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06

1006화 아르카디옴 (1)

사람은 대체로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효율적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많은 사람과 함께 있음으로써 본능적으로 안심한다.
생면부지의 타인일지언정 같은 종족에게서 얻을 수 있는 그런 안도감이 있다.

어둑한 숲속의 자그마한 마을과 인파가 북적이는 도시, 낯선 여행객은 후자가 훨씬 더 안전하다고 여길 것이다.

도시는 인간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요소가 중심이 된 정착지의 결정체.

단 몇 걸음 채 되지도 않는 두께의 성벽은 인간의 관점을 완전히 바꾼다. 도시에 입성한 사람이 적어도 아인종이나 이형종에게 쫓겨 잡아먹힐 걱정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도시는 무너지지 않는다.

무지한 도시민뿐만이 아니라 온갖 험지를 경험한 모험가조차도 도시의 멸망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지는 않았다.
분명 그랬었다.

“허억.”

잠에서 막 깨어난 겔톤 로드니가 숨을 들이켜며 천장을 응시했다. 가쁘게 호흡하던 그가 겨우 이불을 손에서 놓았다.
얼굴을 쓸며 상체를 일으켰다.
지독한 악몽을 꾼 것처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실제로 그는 악몽과도 같은 현실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아직…… 새벽이구나.’

겔톤은 꿈속에서 보았던 광경을 억지로 잊으려 하며 창밖의 빛으로 대충 시간을 가늠했다. 침상에서 벗어났다.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와 선선한 바람이 부는 마당으로 향했다.

포르메네 자유국에 속한 도시, 잔트라.

웬 드워프에게 한순간에 멸망해 버린 그 폐허에서 구조받은 지 어언 수십 일이나 지났다. 겔톤은 중상을 입어 거의 3주가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천운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술집의 손님들처럼 온몸이 아예 흩어져 버렸을 테니까. 그토록 적나라한 몸의 파편은 잊을 수가 없었다.

“…….”

겔톤은 깔끔하게 정돈된 교정(校庭) 내의 벤치에 앉았다.

이곳은 가르간트의 아카데미.

마도 축제 후반에 잔트라가 파괴된 뒤 잔트라의 생존자는 구출대의 대처 덕분에 대부분 가르간트로 이송되었다. 아카데미를 비롯해 여러 구역이 기꺼이 그들을 맞이했다.

도중에 사망하지 않은 이들은 가르간트에서 치료받았다. 진즉에 퇴원한 사람도 있었지만, 겔톤은 아직 그러지 못했다.

새벽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겔톤처럼 악몽에 시달려서 깨어난 것과 달리 스스로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여인이 빛의 경전을 갖고 아카데미 부지를 산책했다.

“안녕하세요, 겔톤 씨. 일찍 일어나셨네요.”
“……아, 샤를로트 씨.”

샤를로트는 루아스교의 예복을 입었다. 배움이 늦어 아직 정식 성직자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노력을 좋게 보는 성직자들이 특별히 허가해 예복을 선물한 것이었다.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교리를 공부하고 계신 겁니까?”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경전을 읽으면 기억에 잘 남더라고요. 머리가 맑아지기도 하고요…… 사실 정식 성직자 시험이 바로 며칠 뒤라서 단 한 줄이라도 더 머릿속에 담아 가야 해서요……!”

두 사람은 사실 안면이 있었다.

에스티리아 왕국의 도시 아세른, 그 페르네의 주점에서…….

베르덴에게 가르침을 청하러 온 겔톤이 베르덴과 대화를 나눈 뒤에, 압도적인 마법적 격차에 우울증에 걸려 술로 하루하루를 지새울 무렵.
로아프라에서 구출된 샤를로트는 에스퍼렌사 가문의 영지로 이사하기 전 주점에서 임시로 청소와 서빙을 맡고 있었다.

물론 얼굴만 알고 있을 뿐이지 당시에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그때 그녀는 성대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 말도 할 수 없었고.

“분명 합격하실 겁니다.”
“겔톤 씨 말처럼 되면 정말로 좋겠네요. 성직자가 되는 건 제 꿈이거든요.”

샤를로트는 겔톤과 같은 벤치에 앉아서 경전을 들어 보였다.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이였으나, 영락없는 성직자의 모습이었다.

겔톤은 구호 활동을 줄이고 성직자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배려받을 수 없는 것이냐고 다소 마법사적인 질문을 건넸다.

