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23

1023화 모험극 (1)

블러디아의 난폭한 육성(肉聲)이 지하의 막다른 공간을 뒤덮었다. 고개를 위로 향했다. 어둠 너머에서 생겨난 틈새가 벌어지고 있었다.

쩌적, 콰아아아아아아앙!

주변 일대로 확산한 무수한 금이 외부의 충격에 어긋남과 동시에 천장이 무너지면서 크고 작은 잔해가 일시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매몰되면 위험하다.’

오른쪽 눈동자에 떠오른 역천의 마법진.

<염동력>

베르덴의 시야에 들어온 구조물 파편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어금니를 깨물었다.
현재 마력회로 출력으로 겨우 제어할 수 있는 무게였다. 베르덴은 전력으로 지하 공간의 붕괴를 막아 냈다.

압사당하는 일이 없도록 그것들을 좌우로 나누어 옮기는 순간, 대놓고 흉포한 미소를 지은 블러디아가 수직으로 낙하했다.

평범한 인간의 몸인지라 지하에 파묻히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베르덴에게 낙석들을 막도록 강요한 다음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계획적인 한 수였다.

그렇게 블러디아가 베르덴을 제치고 노리는 것은 새벽녘의 기사…… 와 가까운 거리에 놓여 있는 석재 관이었다.

새벽녘의 기사가 반사적으로 하드라스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졌다. 영혼 없는 육체에 불과해도 상관없다.
모든 것을 상실한 그녀의 영혼은 거짓조차 잃고 싶지 않았기에.

<성아성(聖芽星)>

응결된 샛별의 빛이 검격에 깃들어 블러디아의 왼팔을 절단했다. 하나, 허공에 흩날리는 것은 소매의 조각뿐이다.

‘외팔……?’

이에 블러디아가 속삭였다.

“나약하긴.”

블러디아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하드라스의 몸을 막아선 새벽녘의 기사가 뒤늦게나마 샛별의 보호막을 구현했다.
인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그 날카로운 손톱이 신성력을 깨부수고 성기사의 갑옷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겼다.

드래곤의 발톱은 물질계에 속한 대부분의 물체를 간단히 파괴한다.

새벽녘의 기사의 왼팔이 뜯어졌다.

육신이 조각나는 격통이 최후의 샛별의 뇌리를 강타했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억지로 상반신을 틀어 검을 내질렀다.

콰드드득!

블러디아의 오른쪽 어깻죽지가 관통됐다.

찰나에 이루어진 공방.

블러디아는 낙하한 속도 그대로 새벽녘의 기사를 덮쳤다. 하드라스의 관에서 나가떨어진 둘이 엉키며 바닥을 뒹굴었다.

검이 손에서 빠져나갔다.

먼지를 뒤집어쓴 블러디아가 새벽녘의 기사를 짓눌렀다. 본능적이고,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짐승 같은 몸놀림은 인외의 기술 그 자체였다.

“……!!!”

드래곤의 발톱으로 그녀의 어깨를 압박해 팔의 절단면에서 과다 출혈을 일으켰다. 그리고 목덜미를 향해서 첨예한 이빨을 들이밀었다.

쿠구구구구구궁!

트리플 캐스팅: <어스 필러>

트리플 캐스팅: <어스 필러>

트리플 캐스팅: <어스 필러>

베르덴이 천장 잔해를 옆으로 던지고, 마안으로 세 번 연속 트리플 캐스팅을 시전하여 바위기둥으로 위태로운 천장을 떠받쳤다.
동시에 오른 다리를 움직였다. 깡! 밑을 걷어차인 헤르사온 왕국 기사의 철창이 사선으로 블러디아에게 쇄도했다.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블러디아가 머리를 숙이며 즉각 물러났다.
붉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당장 몸을 일으킨 새벽녘의 기사가 블러디아의 손을 쳐 냈다. 블러디아가 지면을 박차 거리를 조금 벌렸다.

그녀는 아르카디옴에서처럼 가슴의 절반 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드레스가 아니라 새빨간 로브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게임이 허락하는 경지를 마법과 육체에 나누어 받았나. 흥미로워.]

