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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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이지 않는 격류(3)>안휘성 성도인 합비는 늦은 밤에도 빛이 꺼지지 않는다.

길게 늘어선 유흥가와 객잔마다 술을 먹고 취한 취객들이 가득하고.

꽃단장하고 거리 구경을 나온 여인들과 그런 여인들을 쫓아 나온 혈기왕성한 사내들로 거리는 발 디딜 틈도 없다.

오늘도 역시, 밤이 깊어도 사람들은 잠들 줄 몰랐다.

그리고 인근 화운산 산기슭 일대엔, 다른 의미로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헉, 헉, 헉, 헉, 헉.”

숨을 몰아쉬던 강채석이 생각했다.‘뒈지겠네.’슬쩍 고개를 돌렸다.

불그림자가 뻗치는 곳마다 태을문의 당주급 인사들과 그 사제들이 모두 엎드린 채로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있었다.

“흐으읏!”

“크아아앗!!”

불혹(不惑)

을 지나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에 다가가는 나이.

그런데 요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애들이나 할 법한 외공 수련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

“강채석! 네가 태을문 최고 고수라지? 그런데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추상같은 호통과 함께 뭔가 커다란 무게가 짓눌려 온다.

그나마 파들파들 떨리던 팔 힘이 그대로 빠져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여기서 자빠지면 돌을 얹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거든.

농담처럼 들리는 이 훈련을 실제로 해내고 있는 이가 옆에 있었기에 강채석은 절대 넘어질 수 없었다.

“……

문주님. 괜찮으십니까?”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아 조심스레 물었더니, 그 와중에 답변이 돌아왔다.

“강 당주.”

“네.”

“닥쳐.”

“…….”

그렇게 말하곤 다시금 굽혀지는 그의 팔.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었다.‘시벌 어쩌다 이렇게 돼버린 거지?’시작은 강유성이었다.

녀석이 모용세가에 교환 제자로 다녀오면서 모용강의 개인지도를 받고, 태을문이 되찾은 비급을 통해 깨달음의 성취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더 이상 유성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유일한 대안이라면 소운이 녀석밖에 없는데…….

만 리 밖 무림학관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녀석을 돕지는 못할망정 제자 교육 문제로 불러온다?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나마 학관 휴식기에 방문한 진소운이 강유성의 개인지도를 백해광에게 부탁했고, 이를 홍문기가 허락하면서 잠시간은 유성이의 교육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문제가 생겨 버렸다.

진소운의 가르침으로 강유성의 성취가 사실상 강채석을 제외한 다른 당주들을 넘어 버렸던 것.‘아니, 대체 어떻게 돼버린 놈이냐고.’그들의 미천한 재능이 강유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하지만 살아온 세월도 있는 마당에 아직 약관의 나이도 되지 않은 유성이에게 성취가 밀려 버린다면 사문의 어른으로서 체면이 어찌 되겠는가.‘얼굴을 들 수가 없겠지’더구나 유성이는 가르침에도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저들끼리 모여 하던 수련이 공부가 되고, 공부는 또다시 높은 성취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태을문 아이들의 폭풍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다.‘어휴, 왜 이리 제자 복이 좋은 거야 우리 문파는!’당주들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지만, 가슴엔 커다란 돌덩이가 얹혀 있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정신을 놓고 있으면, 어느새 다른 아이들도 당주들의 성취를 추월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즈음, 문주인 홍문기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강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흑도 연맹인 사흑련이 형성되면서 흑도 문파의 성세가 점점 확장되고 있었다.

흑도 문파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백도 문파들도 자신들의 위세를 내보이기 위해 무리한 확장을 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강호에는 하루건너 크고 작은 싸움과 전투가 이어지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태을문이 봉문 중이라고는 하나, 언제까지 안전을 보장받을 순 없는 노릇.

“아이들보다 성취가 낮은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위기의 순간 스승이란 자들이 아이들 뒤에 숨는 부끄러운 짓을 해선 안 되지 않겠는가?”

홍문기의 이야기에 당주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하여, 백 대협께 부탁드려 볼 생각이다.”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됩니다, 문주님!”

일문의 문주가, 그것도 흑도 무림의 거두에게 가르침을 받겠다는 이야기에 당주들이 기겁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홍문기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네놈들은 자존심 때문에 정작 중요한 책임을 지지 않을 셈이더냐!!”

항시 자애롭던 그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사제들을 다그쳤다.

“소운이가 왜 매번 목숨을 걸고 사지로 뛰어드는 것이더냐! 금·은·동 형제들은 재능이 뛰어나서 학관에 들어간 것이더냐!”