샤를로트는 의아해하면서 답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성직자가 되려는 거니까. 그녀는 성직자라는 명칭에 일절 구애받지 않고 성직자라는 존재 의의에 주안을 두고 있던 것이다.

“음,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군요.”
“아하하, 실언은요. 전혀요. 그보다 그…… 새로운 팔은 좀 어떠세요?”

샤를로트가 가리킨 방향에는 겔톤의 다른 왼팔이 있었다. 잔트라 폭발로 겔톤의 한 팔은 사라졌다. 그 자리를 골렘 의체가 대체했다.

키이잉.

마력회로를 활성화하자 허벅지 위에 놓여 있던 의수가 움직였다. 마력을 다루는 자는 마석 없이도 골렘 의체를 기동할 수 있다.

“마치…… 제 팔이나 다름없이 움직입니다. 아니, 원래 제 팔보다 기능적으로 뛰어나죠. 제 동료들 또한 호평 일색입니다.”

낯선 드워프를 만난 잔트라의 주점에는 겔톤만이 아니라 그가 몸담은 미스릴 등급 모험가 파티, 만하의 일원들도 있었다.

왼 다리가 날아간 전사 스칼드에겐 의족을.
여덟 손가락이 뜯겨 나가고 한쪽 눈이 터진 궁수 루비나에겐 의지(義指)와 의안을.
양팔이 없는 성직자 케디언에겐 의수를.

주점의 파편에 몸이 관통된 전사 버민은 다행히 신체 결손이 없었지만 상처가 너무도 깊은 탓에 가장 늦게 눈을 떴다.

만하는 에온이 주관한 의체 프로젝트의 시범적인 대상이 되었다.
누구의 은혜인지는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베르덴 님이 아니었다면 동료들을 다시 볼 수 없었겠지요. 분명히.”
“역시 베르덴 님이시라니까요!”

샤를로트가 경전을 탁! 내려놓고는 힘껏 양손을 모았다.
진심 어린 순수한 기쁨.
겔톤은 아카데미의 병상에서 지내면서 그녀에게 간병을 받기도 했지만 일상 이외의 대화를 주고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겔톤은 정보상 페르네의 주점에서 조용히 일하던 샤를로트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혹시 샤를로트 씨도 베르덴께 은혜를 입은 적이 있었습니까?”
“예전에 남동생하고 같이 살다가 불법 노예를 수급하는 로아프라의 범죄자들에게 납치당한 적이 있었어요.”
“……!”
“그러다 베르덴 님을 만났죠.”

샤를로트와 에이든은 암흑가의 권력자 중 하나인 뤼잉 코스타의 주 상품으로 전락했다. 깨끗하니 기왕 비싸게 팔아 보겠다고 성적 폭력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끔찍한 나날이었다.
그녀는 남동생이 보는 앞에서 산 채로 성대가 절단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자에 실렸다. 드디어 팔려 가는 걸까. 무서웠다. 바깥으로 꺼내졌다. 낯설고, 너무도 잘생긴 마법사가 그들의 앞에 있었다.
뤼잉 코스타가 마법사를 영입하기 위해 남매를 선물로 준다는 것 같았다.

───도와주세요……!

에이든은 마지막 희망이라는 듯이 도와 달라고 목소리를 쥐어짰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코스타 님께서 호의를 베푸셨는데 어째서!!

뤼잉 코스타 일당은 그 자리에서 전멸했다. 뤼잉 코스타가 가장 먼저 즉사했다. 로아프라를 지배하는 빈테르트의 간부들이 찾아왔음에도 마법사는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애셔, 당신이 코스타를 죽인 건 저 노예들과 관계가 있겠죠.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저 둘을 구하는 대신 빈테르트와 적대하는 것과 저 둘을 놓고 안전하게 로아프라를 나가는 것. 무엇이 손해고 이득인지는 뻔하지 않나요?

마법사는 이에 즉답하길.

───거절하지.

책상 밑에 숨은 샤를로트와 에이든은 하염없이 울었다. 마법사는 차가운 지하 도시에서 그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었다.

샤를로트는 목에 난 흉터가 사라진 지금도 그 온기를 잊지 못한다.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잊지 않으리라.
그녀가 조심스럽게 펼친 손안에서 샛노란 신성력이 피어났다.

“제가 성직자가 되려는 이유는…… 베르덴 님에게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전사의 힘도, 마법사의 재능도 없는 샤를로트는 성직자의 길을 택했다. 베르덴을 위해서 힘을 갖고자 한 것이다.
샤를로트가 한 사람을 구하면, 그건 베르덴이 한 사람을 구한 것과 같다.