“왕국 수도에 드래곤을 불러들인 게 너였군.”

[지식 게임은 단순한 머리 싸움이 아니다. 타인이 알지 못하는 지식으로 압도하는 것도 아르카디옴이 추구하는 바지. 이런 몸으로는 성체가 아닌 드래곤을 부르는 게 전부이지만.]

블러디아가 살짝 옷을 들춰 뜯어진 팔의 단면을 보여 주었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드래곤에게 왼팔을 먹힌 대가로 통제권을 얻은 모양이었다.

터벅, 터벅.

발걸음을 옮긴 베르덴은 욱신거리는 마력회로를 진정시키며 철창을 회수했다.
그가 새벽녘의 기사를 지키고 섰다.

“몸은.”
“괜찮, 아요.”

식은땀을 흘리는 새벽녘의 기사는 신성력으로 고통과 출혈을 억제했다. 몸에서 피가 꽤 빠져나간 터라 혈색이 좋지 않았다.

“어서, 별빛부터……!”

울컥!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코와 눈 그리고 귀에서도 붉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팔의 부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태.

알파가 즉시 뛰어내려 마력의 빛을 조사했다.

[스캔 완료. 독입니다.]

[크흐흐흐하핫.]

블러디아가 샛별의 혈흔이 잔뜩 묻은 오른팔을 보였다. 인간을 닮은 손끝에 드래곤의 발톱이 돋아나 있었다.

[호스트의 모험극엔 위험한 것들이 많지. 더구나 이 태고의 모험에서는. 그러니 모험에 걸맞게 약점을 노리는 수밖에.]

블러디아의 경지는 한없이 낮아졌다. 드래곤의 특성 일부와 발톱은 남았지만, 본래의 것에 비하면 예리함이 무뎌졌으니…….

헤르사온 왕국 수도에 지금의 블러디아를 죽일 수 있는 강자가 몇 명이나 있다.

대마법사 탈라칸.
왕국의 섬멸대장.
새벽녘의 기사.
아르카디옴의 지식인들.

특히나 새벽녘의 기사는 일단 사도이기에 일대일 정면으로 상대하면 승산이 없다.
그래서 관을 노리는 척 그녀의 허점을 끌어냈고, 중상을 입히면서 드래곤의 혈액으로 제조한 용독을 주입했다.

태고의 역사를 아는 블러디아는 새벽녘의 기사가 하드라스 대주교의 시체를 자신보다도 소중히 한다는 지식을 숙지하고 있었다.

지혜를 갖춘 초월적인 폭력.

그것이 블러디아가 첫 번째 귀빈인 이유다.

[최후의 샛별은 퇴장.]

새벽녘의 기사가 휘청거리다가 쓰러졌다.

[우리만 남았구나.]

베르덴과 블러디아 사이에 새벽의 별빛이 떨어져 있다. 직전 블러디아가 철창을 피하며 낚아채려다가 새벽녘의 기사가 그 손을 쳐 낸 결과였다.

‘블러디아의 과업은 알 수 없다. 하나, 이 정도로 대담하게 나오는 걸 보아 과업을 완수하지만 않았을 뿐 이미 손에 넣은 모양이군.’

베르덴이 아이젠폴을 뽑았다.

“자비, 와, 자선의…… 샛별이여…… 샛별의, 여신, 이여…… 수많은 빛에, 가려…… 보이, 지 않을지언정, 우리는…… 당신만을…….”

새벽녘의 기사는 기도하며 용독에 파괴되는 몸을 치유했다. 독성이 너무도 강한 것인지 차도는 좋지 못했으나 즉사는 면하고 있다.
말인즉슨 새벽녘의 기사가 버티지 못하고 의식을 놓으면 게임에서 숨을 거둘 것이다.

꾸욱.

알파는 스캔으로 신체 구조를 파악해, 새벽녘의 기사가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게 제때에 신경을 눌러 적절한 자극을 주었다.

