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39

2부 206화.

진풍경이었다.

도현이 활약했던 이전 경기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보다 더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미, 믿을 수가 없습니다! 혼자 모든 참가자들을 제압해버리다뇨! 이게 집행 길드…… 아니,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멸살의 힘이란 말입니까!

그도 그럴 게 멸살, 그는 오직 단신으로 경기에 참여한 수십 명의 유저를 제압하였다.

어중이떠중이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애당초 대형 길드 이상이 대부분인 이번 길드전 라인업을 생각하면, 어중이떠중이일 수가 없는 것은 물론.

-아아, 혈살의 시나. 최고의 암살자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어떠한 공격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곧장 제압당했습니다.

-10대 길드라도 다 같은 10대 길드가 아니다! 그리 말하고 있는 것 같죠?

-이전 경기도 그렇고, 오늘 진짜 놀라움의 연속이에요. 어디 가서 이런 걸 보겠습니까?

-전 10대 길드끼리 작정하고 붙는다는 것도 그렇고, 길드끼리 이리 격차가 클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맞습니다. 이 역대급 매치를 직관하고 있는 여러분은 그야말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지요.

이번 경기엔 같은 10대 길드이자 가장 찍혀선 안 되는 암살자들의 집단.

혈살(血殺)이 있었으니까.

“멸살! 멸살! 멸살! 멸살!”

“와아아아아아!!!”

“미쳤다!!!”

“오빠!!! 너무 멋있어요!!”

“한 발짝도 안 움직인 거 실화냐. 간지 미쳤다 진짜. 크~”

그런 곳을 마스터인 시나만이 아닌, 간부 전체를 단신으로 찍어눌렀다.

더 나아가 다른 참가자들까지 모두 처리한 상황.

이 모든 게 아재와 대화하던 그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체감상 5분은커녕 3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경기가 끝났다니 황당할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저 새끼, 왜 나 보는 거 같지?’

기분 탓일까?

화면 속 멸살은 카메라를 똑바로 마주하고 있는 탓에 눈을 마주치는 기분이었는데, 그게 왜인지 이리 말하는 듯 느껴졌다.

다음은 너라고.

왠지 하지도 않은 내기에서 진 기분에 호승심이 끓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궁금증이 일었다.

‘시나라면 그때 그 암살자인가. 은신 때문에 까다로웠을 텐데.’

그녀의 은신은 특별하다.

진리의 눈이 아니고서야 절대 간파할 수 없는 것부터 해서, 은신이 풀리지 않는 기습은 그야말로 암살의 정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

보스를 상대로 할 때보다 유저를 상대로 한 PVP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할 수 있다.

‘당장 나만 해도 진리의 눈이 아니었으면 당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당시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다르다만,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일 터.

소문에 의하면 NPC를 포함해서도 역사상 최고의 암살자로 취급받기 시작했다는 말이 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녀를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제압했다?

‘멸살이 그 정도였나?’

무슨 마술을 부린 건지 궁금하다 못해 답답해질 즈음.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놓치신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KSB에서 슬로 모션이 탑재된 녹화 영상을 따로 찍어두었다고 합니다. 같이 한 번 보시죠!

때마침 들려온 단비 같은 소식에 채팅창이 크게 들썩였다.

-키야~ 감다살.

-방송사들 오늘 열일하누.

-진짜 역대급 규모긴 한가 보다. 쟤네 일 저리 빠릿빠릿하게 할 줄 아는 놈들이었냐?

-오늘 3대 방송사 이름값 지대로네 ㅋㅋㅋㅋ

-지들끼리 경쟁 붙어서 서로 보내려 하는 게 웃음 벨임.

-ㄹㅇ 다른 방송사 스태프들 미련 가득한 표정 보임? 뭐 저리 이 악물고 보내려 하냐. 길드끼리 싸운다고 지들끼리도 싸우고 있네.

