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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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범람하는 파도(5)>무림맹주로서 벌써 일곱 번째 졸업식에 참석하는 혁무강이었지만 감회는 늘 새로웠다.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학관생들의 표정.

그리고 그런 학관생들을 자랑스레 바라보는 가족과 친지, 사문의 어른들과 사형제들까지.

세상에 온갖 다양한 행복이 있다곤 하지만, 이처럼 특별한 행복이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행사란 드무니까.

혁무강은 졸업식마다 평소라면 잘 쓰지 않던 내공을 끌어올려 안력에 집중하곤 했다.

학관생들의 얼굴과 참관인들의 모습을 눈에 더욱 잘 담고 싶어서.

그런데.

“……

뭔가 이상하군요.”

제갈소명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작게 말을 전했다.

“다들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성적이 좋았든 좋지 않았든, 졸업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학관생들뿐 아니라 그들을 자랑스레 바라봐야 할 가족 친지들까지 다들 똥 냄새를 참고 견디는 것 마냥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앉아 있었다.

대관절 이게 무슨 일…….

“학관생들 절반 이상이 원하는 곳에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

상황을 알 것 같다는 듯 제갈소명이 소곤소곤 말을 이었다.

“한 무각에 인원이 쏠리는 바람에 탈락자들이 생겨 버렸거든요.”

혁무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관생들의 배정은 선배와 사문의 도움으로 대부분 어느 정도 원하는 곳으로 이뤄지지 않던가?

“무슨 말씀입니까? 이번 기수들은 선배나 사문에서 이끌어 주지 않은 겁…….”

제갈소명의 시선이 슬쩍 장로원으로 향했다.

혁무강도 그의 시선을 따라 장로원의 인사들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표정 또한 현재 학관생들과 참관인들처럼 썩어 있었다.

“사문에서 정해준 무각에 지원해야 할 놈들이…… 대부분 백랑각을 지원해 버렸답니다.”

“네??”

“정도회나 백도회, 12봉성을 가리지 않고 죄다 제멋대로 행동한 탓입니다.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거지요.”

아니, 학관생들이 단체로 뭘 잘못 먹은 것도 아니고…….

왜 갑자기 다른 곳도 아닌 창설 이래 기피 조직 일 순위를 놓친 적 없던 ‘그’ 백랑각에 지원을 한단 말인가?

“백랑각에 공청석유라도 나온답니까?”

“진지하게 물은 겁니다.”

제갈소명이 작게 한숨 쉬며 대답했다.

“아마 묵림에서의 일이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새로 바뀌었던 교관 놈들이 어떻게 보면 무림맹에선 녀석들의 직속 선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아…….”

하늘같이 믿고 따르던 이들에게 당하는 배신은 그 어떤 것보다 뼈아프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상처 입지 않는 자식이 없듯.

묵림에서의 일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음이 분명했다.

“천목각의 첩보로 들어온 사실인데, 각 문파와 가문들 중에 진소운을 따라 만독문에 들어간 일로 징계와 처벌을 내린 곳도 있었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맹에서는 그 일을 불문에 부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제갈소명이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입꼬리를 비틀었다.

“맹의 규범보다 사문의 규범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통탄할 일이다.

겨우겨우 살아 돌아온 아이들에게 왜 살아 돌아왔냐고 호통을 치는 격이니, 아이들이 삐뚤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허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

“그럼…… 백랑각에 배정받은 아이들의 표정이 안 좋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반항의 의미로 백랑각을 지원했다면 어찌 되었든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일 텐데.

그렇담 왜 저리 표정이 안 좋은 것인가?

제갈소명이 이번엔 즐거운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저놈들 말로는 단주를 빼앗겨서 백랑각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단주요?”

“진소운 말입니다.”

혁무강은 졸업식이 진행되는 와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제갈소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진소운은 일부러 백랑각에서 빼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백랑각주 말로는 진소운이 백랑각에 다시 받아달라 찾아오기까지 했었다는군요.”

혼란스러웠다. 진소운을 위해서 그를 백랑각에서 빼냈건만, 그 때문에 당사자를 비롯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산재하다니.

그때 제갈소명이 작게 속삭였다.