[새벽녘의 기사. 알파가 담당.]

“그래.”

턱을 당긴 베르덴이 철창과 아이젠폴을 양손에 쥐었다.

“맡기마.”

베르덴과 블러디아가 거의 같은 순간 정면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녀의 육체 능력이 더 우월하기에 새벽의 별빛에 빨리 가까워졌으나, 베르덴에게는 무기와 마법이 있다.

“실체를 희석하라, 아이젠폴.”

[……!]

블러디아의 약화가 시작된다.

마력 폭발이 지면을 강타해 새벽의 별빛을 멀리 떨어뜨렸다. 오히려 웃는 블러디아가 진각을 밟으며 팔을 내질렀다.

쩌엉──!

악마의 신과 ‘당신’의 사도가 종합적으로 동등한 능력치로 충돌했다.

* * *

지축이 떨린다.

페가수스에 올라탄 데우스가 드래곤을 유도하여 악신의 잔재와 충돌시켰다.
여기서 마법적인 능력은 테아렐과 동일할 텐데, 아무리 기묘한 고유 마법을 다룬다고 하지만 놀라운 선전이었다.

‘경험의 종류가 달라.’

테아렐이 모험가로서 직접 쌓아 온 경험이라면, 데우스는 마치 누군가에게 배운 것과 같은 고도의 경험처럼 느껴졌다.

레프라기움 마탑주의 스승이라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오랫동안 현대 마법계의 정점에 자리한 초월자를 누가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테아렐도 기초 마법만을 배운 이후로는 쭉 독학했다.

어쨌든.

이와 더해서 행운이 따라 준다고 해도 그는 길게 버틸 수 없다. 드래곤과 괴이에게 일격을 허용한 순간 즉사니까.

<마레논>

태해의 파도가 마법 방어막을 깨뜨리고 왕성의 복도를 휩쓸었다. 마도가 닫히기까지 7분. 그때까지 대마법사에게 닿아야 한다.

‘근데 역시 어렵긴 해.’

테아렐이 신속한 돌파를, 베타가 능숙한 방어를 맡았지만 왕성의 상층에 도달해 넓은 공간에 들어선 순간 포위됐다.
고위 영창 마법사들이 준비를 갖추고 있으니 영 뚫기가 어려웠다.

“악신의 힘을 불러낸 샛별의 잔당인가, 아니면 저 드래곤을 조종하는 여자의 일행인가. 둘 중 무엇이든 상관없겠지.”

폐허가 되어 버린 수도의 모습에 안 그래도 미칠 지경이었던 왕가 직속 마법사단장이 살의를 담아서 명령했다.

“제거하라.”

그때였다.

───내 손님이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일제히 멈칫했다. 동요가 퍼졌다. 경악한 마법사단장이 뒤에 있는 문을 향해 호소했다.

“탈라칸 님! 저들은 왕성에 침입한……!”

───안으로 들이도록.

문이 벌컥 열렸다.

마법사단장이 부들거렸지만 끝내 반발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를 따라서 왕국의 병사들이 슬금슬금 물러섰다.

‘의도가 뭐지?’

테아렐은 베타에 꼭 붙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문의 경계를 넘어가려 하자 마법사단장이 중얼거렸다.

“너희는, 이 내가 반드시 처분해 주마.”
“응.”

테아렐은 망자의 각오를 아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쿵.

문이 닫혔다.

특유의 종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서재의 통로를 지났다.
돔 형태의 공간이었다.
천문대를 연상케 하는 그곳에 지체 높은 마법사 차림을 한 노인이 중앙에 서서 왕국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대마법사 탈라칸.”
“바깥에서 온 이들이 여긴 어인 볼일이신가?”

탈라칸이 그리 묻자 테아렐은 시간이 없다는 듯 본론부터 꺼냈다.

“당신에게서 청람을 얻으러 왔어.”
“내가 청람을 내어주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나한테 필요하…… 음?”

테아렐이 눈살을 찌푸렸다.

“호스트잖아. 왜 네가 여기에 있어?”