-자존심 대결 못 참긴 해 ㅋㅋㅋ

-아, 오늘 방송 꿀잼이네. 친구 야근이라 못 본다는데 불쌍해서 우짜누.

-와, ㄹㅇ 인생 반절 손해 봤다 그건.

도파민의 연속에 관객과 채팅창 할 것 없이 높은 텐션으로 술렁였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도현은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거의 노려보다시피 뚫어져라 보고 있어서일까.

아스트도 더 말을 걸지 않고 화면에 집중했고, 무수한 관심 속에서 되감기 영상이 재생되었다.

[2]

[1]

[경기가 시작됩니다.]

-아, 이제 막 시작되었을 시점이네요. 집중해서 보시죠.

워낙 순식간에 끝났기 때문일까.

되감기 영상임에도 MC는 부연 설명 없이 영상에 집중했고, 관객들도 숨죽여 바라보았다.

화면 속 멸살은 좀 전과 같이 중앙에 단신으로 서 있었다.

길드원들의 도움 따위 필요 없다는 듯.

땅에 꽂은 대검을 잡으며 고고하게 선 그는, 담담한 시선으로 적들을 눈에 담을 따름이었고.

“……!”

“!!”

들리지는 않지만, 그런 그를 보고 뭐라 뭐라 말하는 혈살의 길드원들.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걸 보면 좋은 말이 오간 건 아닌 듯했다.

그 순간, 멸살이 입을 열었다.

그를 중심으로 찍어서일까? 신기하게도 그의 말만큼은 작지만 또렷하게 들렸다.

“미안하군. 재미있는 걸 봐서 말이야.”

“?”

“그러니, 보답을 해줄 생각이다.”

담담하게 내뱉은 그의 입가에 지어진 건 분명한 미소였다.

마치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냉혈인이 저러할까.

미세하지만 은은하게 드러난 미소가 화면을 통해 크게 확대되어 보여졌다.

“헐, 멸살 웃은 거야?”

“와, 진짜 존X 잘생기긴 했다……. 저 외모인데 저 실력에 저런 재력이라고? 인생 존X 불공평하네.”

“꺅. 멸살 웃은 거 처음 보는데 설렌다.”

그에 숨죽이고 보던 관객석이 다른 의미로 숨을 크게 삼키며 술렁였다.

심지어는 대기실에서 보던 참가자들마저 비슷한 반응이었다.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멸살의 새로운 모습에 여간 충격이었던 모양.

하나 단 한 사람.

“…….”

도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았고.

스으.

도현은 볼 수 있었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얼굴로 변한 시나의 신형이 사라지며 절대 은신이 발동된 순간.

처음으로 땅에 꽂은 대검에서 손을 뗀 멸살의 입 모양이 그려낸 단어를.

‘잘 봐라.’

소리 내 말하진 않았으나, 집중해서 보고 있던 도현의 눈에는 분명하게 들렸다.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과 같은 세상 속.

도현은 이후 펼쳐진 모든 광경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순식간에 모든 게 끝이 났다.

관중석에 침묵이 감돌았다.

슬로 모션을 통해 세세하게 드러난 과정을 보면서도,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건…… 너무도 압도적인 광경이었으니까.

서걱-

단 한 번의 휘두름.

하나 그것이 일으킨 여파는 가히 재해에 가까웠다.

공간 그 자체를 잘라낸 듯한 검격은 눈앞의 모든 것을 반으로 갈랐고, 그건 은신하고 있던 시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검로에 닿은 순간.

마치 반투명한 막이 잘리듯 은신이 벗겨진 시나의 두 눈이 경악으로 가득했고.

촤아아-!

그게 시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동시에 혈살 길드의 마지막이기도 했다.

——!!!

커헉!

……!?

모든 것을 갈라낸 단 한 번의 휘두름이 시나를 넘어 그 뒤의 간부들…….

아니, 경기장에 서 있던 모든 참가자들을 처단하였으니까.

그야말로 멸살(滅殺).

“세상에.”

“이런 미친…….”

“와, 저 정도였다고?”

