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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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지 않는 격류(4)>고요한 연무장 위로 제법 쌀쌀해진 바람이 불어온다.

연무장 한가운데 선 남궁선화.

불어오는 바람에 몸서리칠 만도 했지만, 눈을 감고 검을 든 그녀는 반대로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고 있었다.

덕분에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했으니까.

한참을 눈감고 있던 그녀는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생각한 순간 검을 휘둘렀다.

부웅.

가볍고 날카로운, 남궁세가의 대표 검법.

창궁무애.

미치도록 푸른 검기가 공간을 지배한다.

이미 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남궁선화의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솨아아

-일대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한 기분이었다.

검날은 사방으로 휘날리며, 바람마저 갈라내었다.

충분히 훌륭한 경지에 이른 검법이었지만, 남궁선화는 왠지 입술을 질끈 물었다.

“칫.”

다시금 검을 곧추 세운다.

마치 방금 전까지의 움직임을 모두 잊은 듯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빠져든다.

이윽고 다시금 눈을 떴을 땐.

번쩍.

두 눈엔 혈광이 번뜩이는 듯 빛났다.

이어 그녀의 검이 휘둘러진다.

촤르르르르르르.

창궁무애검법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검법.

창궁운위.

당대 절대 고수이자 남궁세가의 가주인 창제신검이 남궁세가의 근간인 창궁무애를 발전시켜 만든 검법.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덜어내고 장점은 더욱 극대화시킨 검법.

더불어 남궁세가의 근간인 창궁무애검법의 파쇄식인 건 남궁세가의 직계와 몇몇 방계 인원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극단적 효율성을 추구한 그 의도답게 날카롭기가 여느 흑도의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촤르르르르륵.

미치도록 푸른 검기는 이제 차가움을 보이지 않았다.

되려 냉기 대신 소름끼치는 날카로움이 비져 나온다.

살짝만 닿아도 살이 베일 듯한 매서운 검기가 사방을 베어 간다.

공간을 베고, 바람을 베고, 대리석 바닥을 벤다.

촤아악, 촤아아악, 촤아아악.

푸른색의 검기가 지나간 자리마다 바늘만큼 얇은 검흔이 남는다.

그리고 그 얇은 검흔은 빼곡하게 들어차 마치 누에고치처럼 남궁선화 주변을 두르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촤아아악, 촤아아악.

가까운 곳은 촘촘하게 베어 나간다.

마치 어떠한 적도, 어떠한 검도 허용치 않겠다는 듯.

검흔의 반경은 조금씩 커져 간다.

원의 크기가 넓어질 때마다 촘촘했던 검흔의 망이 조금씩 듬성듬성 헐거워지기 시작했다.

남궁선화 하늘 위를 걷듣 사뿐히 한 걸음 뒤로 몸을 물리자.

촤아아악!

만개한 꽃처럼 피어나던 창궁운위검법이 일순간 다시 봉우리로 모여든다.

연무장 일대에 가득하던 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감히 그녀 주위로 범접할 수 없었던 찬 바람이 다시금 공간을 채운다.

“하아, 하아, 하아.”

열기가 올랐기 때문인가, 남궁선화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피어났다.

그녀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주위를 둘러싼 검흔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남궁선화가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댄 순간.

“놀라운 실력이군요.”

“……!”

따스한 음성이 들려왔다.

“누구…….”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남궁선화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랗게 떠졌다.

“……

강 대주님?”

빼꼼 고개를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강서표였다.

“대주님!!!”

남궁선화가 반가움에 헐레벌떡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다.

강서표는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아 주면서 동시에 반가움을 표시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여기까진 무슨 일이고요? 혹시 무림맹에 무슨 볼일 있었…….”

“아가씨!”

아, 내가 너무 내 얘기만 했죠. 미안해요.”

강서표는 잠시 진중한 표정을 짓다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한껏 미소지어 보였다.

“이제 대주가 아니라 당주입니다.”

“네?!”

“핫핫핫! 남궁세가 최연소 당주라 불러 주십시오.”

두 사람은 잠시간 짧은 회포를 풀며 그간 못 나눈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렇게 서로 간의 안부를 묻는 대화가 끝난 후 강서표의 눈은 남궁선화가 만든 거대한 원형의 검흔으로 향했다.

“더 날카로워지셨군요.”

