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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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범람하는 파도(3)>만통부의 응접실은 대저 무림맹의 총군사가 사용할 일이 없는 곳이다.

애당초 총군사가 직접 맞이해야 할 정도의 인사라면 당금 무림맹주가 맹주전에서 맞이하는 게 마땅하고.

총군사가 맞이할 인사가 아니라면 예하 당주나 만통부장 정도가 직접 응대하니까.

총군사가 굳이 응접실을 쓴다면, 그건 장로원의 인원들이나 각 문파들의 주요 인사들을 맞이할 때 정도나 될 텐데.

쓸데없는 정치질을 하겠다며 작당모의를 하는 것을 세상 가장 혐오하는 제갈소명으로서는, 만남의 시간을 짧게 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업무실에서 만나지 굳이 응접실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어려운 요건들을 모두 뚫어낸 상대를 보며 제갈소명은 작게 놀라고 있었다.‘사흑련 총군사라…….’처음 사흑련이 구성될 때 ‘과연 누가 총군사 역을 맡을까’라는 것이 제갈소명과 만통부의 가장 큰 의문이었다.

혈뇌나 냉혈노사, 잠마 등이 총군사의 역할을 하기에 실력이나 경험이 충분하나, 그들은 제갈소명 대의 인물들로 새로운 련주인 차석두보다 연배가 높아 련주를 보좌할 총군사로선 어울리지 않았다.

광서생이나 귀송자, 천통살인 등이 적당한 나이와 경륜을 갖췄으나, 이들은 광증이 심하여 사흑련을 내부에서부터 좀먹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마애혈불이나 적록서생, 천면천군 등이 될 거라 예측했지만…….

“사흑련 총군사 담악입니다.”

그 모든 예측을 빗나가며 결국 담악이라는 서생이 총군사 자리에 앉았다.‘정말 보고서대로 젊군.’출신 성분은 물론이고 젊디젊은 나이까지.

눈앞의 백면서생이 거칠기 그지없는 사흑련의 총군사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흑련이 세력을 공고히 구축하는 데 최소 삼(三) 년은 걸릴 거라던 만통부의 예측을 깨고, 사흑련은 채 이(二) 년 되지 않아 흑도 무림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이 눈앞의 인물.

현 흑도 무림의 두뇌로 칭송받는 담악의 있었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더구나 실제로 보고 더욱 놀라운 점은.‘허…… 무공도 익히지 않은 건가?’강호란 어떤 곳이고 무림이란 어떤 곳이던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며 아무리 좋은 명분이나 논리도 결국 힘이나 권력에 짓눌리는 곳이다.

정의를 표방하는 백도 무림도 그러할진대 그러한 경향이 더 심한 흑도 무림에서 무공도 한 자락 익히지 않았고, 든든한 배경도 없는 담악이 어떻게 흑도 무림의 거두들을 상대해 왔는지 의문이 들었…….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담악의 목소리에 제갈소명이 정신을 바로잡았다.

“크흠, 아니오.”

제갈소명이 비례를 범한 것에 무슨 핑계를 대야 할까 생각하는 사이, 담악이 작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역시 백도 무림은 확실히 다르군요. 저를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 격기……? 라는 것을 먼저 시전하시곤 하던데.”

“…….”

상대에 대한 칭찬 같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여유로움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모습에 작게 감탄했다.

본디 무공을 익히지 않은 학사들은 무인들 앞에서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나를 상대로도 얼마든지 원하는 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건가…….’분명 가진 바가 빈약하기 그지없는 이었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애를 쓰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되려 틈을 보이며 얼마든지 상대가 자신의 약점을 파고들길 기다린다.

아마도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반격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려는 것일 터.

왜인지 제갈소명은 진소운이 떠올랐다.‘그놈이랑 비슷하군. 뭐, 그놈은 되려 상대가 약점을 찌르도록 유도하는 악질적인 면이 더욱 크지만.’그는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어찌 손님을 모시고 그런 결례를 저지를 수 있겠소.”

나이답지 않게 기세와 배짱이 있는 담악.

하지만 제갈소명은 상대의 의도에 끌려갈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다.

하여 먼저 수를 두기로 하였다.

이런 상대라면 되려 기선을 제압해 끌고 가는 것이 앞으로의 관계에서 더욱 편하니까.

