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10화.
뭐라 해야 할까.
“…….”
“와…….”
“미친…….”
우주를 담은 듯 광활하기까지 한 저 임펙트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감히 대적할 수 없을 거란 확신이 드는 위엄.
무대만큼 커다란 이펙트가 철퇴 근처로 퍼져있음에도, 전혀 퍼져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저것이 한없이 압축되고 또 압축돼서 생긴 결과물이라는 걸 이곳 모두가 본능적으로 알 정도로 선명한 밀도.
“언제 봐도 무식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구나.”
“네가 그랬었지? 난 공격할 때가 제일 허점이 크다고. 한 방에 죽이기 전에 죽기 십상이라고 말이야.”
그리 말하며 철퇴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하늘을 부술 기세로 모인 임펙트는 마치 신화 속 한 장면을 재현한 듯 보였다.
그것을 재현한 장본인인 아스트가 씨익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러면 어쩔래? 이것도 한 번 카운터 쳐봐라, 인마. 할 수 있으면.”
그리 말하는 와중에도 아스트의 철퇴에 깃든 이펙트는 그칠 줄 모르고 커져갔다.
앞으로 몇 초면 저 무지막지한 게 경기장으로 떨어지겠지.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없겠구나.’
그렇다고 아스트를 때려봐야, 어차피 시전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죽이는 건 힘들다.
아니, 불가능이라 봐야 했다.
차라리 맞불을 놓는 건?
그보다 화려한 자살행위는 없으리라. 하지만 천마는 느긋이 자세를 잡았다.
“어? 저기 봐.”
“천마가 뭘 하려 하는 거 같은데?”
“아니, 저걸 앞에 두고 저렇게 여유롭다고?”
“뭔가 숨겨둔 한 수가 있나?”
“하긴 천마신공 극성 찍었는데 뭔가 있을 법도 해.”
느긋하다 못해 여유롭게까지 느껴지는 자세.
그러면서도 더없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투기와 살기가 붉게 일렁이며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마신공(天魔神功)의 마지막 초식을 시전합니다.]
[유일한 천마의 자격이 확인됩니다.]
[하늘 위에 군림하는 마. 오직 무공의 정점에 이른 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힘이 개방됩니다.]
천마신공의 극성에 이른 자에게만 주어지는 기술.
그리고 그중에서도 오직 무공의 정점에 이른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비기.
[천마신공(天魔神功)의 비기 ‘마천귀위멸(魔天歸位滅)’을 시전합니다.]
[시전 시간 동안 무방비해지며 당신의 격에 비례하여 초식의 위력이 결정됩니다.]
[경고! 시전이 끝날 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광범위에 인명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설마하니 이것까지 쓸 줄은 몰랐는데, 많이도 준비해왔구나 샌드백. 이건 나도 처음 사용해보는 것이니 조심하거라.”
마치 장하다는 듯 미소 짓는 그녀는, 이 와중에도 홀로 고고하였으며 천마 그 자체였다.
“조심?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천마의 주위로 피어오른 검붉은 아지랑이가 점차 선명해진다.
그럴수록 관중들은 오싹함을 느꼈다.
마치 공기 자체가 무거워진 느낌.
중력이란 것의 존재를 이보다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아아-
“어으…….”
“으으.”
살기가 깃든다는 게 무엇인지도.
눈앞에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 신기루처럼 일렁이면서도, 더없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짙은 존재감.
어디에 있어도 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끈적이면서도 불쾌하며,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간다, 으랏챠!”
“오너라, 샌드백.”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철퇴와 주먹을 움직였다.
어퍼컷 자세에 가깝게 올려친 주먹에서 터져 나온 검붉은 기운과 위에서부터 내리꽂힌 정신이 아찔한 충격파가 충돌한 순간.
——!!!
마치 빅뱅이 일어난 듯 소리마저 멎은 아득한 폭발이 일어났고.
관중들은 눈부신 빛에 괴로워하면서도 어떻게든 치켜뜬 눈을 부라렸다.
새하얀 빛이 점멸하고, 흐릿한 시야 사이로 무언가가 떠올랐다.
이곳에 있는 모든 유저들의 앞을 가린 그것은…….
삐빅-
메시지였다.
[플레이어, ‘아스트’님이 장외패 판정을 받았습니다.]
[플레이어, ‘천마’님이 장외패 판정을 받았습니다.]
“!?”
“미친……?”
“이게 뭐여.”
“실화냐.”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의 메시지.
상상도 못 한 결과에 헛웃음을 지을 틈도 없이, 곧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플레이어 ‘케벡’님이 탈락하였습니다.]
[플레이어 ‘캡틴스카’님이 탈락하였습니다.]
……
[모든 플레이어가 탈락하여 경기에 참여한 모든 길드가 전원 탈락합니다.]
그와 함께 정말로 깨끗하게 변해버린 경기장이 보였다.
경기장에 서 있던 모든 유저들이 대기실로 강제 이송되어버린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깔끔하게 휩쓸려 죽은 참가자들은 대기실에 있다면…….
“워메, 이게 이렇게 되네.”
“……운이 좋은 줄 알 거라 샌드백.”
장외패 당한 두 사람은 관중석 사이로 난입된 채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는 것.
