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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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보이지 않는 격류(5)>남궁선화는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

물론 진소운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긴 하다.

본래 학관생이라는 직업이 이성에게 주는 호감도도 평균 이상인데, 거기에 수석이라는 실력까지 갖춘 상태이기도 했고.

최근 묵림에서 위기에 대응하고 학관생들을 이끌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진소운에 대한 관심, 특히 혼사를 염두에 둔 관심이 그야말로 폭발했다.

몰락한 귀족의 가문들과 거상의 집안에선 심심치 않게 대표단에 사람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간 진소운의 빈약한 배경 때문에 그에게 관심이 없던 학관의 여학우들 사이에서도, 그를 향한 열띤 관심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분명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당서희까지 경쟁자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데릴사위가 될 의향이 있는지 물으러 왔다니.

“그……

게 왜 궁금하신데요?”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이 저도 모르게 툭 튀어 나갔다.

깨달은 뒤에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

다행히 당서희는 별반 신경 쓰지 않는 듯 당과를 오물오물거렸다.

“나능 궁금하지 앙은 것이야.”

“아! 정말요?”

남궁선화가 안도하는 것도 잠시.

꿀꺽

-당서희가 당과를 단숨에 삼켜버리곤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궁금해하는 것이야.”

남궁선화의 심장이 다시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하, 할아버지라면…… 독왕 어르신을 이야기하시는 거죠?”

“응, 그런 것이야.”

남궁선화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질문했다.

“하, 할아버지 왜 궁금해하실까요?”

당서희가 다시금 당과를 집어 먹다 멍하니 천정을 바라본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건……. 모르겠는 것이야.”

당사자는 모르고 있지만 정작 질문한 남궁선화는 왠지 그 답을 알 것 같았다.

지금 당가에서 혼인적령기에 들어선 이는 당서희밖에 없으니까.

설마 그녀와 열 살 차이 나는 사촌 동생을 염두에 두고 물어본 것은 아니겠지.

왠지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당대의 독왕 당혁제는 고집이 어마어마하고, 특히 자신이 하기로 결심한 것은 반드시 이뤄내기로 유명한 사람이니까.

그렇다면…….‘후…….’당사자의 마음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저기, 당 선배……. 선배는 혼례에 대해 생각하고 계시나요?”

“혼례?”

당서희가 마치 사서삼경을 들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혼례! 흐음……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이야.”

“그쵸?! 아직 혼례를 생각하기엔 나이가 이르죠.”

남궁선화가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쳤다.

“아직 당 선배께선 하고 싶은 일도 많으실 거고…… 집안에서 혼례를 올리라 한다 한들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없으시죠?”

고집이라면 당서희도 당혁제 못지 않다.

그녀가 당가의 진전을 이을 수 있었던 건, 그녀의 빛나는 재능과 더불어 한 달 내내 음식물을 단 하나도 입에 넣지 않아 아사(餓死) 직전까지 갔던 고집 덕분이었으니까.

더구나 그녀는 이제 용봉지회를 통해 백수신녀라는 별호까지 손에 넣은 무림의 중진.

그녀의 의중과 상관없는 혼례 따위는 이뤄질 수 없을 것이었다.

남궁선화가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사이.

“집안 어른들이 결정하신 혼례라면 생각해 볼 것이야.”

“네???”

벽력탄이 날아들었다.

“혼례는 중요한 것이야. 특별히 모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이야.”

할 수 있다니, 할 수……

있다……

니.

마지막 순간까지 남궁선화는 고민했다.

묻지 않는 것이 최선임을 알지만, 묻지 않고선 오늘 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을 듯싶었으니까.

“저…… 당 선배, 혹시…… 진 공자님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소운? 훌륭한 학관생이라 생각하는 것이야.”

“음…… 좋다 싫다로 이야기하면요……?”

“흐음? 왜 자꾸 이상한 질문을 하는 것이야.”

남궁선화가 볼을 부풀린 당서희 앞으로 당과를 내밀자 당서희가 말을 이었다.

“……

굳이 따지자면 좋응 것이야. 오물오물…… 협객 활동도 항께하고 나한테 매벙 당가도 사주는 것이야.”

어느새 당과를 하나 더 입으로 가져가던 당서희가 잠시 남궁선화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배님은 표정이 왜 그런 것이야? 원수라도 생각난 것이야? 말만 하란 것이야. 내가 때려주면 되는 것이야.”

“아뇨. 뭔가 제가 착각한 것 같아서요. 여자관계가 깔끔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요? 호호…….”

남궁선화의 가슴 속에 꺼져가던 불꽃이 다시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응?’쎄한 기분에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는 벽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뭐지?’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품행이 방정하고 단정한 나지만, 누군가의 앞에서 크게 실수했다는 생각에 후한이 두렵고 뒤통수가 시렵고 막 그럴 때.