“담 군사는 보통 손님도 아니고 앞으로 함께 도모해야 할 일이 많은 귀한 손님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제갈소명은 천천히, 그리고 나직이 덧붙였다.

“소운이 녀석이 목숨을 걸어 살려낸.”

제갈소명이 담담히 사흑련에서 벌어졌던 담악에 대한 군유현의 암살 시도, 그리고 그를 구해냈던 진소운을 되짚으며 말문을 열었다.

제갈소명의 의도를 깨달은 것인지 담악이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풀어진 듯 공기를 울렸다.

“언제 진 소협을 만나러 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핑계가 좋았지요.”

상대가 슬슬 끌려온다 생각한 제갈소명이 담악의 머리채를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를 던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번 일로 사람들은 사흑련이 무림맹에 진 빚을 갚았다 생각할 거요. 물론 총군사를 구해낸 일이 겨우 졸업식 참석으로 갈음될 건 아니긴 하지만.”

불의의 공격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담악은 그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어조도 높아지지 않았다.

“글쎄요.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아는 사람들은 ‘사천에서의 일’로 이미 무림맹이 사흑련의 도움을 한껏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사천혈사에서 사흑련이 흑도 무림을 진정시켰던 일을 꺼내자 제갈소명이 작게 침음했다.

“더구나 진소운 소협은 백도 무림 내에서 그다지 환영받는 존재도 아니라 들었습니다. 사흑련에서의 일도 ‘무림맹의 힘이 증명되었다’기보단 ‘저런 신성을 갖고 있다니, 무림맹이 운이 좋았다’라는 게 세간의 평가였지요.”

숙련된 협상가 제갈소명을 상대로, 제 머리채를 잡으려던 손을 조곤조곤한 말투로 피해낸다.

“보아하니 사흑련에서의 일이 진소운 소협에게 그리 큰 경력으로 인정되지도 않은 것 같고요.”

그러곤 되레 제갈소명의 수염을 잡아채려 한다.

제갈소명은 대꾸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아 대답했다.

“이미 진소운은 학관 대표로서 무림맹을 대표하는 촉망받는 신성이오.”

“그런 존재가 아직 어떤 직위로 갈지 배정도 되지 않았다지요?”

“그건 내부의 사정이 있어서…….”

“그렇군요. 내부의 사정.”

뭔지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담악의 태도에 제갈소명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졌다.

이대로는 남은 수염도 모두 잡힐 판국이었다.

제갈소명은 얼른 판을 뒤집었다.

“그리고…… 담 군사가 말을 꺼내서 말인데, 사천의 일을 어찌 온전히 무림맹의 이익이라 볼 수 있겠소? 전 무림이 혈교의 위협에 노출된 상태였으니, 흑도 무림 역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지 않았겠소.”

“글쎄요. 아마 사흑련이 사천의 일을 이용했다면 일(一) 년은 더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겠지요.”

사천혈사 때 사흑련이 ‘백도 무림을 공격하자’는 흑도 무림을 잠재운 건 분명 무림맹에게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사흑련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림맹의 빈틈을 이용해 득세했다면, 지금쯤 무림맹은 반파된 채 사흑련과 끝도 없는 싸움을 이어갔을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사흑련은 아직 아이 같은 수준 아니겠소. 어릴 때 난 상처는 큰 흉으로 남는 법이오.”

“사람은 고행을 겪어야 진정 어른이 되는 법이지 않겠습니까. 나이가 아무리 먹었다 한들 내실이 부실하면 진정 어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담악은 사흑련이 많은 피를 흘릴수록 더욱 공고해질 거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순간 제갈소명은 이것이 담악의 방법인가 싶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과정보단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 흑도인의 흔한 사고방식이니까.‘본래 그런 심성이었던 것인가? 아니면 흑도에서 지내며 그리 물든 것인가?’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그저 깡이 좋아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라면 담악보다 더욱 과격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흑도 무림에 많다.

그리고 빈약한 허장성세는, 결국 제 목숨의 위협 앞에서 쉬이 흔들리는 법이다.

제갈소명은 차분하게 음성을 낮췄다.

“명령을 내리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종종 착각하는 게 있소.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은 안전하리라는 확신.”

“가령 사흑련이 무림맹의 적이라면, 그들의 뛰어난 총군사가 무림학관에 방문했을 때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아니겠소.”

그러면서 은근하게 살기를 흘렸다.

