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12화.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는 희대의 매치업.
모두가 숨죽여 바라보고 있고 그 눈빛엔 감출 수 없는 기대감이 번들거렸다.
숨소리마저 거칠어 그 어느 때보다도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
-사왕이 진짜다.
-ㄴㄴ멸살이 짱임.
-뭐라는 거여;; 사왕이 괜히 일인 군단인 줄 앎? 말 그대로 혼자의 힘만으로 길드가 될 수 있으니까 일인 군단인 거임. 심지어 그냥 길드도 10대 길드.
-반면 멸살은? 최상위권 랭커급인 비서와 평균적으로 강한 편인 간부들로 이루어진 길드원들 보유하고 있음. 단신으로 10대 길드급 사왕 >= 멸살 이게 맞지 솔직히.
-좀 오바인 거 같긴 한데, 따지고 보면 맞말이긴 함. 단신의 힘이 10대 길드급이라 길드원 없이 10대 길드인 건 ㄹㅇ;; 괴물이지.
-지X 애초에 10대 길드 생겨난 이유가 멸살이 있는 집행 길드와 견줄 수 있는 길드들이란 뜻인데 뭔 ㅋㅋㅋㅋㅋㅋ 근본은 못 이긴다.
-그간 사왕 관심도 없더니, 이번에 경기 좀 활약했다고 영혼까지 빨아주네 ㄹㅇ
자고로 어느 분야든 전투력 순위는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기 마련.
자연스레 논란이 많았는데, 사왕과 멸살이 특히 그러했다.
다른 어떤 유저들도 감히 멸살에게 견주는 순간, 결국 수많은 팬층과 분석가들에게 박살 나기 마련이었건만.
사왕만큼은 그들마저도 반응이 엇갈렸던 것이다.
-사왕이면 할 만하지 않나?
-사실상 군단 VS 1명인데.
-일단 걔랑 붙으면 1:1이 성립이 안 되잖아.
-그렇다고 길드원들까지 합세시키자니, 사왕 군단이 결국 사왕 능력인데 그럼 논쟁이 안 맞지.
-멸살 이기어검 난사 무시함? 사왕이 군단으로 싸운다면 멸살은 마법검들 날리면서 싸우는데?
-그거 끽해봐야 5~6자루잖아. 사왕 군단은 수백이 넘어감.
-심지어 군단장들은 차원이 다름. 어지간한 필드 보스 이상에 총군단장은 거의 레이드 보스 뺨친다던데 유저 혼자 감당할 수준이 아니긴 함.
그 대표적인 이유.
그건 다른 강자들과 달리, 사왕에겐 군단이 있기 때문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정점, 그것도 지휘관 네크로맨서 루트의 최고점을 찍은 유저.
죽음의 지배자로 인정받아 사왕(死王)이란 이명을 받은 인물.
칠강이 수여받은 왕(王)의 칭호를 일개 유저가 받은 사실상 최초이자 유일의 인물이기도 했다.
결코, 멸살과 비교해도 그 존재감이 적지 않은 것이다.
-씨X 얘들아 미쳤다. 지금 방송 꼭 봐라. 무조건 봐라. 데이트든 뭐든 걍 다 꺼지라 하고 당장 티비부터 켜라. 폰으로라도 봐라.
-멸살하고 사왕 한 판 뜨는데 이걸 참아? 멸살하고 사왕 한 판 뜨는데 이걸 참아? 멸살하고 사왕 한 판 뜨는데 이걸 참아?
-멸살이 이길 거라는 새끼들, 다 한 줄로 집합. 무한 부활 불멸의 군단 <—– 이걸 어케 이길 건데 ㅋㅋㅋ
-ㄹㅇㅋㅋㅋㅋ 저건 개사기잖아. 이러다 멸살 진짜 지는 거 아님?
-멸살이 지는 그림은 상상이 안 되는데?
