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96

996화 크세리온 제국 (3)

서대륙에서 추기경에게 전해지는 고유한 기적이 두 번째 하인, 루네시카 안테르노아의 사지뿐만 아니라 온몸을 철저하게 구속했다.
아름답고 섬뜩했던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피부에 붙었다.

뚝…… 뚝…….

상처에 맺혀 떨어지는 핏방울.

“자극에 반응이 있군.”

삼정의 추기경 – 인내의 데엘로가 루네시카를 향해 턱짓했다.

“계속해라.”
“빛의 어머니의 자비로.”

쩌억! 쩍! 쩍! 쩌억! 쩌어억!

성율성단의 일원이 건틀릿에 신성력을 두르고 얼굴을 후려친다.

마법계 초월자는 기본적으로 마법 및 마력 저항력이 강하지만 물리 저항력은 그보다 못한 편이다.

거기다가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이기까지 하면 초월자라고 해도 이런 타격에 유의미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초월자는 무적이 아니다.

그를 증명하듯이 이단 심문관은 물질적인 피해에 더해 내면의 충격까지 안겨 주었다. 그녀의 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옅은 신음과 함께 입가에서 터진 피가 멀리까지 날아갔다.
참고로 심문실은 그림멜 그롬파르의 핏자국으로 이미 더러워진 상태였다.

교국, 에온, 제국, 마도국은 순환으로 반복되는 심문에 참관했다.

이텔 왕국의 이변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각국 책임자들이 회의 끝에 판단 및 명령을 내리느라 잠시 중단되었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으면 심문은 종료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간에 말이다.

루네시카의 1차 심문이 끝난다면 그림멜의 2차 심문이 시작된다.

“으음…….”

조제프 대주교는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악적이라도 해도, 주검의 영광으로 인해 조제프가 한 번 살해당해 부활했다고 해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 또한 거악에게 용서는 없을지언정 지속적이고 혹독한 고문을 한 적은 없었기에. 이것은 성율성단과 기존 성직자들의 차이기도 했다.

“…….”

데엘로 추기경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날 성소 앞에서 죽은 이들만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지만…… 지금 그는 복수심 같은 사적 감정보다는 추기경으로서의 사명감이 앞섰다.

정보를 얻어야 한다.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모든 희생자가 안심하고 루아스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쩌억!

신성한 충격파가 퍼지며 루네시카의 머리가 뒤로 젖혀진 그때였다.

“……하.”

루네시카가 천천히 고개를 바로했다. 온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그리고 그 눈빛에 담긴 살의와 지성은 선명했다.

“정신을 깨우기 위해서…… 정신이 어떻게 되든 말든 자극을 주겠다? 고문? 이제야 내가 알던 루아스 교국답네.”

불규칙적으로 고통 어린 발작만 일으키던 그녀의 의식이 회복됐다. 정확히는 회복됐다고 보단 강제로 끌어낸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 루네시카의 상태가 악화되든 말든 아무래도 좋았다.

피잉.

빛의 고리가 루네시카에게 스며들었다.

“넌 다시 잠들지 못할 것이다. 모든 걸 발설하기 전에.”
“이렇게까지 해서, 쿨럭, 쿨럭.”

루네시카의 호흡이 흔들렸다.

“이렇게까지 해서 망가진 날 깨운 걸 보니까…… 궁지에 몰렸나 봐? 그나저나 저 갑옷…… 성율성단을 다시 창설한 건가?”

초월자 전쟁에서 패배하고 루네시카는 드라벤과 함께 줄곧 존재해 왔다. 제물을 바쳐서 육체의 수명을 늘려 온 것이다.

드라벤과 루네시카는 천 년 역사 속에서 한 손에 꼽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흑마법의 본질에 가까운 마법계 초월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단의 대악마를 토벌한 1차 대성전에 끼어들진 않았지만 구경하기는 했다. 성율성단이 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콱, 쩌어억!

이단 심문관이 그 머리를 붙잡아 안면을 무릎으로 차올렸다.

“죄인은 묻는 말에만 답하라.”
“의미가…… 없을 텐데? 이미, 늦었으니까.”
“잠깐.”