강서표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남궁선화 나이대의 아이들이 올라갈 수준이란 그 한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녀가 자력으로 학관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임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 보여준 한 수는 분명 기재(奇才) 혹은 영재(穎才)

라 불릴 만했다.

아직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그 영재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는커녕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뿐일 텐데요?”

“…….”

대충 이러고 있을 거란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실제 남궁선화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는 마치 전장터에서 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무사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맥락 없는 단어의 나열이었지만, 앞뒤 정황을 알고 있는 강서표는 어렵지 않게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안휘를 비롯한 전국에 묵림의 일이 알려졌으니까.

무림맹으로 오는 내내, 들르는 객잔에서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들리는 소문의 반만 진실이라 해도 매우 처절한 순간이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곳에서 남궁선화가 살아 나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천운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기특한 아가씨는 풀이 죽어 있었다.

“제 실력은 물론이고, 남궁세가라는 이름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남궁선화를 만나러 오는 길 동안, 학관 내 여러 곳의 연무장을 지나왔다.

학기 말의 들뜬 분위기로 느슨해야 할 학관은 마치 팽팽한 줄이 당겨진 듯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연무장을 채운 이들 모두가 마치 생사대전을 준비하듯 필사적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전날 머문 학관 인근 객잔에서 만났던, 과하게 술에 취한 학관생들도 보았다.

연무장에 있는 이들도, 주루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남궁선화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치거나, 취하거나.

악몽을 상기하는 무인이 취할 행동은 두 가지밖에 없으니까.

이는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이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시련이다.

강서표가 남궁선화를 아무리 아낀다 한들 대신 짊어질 수 없는 짐이기도 하고.

“가주님께서…… 만약 아가씨가 검을 휘두르고 있다면 전하라 하신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할아버지가요?”

추욱 어깨를 늘어뜨렸던 남궁선화가 고개를 들었다.

강서표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곤 남궁태하를 따라하듯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웅크릴 시간에 한 번 더 발을 디뎌라, 고개를 숙일 시간에 검을 한 번 더 휘둘러라. 그것이 남궁세가의 정신이다!’라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아마 죽음은 무인, 무사라는 족속과 가장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전하신 거라…….”

“알아요. 이해했어요.”

남궁선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늘 배워왔던 거니까요. 두려움을 느낄 때. 도망치고 싶을 때. 한 발 더 내디디란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어요.”

남궁선화 씁쓸하게 웃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아가씨.”

당장에 극복하긴 힘들 것이다.

기억이 흐려지는 데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래도 조금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흐려지고 무력의 성취가 올라가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그러면서 성장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데 다른 말씀은 무엇이었나요?”

“네? 어떤…….”

“검을 휘두르고 있다면…… 이라 하셨잖아요?”

“아, 그거 말입니까?”

강서표가 씨익 웃었다.

“만약 술을 마시고 있다면 술값을 더 맡겨두고 오라 하셨고, 만약 울고 있다면…… 그냥 돌아오라 하셨습니다.”

“검보다 더 어울리는 게 있을 거라 하시면서요.”

왠지 자신도 모르게 시험을 받은 듯해 기분이 이상한 남궁선화였다.

“아 참, 그 공자는 잘 지냅니까?”

강서표가 마침 딱!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공자요? 기표 오라버니를 말하시는 건가요?”

“아뇨. 진 공자 말입니다.”

“아……. 네. 뭐, 잘 지내고 있죠…….”

흐려지는 말끝과 함께 표정도 흐려지는 남궁선화.

그녀가 툭

– 한마디를 덧붙였다.

요즘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쁜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흐음?”

남궁선화의 반응에 강서표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진 공자에게 연인이 생겼습니까?”

“그게 무슨…….”

“아니면, 혹여 아가씨께 다른 분이 생기셨습니까?”

“네에?!”

몸통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살초에 남궁선화는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야 아가씨께서 진 공자를 사모…….”

“아아악!!!!! 강 당주님!!!”

강서표는 움찔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입가에 띤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선화 아가씨, 아가씨를 어린 시절부터 제가 직접 모셨습니다. 모른 척하려야 할 수가 없지요.”

남궁선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더구나 진 공자처럼 전도유망한 젊은 청년들은 주위에서 노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그런 거 아녜요. 그냥…… 요즘들어 혼란스러워서.”

“혼란스럽다고요?”

“그냥 뭐랄까…… 너무 먼 존재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달까.”