“진소운 학관생, 무슨 문제 있나?”

묵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겠지.

“별일 아닙니다.”

“계속하지.”

조사에 도움을 달라는 이야기에 오긴 했는데, 아무리 봐도 이게 그냥 묵림을 조사하기 위한 의도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 커다란 곰이 나타나서 어떻게 했다고?”

“곰이 아니라 신령입니다. 만년토…….”

“그러니까 그게 곰인 거잖아.”

그게 아니라면 천목각의 조사에 왜 적룡각의 대당주인 장보극이 참여하는가.

“곰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하아, 아닙니다.”

“으잉? 너 지금 한숨 쉬었냐?!”

“장 대당주, 말 좀 그만 끊지. 그 발도 좀 내리고. 지금은 보고를 듣는 시간 아닌가.”

그리고 그 옆에서 장보극 대당주를 타박하는 건 청룡각의 황서율 대당주였다.

그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백호각, 흑무각, 황봉각, 적봉각까지.

당장은 각 부대의 대표라 할 순 없었지만, 미래의 무각을 이끌며 영웅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 참석해 있었다.‘이들을 이렇게 다 모아놓기도 쉽지 않을 텐데…….’참고로 내가 지원하려 준비 중인 백랑각에선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애당초 외인부대로 취급되는 현 백랑각의 위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나로선 아쉬움이 가득했다.

어쨌든 미래의 상관 앞에서 잘 보일 기회를 놓친 거나 마찬가지니까.

더구나 발표를 듣는 청자들의 태도도 불량스럽기 그지없었고.

“미안하네, 진소운 학관생. 다들 사천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긴장이 풀린 상태라네.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게.”

그나마 번듯한 태도를 갖춘 황서율이 위안을 주고 있었다.

탁자 위에 올려놓은 발을 여전히 내려놓지 않은 장보극이 투박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말했다.

“애당초 왜 마경으로 들어간 거야? 괜히 거기에 들어가서 신령을 만난 거 아냐.”

어차피 나랑 상관없는 인간들이다.

이들이 어떤 태도로 듣건 어떤 생각을 하건, 나랑 하등 상관이 없다.

“그냥 빨리 입구로 튀어나왔으면 되는 거였는데, 왜 괜히 머리를 굴리긴 굴려.”

그래 분명 상관없는데…….

시벌 듣고 있기 여간 불편한 게 아니고만?

“왜 대답을 못 하나? 뭐 켕기는 게 있나?”

“자네! 이제 그만…….”

“만약 적룡각이 저희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적룡각의 인원들은 다 뒈졌겠군요.”

“……!?”

“……??”

아차, 저질러 버렸다.

장보극을 말리던 황서율도 어쩐지 불쾌한 기색을 내보인다.

다른 각의 인원들도 마찬가지고.

하, 이제 와서 수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내질렀다.

어차피 내 상관이 될 사람들도 아니잖아.

“아까 제대로 못 들으셨습니까? 천라지망을 펼쳤습니다. 더구나 살기 외에 또 다른 요사스런 기운이 학관생들의 정심을 크게 뒤흔들고 있었고요. 빤히 어디로 나갈지 알고 진을 친 적진을 향해 달려간다라…….”

나는 장보극을 바라보며 피식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차라리 부하들에게 돌을 메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라고 하시지 그러십니까.”

장보극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발을 내린 그는 이내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쾅!

준비된 찻잔들이 엎어지고 쓰러지는 와중에, 길다란 탁자가 쩍 하고 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산산이 부서진다.

확실히 당주급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다.

살기를 내뿜는 것도 아니건만 온몸에서 뻗어오는 기운이 절로 숨을 막히게 만든다.

“지금…… 뭐라 했느냐?”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그땐 진짜 손쓸 수가 없게 된다는 걸 너무 잘 안다.

장보극은 면피하기 위해 핑계 대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정확하게 말씀드리죠. 만약 그곳에 장보극 대당주님과 적룡각이 있었다면…….”

차라리 부서질지언정 정면으로 들이받는 놈을 더 높게 쳐주는 인간이, 바로 장보극이다.

나는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겁니다.”

솨아아

-순식간에 얼어붙는 공기.

“내가…… 누군지 알고 있으면서 감히 그따위 말을 해?”

하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뭐,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난 언제나 맞는 말만 하거든. 그게 가끔 처맞는 말로 받아들여져서 문제지.

빠드득.

이어 의자 손잡이를 가루로 만들어 버린 장보극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적룡각이 그렇게 우습더냐?!”

