리 정한 집결 장소에 한동안 머물렀지만, 몰려온 타락자들이 한둘이 아니라 결국 도주해야만 했고.
국가를 아우르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어찌할 바 모르는 발렌을, 과정이 과격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진정시켜야만 했다.
생존자 마을을 찾기도 했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함락되었다. 마을 안에서 타락자가 발생하는데 어찌 대처한단 말인가.

대체 얼마나 많은 거리를 이동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세를로는 타국에서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고.
그렇게 살아남았다.

“군림자가, 라테온이 여기로 온다는군…… 하.”

몰골이 엉망인 세를로가 통신 장치를 찬 손목을 늘어뜨린다.

그림낙스의 간부를 처단할 당시 쳐들어온 언데드 군세, 그 안에 섞여 음파를 터뜨리는 새로운 언데드로 인해 계명 집행 부대의 통신 장치는 대부분 망가지고 말았다.
위험도는 낮았어도 통신 장치처럼 섬세한 장비는 놈에게 취약했다.

이는 베르덴이 새로운 중추 신호기를 설치해도 그레이브나 카인 등에게 곧바로 연락이 닿지 않은 이유였다.

달리 말해서, 그곳에 없던 세를로의 통신 장치는 처음부터 멀쩡했다. 단지 도주하느라 바빠서 이제야 소모된 마석을 교체했을 뿐.

‘폐하께서 오셨으니 고비는 넘겼다.’

주인 없는 땅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은 세를로가 지팡이를 짚었다.

인적이 사라진 마을.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

목조 건물 밖에서 기사 발렌이 하염없이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를 지나친 세를로가 삐걱거리는 낡은 계단을 오른다.
그렇다.
에온의 비행정에 탑승해야 할 사람은 이 둘만이 아니었다.

끼이익.

“읍읍, 읍!

사지를 결박당한 채 세를로에게 다급히 눈빛을 보내는 로니아 국왕. 호화로운 국왕의 의복은 피와 땀 그리고 흙이 묻어 후광을 잃었다.
옷 아래로 두툼한 뱃살이 삐져나왔다.
도저히 국왕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추레한 모습이었다.

“으으…….”

살아남은 왕국의 대신(大臣)은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로 몸을 떨었다.

세를로는 이마를 긁적였다.

‘다시 봐도 믿기지 않는군. 설마 로니아 국왕을 발견하게 되다니.’

에온에 협조하기를 택한 대신의 말에 의하면…… 왕성 습격이 발생, 얼마 지나지 않아 타락이 만연했을 때 왕국은 머리부터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안 그래도 삶이 지옥과 같았던 이들이 언데드를 선택하자 비극을 걷잡을 수 없었다고.

귀족이 타락을 선택하기 전에는 패악질을 부리던 고위 귀족부터 죽어 나갔다.

살이 뒤룩뒤룩 찐 만큼이나 자기 보신에 능한 로니아 국왕은 느닷없는 재난을 접하자마자 망조를 보았으니.
그는 막대한 재산을 비행정에 싣고는 측근들과 근위기사들을 대동해 왕성을 암암리에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무사히 국토를 빠져나갈 정도로 언데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6위계 상위 마법을 구사하는 최고위 언데드, 아크 리치가 지휘하는 군세가 국왕의 일행을 습격했다.
격렬한 전투에 비행정은 불시착.
어떻게든 보물을 챙기려고 했지만, 끝내 버려야만 했다. 근위기사들도 살기 위해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로니아 국왕은 국보의 힘을 써서 아주 사력을 다해서 도주했다.

그 과정에서 다섯 명의 대신 중 세 명이 죽고, 한 명이 타락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살아남아서 로니아 국왕과 함께했다.

이윽고 한적한 숲길에서 숨을 돌리던 도중…… 마침 아수라장을 헤쳐 나온 세를로와 발렌의 마차와 마주치고 만 것이다.

로니아 국왕은 계명 집행 대상.

지극히 당연하게도 세를로는 그 자리에서 둘을 사로잡았다. 상황을 되돌아본 세를로가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질렀다.

‘행운이 대체 뭔지.’

세를로가 씩 미소 지었다.

‘이렇게 공적을 세울 줄이야.’

에온의 위상도 아닌 그가 신성의 3계명을 위반한 일국의 왕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도 혼자서! 게다가 로니아 국왕은 라테온이 증오하는 대상이기도 하니, 라테온에게 빚을 지우게 된 셈이다!
심지어는 로니아 왕국의 국보까지 세를로의 손에 들어왔다.

“덕분에 입지를 제대로 다지게 됐네. 이로써 나는 폐하께 좀 더 중요한 인물이 됐어. 언젠가는 에온의 간부가 될지도 모르지. 허허허허.”
“읍읍!”
“비행정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게. 물론 당장 죽지는 않을 걸세. 로니아 국왕, 아마도 자네의 심판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테니.”

고개를 저으며 등을 돌리는 세를로.

“그렇게 평소에 처신을 잘했어야지.”
“으으읍!!!”