묵림에서 남궁선화는 계속 진소운의 등을 보고 달렸다.

본래도 든든한 사람이었지만, 숲속에서의 진소운은 거대하고 광대해 보였다.

어떠한 부침 속에서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거목처럼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진소운이 자신의 생을 태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남궁선화는 그가 자신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봤지만, 그때마다 그는 한 걸음 더 멀어졌다.

마치 아스라이 흩어지는 연기처럼.

언젠가 이렇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서표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릫군요. 더 좋아하게 되신 거로군요.”

당주님. 제 말을 제대로 듣고 계신 건가요?”

“아닙니까?”

남궁선화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그냥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왜인지 앞으로 더 많은 시련을 견뎌내야 할 사람인 것 같고, 더 큰 아픔과 고통을 견뎌야 할 사람인 것 같아서…….”

“더 애틋해지신 거군요.”

자신의 마음이건만, 정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다.

이제껏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껴본 바가 없으니.

새로운 감정에 성장통을 겪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강서표가 다정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사람이 아파한다면 더 가까이 다가가 위로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위로해 준다고요?”

그에 비하면 약하디약하고, 작디작은 자신이 과연 위로가 될까?

과연 자신의 위로가 필요할…….

“진 공자는 기억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렇다면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건 진 공자가 아니겠습니까?”

남궁선화는 머리를 세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슬픔에 빠져 있느라, 상대가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제가 보기에 진 공자는 굉장히 강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여린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아직 스스로의 감정을 잘 모르시겠다면, 일단은 위로를 먼저 해드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감정은…… 나중에 생각해도 되니까요.”

감정은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강서표의 그 말이 남궁선화에게 오래도록 남았다.#“후우.”

문 앞에 선 남궁선화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소운을 보는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일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자신이 여기 와있는 것이었다.‘괜찮은 건가?’혼란한 머릿속의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고,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돌아가려던 남궁선화는, 지금 가장 고통스러워할 사람은 진소운이라는 말을 다시금 되뇌곤 결국 문을 두드렸다.

똑똑.

반응이 없었다.

다시금 두드리자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런데 안쪽에서 나온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였다.

“여긴 어쩐 일인 것이야?”

당 선배님이 여긴 왜…… 어…… 제가 잘못 찾아왔나요?”

“누굴 찾아온 것이야?”

“진 공자님이요.”

“그럼 옳게 찾아온 것이야.”

아니,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건데?

당연한 듯 안으로 먼저 들어간 당서희는 탁자에 앉아 당과를 집어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볼이 가득 차오를 정도로 당과를 집어넣고 있는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았다.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당서희가 뭔가 혼란스러운 듯 흔들리는 눈빛을 보인다.

그러더니 슬쩍 접시를 내민다.

“머, 먹어도 되는 것이야.”

진짜 먹어도 되는 건가?

아닌 거 같은데. 눈빛만 봐도 왠지 원한을 살 거 같은데.

“전 괜찮아요.”

“그렇담 어쩔 수 없는 것이야.”

재빨리 접시를 회수한 당서희. 왜인지 당과를 먹는 속도가 줄었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남궁선화로선 진소운에게 할 말은 수십 번 고심해 보았지만, 이곳에서 당서희를 만나는 경우의 수는 전혀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

잠시 어색한 시간을 보낸 뒤, 남궁선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대로라면 영원히 침묵이 끝날 것 같지 않아서.

“진 공자님은 어디 가셨어요?”

“천목각에서 자문이 필요하다 해서 간 것이야.”

“그럼 당 선배님은 왜 여기 계세요?”

“물어볼 게 있어서 온 것이야. 그런데 진소운은 매일매일이 바쁜 것이야.”

대체 뭘 물어보려고 며칠씩이나 진소운의 숙소에서 기다리는 걸까?

남궁선화가 조심스레 물었다.

“물어볼 거란 게 뭔가요?”

어쩌면 중요한 문제라 말해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건만, 당서희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진소운이 꼭 태을문을 이어야 하는지 물어보러 온 것이야.”

상상도 하지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남궁선화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네??”

그러자 당서희가 선심 쓴다는 듯, 당과를 오물거리며 자세히 풀어서 설명했다.

“아! 정확히는 데릴사위로 장가를 가도 되는지 물어보러 온 것이야.”

남궁선화는 뒤통수를 강하게 때려 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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