[탈라칸이 호스트입니까?]

{과연.}

탈라칸이 감탄하는 척하면서 바로 둘에게 눈길을 보냈다.

{바다의 개념을 품은 초월자답게 심해의 미지를 잘 간파하는군.}

“게임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우릴 속인 거야?”

{‘나’는 속이지 않았다. 네가 맞힌 정답이 절반에 불과했을 뿐. 이 나는 먼 과거에 본체로부터 파생되어 독립한 작은 영혼이니. 이르자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분리된 셈이지.}

테아렐과 베타가 서로 쳐다봤다가 고개를 바로 했다.

[말장난입니다.]

“맞아.”

{그러나 그게 진실이다. 밖의 호스트와 내가 서로 다른 개체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나 또한 게임의 일부지. 지금까지 시작되었던 모든 모험극에는 내가 있었다.}

탈라칸이 뒷짐을 졌다.

{관찰자이자 관리자로서.}

참가자들은 모험극에서 무작위로 역할과 상황과 과업을 부여받지만.
정말로 그렇게 무질서한 방법으로 전개했다간 호스트가 아르카디옴으로 보고자 하는 새로운 지식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걸 탈라칸이 조율하는 것이다.

참가자들끼리 더 무차별적으로 치열하게 지식을 부딪치고, 각 참가자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과업의 경우 개개인마다 과업 후보군을 정한 뒤 무작위로 결정되게끔 한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무작위는 맞았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의 과정을 거쳐서 모험극을 구성한다는 것만 참가자들에게 굳이 전달하지 않았을 뿐이다.

테아렐이 묻는다.

“왜 그럴 필요가 있는데?”

{지식을 쫓다 보면 언젠가는 막다른 길에 도달할 때가 있다. 새로운 지식을 기다리는가,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가. 호스트는 후자를 택했다. 모험 게임은 그 결과 중 하나다.}

탈라칸이 말을 이었다.

{변수를 넣은 과거가, 현재와 얼마나 달라지는지 기록하는 것. 선택에 따라서 변화하는 광경은 새로운 지식이라고 칭할 만하지.}

돌이킨 과거에 여러 변수를 추가하여 먼 미래를 읽어 낸다.
베타가 아는 지식이었다.
그것은 운명의 수레바퀴의 근원적 개념과 사실상 동일했다.

{너희는 그다지 여유롭지 않으니 일단 이야기는 여기까지. 청람을 원한다고 했나? 물론 줄 수 있으나 정당하게 게임을 치러야 한다.}

서재 사이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너와 같은 과업을 가진 지식인이 있으니.}

“하하하……! 모험극에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호스트의 독립된 파편인 탈라칸이시여.”

아르카디옴의 세 번째 귀빈이 등장했다.
그의 과업은 청람을 얻는 것.
테아렐이 완수해야 할 지식의 과업과 글씨 하나 틀리지 않게 일치했다. 승자는 하나뿐이다. 둘 중 한 명은 패배해야만 한다.

따악.

탈라칸이 손끝을 튕기자, 넓은 서재가 미로처럼 확장되었다.

{청람은 서고 안에 있다. 세 번째 귀빈과 열여섯 번째 귀빈은 각자의 지식으로 청람을 찾아서 내게 가져와라. 죽음은 게임의 무효 조건이며, 두 귀빈은 서로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되, 이 게임의 패자는 모든 지식을 상실한다.}

“…….”

{동의하겠는가?}

얼마나 방대한 지식을 가졌든 간에 패배하는 순간 끝장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게임에 응했다.

“수락하겠습니다.”
“동의할게.”

{둘의 의사를 확인했다.}

탈라칸이 가볍게 한 팔을 휘둘렀다.

{게임을 시작하라.}

세 번째 귀빈과 테아렐이 각자 다른 통로로 서재 미로에 돌입했다. 단서가 없어 책장부터 훑는 세 번째 귀빈이 목소리를 높였다.

“테린! 네 번째 주빈과 친분이 있는 네게 자비를 베풀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수가 없군! 이것은 게임이다! 그러니 망령이 되더라도 원망─”

콰아아아아앙!

