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025

1025화 모험극 (3)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어.’

베타가 규칙 바깥에서 세 번째 귀빈을 침묵시킨 덕분에 테아렐은 경쟁자 없이 탈라칸의 서재 미로를 수색했다.

청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어 책장 전부를 뒤질 수밖에 없었다. 태해의 마도로 미세 수분을 넓게 퍼뜨려 탐지 범위를 최대로 확장했다.

마도는 이제 4분이 넘기 전에 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계 마법은 물론이거니와 거동도 어려운 상태가 될 테니까.
아르카디옴이 허락하는 한계가 그것이다.

사라락, 사락.

탈라칸은 혼자 있는 것처럼 앉아서 뭔가를 책에 쓰고 있다. 무엇을 기록하는 걸까. 바깥은 드래곤과 악신의 잔재, 그리고 데우스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데 탈라칸만은 태평한 모습이었다.

‘대체 뭘 원하는 거지?’

세 번째 귀빈이 사실상 탈락했기 때문인지 그는 청람을 찾는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것에 몰두했다.

탁.

테아렐은 청람의 단서를 찾기 위해 움직이다가 문득 멈춰 섰다.

‘잠깐, 청람은…… 물건일까?’

탈라칸은 자기 자신을 호스트로부터 파생되어 독립된 영혼이자 모험극의 관찰자이자 관리자라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탈라칸은 또 다른 호스트다.

탈라칸의 말을 떠올렸다.

───{바다의 개념을 품은 초월자답게 심해의 미지를 잘 간파하는군.}

호스트의 말도 떠올렸다.

───{나비의 날갯짓이란 놀라운 것이지. 벌레보다 못한 힘을 가진 마법사의 발악이 이 세상의 인과를 사정없이 비틀었으니. 네가 아르카디옴에 오는 날이 먼 훗날로 정해졌으나, 지금 이 순간 내 영역에 발을 디딘 것처럼.}

───{나야말로 네가 찾던 바다의 두려움이다.}

───{내가 네 이상(理想)이다.}

테아렐이 심해를 찾기 한참 전부터…… 호스트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미래에 아르카디옴에 올 거라고 확신했다.
테아렐이 이상으로 찾아 헤매던 바다의 공포가 호스트였다.

‘루자크 팔테인처럼, 아마도 블러디아를 제외한 귀빈들은 전부 망자야. 호스트는 그 영혼들로 지식의 만찬회를 열며 게임을 진행해 왔어. 주검의 영광의 수장조차도 호스트의 놀잇감으로 전락했고.’

테아렐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에 비해서 나와 베르덴 등은 살아 있는 귀빈과 주빈. 호스트는 공정성을 지키는 척하지만…… 애초에 망자(亡者)와 생자(生者)를 평등하다고 보고 있을까? 전자는 장난감이나 다름없는데.’

그녀를 에워싼 셀 수 없이 많은 서적이 공허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의심은 믿음이 되며, 묘한 충동이 손을 잡아당겼다.

‘호스트는 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탈라칸에게 가장 먼저 도착한 지식인은 세 번째 귀빈이다.
그런데 탈라칸은 테아렐이 오고 나서야 청람을 찾는 게임을 시작했고, 게임 규칙에 허점을 만들어서 베타의 개입을 유도했다.

게임은…… 편파적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호스트의 관점에서는 편애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망자들을 정식 참가자로 보지 않았으니.

‘그렇구나.’

마도를 닫았다.
서고 탐색을 끝냈다.

청람을 찾지 못한 귀빈은 지식을 전부 잃는다고 했지만, 탈라칸은 테아렐이 지식의 망령으로 변하길 바라지 않았다.
패배하길 원하지 않았다.
테아렐이 승리할 거라고 확신했다. 여긴 하나의 모험극이다. 연출은 참가자가 결정하지만, 각본가는 탈라칸이다.

‘청람. 단서는 그 뜻에 있었어.’

테아렐은 한창 책을 스캔하는 베타의 프레임을 톡 치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탈라칸이 자리한 천문대에 도착했다.
계단을 올라…… 탈라칸 옆에 서서 그와 똑같은 풍경을 보았다.

맑고 깨끗한 경치.
차곡차곡 쌓인 탈라칸의 책.

그 둘이 한눈에 보였다.

“청람, 찾았어.”

지식의 과업이 명시하는 청람(淸覽)은 푸른 보석 따위도, 물건도 아니었다. 청람이란 사전적인 의미 그 자체였다.