로니아 국왕은 할 말이 있으니 대화를 하자며 몸부림쳤고, 왕국의 대신은 뭐든 하겠다며 머리를 연신 끄덕였다.

자기밖에 모르는 그들을 조소한 세를로가 계단에 걸터앉았다.

시간이 흘렀다.

폐하의 비행정인 아르시스의 그림자가 마을 옆에 착륙했다.

“이 난리판에 로니아 국왕을 생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블라드야 어쩔 수 없이 놓쳤지만 이 목도 두껍긴 하니, 에온의 집행 부대로서 체면은 차릴 수 있지 않겠나?”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다.”
“베르덴 폐하께 잘 말해 주게.”

세를로가 직접 로니아 국왕과 대신을 계명 집행 부대에 넘겼다.
카인은 주변을 통제했다.
라테온은 지친 발렌과 눈을 마주치고는 서로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일단 동대륙 남부 재정립이 우선이다. 이곳에는 죽음의 문이 두 개나 있다. 당장 언데드는 사라졌지만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라테온이 쪼그려 앉아 로니아 국왕의 입을 막은 천을 빼냈다.

“마음 같아선 여기서 베어 버리고 싶지만, 그래선 의미가 없겠지. 너는 그동안의 행적을 전부 까발려진 채 처형당한다. 그로써 에온의 계명엔 예외가 없다는 걸 대륙이 진정 깨닫게 될 거고.”
“내, 내가 뭘 했다고 이러는가! 신성을, 아니 페, 페하를 만나게 해 다오! 잘 설명할 테니!”
“처형은 내가 맡는다. 영광으로 알도록.”

라테온은 부패한 왕국에 대한 복수심을 원 없이 내보이며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때였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위에서 샛노란빛이 확산하며 황금빛 정십자가를 새긴 비행정이 나타났다. 성물에 의한 특수한 공간의 여파에 모두가 시선을 빼앗겼다.

세를로가 의아해하며 중얼거렸다.

“루아스교……?”

* * *

갑작스러운 루아스 교국의 등장에 사방에 흐르던 기류가 달라졌다. 라테온, 카인, 세를로는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교국의 비행정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

쿵! 쿵! 쿵!

성율성단의 일원들이 육중한 갑옷을 착용한 채 다리로 착지했다. 대방패와 신성한 철퇴로 무장한 그들이 대열을 이루었다.

“로니아 국왕.”

상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이단 심문관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 앞을 라테온이 막아섰다.

“성기사가 여긴 무슨 볼일이냐.”
“비켜라.”

이름을 밝히기는커녕 감히 에온의 위상들에게 명령조로 하대했다. 아무리 세계 종교라고는 하지만 명백히 선을 넘은 행동.

‘이 자식들 뭐지? 교국에서 온 건 분명할 텐데, 성기사가…… 맞기는 한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성기사의 무구와 전혀 다른 갑옷에 라테온이 미간을 좁혔다.
성율성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직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니아 국왕을 노리고 있군.’

그래도 루아스교와 반목은 좋지 않으니 타이르되 경고로 그치는 게 좋을 터.

라테온은 최대한 인내했다.

“계명 집행 중이다. 지금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하겠다.”
“신의 뜻에 우선순위는 없다. 비키지 않으면 신성모독죄로 처벌하겠다.”
“미친 새끼가.”

인내심?
집어치웠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군. 동대륙 남부에서 언데드 사태가 발생한 지 언젠데,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곤 로니아 국왕을 내놓으라고? 게다가 모독죄로 나를 처벌하겠다?”

그가 적의를 보였다.

“신이고 뭐고, 베르덴 폐하의 뜻이 먼저다. 죽기 싫으면 꺼져.”
“……빛을 모독하는군.”

이단 심문관이 커다란 철퇴를 다잡는다. 라테온도 기운을 끌어올렸다. 에온과 교국 사이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일었다.

“그만.”

이단심문관들이 양옆으로 물러났다. 그들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지휘관을 목도한 에온의 집행 부대가 눈을 부릅떴다.

“성자……!”
“군림자, 전 로니아 국왕과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레온하르트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루아스교의 신인이 이렇게 나오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대화라. 라테온은 카인과 눈을 마주치고는 옆으로 물러났다.

“놈을 넘겨줄 생각은 없다.”
“감사합니다.”

레온하르트는 이해했다는 듯 로니아 국왕을 향해 천천히 다가섰다. 국왕은 부들거리며 레온하르트를 올려다봤다.

“세계 회의에서 본 뒤로 처음인가요.”
“서, 성자시여! 억울, 억울합니다! 에온이 갑자기 로니아 왕국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국제법을 위반한 극악무도한 범법 행위입니다! 멀쩡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걸 도대체 어떤 국제 사회가 용인할 수 있단 말입니까!”

언데드 사태까지 에온에 뒤집어씌우는 로니아 국왕의 말이 헛웃음을 자아냈다. 이대로 주인 없는 땅에 끌려가면 죽는다는 생각에 놈은 성자의 다리를 잡고 간곡히 빌었다.