그 순간 새벽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여명이 둘을 비추었다.

눈이 부셨다.

신성력이 푸른색으로 잠깐 변했으나 찰나의 순간 벌어진 일이라 샤를로트도, 겔톤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명 아래에서 두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빛의 신성력뿐이었다.

‘구원…….’

겔톤은 다중 연속성 이론을 가르침 받아 결국에 화염 속성을 터득한 순간에 잠겼다.
한 명이 한 명을 구원하고, 또 그 한 명이 다른 두 명을 구원한다면…… 단 한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감히 헤아려 보았다.

그때였다.

아카데미 정문이 열렸다. 외부 관리인 중 하나가 신문 더미를 안에 들였다.
세계에서 각종 인재가 한데 모여 학문을 쌓는 장소이기에 관리인의 경지가 어중이떠중이는 절대 아니었다.
하물며 지금 같은 시국에는 말이다.

“새로운 국제 신문이 발행됐나 봐요. 잠깐 가지고 올게요.”

새벽에 경전을 읽으며 산책하는 샤를로트는 배달된 신문들을 종종 아카데미 교수실로 옮겨 놓고는 했다.

겔톤도 일어섰다.

“저도 한 손 거들겠습니다.”

둘이 교정을 가로질렀다.

가장 위에 놓인 신문 하나를 집어 든 그녀가 주요 기사의 제목을 확인하고는 놀란 눈을 하며 겔톤에게 보여 주었다.

“프로하스에서 곧 긴급 정상 회의가 열리고…… 군대를 모집한대요.”

신문의 맨 앞장엔 하이랜디아의 국왕인 서약자, 유리온 하이로스가 신문 독자들을 가리키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초월자들이 그대를 원한다>>

초월자 연합이 연합군에 자원할 사람들을 찾고 있다는 제목과 내용이었다. 초월자 연합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문자 그대로 초월자의 연합체. 그 안에는 당연히 베르덴도 있었다.

“국적과 출신 등을 불문하고 대륙 최대 연합군과 함께할 자를 찾는다. 단, 초월자 연합에 들어온 순간 이전에 몸담은 기관과 단체의 명령은 후순위가 되며 초월자 연합의 명령을 최우선으로 해야…….”

겔톤은 당장 건네받은 국제 신문을 그 자리에서 속독했다. 몸에 힘이 들어갔다. 골렘 의수가 신문의 모서리를 구겼다.

연합군의 모집 공고의 끄트머리는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됐다.

“……그대 한 사람의 의지가 운명을 뒤튼다.”

겔톤 로드니의 눈빛에 강한 의지가 실렸다.

팔이 있고, 다리가 있고, 마력이 있으며, 마법이 있다. 젠티르 마탑 출신의 모험가. 그는 당장이라도 위험천만한 모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악몽이 대수랴.

겔톤은 이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 * *

위대한 지식인(知識人)이여, 왜 그리 슬피 울고 있는가?

어제 먹은 생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평생을 살아온 집의 문지방이 썩어 문드러졌던가?
애써 가꾼 정원이 폭풍에 못 이겨 망가졌던가?
벗들이 자네를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했던가?
자식들이 자네의 기대를 저버려서 상심했던가?
아내가 자네보다 총명하지 못한 자식들을 낳아서 원망스러웠던가?
유한한 육신에 죽음이 다가오니 불안했던가?
지식이 자네의 죽음과 함께 사라질까 봐 세상이 원망스러웠던가?

아, 위대한 지식인이여. 두려워하지 말게.

두려워하지 말고 하얀 식탁보가 깔린 식탁 위에 누워 보시게.
다양한 지식을 지킬 방법이 있으니……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괜찮네. 고통은 순간이고 자네의 견문과 학식은 끝없이 남을 테니.

자네의 손가락이 넘긴 책장과.
자네의 발가락이 디딘 대지와.
자네의 성기가 느낀 사랑과.
자네의 심장에 깃든 생명과.
자네의 입이 맛본 음식과.
자네의 코가 맡은 냄새와.
자네의 귀가 들은 소리와.
자네의 눈알이 본 세상과.
자네의 뇌에 새겨진 기억과…….

우리의 그릇 위에 놓인 자네는 비로소 불멸성을 얻게 될 걸세. 내 어금니에 씹히는 질겅거리는 육질이 그러하듯, 아! 별미로다.

위대한 지식인이여, 자네는 헛되지 않았네.