청명한 조망.
남이 자신의 글을 보는 것.

위 두 가지 뜻을 함축한 광경이야말로 탈라칸이 말하는 청람이었다.

{아르카디옴의 지식인은 호스트를 지식보다도 경외한다. 가장 많은 지식을 보유한 존재이니, 감히 같은 시야를 가지려고도 하지 않지. 청람의 뜻만 알면 끝나는 게임인데, 세 번째 귀빈이 그쪽으로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듯이. 결국 그는 모험극이 끝날 때까지 서재의 미로를 헤맸겠지.}

만년필로 종이를 휘갈긴다.

{호스트조차도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네 번째로 총명한 자’인 것처럼 지식의 양은 지성을 대변하지 못한다. 활용해야만 비로소 지식이다. 쌓아 올리기만 하는 지식은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지.}

스스슥!

탈라칸이 저술을 마쳤는지 마침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 새로운 책을 테아렐에게 내밀었다.

{열아홉 번째 귀빈, 테린이 게임에서 승리했다.}

선언이 끝나자마자 의식을 잃은 세 번째 귀빈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세 번째 귀빈이여. 안타까워할 것 없다.
무력한 영혼보다는 지식을 탐하는 망령이 처지는 나을 테니까.

‘이 책을 받으면 과업은 끝…….’

모험극에서 탈출하는 순간을 앞두고 테아렐이 눈빛을 가라앉혔다. 베타를 두고 혼자 게임에서 나갈 생각은 없었다.

테아렐이 물었다.

“후보군을 정한 뒤에 그 안에서 과업을 무작위로 정했다고 했었지. 그럼 내가 여기서 너를 마주하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이야?”

{전혀 의도하지 않은 행동들이, 상황에 기막히게 들어맞는 경우를 보고서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 이래서 이런 거구나. 그야말로 운명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

탈라칸이 새로운 책───청람을 책상 위에 두고 걸음을 옮겼다. 그는 창문에 가깝게 붙어서서 전장의 중심에 자리했다.

{현재 운명은 파괴됐다.}

“애셔가 그랬다며.”

{다만, 운명은 없어도 운명에 얽힌 근원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우연과 우연이 겹친 끝에 형성되는 우연한 숙명도 있지. 호스트는 이 둘을 ‘필연’이라고 일컫는다.}

필연은 입증되지 않았다.
새로운 지식.
호스트는 필연을 증명하기 위해서 수많은 실험을 거치고 있다. 지금도 말이다.

{네게 청람의 과업이 주어진 것도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바라지 않았음에도, 넌 호스트와 근원적으로 얽혀 있으니.}

“…….”

테아렐은 햇빛을 만끽하는 탈라칸의 등을 조용히 응시했다. 베타는 청람을 보았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목소리를 냈다.

“첫 번째 게임에서는 열여덟 번째 귀빈을, 그리고 두 번째 게임에서는 세 번째 귀빈을 이겼어. 그러니까 내가 얻은 질문권은 두 개야.”

두 자릿수 귀빈을 이기면 하급 질문권을.
한 자릿수 귀빈을 이기면 중급 질문권을.

“너는 내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겠지. 독립했다고 해도 호스트잖아. 그러니까 이곳에서 바로 질문권을 사용할게.”

테아렐이 묻는다.

“왜 내가 초월자로서 호스트를 이상으로 정하게 된 거야?”

테아렐은 마법을 체득하기도 전에 바다에 항거할 수 없는 공포가 있음을 인지했고, 그걸 토벌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호스트가 바다의 두려움이었다.

테아렐은 호스트와 본질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는 걸 이해했다. 그런데 호스트는 그 깨달음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고 속삭였다.

{원한다면 혼자 들을 수도 있다.}

“지금 말해.”

테아렐은 당연하게도 베타를 따돌릴 생각이 없었다. 베타는 그녀와 연관된 비밀을 알 자격이 충분했으니까.

탈라칸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저항의 씨앗이란 존재들이 있다.}

“저항의 씨앗?”

{‘당신’의 운명에 패배한 올다르크가 최후 전쟁을 위해 준비한 저력이다. 올다르크가 만든 모든 현대의 초월자는 사실상 저항의 씨앗이지만…… 그 초월자의 일부와, 초월자가 아닌 씨앗의 일부는 특별한 사명을 띠고 있지.}

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당신’의 사도에 대적하는 저항자. 우리는 이를 ‘대적자’라고 칭한다. 그런 뜻에서 호스트는 ‘당신’의 세 번째 사도이며…….}

테아렐은 진실을 들었다.