그녀의 얼굴을 또 후려치는 걸 데엘로 추기경이 멈추었다.

“뭐가 늦었다는 거지?”
“죽음이…… 만연하잖아?”

루네시카가 마침내 염원을 이루었다는 듯 천장을 올려다봤다.
자신의 부활조차 대가로 삼아 크세리온 제국을 재건하는데 성공한 첫 번째 하인, 드라벤 르마르크를 떠올렸다.
수백 년 동안 함께한 상관을.

‘문이 열렸어, 단장.’

루네시카가 소리 없이 중얼거리며 툭 고개를 기울였다.

“너희는 죽을 거야, 전부.”

밖이 보이지 않는 벽 너머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세상을 향해 그녀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마치 장송곡을 부르는 것처럼.

“그러니까 포기해. 내가 충성을 저버릴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핏줄이 불거진다.

마음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말도 안 되는 격통이 밀려온다.

‘베르, 덴……!’

파멸에 영혼 전체에 금이 간 루네시카는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베르덴이 손을 쓰지 않는 한 평생, 아니, 어쩌면 죽어서도.
하지만 이 상태로 죽어 본 적은 없으니 편안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주검의 영광을.
크세리온 제국에 영광을

“그러니까, 죽여.”

루네시카 안테르노아는 고유한 이상을 추구하는 초월자다.

* * *

───그냥, 죽여!!!!!!!!!

증오스러운 루네시카가 피를 토해 내며 소리치는 모습을…… 성자 레온하르트가 성검을 끌어안은 채로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난, 잘한 걸까.’

성율성단장으로서 루네시카를 아르나크 제국의 품에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마도국과 협상을 맺어 그림멜이란 드워프도 심문장에 올렸다.

후련한가?

그렇지 않다.

자부심이라도 느껴질 줄 알았는데, 충족감이라도 느껴질 줄 알았는데, 레온하르트의 마음은 차오르지 않았다.
티르 마을 사람과 같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괴물들인데도…… 그들이 혹독한 고문을 받는 광경을 보기가 어려웠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나?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확신과 의문이 교차하며 레온하르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영혼 발작을 시작하는 루네시카의 끔찍한 비명을 들으며, 이제 레온하르트는 그녀가 아닌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난, 잘하고 있는 걸까?’

그때였다.

삼정의 추기경 – 정의의 그레고르반의 손아귀가 어깨를 짚었다. 레온하르트는 내심 흠칫하며 머리를 살짝 틀었다.

“마도국에서 한동안 공간 이동이 가능하도록 현 상황을 유지할 거라고 합니다.”

그레고르반이 속삭였다.

“길이 열렸습니다.”
“길이…… 하지만 성자로서 지금은 자리를 비우기 어렵습니다.”
“교황님께서 오실 겁니다. 세르파니아 추기경이 보좌를 맡았습니다.”

세르파니아 추기경이 함께한다는 건 교황의 몸 상태가 대륙의 정상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뜻이었다.

레온하르트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덜어지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그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뗐다.

“교황에게, 말했습니까?”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성자님의 ‘개인적인’ 일이니까요. 공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준비는 해 두었습니다만…… 모종의 이변이 발생한 지역이라 위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험하면 더욱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세력이 눈치채지 못하게 빈자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레고르반 추기경.”

레온하르트는 곧 결심을 내린 듯 단호하게 몸을 일으켰다. 허리에 찬 성검에 손을 올리며 성율성단의 망토를 펄럭였다.
그의 뒤를 따라 성율성단에서 선별한 이단 심문관 무리가 움직였다.

“갑시다, 로니아 왕국으로.”

레온하르트의 고향으로.

* * *

반토레온과 베르덴의 술잔이 바닥을 보였다.

“이 내가 존재하기 한참 이전부터…… 네 마리의 드래곤이 있었네. 초월종의 정점을 차지한 용. 누가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 세상은 그들을 4대 고룡이라 칭했지. 혹시 이름을 알고 있나?”