“닉값 미쳤는데.”

“저게 같은 사람 맞냐? 혼자 다른 게임 하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져갔지만, 도현은 입을 다물었다.

다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불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되감기가 끝나자 비친 화면 너머.

멸살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웅성거리던 관객석에서 큰 환호가 터져 나왔고, 도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허.”

마치 자신에게 잘 보았냐는 듯 묻는 것 같이 보이는 건 그저 착각이 아니리라.

‘재미있네.’

그래.

네놈 말대로 참 좋은 보답이었다.

덕분에 철쇄천겁의 성능을 확인하고 다소 풀렸던 긴장감과 고양감이 끓어오르고 있었으니까.

“허. 멸살, 저놈. 괴물이 되어 돌아왔네. 너도 그렇고 쟤도 그렇고 원래도 강한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더 강해져서 오는 거야?”

이것도 재능인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아재의 말에 도현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숨겨뒀단 말이지.’

강해진 게 아니다.

저건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도 아니거니와, 그런 느낌도 아니니까.

기존의 것에서 업그레이드되거나 막혀있던 혈이 뚫린 느낌이 아닌…….

‘힘을 숨기고 있었어.’

……감춰왔던 것을 해방한 듯한 카타르시스.

확신할 수 있다.

멸살, 저놈이 라그 베헤모스를 잡을 때 보여준 모습이 전력이 아니었음을.

‘내 수준을 파악하고 싶던 건가.’

만약 자신이 당시 제대로 활약하지 않았다면, 놈은 결국 전력을 드러냈겠지.

그리 생각하지 저놈도 정상은 아니긴 했다.

그런 대규모 레이드의 순위마저 내줄 각오로 자신의 전력을 파악했다는 소리 아닌가.

마치 그깟 보상 따위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

‘꼭 드래곤의 유희라도 되는 거 같네.’

오만하기 짝이 없다.

더 기가 차는 건 지금의 멸살에겐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그 어떤 랭커에게서 보았던 것보다도 충격적이긴 했으니까.

심지어는 꾸꾸에게 느낀 것보다도.

“키야!! 이거제!!!! 카이저 컷! 컷! 컷!!! 어딜 누구한테 비벼? 멸살이 최고다 이 말이야~”

“응, 신생 10대 길드 마스터? 우리 멸살 느님은 찐또배기 기존 10대 길드 마스터도 순삭 내버린다 이거야~”

“응, 심지어 일대일도 아니야~ 우리 형은 그냥 일대삼십으로 무쌍 찍어~ 기습해도 안 통하쥬? 역으로 썰어버리쥬?”

“멸살보다 카이저가 위라는 카퀴들 있냐? 어디, 이거 보고도 그렇게 지껄여보시지! 하하하!”

가뜩이나 멸살과 카이저의 대립구도가 커뮤나 뉴튜브에서 유명하던 차다.

그 와중에 이번에 멸살과 마주쳤을 때 도현이 제대로 도발한 것 때문인지, 관객석에서 자신을 엮어 조롱하는 외침이 섞여 들려왔다.

그 모든 것을 멸살은 그저 지켜보았다.

여전히 카메라에 두 눈을 고정한 채로.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에 화답하듯 도현 또한 대기실 화면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래.’

그리곤 작게 중얼거렸다.

‘누가 진짜 1위인지 겨뤄보자고.’

이번에야말로 승부를 낼 때였다.

* * *

그리고 그 시각.

‘저편의 어둠’ 너머.

-때가 되었다.

한 존재가 붉은 눈을 빛내며 낮게 선언했다.

-기나긴 기다림을 끝내고, ‘그것’을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가져올 때가.

……그들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리 말을 끝맺은 붉은 눈이 서서히 멀어지며 어둠 너머로 사라졌고, 그 명을 받은 수많은 존재감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어둠에 가려 실루엣조차 보이지 않으나 저들을 본 자가 있다면 모두 그리 말할 것이다.

그 존재감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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