-멸살 경기 못 봄? 걍 압도해버리더만. 거의 대인전 최강이라는 암살자 걍 씹어버림 ㅋㅋㅋ 그것도 그냥 암살자도 아니고, 무려 시나인데 쪽도 못 쓰더만.
-왜, 넷상에선 느그 위대한 카신께서 맨날 멸살 찢어발기는데 ㅎ
-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게임에 미련 없음? 카신교 세력 장난 아닌데 후환이 두렵지도 않나.
-응, IP 추적 못 하게 또르 쓰면 돼~
-병X아. 그래도 결국 걸려. 그 새끼들 돈이 썩어 넘치는지 집념이 정상이 아닌지 욕하면 어떻게든 추적해내더라.
-ㄹㅇㅋㅋㅋㅋ 물론 다 걸리는 건 아니어도 이따금 걸려서 어지간한 애들도 그렇게 대놓고는 안 까던데.
-잘 가라. 멀리는 안 갈게.
-저 새끼 조용해졌는데? ㅋㅋㅋㅋ 지금 미친 듯이 쫄리는 찢붕이면 개추.
-지금 그게 중요하냐? 멸살하고 사왕이 붙는다는데 씨X.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드디어 10대 길드 최강자 결정되는 거냐?
-사왕이 그 정도인가? 라고 하기엔 보여준 파괴력이 너무 그 정도라 ㅇㅇ;; 지금 치킨도 못 씹고 구경 중. 경기 이제 시작하려나 본데 ㅈㄴ 기대됨.
사왕이 저평가받는 이유이자 고평가받는 이유가 공식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정보가 적기 때문이었는데, 이번 길드전에서 보여준 압도적 화력으로 인해 그마저도 사라진 지금.
사람들의 기대는 최고치에 달할 수밖에 없었고.
-야야, 시작됐다. 다들 집중.
-ㅃㄹㅃㄹㅃㄹㅃㄹㅃ
무수한 기대를 받으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누군가 세기의 대결이라고도 칭하는 무대.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승패에 따라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결투를 앞에 두고도.
“…….”
멸살의 표정은 한없이 고요하고 무던했다.
정작 스크린으로 보고 있는 도현조차 조금 긴장되는 마음이 드는데 말이다.
그 순간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경기장 밖에 있는 카메라를 정확히 발견하곤, 렌즈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직접 보여줄 테니, 잘 지켜보라고.
패배할 가능성은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는 눈빛에는 오만함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한 것을 두고 깊게 생각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 뜻대로 도현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볼 생각이었다.
과연 저게 오만인지, 합당한 자신감이었는지를.
그런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가 시작되었고.
“멸살, 오만하게도 최강의 플레이어라 불린다지.”
“그렇다면, 한 번 보여봐. 정말 그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지녔는지.”
그어어- 그어-
사왕이 가벼운 도발과 함께, 손을 뻗자 수백 개체의 해골 군단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미리 준비하고 있기라도 했는지 말도 안 되는 시전 속도였다.
대처할 틈도 없이 시작부터 수백 대 일을 하게 된 상황.
까드득.
심지어 가온과의 전투 때는 전력이 아니었는지.
5M가 넘어가는 거대한 해골 군단장이 하나가 아닌, 셋이었다.
각기 다른 색의 갑옷과 무기를 든 모습.
창, 대검, 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특히 활의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활대가 본체의 크기를 뒤덮는 게 저 화살에 꽂히면, 전봇대에 꽂히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
“미친…… 저건 너무 한 거 아니냐?”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 다 완벽한데. 사실상 레이드 보스 세 마리와 그 군단을 혼자 잡아야 하는 거잖아.”
심지어 그 군단이 불멸의 군단이다.
절로 숨이 턱 막히는 상황에 지켜보는 관중들마저 허탈할 지경.
하나 멸살은 그저 나아갈 뿐이었다.
저벅.
천천히. 느릿하게.
삐거덕, 삐걱-
그어어어!
해골 병사들과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군단장이 셋으로 늘어난 탓일까?