{넌 세 번째 사도의 대적자다, 바다의 초월자여.}

“내가…… 대적자.”

테아렐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입가가 움찔거렸다.

“나는 모르는 일인데? 원한 적도 없어.”

{대부분의 초월자는 선택‘받은’ 초월자다.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탈라칸이 주저 없이 진실의 비수로 찔렀다.

{넌 올다르크에게 선택받았다.}

“……선택?”

평소 무표정한 테아렐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초월자의 본성이다. 그들의 인생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다.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남에게 이용당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상에 관련된 사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선택받았다고? 내가?”

흰자에 불거진 실핏줄이 터졌다.
심해의 눈동자가 붉은 해협에 둘러싸였다.

“초대 마도왕, 걔가 뭔데 날 선택해.”

{그는 마법의 신이다.}

“숭배한 적도 없는데 무슨 신……!”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가까스로 터져 버릴 것 같은 분노를 억누르며 테아렐이 최대한 나지막이 질문했다.

“다시 말해. 초대 마도왕이…… 정말로 내 이상을 정했어?”

{깊게 간섭했지.}

“어딨어? 안 죽었잖아. 마도왕이니까 마도국에 숨어 있지? 아케나드 마도국에.”

테아렐은 언어를 정제하지 못했다.

“대도시 세 개쯤 멸망시키면 기어 나오려나.”

무고한 수백만 명을 죽여 버리겠다는 발언.

지금 당장 테아렐 눈앞에 그럴 기회가 있다면 진심으로 행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테아렐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

베타는 초대 마도왕의 창조물로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알파와 베타는 버려졌다. 초대 마도왕은 비정했고, 잔혹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단서는 계속 나오고 있다.

“말해.”

테아렐이 개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마도를 다시 열려고 했다.

“초대 마도왕, 어딨어.”

{네게 남은 하급 질문권으로는 대답할 수 없는 사안이다. 또한 대답할 여유도 없지. 이제 모험극이 막을 내릴 차례니. 그러니 하급 질문권은 호스트의 본체에 쓰도록.}

탈라칸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이 마지막 아르카디옴이다.}

[무슨 의미입니까?]

{누가 승리할지 감히 장담할 수 없는 최종 국면이 가까워지고 있다. 앞으로 지식의 만찬회를 열 기회는 없겠지. 그러니 모험의 게임도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 모험극을 관찰하며 관리하는 나도.}

그는 자신의 필연을 받아들였다.

{내 존재는 여기까지다.}

왕성이 진동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창가 아래에서 솟구친 드래곤의 머리가 천문대의 반을 박살 냈다. 바닥이 기울었다. 베타와 테아렐이 경사가 진 타일을 잡아 추락을 면했다.

{새로 얻은 지식에…… 만족하나?}

드래곤의 첨예한 이빨 사이에 탈라칸의 허리가 걸쳐 있었다. 저항조차 하지 않는 그는 입에서 피를 쏟으며 테아렐 일행을 바라봤다.

{부디 즐거운 모험이었기를 바라지.}

우드득! 우드드드득!

탈라칸은 드래곤의 이빨에 사정없이 씹혀 산산이 찢긴 뒤, 고깃조각이 되어 삼켜졌다. 호스트의 독립된 영혼이 사망했다.
탈라칸도 게임의 일부.
호스트가 게임을 없애면 그 또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그래도 모험극이 바로 끝나지는 않─’

탈라칸의 최후를 지켜보던 테아렐이 아차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청람.”

[여기 있습니다.]

베타는 청람이 뻥 뚫린 왕성 바깥으로 떨어지기 전에 잡아챘다. 베타가 청람을 갖고 있는 이상 그녀는 당장 모험극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잘 가지고 있어. 애셔가 과업을 완수할 때까지 버텨야 하니까.”

[먼저 나가도 됩니다.]

“같이 가.”

테아렐이 무거운 베타를 붙들었다.

“뛰어.”

[알겠습니다.]

테아렐과 베타가 그대로 손을 놓으며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졌다. 콰아아아아앙! 그 둘이 있던 곳에 드래곤의 발톱이 박혔다.

정문으로 서재를 나갔다가는 드래곤만이 아니라 왕성의 병력까지 상대해야 한다. 앞뒤로 포위당하면 답이 없다.