“당장 네놈들을 살펴봐라! 지금 입고 있는 옷, 매 끼니 먹는 음식 그 모든 것에 아이들이 흘린 피와 땀이 들어있다. 정녕 너희들은 그 옷이 편하더냐? 목으로 음식이 편히 넘어가더냐 말이다!”

회의실 안에 자리한 그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천상단의 성세가 커지면서 진태산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만약 적들이 대천상단에 위협을 가할 때 너희들은 아이들 뒤에 숨을 것이더냐!”

“너희들이 할 수 없다면 나 혼자서라도 하겠다!”

더 이상의 논의는 없었다.

아니,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강해지지 않으면 죽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강호의 혹독한 진리를 마주할 때가 온 것이다.

문제는 백해광이 과연 가르침을 줄 것인지였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상대로 백해광은 난색을 표했다.

그가 비록 식객으로 태을문에 머무르고 있다지만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는 이들에게 함부로 가르침을 줄 순 없는 노릇 아니던가.

하지만 홍문기는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비록 흑도라는 과거를 가지고 있다곤 하나 그간 태을문에서 지내면서 보였던 행실은 소문과 다르게 군자의 그것과 닮았다.

또한 보기와는 다른 여린 심성으로 인해 유성이를 안타까워하며 간혹 몰래 가르침을 내려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알았기에 홍문기는 다시 한번 간절하게 부탁했다.

뻔뻔한 행동이라 욕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홍문기는 그만치 절박했다.

“이대로라면…… 저희 문파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꼭 부탁드립니다. 백 대협.”

한 문파의 문주가 머리까지 조아리다니.

백해광은 작게 침음을 흘렀다.

그렇게 얼마간의 정적이 흐르고.

그의 간절함이 닿았던 것일까. 결국 백해광은 승낙했다.

“안 그래도 진소운 그 새…… 크흠, 녀석에게 언질을 받긴 했습니다.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부족한 저라도 힘이 닿는 대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 대협!”

그렇게 백해광이 태을문 어른들의 무공 사부가 되었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태을문의 무공을 어디까지 알려드려야 할지…….”

이는 태을문이 백해광에게 부탁할 때부터 품은 가장 큰 고민.

무공 사부로서 백해광이 가르쳐야 하는 것은 결국 태을문의 무공인데. 외부인에게 사문의 무공을 함부로 밝힐 수도 없는 노릇.

반대로 가르침을 부탁하는 입장에서 상대를 의심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상대의 입장에선 응당 좋아 보일 리가 없을 터.

하지만.

“음…… 그건 일단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의외로 백해광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네? 그게 무슨…….”

“태을문의 사람이 아닌 제가 함부로 태을문의 무공을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태을진경을 공부하시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제가 답해드리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느리겠지만 더 높이 오를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제가 살아오면서 조촐하게나마 깨달은 것들은 전수해 드릴 테니까요.”

상대가 불편해할 지점까지 콕 짚어 먼저 배려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가장 귀한 것까지 나누려는 그의 모습에.

그를 흑도의 인물이라 백안시했던 태을문의 인물들이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 백해광이 하는 부탁이라니, 태을문을 넘겨달라는 부탁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편히 말씀하시지요.”

문주를 시작으로 모두가 앞다투어 고개를 끄덕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백해광이 정중하게 운을 띄웠다.

“그…… 가르침을 나누는 입장에서 서로 존대를 하는 건 조금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배움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한다면 수련이라 볼 수도 없겠고요.”

백해광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홍문기는 고개를 더욱 크게 끄덕였다.

“실력으로 보나, 강호의 배분으로 보나 당연한 일입니다. 얼마든지 편하게 대하시지요. 아니, 그냥 막 굴려 주십시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허허허!”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합비의 해가 지면 화운산에서 수련이 시작되었는데.

“이 새끼들이 정신 안 차려!!!”……

뭔가 이상했다.

“어? 대답 봐라? 여기 놀러 왔어?”

“뭐? 내공수련? 여기 기둥도 안 세운 놈이 서까래부터 올리려고 하네? 네놈은 당장 화운산 정상을 찍고 와라!!!”

그 군자 같던 백해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악귀 같은 교관이 나타나 당주들을 죽어라 굴리기 시작했다.

“기본, 기본, 기본!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절정이든 초절정이든 나아가려면 그만큼 뿌리가 깊어야 하는 거다!”

“깨달음? 깨달음 얻으면 뭐 할 건데? 몸뚱어리는 썩은 고목처럼 안 움직이는데.”