“그래도 걱정 마십시오. 맹주님께서 직접 손쓴 거라는 사실은 퍼지지 않도록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 놨…….”

그리고 그 이야기에 혁무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 총군사 그대가 시킨 것 아니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 크흠…….”

단상 위에 앉아 있던 장로원을 비롯한 맹의 주요 인원들, 사흑련에서 온 사절단 인사까지 모두 혁무강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 맹주님……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졸업식 진행을 하던 사회자마저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해하고, 혁무강이 일으킨 몸을 주춤거리는 사이.

제갈소명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중요한 행사 자리 아닙니까. 차분하게 나중에 이야기하시지요.”

시침을 뚝 떼고 앉아 있는 제갈소명의 모습에 약이 바짝 올랐지만, 혁무강 또한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학관 졸업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리였으니까.

물론 제갈소명에게 전음을 보내는 것은 잊지 않았다.

-끝나고 이야기 좀 합시다.-…….

물론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지만.#전생에 조금 일찍 무림맹에 의무복무를 왔을 때.

나는 억지로 학관 졸업식에 참석했었다.

계룡상단이 만든 조악한 현수막을 들고 참관인석에 앉아 계철영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박수를 쳐야 했다.

어찌 보면 똑같은 졸업식을 두 번째 치르는 것이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나는 더 이상 참관인석에 앉아 있지 않았고.

우리 태을문 사람들도 수백 명의 학관생들 사이에서 계철영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닌.

“늠름하군요.”

“정말…… 정말 그렇습니다.”

대표석에 앉은 나를 자랑스레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물론 다른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졸업식의 분위기 자체가 전생과 완연히 달랐다.

전체적으로 소란스럽고 부산했던 전생 때와 달리, 현생의 졸업식은 왜인지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도 원인을 따지자면 예상치 못했던 불청객 때문이리라.

학관 입구에 감히 흑도 나부랭이들이 붙인 현수막이 왜 붙어 있나 했더니.

그 원흉이 단상 위 맹주와 총군사 옆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사흑련 총군사.

담악.

본래 제갈소명이 부재한 무림맹의 군사가 되었어야 할 담악은 본래의 시간선보다 빠르게 강호에 몸을 던졌고, 무림맹이 아닌 사흑련의 총군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강호 전체에 그 악명을 떨치기 시작한 그가.

“참 좋군요.”

정적이나 마찬가지인 무림맹의 행사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졸업식에 참석한 이들의 불만이 자자할 수밖에.‘……

당최 무슨 생각인지.’대략적인 상황은 이해가 간다.

백도 무림 내에 마교와 흑도로 변복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백도와 흑도의 갈등이 가시화되자, 무림맹과 사흑련의 수뇌들 간에 협약을 맺으려는 것이겠지.

대외적으로 두 집단의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걸 내보이면서 최소한 흑도는 사칭하지 말라는 경고.‘아무리 그래도 총군사가 직접 오는 건 선 넘은 거 아닌가?’무림맹이 그랬듯 사절단 정도면 충분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있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면, 무공도 익히지 않은 문인을 데려왔다는 건 아무리 봐도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니까.

그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전음을 보내왔다.

-전, 사흑련의 호위로 온 사람입니다. 총군사께서 진 소협에게 전해 달라는 전언이 있어 이렇게 말씀을 전합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에 단상 위를 바라보니 담악이 자신의 옆에 앉은 이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었다.‘졸업식 와중에 전음이라니? 담악이 직접 온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대체 얼마나 중한 말이기에 이런 상황에서 전하는가 싶어 가슴이 답답해졌다.

담악의 이야기가 끝났는지 호위가 고개를 끄덕이곤 입술을 달싹였다.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저는 이 그늘진 곳에서 졸업식을 바라보는 입장인데, 그대는 이제 막 학관을 졸업하는 입장이군요.’라고 하십니다.

뭐지? 뭔 헛소리…….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사흑련에 사절단으로 왔을 땐 그래도 강호 활동을 좀 한 줄 알았는데. 아직 첫발도 떼지 않은 햇병아리셨습니까?’라고 하십니다.

시비 거는 건가?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담악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전음을 들은 담악은 호위에게 다시금 귀엣말을 하고.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당연히 놀리는 중입니다.’라고 하십니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어처구니가 없어 담악을 바라보니, 그가 웃음을 참는 듯 입꼬리를 실룩였다.