베르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룡 사르칸드라의 이름은 들어 봤다. 1세기 전 몇 개의 도시를 불태우고 마경으로 사라졌다는 공식 기록이 남아 있지.”
“사르칸드라. 마침 내가 아는 진명 중 하나군. 자네에게 말하려고 했던 이름 중 하나이기도 하고. 짧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반토레온이 안주로 삼고 있던 땅콩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적룡(赤龍), 거룡(巨龍), 청룡(靑龍), 격룡(激龍). 이들은 4대 고룡으로 한데 묶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드래곤이 그렇듯 집단 성향이 극히 희미하네. 오히려 서로 반목하기도 하지. 이중에서 적룡과 청룡은 특히 앙숙이었네.”

모든 것을 불태우는 적룡 사르칸드라와 잔잔하며 폭풍과 같은 청룡 탈리시아는 성격적으로 전혀 맞지 않았다.
영역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어도 서로에 대한 살의는 결코 식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주 사생결단을 내지는 못했네. 승자도 상당한 피를 봐야 할 테니까. 그것은 그대로 약점이 돼 다른 드래곤들에게 알려진다는 걸 두 마리의 고룡은 잘 이해하고 있었지.”

드래곤에게 죽음은 도태다. 남은 이들을 위해서 유산을 남기는 지성체와는 다르다. 생존을 도모해도 죽음 이후는 고려하지 않는다.
인간종이 동족의 사체를 가공해도 흥미로워할 뿐 분노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이 정면으로 충돌했네.”
“상황에 변화가 있었나?”
“알 수 없네. 하나 전투가 끝나고 다른 드래곤이, 고룡들이 끼어들지 않을 거라고 확신이 있었다는 건 분명했네.”

콰직.

땅콩 한 개가 손끝에 짓눌렸다.

“결과는 사르칸드라의 승리. 비늘과 장기가 전부 타 버려 처참하게 살해당한 탈리시아는 그을림이 남은 골격이 되어 버렸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훼손되지 않은 채로 말이네.”

그리고.

“절망스럽게도 아칸드가 그런 탈리시아의 사체를 발견했지.”

반토레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네. 아칸드가 투지를 바치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일러 주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네. 어쨌든, 크세리온 제국은 탈리시아를 유골룡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실행했으며, 성공했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가루가 된 땅콩이 흩어진다.
그 자리를 새로운 땅콩을 차지했다.

“황혼의 죽음, 사룡(死龍), 네크바엘. 크세리온 제국의 수호룡이네. 탈리시아에 기반한 존재이지만, 엄연히 탈리시아와 별격의 존재지.”
“네크바엘.”
“당시에는 강력한 유골룡일 뿐이라 대륙 연합의 전력으로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었네. 토벌 가능성이 있었어. 하지만 이번에 아칸드와 함께 부활한 녀석은 아주 다를 걸세. 죽음이 더 짙어졌거든. 생전의 힘을 되찾은 드래곤…… 나조차 살아 있는 4대 고룡을 직접 상대해 본 적은 없지.”

반토레온이 몇 방울 남지 않은 술을 베르덴의 잔을 따라 주었다.

“무엇을 준비했든 행동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게. 크세리온 제국이 그러하듯이.”
“그러니 너와 약속을 맺으라는 건가.”

베르덴이 물었다.

“너에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나?”
“가치? 하하하하하!”

베르덴 쪽으로 몸을 돌린 반토레온이 느릿하게 양팔을 펼쳤다.

“여제 히스릴과 대제 라이칸은…… 초월자 전쟁의 나와 비교해 월등히 뛰어나네. 라이칸은 아칸드에게 살해당하기는 했지만, 당시의 내가 올려다봐야 하는 존재였지. 전쟁터에서 내가 살고, 라이칸이 죽은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어. 그들은 명백히 강해.”

하지만.

“지금은 내 적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네.”

그것은 강자의 눈이었다.

반토레온은 그리 단언하며, 대륙 간 공간 이동진 때문에 잠시 방문한 벨디른 공화국에서 구한 수첩을 꺼냈다.