“국제 사회의 중심인 루아스교가 이를 좌시해선 안 되지 않습니까?! 계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규칙을 멋대로 내세워 타국의 왕을 멋대로 폐위하려 한다니!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위대한 성자께 신변 보호를 요청하겠습니다! 성자시여! 절 보호해 주십시오!”
“보호…… 로니아 국왕에게 묻겠습니다.”

레온하르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왜 피울음 역병에 걸린 사람들은 보호해 주지 않은 겁니까. 어째서 티르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방역한 겁니까.”
“그, 그건…….”

로니아 국왕은 티르 마을이 뭔지 잊어버린 지 오래였지만, 눈치껏 방역이 문제인 걸 알고는 옆에 꿇어앉은 대신을 노려봤다.

“이놈이 화염계 마법사를 소집하여 전염병을 방역하라고 간언했습니다! 그런, 그런 무도한 짓을 묘안이랍시고!”
“예?! 하오나 전하께서도 실로 묘안이라고……!”
“시끄럽다! 네놈이 아니었어도 전염병을 막을 수 있었는데!”
“전하께서 농민은 얼다든지 대체할 수 있으니까 버려도 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성자시여, 저는 그저 말만 했을 뿐입니다!”

로니아 국왕과 대신이 서로를 탓하며 책임을 미룬다.
우습기 짝이 없다.
모두가 지켜보는 세계 회의에서 피울음 역병을 방역했다고 수왕에게 자랑스럽게 말한 것이 로니아 국왕이었는데.

‘롤랑 아저씨.’

죽여.

누군가 속삭이는 듯했다.
마음의 목소리일까.
말다툼을 바라보던 레온하르트에게서 망설임이 사라졌다.

“……!!”
“……!”

레온하르트가 성검을 빼 들었다. 라테온과 카인이 즉각 반응했으나, 이단 심문관들이 달려들어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세를로가 지팡이 검을 찔러 넣어 성검의 궤적에 끼어들었다.

성검 [루엔스]의 성스러운 칼날이 세를로의 검을 부수었다. 로니아 국왕의 정수리와 몸통이 으깨듯이 절단되었다.
옆쪽으로 강하게 튕긴 국왕의 뼛조각이 대신의 목과 미간을 관통했다.

“꺼억…… 꺽…….”

신음을 뱉은 대신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다가 축 늘어졌다. 국왕과 대신의 시체에서 잠시 동안 피가 뿜어져 나왔다.

장기와 비계를 온전히 드러낸 로니아 국왕을 본 라테온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로니아 국왕은 계명 집행 대상이었다. 무엇보다 에온이 붙잡은 죄인이었지.”
“…….”
“베르덴 폐하께서 좌시하지 않을 거다……!”

피투성이가 된 레온하르트가 멍하니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로니아 국왕의 명령으로 산 채로 화형을 당한 티르 마을 사람들의 그리운 면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복수했다.’

레온하르트는 묘한 후련함과 선을 넘고 말았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도 고통 속에 죽어 간 티르 마을 사람들은 루아스의 곁에서 안식을 찾았으리라.

“이걸로, 이걸로 된 거야…….”

* * *

햇빛이 쨍하다.

히아레마르 내해를 감시하던 각 세력의 비행정 내부에 땀이 고였다.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땀이었다.
아무리 관절이 불편해도 어쩔 수 없었다. 침묵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들은 죽음을 피하고 싶었다.

“생명이 가진 힘은 지고하지. 살기 위해서 때로는 불굴의 정신을 발휘할 때도 있으니.”

아칸드가 눈을 떴다.

“그렇기에 그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죽음 또한 지고하다. 너의 생각은 어떤가, 위대한 핏줄을 짙게 이은 존재여.”
“그 옛 왕이 날 알아봐 주다니, 이걸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7대 마도왕────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가 스태프를 들고 모습을 보였다. 공간 파장이 흔들리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연맹국 소속 해양 선박의 갑판 위에서 두 존재가 마주했다.

“흐음, 봉인된 상태에서도 바깥의 상황을 알 수 있었던 건가. 초월자 전쟁 시대에 아케나드 마도국은 없었으니.”
“마도국은 언제나 있었다. 올다르크는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지.”

아칸드가 핏줄의 시조를 언급하자 반젤리스가 눈가를 씰룩였다.

“……역시 단순한 폭군이 아니었군.”
“인내하라. 여태껏 그래 왔듯이. 모든 건 머지않아 밝혀진다.”

아칸드가 눈길을 옮긴다.

“운명의 사도에 의해서, 저항자의 의해서, 혹은…….”

그가 반젤리스 옆에 착지한 베르덴과 이자벨라를 응시했다.

“운명 파괴자에 의해서.”
“……최악이군.”

벌써 금기의 처벌이 힘을 다한 건가.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입은 상처를 모조리 회복한 모양이다. 파멸의 개념이 직접적으로 파고든 부위까지도 말이다.

베르덴이 파멸의 마도를 개방했다.

“지난번하고는 다를 거다.”
“성급할 것 없다, 운명 파괴자. 그리고 마족이여. 진정한 전쟁에는 합당한 절차가 따르니. 내가 개전을 선언할 때까지…….”

아칸드가 단언했다.

“죽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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