“뭐어?? 오룡봉성의 단계? 하! 진소운이 왜 미친놈인가 했더니 정신나간 사고 방식이 사문 전통인가 보구나?!”

격렬한 외공 훈련과 진이 빠질 때까지의 초식 수련.

그렇게 진이 다 빠지고 나면 시작되는 백해광과의 비무까지.

나름 무림맹에서 고생해 봤다는 강채석도 쉬이 버티지 못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이 지속되었다.

“뿌리가 깊어지면 나무는 높이 자란다. 그간의 방법을 몰랐던 건, 그만치 깊게 뿌리 박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이구 지랄한다. 내외공의 균형 좋아하네. 시벌 그러니까 내공도 안 되고 외공도 안 되는 거 아냐!”

“그럼 어떻게 하냐고? 죽을 때까지 구르면 돼! 아니 그냥 죽어! 걱정 말고 죽어!”

백해광은 자신의 말을 실천하듯 정말 극한의 극한 상황까지 몰아붙였다.

너무 고된 훈련 강도에 기절하는 이들까지 나타날 지경이었다.

“걱정 마라. 내가 염라대왕이랑 이야기를 다 끝내 놨으니.”

하지만 백해광이 안마를 조금 하고 혈도 몇 곳을 눌러주면 어느새 번쩍하고 눈을 떴다.

“끄으윽…….”

“그어억…….”

이렇다 보니, 지쳐 기절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엔 이런 일을 당하는 나날이 이어지자, 보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이들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문주……

님, 쿨럭! 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닙니……

다.”

“다, 당주님도 뭐라 이야기 좀 해주십시오……. 금 사형은, 꾸에에엑…… 낮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코피를 끄, 끝도 없이 흘렸습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겁니다. 이런 수련을 대체!! 누가 한단 말입……

니까…….”

앓는 소리를 하는 이들에게 호통을 치려던 홍문기는 며칠 만에 피골이 상접해진 당주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사실 먼저 도움을 청했기에 말하지 못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도 사실.

허나,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이고, 문주의 체면(體面)

은 태산(太山)

과도 같은 법. 여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일구이언이부지자! 나는 내가 내뱉은 말을 꼭 지킬 것이다.”

간절한 표정을 짓던 당주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럼에도 태산같이 선두에 버티고 선 문주의 굳건한 의지에 감탄이 터져나오…….

“하지만!”

“??”

너희들이 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말리지 않으마! 절!

대! 말리지 않겠다!!!”

“……!!!”

“크흠……!”

당주들은 어쩐지 문주님의 등이 매우 작아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문주님의 허락이 떨어진 이상, 살 궁리를 찾아야 했다.

당주들은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일단 저녁에 이야기하는 건 안 됩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기절한 사람도 억지로 깨워 달리게 하는 악…… 아니, 사람입니다.”

“하지만…… 문주님이 나서시지 않는 상황에서 대화가 통하긴 할지…….”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낮에 가보는 게 어떻습니까?”

“낮에요?”

“네. 그…… 백 사부께서 사모님과 따님, 그러니까 가족분들과 계실 때 태도가 굉장히 달라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검마…… 아니, 백 사부가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겠습니까?”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자 사람들은 작은 희망에도 기대를 걸었다.

결정이 내려지니 실행은 빨랐다.

강채석을 대표로 당주급들의 인사들이 백해광을 찾아갔다.

아내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던 그가 당주들을 차분하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백해광의 모습에 강채석과 당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간밤에 세상 처음 들어보는 욕지거리를 양껏 듣고 난 후였기에 충격은 더더욱 쉬이 가시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차를 내올까요?”

그리고 그 옆에서 섭소정이 박꽃 같은 웃음을 보이며 일어섰다.

어찌 저런 청초한 여인이 저 미친…… 아니, 사부의 반려인가.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잠시 얘기만 조금 나누고 돌아갈 생각입니다.”

“어머, 아쉬워라.”

섭소정의 미모도 그렇지만, 참으로 적응이 안 되는 건 바로 백해광의 태도였다.

“어떤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정신이 나간 것…… 아니, 흡사 다른 사람인 것 같달까?

불그림자에 비친 악귀 같은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세상 나쁜 짓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선하게 웃고 있었으니까.

인지부조화가 온 강채석이 겨우 본론을 꺼냈다.

크, 크흠 사, 사실은 수련이 너무 고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머!”

섭소정이 깜짝 놀라며 백해광을 타박했다.

“당신, 혹시 태을문 분들을 너무 무리하게 만들고 있는 거 아녜요?”

섭소정의 두둔에 혹여나 욕지거리가 날아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을 숨기지 못하던 태을문의 사람들.

