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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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범람하는 파도(7)>만통부는 거대한 대전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러 개의 책상이 가림막 없이 좌르륵 놓여 있고, 끊임없이 들어오는 서류로 가득 찬 책장이 벽면을 따라 빼곡히 들어서 있다.

가구만 놓고 보자면 일견 시원해 보이는 이 구조는 만통부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어어……?!”

“으아아악!!”

지금에 와서는 처리되지 않는 수많은 서류가 책장을 넘어 바닥에 쌓이기 시작하여 어느새 집무실을 미로(迷路)

처럼 만들어 버렸다.

만통부에서 일을 하기 위해선 이 미로 같은 구조를 헤쳐 나가야 하는데.

이는 만통부 수장인 총군사 제갈소명도 예외가 없었다.

졸졸졸.

그런데 오늘은 제갈소명이 만통부 내에서 움직일 때마다 그 뒤를 쫓는 작은 인영이 있었다.

휘익

-제갈소명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도.

어김없이 따라붙는 인영.

청록빛의 장삼을 길게 입어 더욱 몸체가 작아 보이는 그 인영은 제갈소명이 움직일 때마다 계속 그 뒤를 쫓고 있었고, 이에 슬슬 거슬리기 시작한 제갈소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굳이 나를 쫓아다닐 필요는 없다.”

그러자 작은 인영이 답했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야.”

“……

것이야?”

제갈소명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당서희는 당최 모르겠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버릇은 안다만 최소한 ‘요’ 자라도 붙여라.”

“것이야……

요?”

대체 뭐란 말인가, 저 요상한 혼종은.

제갈소명이 끄응

– 앓는 소리를 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독왕 그놈이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전혀 오냐오냐 자라지 않았던 것이야.”

찌릿.

요.”

“왜 그 밥맛없는 노인네 말투는 따라 해가지고.”

중얼거리던 제갈소명이 다시금 당서희를 쏘아 보았다.

“네가 이곳에 배정된다면 직접 지시를 내리고 일을 시킬 사람은 저기 만통부 부장 맹주원이다. 그러니 저쪽에 가서 일을 배워라.”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이야.”

“…….”

요. 이거 너무 비효율적인 것이…….”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를 꾸욱꾸욱 누르던 제갈소명은 이내 포기한 듯 당서희를 무시하고 일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경한 광경에 막 출근한 맹주원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뭔 꼬라지냐 저게.”

다른 만통부원이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지원자랍니다.”

“무슨 지원자.”

“만통부 지원자요.”

맹주원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진다.

“백수신녀가?”

“용봉지회가 활동을 끝내지 않았습니까. 이제 무림맹에 배정될 때가 되었잖아요. 만통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경험하고 싶다고 저렇게 총군사님을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백수신녀가 왜 만통부에 오는데?”

“저라고 알겠습니까?”

어깨를 으쓱이는 만통부원.

새로 들어올 신입들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하던 맹주원은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백수신녀라니.

물론 강호의 후기지수 중에 동 나이대는 물론이고 윗세대까지 통틀어도 손가락 안에 드는 인재라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력적인 측면에서 그런 이야기다.

따라오지 말라 말했네.”

“신경 쓰지 말란 것이야.”

햇병아리처럼 종종거리며 만통부 집무실을 종횡무진하는 당서희.

정치적 중립이라는 가느다란 줄 위에서 위태롭고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강호의 균형을 조절해야 하는 만통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다.

더구나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대단한 배경까지 가져, 제갈소명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지도 않는 이가 과연 만통부에서 일을 할 수 있겠냐 말이다.

“시험은…… 떨어지겠지?”

작은 가능성에 매달려 보려 했지만 옆에 선 부원이 고개를 젓는다.

“학관 때 이론 성적이 일명 다음이었습니다.”

하긴 이론과 실기의 성적이 뛰어났으니 용봉지회 활동을 했던 거겠지.

“뭐, 그래도 인원이 채워지는 관점으로 보자면 좋은 거 아닙…….”

“뭐어?”

마치 남 일 얘기하듯 막말하는 부원의 말에 맹주원이 와그작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저 상전 같은 부하를 모시고 일을 하고 싶냐?”

그래도 직위가 있는데. 하극상을 범하겠습니까?”

이 새끼는 언제부터 이렇게 극단적인 낙관주의로 변한 거지? 야근을 많이 해서 그런가?

“그래? 그럼 앞으로 네 전담은 백수신녀다.”

사표 내겠습니…….”

“미리 반려한다.”

맹주원의 단호한 말에 부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건 진짜 보통 일이 아니군요.”

“그래. 백수신녀가 신입으로 들어오면…….”

“아뇨. 그거 말고요.”

“응?”

그때, 맹주원과 부원 사이로 한 사내가 유려하게 걸어 들어왔다.

“이건 이렇게 처리하면 되는 겁니까?”

남자 목소리치곤 드물게 청아한 목소리에 맹주원의 고개가 절로 돌아갔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맹주원이 작게 감탄했다.

