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08화.
콰아아아아아앙!!!!
-미친…….
-무대 터진 거 아니냐?
-소리 뭔데 ㄷㄷ
-아니, 천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님? 저 멧돼지랑 빠꾸 없이 들이박아버리네.
폭탄 터진 듯한 굉음에 공식 방송의 채팅창이 끊임없이 올라갔다.
설마 시작부터 저렇게 빠꾸 없이 들이박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아스트가 누구인가?
갓오세에서 최강의 힘캐를 꼽으면 늘 한 손가락도 아니고, 1위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천마는 속도캐 아니었음? 힘캐랑 저렇게 박차기 하는 건 에반데.
-속도캐라기엔 고루고루 다 세긴 함. 그보다는 좀 약자멸시형에 가깝다 해야 하나. 양학은 진짜 멸살보다 더 잘할걸?
-ㄹㅇ 천마네.
-아니,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충격파 땜에 화면 가려서 안 보여.
-그래도 천지아인데 무슨 생각이 있겠지. 천마 전투 센스 진짜 고트긴 하잖아.
그런 남자랑 힘 대결을 한다니.
경악스러운 걸 넘어 판단 미스가 아닌가 싶은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시야가 걷히고, 화면에 상황이 드러난 순간.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은 미친 듯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아, 이게 뭡니까!!! 천마 선수 그 아스트 선수와 격돌하고도 멀쩡합니다. 아니, 오히려 압도했어요!! 아스트 선수, 지금 무척 당혹스러워 보이죠.]
[아니, 저희도 그래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죠?]
한 방에 나가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생각했건만.
오히려 그 듬직했던 아스트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그를 천마는 고고하게 내려다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아, 바로 되감기 영상 재생되네요. 함께 봐보시…… 에엥?]
[이게 뭐죠? 봐도 모르겠는데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서로 달려들어 부딪히고, 아스트 선수가 쓰러졌어요. 예. 저희가 본 그대로입니다. 이게 뭐죠? 심지어 철퇴와 주먹이에요.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가상현실’인 만큼 철퇴의 무게와 위력이 더 강할 수밖에 없거든요.]
[허어, 천마가 이 정도로 힘이 셌던가요?]
이젠 기본이 되어버린 되감기 영상을 봐도 숨겨진 수는 없었다.
그저 격돌했고, 아스트가 밀렸다.
그뿐이었다.
-뭐임?
-ㄹㅇ 이게 말이 되나?
-갓오세 최강 힘캐 바뀌는 거임?
-갓오세 최강 힘캐와 속도캐 두 자리를 석권한 인물이 있다?
-ㄷㄷ
-약자멸시형 양학 원탑? ㄴㄴ 그저 모두가 나약하게 보였을 뿐인…….
-근데 아스트 자빠지긴 했어도 딱히 피해는 안 입은 거 같은데. 생명력도 그렇고 뭐 흠집도 안 났음.
-이제부터 아스트좌는 힘캐가 아닌 맷집캐임을 선언합니다.
-ㄹㅇ 샌드백이 맞았던 것임.
-??? : 그저 샌드백을 샌드백이라 불렀을 뿐.
그 놀라운 결과에 모두가 경악했지만, 사실 여기서 가장 경악한 건 다름 아닌 아스트 본인이었다.
“어서 일어나지 않고 뭐하느냐, 샌드백.”
“허.”
이 와중에도 깨알같이 성질을 살살 긁는 천마를 올려다보며, 아스트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저 녀석과 상대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간 수없이 부딪혀왔지만, 이런 양상은 처음이었다.
녀석이 괜히 피X츄고 자신이 괜히 샌드백이었겠는가?
‘이런 건 처음인데.’
늘 힘으로 압도하려는 자신을 빠른 속도로 회피하며 공격하는 녀석.
그 공격을 뛰어난 방어력으로 견디며 기회를 잡는 자신.
어떻게든 한 방만 노리는 자와 한 대도 안 맞으며 속도로 압도하는 자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녀석과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스읍, 이건 뭐에 당한 지도 모르겠네. 못 본 새 뭘 배워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너만 준비해온 게 아니라서 말이야. 그게 끝이면 달라질 건 없을 거 같은데?”
겨우 저 정도로는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니까.
그에 천지아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하여튼 튼튼한 거 하나는 알아줘야겠구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그녀지만, 내심 놀란 상태였다.
[10성의 천마신권(天魔神拳)을 사용합니다.]
[천마신공(天魔神功)이 극성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천마신공(天魔神功)의 모든 기술이 진정한 형태를 되찾아 변화하며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천마신권(天魔神拳)에 패왕의 기운이 깃듭니다.]
천마신공이 10성에 도달하면서 본능적으로 확신했었다.
이젠 샌드백이 더 이상 샌드백이 될 수 없다고.
이 경지에 도달한 이상 자신의 애착 샌드백은 이전처럼 버티지 못하고 찢겨나갈 테니까.
그만큼 극성에 도달하여 진정한 형태를 갖춘 천마신공은 사기적이었다.
다른 신화신의 파생능력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천마신권(天魔神拳) 제 1초식 – 권(拳)을 사용합니다.]
[극성에 도달하여 제 1초식이 ‘패왕(霸王)의 권(拳)’으로 적용됩니다.]
권.
단순히 주먹을 내지르는 것뿐인 초식.
신권의 기본이 되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지만, 그렇기에 천마신권의 초식 중 가장 약했던 초식.
콰아아아아앙!!
비유하자면 딱총에 불과했던 그것이 지금은 대포알이 되어 돌아왔다.