그래서 탈출로를 바꿨다.

후욱───

드래곤의 몸통 아래를 지나간 테아렐과 베타가 높은 왕성에서 추락했다.

* * *

아르카디옴의 게임이 능숙한 블러디아는 다분히 계획적으로 베르덴의 심리를 자극했다. 그렇게 그가 바닥을 보이게 했다.

‘드래곤을 실시간으로 조종해서 지식의 과업을 완수하게 만들었다.’

몸이 희미해지며 게임에서 퇴장하는 블러디아는 만신창이였지만, 베르덴의 반응을 보면서 오만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모험극의 규칙을 이용한 전략…… 변명의 여지 없이 보기 좋게 놀아났군.’

그 순간 베르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냥 보낼 수 없지.’

베르덴은 마도 개방으로 이미 작살난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 그녀는 육체 감각이 모조리 망가졌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절대로.’

모험극에서의 마지막 마법.

베르덴은 여전히 체중으로 블러디아의 목을 향해 단검을 짓누른다.
그러면서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

“운명의 추종자들은 사도 중 누군가가 지휘하고 있겠지. 옛 왕, 호스트, 이슈르, 거인, 인간계 최초의 왕을 제외하면…… 너나 첫 번째 사도가 추종자의 주인이겠지. 혹은 둘 다거나. 하지만.”

[…….]

“나는 그게 너인 것 같은데.”

블러디아의 저항력은 한없이 약해졌다. 드래곤의 특성은 의미 없다. 이곳은 모험극이니까. 모험극에서 그녀는 강대한 드래곤이 아니다.

“넌, 어디에 있지?”

이제 십수 초 뒤에 사라지는 블러디아가 찢어진 입으로 조소했다. 과업을 완수한 이상 그녀는 죽지도 않는다.

[우스운 질문…….]

베르덴이 순식간에 단검을 놓아 버리고는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기억 공유>

마법을 매개체로 베르덴이 임의로 결정한 기억과 블러디아가 방금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상기한 기억이 교차했다.

뇌리에 낯선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

블러디아의 표정이 굳어짐과 동시에 급하게 입을 벌렸다. 안쪽에서 흘러넘친 불길이 곧 어둠을 밝히며 쏟아졌다.

브레스.

미약한 숨결이었다.

고작해야 베르덴을 몇 미터 밖에 밀어낼 수 없는 위력이었다. 한 팔로 바닥을 기면서 그에게서 떨어진 블러디아의 평정이 뒤틀렸다.

[네놈…….]

“드래곤을 숭상하는 조각상…… 용 숭배자. 그게 운명을 추종하는 자들의 머리였나.”

베르덴은 찰나에 본 짧은 기억을 곱씹었다.

“그 본거지 중 하나는 마렌 왕국의 서쪽에 자리한 숨겨진 성채. 꽤나 가까운 곳에 있었군.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들르면 되겠지.”

베르덴은 힘을 거의 낼 수 없는 몸으로 상반신을 일으켰다.

“아르카디옴이 끝나는 대로 찾아가마.”

사도를 향한 악의가 범람했다.

[……하.]

블러디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운명의 추종자들의 본거지 일부가 발각됐다.
일부지만 무시할 수 없다.
거기에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세 번째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세 번째 게임에서 운명 파괴자를 저지하는 것이 유일한 최선일 터.’

일단 두 번째 게임은 여기까지다.

후욱.

블러디아가 미리 힘을 불어넣었던 잘린 손가락을 움직였다. 새벽녘의 기사 바로 근처에 떨어진 그것이 어느새 가공된 악신의 잔재에 가까이 다가가 잔재를 그녀에게 툭 날렸다.

‘별빛도 회수하고 싶지만 이걸로 만족할 수밖에.’

베르덴과 새벽녘의 기사는 움직일 수 없으니 둘 다 그걸 막을 수 없었다. 그러자 작은 물체가 날아와 허공에 뜬 잔재에 몸을 부딪쳤다.

잔재와 함께 데굴데굴 구른 알파가 이내 떨어진 바위 잔해 앞에 멈췄다.

[악신의 잔재. 알파 거.]

알파가 당당하게 남은 한 팔로 악신의 잔재를 두드렸다.

블러디아의 표정이 사라졌다.

그렇게 남은 시간이 마저 지나가며 블러디아가 모험극에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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