심리적 압박과 기공의 압박은 신체적 반응을 일으키고, 이는 곧 마음 깊은 곳에 두려움을 각인시킨다.

제갈소명이 잠까지 줄여가며 무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담악의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아무리 심계가 뛰어나고 배짱이 대단한 이라도 자신의 목숨이 걸렸을 땐 바닥이 드러나는 법.

제갈소명은 드디어 기세를 잡았다 생각했다.

“어떻소? 사흑련은…….”

그는 담악을 얼굴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무림맹의 적이오? 친구요?”

무거운 정적이 응접실 안에 내려앉는다.

한참의 침묵이 이어진 후에야 담악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만약 제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사흑련은 진정 하나가 될 수 있겠군요.”

제갈소명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것이었다.

그렇게 말을 하곤 조용히 눈을 감는 담악.

말을 더 붙이거나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다가오는 죽음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기다릴 뿐.

되려 당황한 것은 제갈소명이었다.

담악에게선 사람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을 ‘생에 대한 집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이후의 일은 어찌 되어도 좋다는 듯 초탈한 태도는 그로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갈소명은 깨달았다.‘이거였나?’담악이 학사 출신임에도, 무공 한 자락 익히지 않았음에도.

흑도 거두들을 조종하고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그렇군…… 이것이었군.’그는 타인뿐만이 아니라 자신 또한 장기 말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편이 더 큰 이득을 주어서가 아니다.

무심(無心).

그저 그것이 옳은 것이기에 행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심계의 아득한 경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적인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학문으로 이 정도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것인가.’새삼 천하가 넓다는 것이 느껴졌다.

“미안하외다.”

결국 제갈소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농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엔 상대가 너무 진심으로 나왔다.

여기서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정중한 사과와 양보뿐이다.

흑도 거두들이 결국 담악에게 머리채를 잡힌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고개를 숙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제갈소명은 그들처럼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아주 작게 고개를 숙였다.

“농이 지나쳤소. 그대가 과연 무인을 어찌 상대하는지 알고 싶어졌달까.”

눈을 뜬 담악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 받겠습니다.”

제갈소명은 담악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했다.

이제 완전히 상대에게 수염을 잡혔으니까.

“친구가 될 수 없다 해도 적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알아 주었으면 좋겠소.”

“알고 있습니다. 지금 마교와 흑도를 사칭하여 분란을 일으키는 자들이 많다지요?”

백도 무림의 욕심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이들에게 명분을 제공하고 있었고, 제갈소명은 이 혼란 속에 사흑련까지 가세하길 원치 않았다.‘진짜 혼란이 찾아올 테니.’마교가 세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전까지 사흑련과 동맹을 이룰 순 없겠지만, 불필요한 갈등은 막아야 했다.

“최소한 사흑련과 무림맹의 원만한 관계를 보여준다면, 흑도 무림을 사칭하는 자들은 좀 줄 것이오.”

혼란을 기회로 쓰는 이들에게 최소한 사흑련은 사칭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이번엔 담악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를 위한 방문이니까요.”

결국 돌고 돌아 무림맹이 사흑련에 부탁하는 형식이 되어 버렸다.

제갈소명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패배감을 티 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한편으론 스스로조차 포기할 수 있는 인간이 과연 무엇을 요구할지 알 수 없었기에, 벌써부터 지치는 건 사치였다.

제갈소명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담악에게 물었다.

“사흑련은 무엇을 원하시오? 동북지방의 물류? 산서일대의 지배권? 노파심에 말해 두지만, 백남흑북은 아니 되오.”

최소 앞선 두 가지는 넘길 각오로 선을 그었다.

아니, 어쩌면 무림맹이 큰 걸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그들이 노리는 바에 한계를 정한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몰랐다.

여전히 담담하고 여유로운 태도의 담악.

그를 바라보는 제갈소명의 애가 타들어 갈 무렵.

담악이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원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제갈소명이 침을 꼴깍 삼켰다.

도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요구를 하려…….

“사흑련의 이름으로 진소운 학관생의 졸업을 축하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제갈소명은 자신의 귀가 잘못되었나 싶어, 귀를 씻고 오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그리고 팽팽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원하는 게 고작 축하라니.‘그래, 이건 분명…….’분명,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흉악한 심모원려가 있으리라.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무슨 의도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무림맹 총군사가 되어 손에 꼽을 만큼 골치 아픈 난제를 맞닥뜨린 제갈소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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