베타가 서재를 뚫고 나와 세 번째 귀빈을 몸으로 덮쳤다. 한순간에 육중한 무게와 충돌한 그가 서재에 처박혔다.
목숨만 간당간당하게 붙어 있는 세 번째 귀빈이 눈이 뒤집힌 채, 부서진 누런 치아 사이로 침과 피를 줄줄 흘렸다.

“와.”

테아렐이 뻥 뚫린 서재에서 고개만 내밀었다.

베타가 외눈을 빛냈다.

[베타는 네 번째 주빈이기에 해당 게임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반칙도 아니며, 세 번째 귀빈이 보다시피 죽지 않았으니 청람을 찾는 게임이 무효화되지도 않습니다.]

{크크크크크크큭.}

탈라칸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낮게 웃었다.

{오로지 지식을 추구함에 있어서 완벽한 규칙은 의미가 없다. 규칙에 보이지 않는 허점이 있어야만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으니.}

아르카디옴에는 언제나 빈틈이 있었다.

{보아라. 실로 흥미롭지 않은가?}

* * *

그것은 가히 혈투였다.

아이젠폴이 용의 발톱을 차단하고, 철창이 용의 급소를 노리고, 즉발성의 원소 마법이 용의 숨통을 조여 온다.

카가가가강! 쩌엉! 카가가각, 콰앙! 콰아앙!

베르덴은 철저하게 품을 내주지 않았다.

블러디아는 드래곤의 약화된 감각과 저항력으로 맞서며 베르덴의 머리나 목, 또는 심장을 관통하려고 하나뿐인 팔을 연신 휘둘렀다.

힘의 총량은 규모의 문제일 뿐.

둘이 보여 주는 합들은 경지적인 한계를 넘어선 영역에 있었다.
특화된 능력은 달랐지만, 지금의 그들은 어느 쪽이 아차 하는 사이에 죽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동급이었다.

[제법 머리가 굵은 운명의 추종자들은 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현대의 올다르크라고. 확실히 과한 명성은 아니구나.]

블러디아가 손톱 사이로 아이젠폴을 엮어 옆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그녀의 발차기가 잘생긴 얼굴을 스치며 생채기를 냈다.

그러자 베르덴이 한 손으로 철창을 회전시키다가 극단적으로 짧게 잡고, 창을 쭉 내뻗으면서 길게 잡아 찌르기의 범위를 불식간에 늘렸다.

콰직……!

뒤로 물러난 블러디아의 복부에 창이 파고들다가 장기에 닿지 못하고 빠져나갔다.

[그 눈. 그 재능. 그 집념. 마도국의 자손들보다도 더 올다르크의 핏줄 같아. 그래서 ‘당신’은 너를 손에 넣고 싶어 하지. 너 하나의 존재가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을 테니.]

“…….”

[알고 있느냐? 너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파괴해 ‘당신’의 계획을 망가뜨렸지만, 그와 동시에 마탑의 동력원을 없애 올다르크의 원대한 미친 계획까지 어그러뜨렸다.]

베르덴이 반응을 보였다.

블러디아가 천천히 원을 그리듯 걸으며 입술을 매만졌다.

[아, 입이 근질거리는군. 금기가 없었다면 모든 진실을 속삭여 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너도 사도가 되면 되니까.]

“닥쳐라, 사도.”

베르덴이 블러디아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다시금 태세를 갖추었다.

“내가 ‘당신’에게 충성할 거라고 생각하나?”

[충성?]

블러디아가 우아하게 손등으로 입가를 감추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충성이라.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역시 모르는 게 많구나. 훗날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는군. 호스트의 마음도 그러려나. 그리고 또 하나 정정하자면.]

블러디아가 드래곤의 발톱을 핥았다.

[나는 사도가 아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끊어졌다. 바닥에 족적을 남겨 베르덴과의 거리를 최대 속도로 줄인 그녀의 동공이 세로로 갈라졌다.

[사도‘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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