그 위력은 필드 보스의 몸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버릴 정도.
긴 쿨타임이 생긴 걸 감안해도 정신 나간 위력이었다.
‘멍청한 것. 피했어야지.’
자신의 샌드백이라면 분명 화끈하게 들이박을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 기운을 느끼고도 피하지 않을 줄이야.
주먹이 닿은 느낌이 확실했으니, 놈이 아무리 튼튼해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진데…….
[패왕의 기운에 깃든 농도 짙은 투력을 확인합니다.]
[투기와 마나로 이루어졌음이 확인됩니다.]
[갑옷에 깃든 ‘반악(叛惡)의 돌’과 천상의 미스릴, ‘천광은정(天光銀晶)’의 기운이 피해의 70%를 흡수합니다.]
‘허.’
저 특이한 갑옷은 갓오세에서 단 한 번도 소재로 삼은 적 없던 유일 물질로 만든 갑옷이었다.
마나를 빨아들이는 금속 미스릴.
그리고 내공이라 볼 수 있는 투기에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반악(叛惡)의 돌.
‘저런 걸 가지고 있었구나.’
모든 스킬은 마나라는 자원을 소모하여 발동한다.
무공의 형태를 띄고 있는 천마신공 또한 스킬인 이상 그건 마찬가지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녀는 천마이다 보니 ‘내공’이라는 특수 자원을 함께 다룬다는 것인데, 반악의 돌과 미스릴이 함께하니 꿈쩍도 안 했다.
밸런스 상 한계가 있겠지만, PVP 기준 이론상 최강의 탱커가 탄생한 것.
‘비교적 평범한 미스릴 조각 하나도 부르는 게 값으로 알고 있는데…… 하여튼 재력 하나는 알아줘야겠구나.’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강해졌지만, 결국 싸움 구도는 이전과 똑같은 셈.
딸깍 한 번에 정상화 된 게 허탈할 법도 하나…… 왜일까.
“들어와. 아직 못 보여준 게 한참이니까.”
씨익, 웃으며 자신의 갑옷을 텅텅 치는 아스트를 보는 그녀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래, 그래야 내 샌드백이지 않겠느냐.”
저 사내는 여전히 자신만의 샌드백이었다.
* * *
쾅! 콰아앙!
콰아아아앙–!!
“미친…….”
“이게 유저들 싸움에서 날 소리가 맞아?”
“뭔 대포알 터지는 소리가 나냐.”
“어으, 저 주먹에 맞으면 몸 터져도 안 이상할 거 같은데.”
관중석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이 반응하는지 들썩거리는 이도 있었고, ‘어, 으, 으익’하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호들갑을 떠는 이도 있었지만.
“어우…….”
그들을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비슷한 심정으로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휘릭, 콰앙!
천마가 주먹을 앞으로 뻗다 말고, 궤도를 바꿔 훅으로 전환한다.
정확히 관자놀이를 노리고 사각에서 들어오는 타격.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예술적인 실력.
아니나 다를까, 눈치도 못 채고 몸을 들이미는 아스트였으나…….
콰아앙!
급소에 천마신공의 극성에 이른 자의 주먹이 꽂히고도, 끄떡도 없다는 듯 우직하게 돌진해온다.
터프하다 못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전술에 그녀가 혀를 찼다.
“쯧. 튼튼한 멧돼지가 따로 없구나.”
“모기가 문다고 피할 놈이 어딨겠냐. 죽일 생각부터 하지.”
“그리 굼뜬 공격을 누가 맞아주겠느냐. 서서히 말라죽거라, 샌드백.”
“어, 걸리기만 해봐라. 바로 원킬 내줄게.”
티격태격하면서 수없이 뻗는 주먹을 피하지 않고 들이박는 아스트.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를 사용합니다.]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보법을 구사합니다.]
[천마신공의 극성에 도달하여 진정한 형태의 보법을 발현합니다.]
[보법 시전 중 방향과 속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느릿하다가도 순간이동을 한 듯 재빠르며, 뒤로 가다가도 오른쪽 사각으로 빠지다가 다시 뒤로 빠지는 발재간.
신기루를 형상화한 듯한 유려한 보법으로 그런 아스트를 농락하는 그녀.
모든 주먹을 꽂아 넣는 모습은 가히 예술의 경지였지만,
후우우웅-!!
아스트는 굳이 저 발재간을 따라잡을 필요가 없었다.
시야에서 안 보인다 싶으면 그저 전봇대만 한 철퇴를 휘두르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시그니처 특성 ‘스매쉬’가 발동됩니다.]
[공기를 타격하여 공격력에 비례한 광역 피해를 입힙니다.]
콰아아아아아–!!!
그저 휘두르기 한 번이면 등 뒤를 제외한 모든 범위를 커버하는 광역 범위의 풍압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딸깍의 정수.
-키야, 우리 딸깍햄…… 전투법 진짜 시원시원하다.
-멀어져? 응, 스매쉬~ 가까워? 응, 돌진~ 공격? 응, 안 아파~ 그냥 맞으면서 개돌~
-ㄹㅇ 걍 전술이고 뭐고 체급으로 싸우네.
-걍 코뿔소 아니냐? ㅋㅋㅋ 단순한데 개무섭네.
-아재들의 희망! 빛스트! 아저씨의 힘을 보여줘라! 너한테 다 걸었다!
덕분에 시원시원함과 예술의 경지에 이른 보법과 권술을 한 번에 보게 된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인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아, 괜히 애칭이 샌드백이 아니라고 ㅋㅋㅋㅋ
-응? 애칭? 둘이 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