자네의 품질을 우리가 증명하겠네. 자네의 맛을 우리가 보증하겠네. 자네의 가치를 저 손님들에게도 알려 주겠네.

지금처럼 풍족한 지식의 만찬회는 없었노라고.

이런, 벌써 자네를 전부 먹어 치웠군.

호스트시여!

다음 만찬회는 언제입니까?

──『아르카디옴』에서 아홉 번째 귀빈이.

* * *

난폭한 수류와 함께 휘몰아치던 어둠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대지와 아주 멀리 떨어진 심해 속의 심해가 베르덴 일행을 맞이했다.

그링 아르카넘을 통해 베르덴이 처음 해저로 왔을 때와는 주변 풍경이 달랐다. 그때는 오래된 바다 유적이 있는 외딴 장소였지만, 지금은 호스트의 저택 바로 앞이었다.

‘화려하군.’

좌우로 나열한 아르카디옴의 집사들이 저택으로 들어가는 길을 장식했다. 한껏 꾸며진 저택의 근처는 아르나크 황실의 무도회를 연상케 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시선. 심해 자체가 베르덴을 주시하는 것만 같았다.

“존귀하신 네 번째 주빈께서 아르카디옴에 당도하셨습니다.”
“열여섯 번째 귀빈이 도착하셨습니다.”
“열아홉 번째 귀빈이 도착하셨습니다.”

차례대로 베르덴, 루자크 팔테인, 테아렐을 향한 명칭이었다. 알파와 베타는 베르덴에게 귀속돼 그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하하하, 이 얼마나 성대한 규모란 말인가! 정말 기대되오. 호스트께서 진정으로 귀하를 가장 중요한 존재로 여기고 있구려.”

테아렐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소름 끼쳐.”

[괴상한 형체. 드글드글.]

[득실득실합니다.]

집사들만이 아니라 귀빈들과 하객들도 멈춰 서서 그들을 바라본다.
바다코끼리를 닮고, 뒤통수로 회백색 뇌가 훤히 보이는 루자크와 비슷한, 혹은 더 이상한 괴생명체가 즐비했다.

“들어가지.”

[확인.]

베르덴은 별다른 반응도 없이 앞장서서 저택을 향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서 집사들이 순차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정상 회의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아르카디옴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아주 급할 건 없지만 너무 여유를 부려서도 안 되겠지.’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만난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첫 번째 사도가 그러했듯 호스트가 베르덴의 발목을 잡으려 수작을 부린다면 기꺼이 무력 충돌을 감수할 것이다.

호스트는 완전한 적인가.

베르덴은 이곳에서 낯선 지식을 손에 넣는 것과 더불어 호스트를 수식하는 사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볼 작정이었다.

“허기진 사유(思惟)를 위해.”
“남길 수 없는 것들만 준비되어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시길.”

큼지막한 눈알이 머리를 대신한 세 명의 집사가 육중한 문을 열어 주었다. 극진한 환대를 받은 베르덴 일행이 심해의 저택에 들어섰다.

뚝, 소리가 끊겼다.

방금까지 우아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귀빈도, 핑거 푸드를 집어먹던 하객도, 와인과 음식을 나르던 집사도…… 시간이 멈춰 버린 것처럼 그 모습 그대로 정지했다.

“14세기 만에 선정된 새로운 주빈이 오셨다.”
“네 번째 주빈이셔.”
“그 호스트께서 극찬하실 정도라고 들었네만, 으음……!”

만찬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존재가 눈을 조금도 깜짝하지 않은 채 작은 목소리로 저들끼리 속삭이기 시작했다.
선망과 경외 등 환희와 공포가 공존하는 감정을 여실히 내보이면서 말이다.

한 자릿수의 귀빈들이 입맛을 다셨다.

“게임이 참으로 기대되는구먼. 후후후, 잘하면 주빈의 지식을 맛볼 수 있을지도.”
“대부분 그러다 지식을 빼앗겼지.”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아르카디옴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첫 번째 귀빈과 더불어…….”

아홉 번째 귀빈이 1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2층, 그 갤러리(Gallery)로 탐욕스럽고도 시건방진 눈동자를 굴렸다.

“아르카디옴 개최 이래 최초로 두 명의 주빈께서 참석하셨으니.”

안면을 뒤덮는 가면을 쓰고 한 손에 와인잔을 든 ‘세 번째 주빈’. 그 정체불명의 존재와 네 번째 주빈인 베르덴의 시선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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