신기한 건 서로 엉킨 채 날아가 있어서 이 와중에도 티격태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 어……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원 탈락! 처음으로 모든 참가자가 탈락한 경기가 나왔습니다아!!!!]
한 박자를 넘어 두 박자 늦는 해설자들의 해설이 웃음 포인트였다.
* * *
그렇게 예상치 못한 결과로 역대급 매치가 끝나고,
[허, 이거 참. 역시 시원시원하다고 해야 할까요.]
[시원해도 너무 시원한 결과였죠?]
[그 와중에도 티격태격 싸우는 게 저쯤 되면 사이가 좋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대기실로 들어가면서도 끝까지 싸우던 모습이었죠?]
하하하하하!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해설자들의 수습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건 중계 채팅방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뭔…….
-아니 전원 실패도 있는 거였어?
-이거 진짜예요?
-와씨 뭔ㅋㅋㅋㅋ 살다 살다 이런 걸 다 보네.
-자폭 스위치 누른 것마냥 화려하게 다 터져버리네 ㅋㅋㅋㅋ
-그 와중에 두 사람만 장외패 ㅋㅋㅋㅋ 뭐 서로 닿지도 않은 거 같은데 그냥 허공에서 맞닿자마자 튕겨 나간 거임 그럼?
-정작 맞붙은 두 사람은 멀쩡하고, 구경하던 길드원들만 죽은 셈이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가 설마 이 정도로 터지는 걸 줄은 몰랐지…….
-이 고래들은 공평하게 다 터트립니다.
다만, 웃는 이유가 조금 달랐지만.
현장의 분위기에 취한 관중들과 달리, 방송으로 보던 이들은 아직도 황당함이 가시지 않은 것이다.
하기야 당사자들도 이런 결과는 생각지 못한 눈치였는데 지켜보던 관중들은 어떻겠나.
-와…… 저렇게도 되는구나. 신기하다. 그치 엘리자.
-리자리자.
-음! 아주 좋은 승부군. 가슴이 뜨거워지는 낭만적인 결투였네.
“이게 이렇게 되네.”
구경하던 도현과 가디언들도 황당함 반, 감탄 반의 반응을 보였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기였달까.
물론 도현이 있는 대기실에 오지도 않고, 아직도 티격거리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을 보면 본인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하여튼 여전하다니까.’
뎀로크 시절에도 눈만 마주쳤다 하면 으르렁거리기 일쑤에, 무승부라도 났다 하면 그 날은 파티에서 아재를 볼 수 없었다.
승부가 내고 온다며 하루 종일 싸우다 돌아왔으니까.
하나 그리 말하면서도 사실 꽤 놀라웠다.
‘마지막에 천지아가 사용하던 기술. 대체 뭐였지?’
그녀의 주먹에서 검붉은 기운이 폭발하는 순간, 도현은 곧장 느꼈다.
저건 위험하다고.
단순한 본능이나 감 따위의 이유가 아니었다.
[드높은 격의 잔향에 역천기(逆天期)의 기운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드높은 격의 잔향이 당신의 위치를 파악하려 합니다.]
[압도적인 존재감에 당신의 그릇이 반응합니다.]
[주의하십시오.]
기운이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경고에 가까운 형태로.
‘드높은 격의 잔향이라…….’
잠시 그때를 떠올리던 도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건…… 아무리 봐도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지 않나.
‘신.’
지하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좌라고도 불리는 존재들.
그리고 갓오세의 세계관에서 최후의 적이자 모든 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적.
또한, 카시야르의 계승자인 이상, 도현이 감당해야 할 적들.
과거 느꼈던 그 압도적인 시선들에 비하면 한없이 미약하지만, 분명 그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다만, 그 대상이 천지아라는 것이 문제였다.
‘설마 사도라서 그런 건가? 하지만 그런 거면 왜 천지아한테서만? 신의 사도가 되면서 받는 고유 스킬을 극한까지 갈고 닦아서?’
모든 유저들은 선택한 신에게서 힘을 받는 신의 사도라는 컨셉이다.
그렇다면…….
유저들이 강해질수록 더 안 좋은 게 아닐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점점 뇌리에 깊게 자리 잡고 있을 때였다.
와아아아아아-!!!
갑자기 스크린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아니, 스크린뿐만이 아니었다.
건물 전체를 울리는 듯한 발 구름과 멀리 떨어진 대기실까지 와닿는 열기.
거리감 따위는 무시하듯 우렁차고 선명한 함성.
[플레이어 ‘가온’님이 탈락하였습니다.]
-사, 사왕 선수가 NPC소속 길드의 숨은 비밀병기이자 그 영왕(靈王)의 수제자, 가온을 쓰러트리고 승리를 거머쥡니다!
-엄청난 경기,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결과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영왕(靈王) 사이탈 그리드나.
비공식적이긴 하나 그녀의 후계자로 지목되었던 NPC소속 길드의 희망.
가온이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있었다.
세는 것도 버거울 만큼 많은 언데드 군단의 앞에서.
그러한 언데드 군단 사이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5M에 달하는 거대한 무언가의 어깨 위.
“시시해.”
로브를 뒤집어쓴 채 다리를 꼬고 있는 사왕이, 무수한 함성 속에서도 따분하다는 듯 가온을 내려다보며 무심하게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