하지만 움찔한 그들과 달리 백해광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조금 무리한 수련이었던 거군요.”

그것도 못 버티냐며, 사내새끼들이 할 일이 없어 여인 뒤에 숨는 거냐며 욕을 할 줄 알았건만…….

백해광이 상식적인 태도를 보이자 사람들은 작은 희망이라도 본 듯 얼굴이 밝아졌다.

“네, 대협. 이러다간 누구 하나 큰 탈이 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섭소정도 남편의 팔을 잡으며 거들었다.

“당신! 태을문 분들을 상하게 하면 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끄응…….”

명백하게 백해광이 한쪽으로 밀린 상황.

더구나 백해광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을문의 사람들은 다 됐다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휴……. 죄송합니다. 진소운 그 녀석은 여러분이 받은 훈련보다 세 배는 고된 수련을 매번 버텨왔기에, 사문의 어른들이시니 최소 그 정도는 버틸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해광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당주들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하긴 매번 그런 훈련을 하는 게 비상식적이긴 하지요…….”

백해광이 찻잔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저도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랬더니 그 녀석이 뭐라는 줄 아십니까?”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던 진소운의 이야기.

그 솔직한 속내를, 태을문의 사람들은 백해광을 통해서야 듣게 된 것이다.

“소운이 그 녀석이, 어떤 적을 앞에 두든 자신의 사람을 지킬 수 있을 정도는 되고 싶다 하더군요.”

“전 천하제일인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 이야기했지요.”

당주들이 고개를 숙였다.

백해광은 찻잔 속 물을 내려다보며 피식 창백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어린 녀석이……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했었구나 하고요.”

대체 진소운은 그간 태을문의 굴욕적인 나날들을 봐오면서 얼마나 상처 입었던 것인가.

그냥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사람은 누구나 난 대로 사는 거라고.

업신여겨지는 것도 무시당하는 것도, 그냥 넘기고 살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패배자의 삶을 가르쳤던 자신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진소운이 자신을 불태울 듯 몸을 내던지는 건.

바로, 어른인 자신들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였다.

“……”

그 누구라도 진소운만큼 제자들을 생각하고 태을문의 앞날을 고민한 적이 있던가.

겨우 훈련 조금 받으면서 몸이 상하네 어쩌네 불만을 터트렸던 스스로가 너무도 부끄러웠다.

백해광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제가 조금 과하게 한 것도 있습니다. 지금 강호 분위기를 보자면, 이 평화의 시대가 얼마나 갈지 예상할 수 없어서 말입니다. 더구나 묵림 사건 이후 각 문파들의 행동이 더 격화되기 시작한 것도 원인이 되었고요.”

조곤조곤한 이야기는 간밤에 들었던 쌍욕보다 깊게 폐부를 찌르며 의문을 남겼다.

정녕 자신들에게 아파할 자격이 있냐고.

고통스럽다 말할 자격이 있냐고.

백해광이 고개를 숙였다.

“녀석이 태을문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화되어……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사죄드리겠습니다.”

백해광이 자신들을 굴리는 데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자 당주들은 그냥 서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서있으면 사람이 아니었다.

털썩.

“죄송합니다. 백 대협! 어리석은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일제히 무릎을 꿇고 포권을 쥔 태을문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크흑…… 다시는 힘들다 불평불만 하지 않겠습니다. 더 굴려 주십시오!”

“수련받다 죽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굴려 주십시오!!”

그날 밤.

텅! 터터터텅!

태을문 사람들의 앞에 철 뭉치 수십 개가 떨어져 내렸다.

당주들이 백해광에게 이야기를 하러 간다는 소식에 조금 기대를 하고 있던 홍문기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이게 뭡니까?”

“뭐긴 뭐야. 철환이지. 손과 발에 하나씩 차.”

“이, 이걸 차고 훈련을 한단 말입니까?”

“굴려달라며?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굴려달라며?”

홍문기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강채석 외 당주들, 백해광에게 찾아갔던 놈들에게 묻는 것이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

하지만 그 누구도 홍문기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앞으로 말대답하는 놈들은 철환 하나씩 더 추가다.”

홍문기는 이죽거리는 백해광을 보며 깨달았다.

“허, 그거 쪼금 했다고 힘들다 징징거려? 그것도 아내랑 있을 때를 노려서?? 내가 아내에게 설명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잘못 건드려도 한참 잘못 건드렸다고.

그리고.

“앞으로 다 죽었다고 생각해라! 이 땅강아지만도 못한 놈들아!!!”

저 빌어먹을 당주 새끼들을 막았어야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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