“이 안에 내가 알고 있는 크세리온 제국의 정보를 기록해 놨네. 자네에게 넘겨주지. 언제가 됐든, 이걸 열어 본다면 자네가 나와 약속을 맺었다는 뜻으로 여기겠네.”

수첩을 테이블에 올려 둔 반토레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긴장한 유니아, 이자벨라, 케이렐 쪽을 보며 미소 짓고는 바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이었다.

“주검의 영광과의 약속으로 너희가 아닌 무고한 이들이 희생당했다.”
“그렇겠지.”
“빠르든 늦든 책임을 질 날이 올 거다.”

찰나에 정적이 스쳤다.

“그 가치가 강함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나.”

반토레온이 문틀에 손을 얹었다. 바깥과 주점의 경계선에 선 그가 천둥 소리를 배경으로 삼으며 반쯤 고개를 돌렸다.

“베르덴, 자네는…… 스스로 개척한 마도와 달리 이타적이군. 그러한 책임은 나약한 존재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계명에 의문을 갖지 마라.”
“신성의 3계명. 로니아 왕국에서 들었지.”

반토레온이 크게 웃고는 오히려 좋다는 듯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대가를 치를 날을 고대하겠네.”

비가 오는 거리로 반쯤 나간 그가 깜빡했다는 듯 말 몇 마디를 더 남겼다.

“아칸드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을 결코 순수한 강함만으로 재단하지 말게. 파국의 모략가. 그의 다른 이명을 기억하게.”

반토레온이 주점을 나섰다.

“자네가 진정으로 맞서야 할 적은 개인이 아니라 ‘제국’이니.”

번쩍!

천둥 번개가 어레인을 비추는 순간 반토레온의 기척이 사라졌다. 그가 떠난 공간엔 적적한 빗소리만 감돌았다.

“떠났군.”

베르덴은 반토레온이 넘기고 간 수첩을 아공간에 수납했다

“유니아, 기존 명령을 철회하겠다. 넌 테르네티아 연방으로 향하지 말고 머지않아 하이랜디아에서 올 군세를 맞이해라.”
“하이랜디아라면…….”
“아드리안이 근시일 내에 초월자 연합의 군세를 이끌고 올 거다.”

그가 자리를 벗어났다.

“이자벨라, 넌 나와 함께 움직이지.”
“어디로 가든 준비됐어, 가주.”

베르덴의 눈길을 북서쪽으로 향했다.

“우리는 히아레마르 내해로 간다. 옛 왕의 봉인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직접 확인해야겠어.”

* * *

공간이 이끌린다.

지평선 너머까지 아우르는 광활한 소용돌이가, 필사적으로 멀어지려는 하늘과 바다에 놓인 선박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침몰합니다!”
“어, 어떻게 이런……!”

이데라트 연맹국의 제3함장이 지휘하는 함대도 거대한 원을 그린다.
느껴 본 적 없는 인력이다.
중심부로 끌려가면 무조건 파괴당할 것이다. 이 속도로 다른 세력의 배와 스치기만 해도 선체 피해가 클 것이다.

아무리 조타를 이리저리 움직여 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도저히 나갈 수 없다. 인생 절반을 바다에서 살았건만 전혀 살아날 방도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한 명의 그림자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검으로 발밑의 바다를 짚고 있었다.

“……오랜만의 세상인가.”

하늘을 올려다본 존재의 신형이 갑작스럽게 없어졌다. 동시에 선박들을 끌어당기던 소용돌이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데라트 연맹국의 갑판 위에…… 낯선 존재가 서 있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그를 본 제3함장이 벌벌벌 떨기 시작했다.

“혹시, 옛 왕.”
“금기를 너무 일찍 풀었군.”

쾅!

용검을 간판 정중장에 꽂아 넣은 아칸드가 가볍게 손짓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 뜻을 이해한 제3함장이 당장 안에서 의자를 가져왔다.

“침묵하라.”

누군가를 기다리겠다는 듯 아칸드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목소리가 내해에 울려 퍼졌다. 누구도 살해당하는 일은 없었다.

…….

시간이 멈춰 버린 것처럼 모든 비행정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내해도 고요했다. 그저 공포에 질린 이들의 숨소리만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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