“그럼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적룡각은 사도와 요도, 마도의 대응책으로 무얼 가지고 있으십니까?”

그런 삿된 것들은…….”

난 그의 말을 끊었다.

“깊은 심상수련으로 이겨내겠다…… 뭐 그런 건 아니시겠죠? 설마 적룡각이 그럴 리가 없겠죠.”

장보극이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흐음…… 맞나 보군요.”

“적룡각의 인원들이 제령구를 다 팔아먹은 덕분에 사천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들었습니다. 그땐 심상수련이 미진했던 건가요?”

이내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기세를 숨기지 않았고.

“그들도 막지 못했으면서 묵림의 존재들을 어떻게 막는다는 겁니…….”

“이 자식이!!!”

결국 폭발했다.

그가 있는 힘껏 권경을 날렸다.

퍽!

아슬아슬하게 귀밑을 스쳐간 권경이 내 목에 작게 상처를 내고 벽면에 깊은 권흔을 남겼다.

“허…… 저걸 안 피해?”

“배포가 대단한데?”

“어지간한 흑도보다 깡이 좋다더니…….”

여기저기서 감탄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인간은 없는 것 같았지만.‘시, 시발…… 진짜 날릴 줄이야.’그냥 위협이나 가하고 말 거라 생각했는데, 장보극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친놈이었다.

어쨌든 당황한 티를 내지 않는 것이 더 당당해 보였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서 있었다.

그러자 정작 권경을 날린 장보극이 뭔가 뻘쭘한 표정이 되었다.

“이, 이 빌어먹을 놈이…….”

장보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황서율이 진지한 음성으로 읊조렸다.

“그만하지. 장보극.”

평이하기 그지없는 음성이었지만 어쩐지 장보극이 움찔거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황을 정리한 황서율이 내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진소운 학관생. 여기 모인 사람들을 대표해 사과하겠네. 혹시나 놀랐다면 약속을 다시 잡아도 되네.”

“전 괜찮습니다.”

“고맙군. 그럼 계속해 주겠나?”

권경에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이후에 듣는 이들의 태도가 여실히 달라졌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분노에 젖어들다가 감탄하다가 놀람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엔 다시금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생각에 잠겨 있던 황서율이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뱉었다“놀랍군.”

뭐야, 반응이 이게 다야?

박수까지 바란 건 아니지만, 충분히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인정해 줄 만도 한데…….

반응이 어쩐지 뜨뜻미지근하다.

“이게 과연 학관생이 고안해 내고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작전인가?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황서율의 물음에 다른 이들이 하나둘 돌아가며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저런 임기응변은 당주급에서도 쉬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

“내 얼굴에 침 뱉기지만…… 우리 애들이었다면 다 죽었을걸.”

“솔직히 반만 진실이라 해도 잘 믿기지 않는 작전이야.”

“총군사께서 말씀하셨을 땐 반신반의했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제 알겠군.”

마지막으로 황서율이 장보극을 바라봤다.

입을 꾸욱 다물고 있던 장보극은 황서율의 시선에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꽤, 꽤나 쓸 만한 건 인정하지.”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애당초 천목각으로 부른 이유는 묵림에서 마주한 적들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대체 무각의 실세들이 천목각 인원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뭐지?

“혹 질문이 더 있으십니까?”

혹여나 무각들이 곧장 묵림에 투입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질문을 받아보았…….

“그래, 자네가 원하는 일(一) 지망은 어디인가?”

“네?”

여기서 갑자기 진로 문제가 왜 나와……?

뭐, 물어보니 답은 해줘야겠지.

“백랑각을 생각하고 있습니…….”

“으응? 백랑각? 용봉지회가 아니라?”

“강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용봉지회 활동을 하는 것보단 빨리 일선에 적응해서 대응책을 준비하는 편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허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왜 굳이 백랑각인가?”

이후에도 묵림의 일과는 하등 상관없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네, 혹시 특작부대에는 관심이 있는가?”

“무공 실력이 뛰어나다 들었는데, 그 외에 또 다른 특기도 있는가?”

“들어보니 꼭 백랑각을 가고 싶어서는 아닌 것 같은데…… 혹 원하는 다른 곳이 또 있나? 뭐, 이를테면 적봉각이라거나, 크흠.”

“자네 술 좋아하나?”

종국엔 술 좋아하냐는 어이없는 질문까지 나오고, 난 그 어이없는 질문을 한 사람을 바라봤다.

장보극이 슬쩍 내 눈길을 피한다.

“이, 이게 얼마나 중요한 질문인데!”

당최 뭘 하려고 모인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짜 이 사람들 바쁘지도 않…….

“그래서…… 주량은 얼마나 되나?”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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