“요, 용소아?”

“만통부장님이시군요.”

“그, 그렇습……

지.”

용소아는 잠시 창밖의 해를 보더니 나직이 말했다.

“출근 시간은 진시(辰時)

까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간 엄수는 맹원의 기본 소양입니다. 앞으로 주의 바랍니다.”

이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작성한 서류를 두고 가버리는 용소아.

삼엄한 정적이 흐르고.

지금 쟤가 나한테 경고한 거지?”

“진짜 큰일 났군요.”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리는 맹주원을 바라보던 부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저희는 어찌 되는 겁니까?”

“어찌 되냐니? 당연히 못 오게 막아야지!”

“어떻게요. 무공으로 상대하시게요?”

“하, 이 새끼가 무공은 무슨! 학사는 서류로 싸우는 거 몰라?”

당당하게 외친 맹주원이 용소아가 작성한 문서를 집어 들었다.

티끌만 한 잘못이라도 잡으면 그를 태산같이 키울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맹주원의 특기 중 하나였으니까.

맹주원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이 몸이 그간 어떻게 정도회와 백도회, 12봉성을 상대했는지 뼈저리게 느끼…….”

하지만 문서를 읽어갈수록 맹주원의 목소리는 마치 개미 목소리만큼 작아졌다.

종국에 가서는.

“빠드득-”

이까지 갈았다. 그럼에도 부족했는지.

“시발.”

기어코 튀어나오는 욕설.

놀란 만통부원이 불안한 눈빛으로 맹주원을 쳐다보았다.

왜, 왜 그러십니까?”

“직접 봐.”

문서를 받아 든 부원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도 그럴 게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절대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으니까.

“호오, 이 정도면…… 조금만 더 배우면 진소운 수준만큼 끌어올릴 수 있겠…….”

“좋냐? 좋아?! 빌어먹을! 정작 와야 할 놈은 시험조차 안 치고. 어디서 이상한 것들만 계속 만통부에 얼쩡거리는 거야!”

상쾌하게 출근했던 맹주원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울적하게 변했다.#용소아가 당서희와 함께 움직였다.

연유가 무엇인지 끈질기게 물었지만 당연히 답하지 않았고, 그런 내 태도에도 불구하고 용소아는 불쾌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아 내 성질을 더욱 돋웠다.

물론 당서희는 이미 진정한 협객이 될 생각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기에 용소아가 막아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행여나 용소아가 계획을 방해할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그때.[나도 함께하지.]

그가 뜬금없는 말을 해왔다.

갑자기 뭐라는 거야.

잠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뭐, 그래. 내가 뭘 하는 줄 알고 함께하겠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내 일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면 용소아가 뭔 짓을 하든 내가 무슨 상관이겠나.

되려 제갈소명을 바로 곁에서 호위할 수 있는 인원이 둘로 늘어났으니까 다행이라 할 수 있겠지.

덕분에 나는 송백풍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하오문이 계속 송백풍사를 미행했고, 그들이 만난 이들의 명단도 모두 확보했다.

그러나.

“흐음…….”

특이한 점은 딱히 없었다.

눈에 띄는 인물들에 따로 미행을 붙이고 그들에 대한 보고도 계속 받았다.

하지만 그 정보를 모두 확인했음에도 이상한 점은 없었다.

때문에 나는 결국 직접 놈을 미행하기로 결심했다.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대협은 신수가 훤하십니다.”

“이게 다 무당파의 은혜 덕분이지요.”

무당파의 속가 제자 출신으로 표사 일을 했던 송백풍사는 젊은 시절 표행으로 이름을 알린 후 강서성에 표국을 차려 소위 대박을 냈다.

이후엔 무당과의 연을 두텁게 가져가며 강남 일대에 세력을 확장시키고, 무당파의 강서 지부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그런 대단한 자리에 있는 인물인 만큼 무한에서 그의 일정은 어지간한 거대 단체의 수장 뺨치게 바빴다.

촌음을 아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짧은 시간 사이사이 술을 주고받으며 일 이야기를 한다.

약속과 약속 사이마다 운기로 주기를 몰아낸 다음 빠르게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다음 약속을 이행했다.

그야말로 철두철미한 상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만나는 면면도 하나같이 대단한 인물들이 많았는데.

소림사 본산의 승려들이나 정도회의 수장들, 무림맹의 권력자들이 주 고객 대상이었다.

전생에서도 그의 실종과 관련한 이야기를 제법 들었던 이유는.

그가 실종된 뒤 무림맹 내·외에서 그를 찾는 인원들이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수십 년간 신뢰 관계를 이어오며 이권이 걸린 일을 함께하다 보니, 그의 실종은 여타 다른 문파나 상단 등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이는 곧 무림맹 내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상황이 이쯤 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과연 저걸(?) 송백풍사를 흉내 내는 인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송백풍사 자체가 오래전부터 마교가 심어놓은 간자였다고 생각해야 하는가.‘미치겠군.’전자라면 일이 쉽게 풀리겠지만, 후자라면 최악의 경우 무당파를 비롯한 많은 문파들에게 되레 보복당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고민한다고 더 나은 선택지가 생기겠는가.