이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금 호위에게 귀엣말을 하는 담악.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저는 총군사이고 그대는 이제 막 강호에 첫발을 뗀 햇병아리니 말을 편하게 해도 되겠지요?’라고 하십니다.

하, 이 양반 좀 보소?

-이러려고 사흑련에서 직접 오신 겁니까?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당연하지요. 일생에 단 한 번 놀릴 수 있는 기회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직접 와야지요.’라고 하십니다.-…….

담악은 관자놀이까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감추기 힘든지 손등으로 입을 감추며 어깨를 잘게 떨었다.

저자가 정녕 전생에 제갈소명의 빈자리를 채우고 무너져 가는 무림맹의 기둥을 다시 세웠던 그자가 맞는 건가.

-참으로 할 일도 없으…….

“진소운 학관생! 뭐 하는 건가?”

전음을 날리려는 찰나, 행사를 진행하는 조교의 경고가 날아들었다.

쩝, 입술 달싹이는 것을 본 모양이다.

조교의 눈치에 나는 입을 꾸욱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꼴을 봤음이 분명한데도 담악의 전음을 계속 이어졌다.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무한 인근에 맛 좋은 술집은 어디 있습니까? 졸업도 했으니 제가 한잔 사겠습니다.’라고 하십니다.

뭐 그래도 축하할 마음은 있는 것 같으니 조금 용서해 줄까 싶었는데…….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아! 강호의 배분상 제가 그대와 겸상하기는 조금 힘든 거 아닙니까? 제가 좀 높은 자리에 있다 보니…… 죄송하군요. 괜한 이야기를 꺼내서. 하하.’라고 하십니다.

또 사람 속을 뒤집어 놓았다.

이 새…… 아니, 인간.

좋은 머리를 이딴 식으로 낭비하다니.

하! 참 나. 누가 자극받을 줄 알…….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저는 삼 층에서 먹고 그대는 일 층에서 먹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괜찮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십니다.……

씨바.

-총군사께서 말씀하시길, ‘그대와 같은 강호초출은 얻기 힘든 기회이니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겁니다'라고 하십니다.

이 인간 원래 이런 미친놈…… 아니, 인간이었나?

전생에선 분명 바윗덩이처럼 진중하고 잘 벼린 칼날처럼 날카로운 면모가 있었는데.

-총군사께서 말씀하시…….

진짜 딱 한 대만 때리고 싶어졌다.#담악 때문에 당최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 졸업식을 뒤로하고, 나는 태을문의 일행들과 식사 자리로 이동했다.

학관에서 마련한 식사 자리는 학관 식당과 대강당에서 열렸다.

곳곳에서 졸업을 축하하는 인사와 선물 전달식 등이 이어졌다.

“야! 둘째 어딨어! 화공 왔는데 얼른 데려와! 같이 그림 남기게!”

“술 마시러 가자!!!”

“저…… 난 사실 예전부터 널 마음에 두고…….”

부산한 분위기는 묘한 생동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다들 정신없이 가족을 챙기고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전생에 참관인으로 참석했던 나는 이제 졸업생으로서 그 광경을 다시금 천천히 눈에 담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사람들을 눈에 새기던 중.

“……!”

나는 인파 사이에 선 한 인물을 보고 몸이 굳었다.

전생의 기억 속에 존재했던 인물.

나에겐 끔찍한 기억의 서막이 된 존재.

“대사형? 뭐 하세요?”

옆에서 은호가 불렀지만 나는 녀석에게 꽃과 선물들을 맡기고 홀린 듯 그를 쫓아갔다.‘어떻게…… 어떻게 저자가…… 여기 있는 거지?’분명 전생과 너무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졸업식에 계철영 대신 내가 있는 건, 단지 한두 사건의 변화 때문이 아니었다.

그간 수많은 변화들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가 바뀐 것이다.

그리고 변한 내 계획에 의하면.‘……

그럴 리가 없어.’저자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되는 존재였다.

왜냐면.

“대사…… 대사형!!!”

전생에서 그는, 이미 죽은 제금학과 제갈소명을 죽였던 암살자 중 하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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