포위하며 둘러싸는 게 가온 때보다 더 체계적이고 규칙적이다.
모든 게 그때와 달랐다.
슈아아악-!
6M에 달하는 활시위를 당겨 재앙에 가까운 화살을 쏘아내는 3군단장.
후우우웅-!
거대한 창을 거구의 몸집 채로 회전하며 횡베기를 가해오는 2군단장.
그 뒤에서 대검을 쥔 채 일격을 준비하는 총군단장.
그리고, 피할 곳이 없게 제 몸을 불 싸지를 각오로 포위하고, 질척이며 매달리는 수백 개체의 해골 병사들까지.
우뚝.
그 앞에서 멸살의 발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아갈 공간이 없을뿐더러, 사방이 위협적인 공격 투성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촤아아악-!
하늘에 떠 있던 무언가가 별똥별처럼 내리꽂혔다.
그건 검이었다.
멸살이 다루는 여섯 자루의 마법검 중 세 번째를 담당하는 검, 옴느.
콰아앙!
푸른빛을 머금은 검이 직선으로 날아오던 거대한 화살과 부딪히며 눈부신 빛을 터트렸다.
아무리 범상치 않은 빛을 머금고 있다곤 하나, 그래 봐야 검 한 자루.
전봇대만 한 화살과의 차이를 생각하면 부딪히자마자 볼품없이 부서져 나가는 게 자연스럽지만…….
[천상의 마법검, ‘옴느’가 별의 재림 상태일 때 부딪힌 것을 상쇄시킵니다.]
“……!”
결과는 그 반대였다.
폭사한 빛과 함께 화살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어진 것이다.
후두두, 내리꽂힌 화살 파편이 해골 병사들의 머리통과 신체 곳곳을 부수기 시작했고, 회전하던 2군단장의 창은 애꿎은 동료들을 향했다.
졸지에 벌어진 팀 학살쇼였으나, 병사들은 조금도 주춤하지 않았다.
부서진 옆의 동료들이 뼈를 지르밟으며 나아가는 것이다.
쿠웅!
2군단장 또한, 망설임 없이 도약하여 내려찍기를 가하려 한다.
하지만 허공을 부유하는 검은 한 자루가 아니었다.
휘리릭! 촤악-
촤아악-
네 자루의 검이 멸살의 주위를 각기 다른 궤도로 움직이며, 거슬리는 병사들을 엄청난 속도로 쓰러트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히 신속에 달한 속도.
하나 속도보다도 더 놀라운 건, 그 위력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검 한 자루가 회전할 때마다, 궤도에 닿는 모든 병사들을 관통하며 부숴버린다.
속도조차 줄어들지 않고.
사왕의 병사들이 방어력 자체보다는 불멸에 장점이 있다곤 하나,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아무리 세고 강력해도, 충격을 받으면 어느 정도 물리력이 저지되기 마련이건만.
멸살의 검은 그 당연한 상식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마치…… 뚫고 가는 게 아니라 그저 관통하여 지나가는 것 같잖아.”
그런 사왕의 감상은 의외로 정확했다.
멸살은 그저 걷고 있는 게 아닌, 심상의 의지로 마법검들을 조종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가 원하면 검이 움직이며 결과를 낸다.
그 과정에서 막는 장애물들은 그에겐 하등 의미 없었다.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
허공을 부유하는 검 다섯. 직접 쥐고 휘두르는 검 하나.
사람들은 그의 마법검이 여섯 자루로 알고 있지만, 그건 잘못된 정보였다.
그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검이 있었다.
[태초(太初)의 마법검]
[퍼스트 로 (First Law), 프리모르디움 (Primordium)]
‘잘 보아라, 카이저.’
일곱 번째 검이자, 그의 심상에 존재하는 태초의 검.
프리모르디움이 지배하고 있는 한.
‘이것이 나의 전력이니.’
그가 다루는 모든 마법검은, 상식이라 여겨지는 세상의 규칙 하나를 무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