결국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난 불확실한 미래를 간절한 염원 따위에 걸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가 언제부터 고민 같은 걸 했다고.”

귀식행보를 풀었다.

기감을 감추는 경계를 해제하고 그를 계속 감시했다.

그는 내 기척을 감지한 것인지 아닌지 본래 계획된 일들을 계속해 나갔다.

늦은 밤이 될 때까지 빡빡한 일정을 모두 소화한 그는 드디어 조금 긴장이 풀렸는지 여몄던 장삼의 끈을 풀고 느긋한 자세로 걸었다.

늦은 시간까지 가판을 연 상인들의 물건을 둘러보고는 몇 가지를 사는 둥, 위화감 따윈 전혀 없는 모습으로 시장을 구경했다.

그렇게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그를 쫓다 보니 어느새 그는 어둑한 골목길로 들어가 버렸고, 내가 그를 따라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누가 날 쫓나 했더니, 꽤나 유명한 사람이었군?”

그가 골목길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흑염룡 진소운.”

“놀라지도 않는 걸 보니 나를 의도적으로 따라온 게 맞는 모양이군.”

나는 뚫어지게 그의 얼굴과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거짓말하는 낌새나 인피면구의 흔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태을문 제자가 나를 쫓은 이유가 대체 무엇이지? 근래 최고의 명성을 날리고 있는 사람이 말이야.”

더구나 나에게 보이는 은은한 적대감과 무게감 있는 기백까지.

과연 이게 진짜 무당파의 속가제자가 아니라면, 누가 ‘진짜’ 백도 무인이라 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수습할 수도 없다.

지금 당장 증명해야 한다.

나는 포권을 쥐며 고개를 숙였다.

“평소 선배님의 명성을 듣고 흠모하는 마음이 생겨나 가르침을 한 수 받고자 이렇게 찾아뵀습니다.”

“허허허 흑염룡 진소운이? 일개 속가제자인 나를 말인가?”

“검 하나로 강서성의 송백표국을 만들어 낸 명성은 ‘일개’라는 말로 폄하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하하! 마음에도 없는 금칠까지. 당최 무슨 작정인지 모르겠구나.”

은은하게 이를 드러내며 적대감을 표출하는 송백풍사.

“네놈 말대로 그저 가르침을 받기 위함이라 한다 해도, 지금은 적절치 않으니 추후 정식으로 방문해라.”

태도나 어투. 무엇 하나 수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검을 뽑는다.

제갈소명이 죽는 것과 내가 무당파와 척을 지는 것.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택하는 게 맞을 테니.‘어차피 이미 무당파와 척을 지고 있기도 하고.’스르릉.

적광검이 검신을 드러내고 이어 내기를 풀어내자, 송백풍사의 얼굴에도 은은한 긴장감이 흘렀다.

“네놈 사문의 사람들이 무한에 와 있다 들었다.”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대답은 필요 없었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었으니까.

쐐애액

-소천검법이 날카롭게 찔러 들어가자 송백풍사가 허리에 두른 혁대를 풀어냈다.

촤르르르.

검날이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인지, 얇은 검신이 뱀처럼 풀려나오며 적광검을 마주했다.

무당의 근간을 이루는 오행검이 소천검법을 막아선다.

챙! 촤르르르르

-곧장 대천검법을 펼쳐 눈을 어지럽게 했지만, 송백풍사는 차분하게 오행검을 펼쳐 환검들을 흘리며 진검들을 오롯이 마주한다.

“말해 보아라. 무슨 꿍꿍이인 것이냐.”

솔직히 오행검이 완벽하게 펼쳐지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돌아갈 이유가 있을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시험해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시험?”

“제가 최근에 얻은 무공입니다.”

말과 함께 적광검의 제어를 풀었다.

끄어어어어어.

연원을 알 수 없는 비명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짐과 동시에 검면이 붉게 물들고.

여태껏 느긋했던 송백풍사 또한 흠칫 놀란 듯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오행검의 파쇄식을 펼쳤다.

챙! 촤르르르르르.

대천검법의 환검들 사이로 찔러 들어가는 파쇄식.

송백풍사도 전력을 다하는지 그의 무복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이어 손과 발이 춤을 추듯 사방으로 움직이며 적광검을 막아냈다.

촤아악.

한 차례 검이 맞부딪치고.

“후…….”

나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시바 존나 쫄았네.”

“뭐?”

“마교가 아닌 줄 알고 쫄았다고.”

무슨 소릴 하는…….”

나는 놈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더욱 비틀었다.

“개새끼야. 파쇄식을 완벽하게 막아 놓고도 아직도 송백풍사의 흉내를 내려는 거냐?”

송백풍사 아니, 오령유마 중 일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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