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22

1122화 제물의 무게 (5)

연합의 병사가 라테온과 레이라의 곁으로 오고 수십 초도 지나지 않아서 사망했다.
반응성은 비교도 안 되게 빨랐지만 최근에 접한 증상과 결이 같았다.

전염병(傳染病).

피울음 역병이 어떻게 전개됐는가.

잠복기에는 숙주 안에 머물며 자라고, 전구기에는 호흡기를 통해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발병기에는 증상을 폭발시켜 숙주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렇듯 숙주 한 명이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것이 전염병의 성질.

“저 새끼가 설마…….”

죽은 병사들이 내뱉은 핏물은 완전히 얼어붙어서 더 이상 흐르지 않는 상태였다. 즉각 시신을 살펴보니 내장이 단단했다.
와자작, 살짝 누르자 얼음 깨지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사령관에게 접근조차 하지 않은 녀석들이 냉기에 침식당했다.’

다른 병사들은 멀쩡했다.

오직 라크디온과 전투를 벌인 토벌자들에게 접근한 이들만 해당됐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모를 정도로 라테온은 우둔하지 않았다.

‘냉기에 전염 특성이 있고…….’

라테온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놈이 우리를 숙주로 지정했군.’

달려드는 언데드 무리를 쳐 부쉈다. 3위계와 4위계 마법 따위는 방패로 대처했고, 밑에 떨어진 언데드의 창을 걷어차 리치의 두개골을 깨 버렸다.

그 반대편에서는 연합군이 지원을 위해 달려오거나 날아오고 있었다.

라테온이 공간 가방에 수납한 통신 장치를 켜면서 소리쳤다.

“오지 마라!!!”

전장의 소음 탓에 우렁찬 목소리가 묻혔지만 전부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최상위 언데드를 토벌하며 피칠갑을 한 수인이 귀를 쫑긋거렸다.
그는 산왕의 최측근으로, 대부족에서 왕의 칭호를 받은 강자 중 하나였다.

“사령관!! 사령관을 상대한 전력들에게 접근하지 마라! 사령관에게 가까이 가지도 마!! 저놈의 냉기에 전염된다!!”

사문 내부에서 활약하던 지휘관들이 긴급한 통신에 반응했다.

───저, 전염이라니?

“반복한다.”

라테온이 본 캐벌리어 다수를 방패만으로 박살내며 강하게 전달했다.

“제2사령관과 제2사령관에게 접근한 자를 확인하면 무시하고 지나쳐라. 냉기의 전염병이 확산되면 돌이킬 수 없다.”

───……이런.

어떤 지휘관이 탄식하는 음성에 이어 격한 잡음이 들려왔다. 액체가 분출하고 얼어붙는 소리가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라테온처럼 전장에서 나가떨어져 버린 토벌자에게 이미 다가간 것이다.

“빌어먹을.”

라테온은 일단 냉기에 죽은 병사들을 구덩이 안에 던졌다. 어쩔 수 없이 매장해야 했다. 시체를 통해서 감염이 진행될지도 몰랐기에.

“윽.”
“정신 차렸으면 당장 일어나!”

레이라는 손목이 붙잡혀 강제로 일으켜 세워졌다. 문득 자신의 육신을 관조했다.
머리와 가슴이 깨진 듯한 격통은 없었고, 생소하고 불쾌하면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저주가……?’

유골룡 토벌전 때보다 저주가 강해졌지만 사고의 흐름이 편했다. 평소와 같았다. 그저 악마의 재생력과 육신의 경지만 더 강해졌을 뿐.
저주를 부여한 악마가 돕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필시 신인(神人)의 격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리라.

라테온이 말했다.

“잘 들어. 우리는 지금 냉기의 전염병을 매개하는 숙주다.”
“전염병?”

라테온은 통신 장치를 통해 전달했던 내용을 한층 더 줄여 설명했다. 사령관에게 맞섰던 레이라는 무리 없이 이해했다.

“그럼…… 어떻게든 <비행>의 매직 아이템을 써서 전장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겠군요.”
“저 하늘을 뚫으라니.”

평야의 하늘은 양측 군단의 마법이 불규칙적으로 충돌하는 전장이었다. 고위계 마법 사이에 끼어버리면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무사히 하늘을 지날 확률은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낮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상을 경유하면 반드시 연합군을 가까이해야 한다. 전염병은 아군에게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길 터.
공중에서 요격당한 끝에 추락해도 매한가지다.

세계 연합이 역병에 노출되는 한이 있어도 비교적 안전한 지상을 달려야 하는가.
최악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위해서 위험한 하늘을 날아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에온의 작전이 성공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옆의 구덩이에 숨어서 기다려야 하는가.

무엇을 제물로 삼아야 하는가?

라테온과 레이라는 피와 시체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 * *

비대칭 전력이 확인되자마자 선별한 인원들이 격한 전투를 이어 나갔다. 그들보다 몇 뼘은 더 큰 크세리온 제국의 사령관이 대응할 때마다 대기가 격동하는 것이 멀리서도 감지됐다.

전장 속의 전장.

제3자의 시선에서 그곳은 별세계였다.

“계획대로 초월자를 비롯한 토벌자들이 사령관의 이목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사문의 근원체에 접촉하지 않는 한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겠지.”

연합의 마도사단장이 말했다.

“전원, 마도를 개방하라.”

아케나드 마도국───마도왕 직속 제1마법사단, 엘레마르(Elemar).
베르덴 일행이 마도국에 초대됐을 때 7대 마도왕과 신성의 마법전을 견식하는 것이 허락되었던 마도국의 최고 전력들.
총 13인 중 5인만이 테르네티아 연방에 파견됐지만 개중에는 단장이 있었다.

그들은 아르나크 제국군과 드워프 등과 함께 서쪽 해상 함대에서 대기하다가 테르네티아 연방의 전장에 합류했다.

대부분의 연합군은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본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인선이었지만, 결국 비대칭 전력이 사문 내에서 확인됐으니 개입할 조건은 갖춰진 셈이었다.

“두 개의 계획을 동시에 진행하되 제국의 사령관이 개입하면 두 번째 계획으로 실행한다.”

상대가 인간형이라 한 번에 상대할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있다. 하물며 사령관은 언데드. 소모될 체력이 없기에 차륜전이 무색하다.
심지어 엘레마르 소속의 마도사들은 고출력 원소계 마법에 특화되어 있어 거리가 가까우면 아군의 피해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군단의 목적에 충실했다.

사문의 폐쇄를 돕는 것.

“명심하도록. 기회는 한 번뿐이다.”
“네, 알겠어요.”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에온의 마법사들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침묵의 안위.
암살, 첩보, 잠입 등 특수전에 전문화된 마법사단엔 멜라드 타스티엔의 제자들도 있었다.

레베카와 에단.

미들로스 자치령에서 베르덴에게 소사이어티 입회 권유를 한 젊은 마법사들,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블랙 아워와 소사이어티가 통일되어 에온을 탄생하게 만든 초석일지도 몰랐다.

‘조작 연습은 충분히 했어.’

이제 실전이다.

‘성공하자. 반드시.’

레베카가 허리춤에 찬 공간 가방을 꼭 쥐었다. 그 안에는 다름 아닌 알파가 제공한 ‘비장의 무기’가 들어 있었다.

* * *

수십 일 전.

주검의 영광이 성소 아벤카를 습격했을 당시 지상 최악의 난쟁이───그림멜 그롬파르는 초월자들에게 생포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만만했다.
도시 잔트라를 멸망시켜 버린 자신작을 교국의 수도 지하에 설치했으니까.

마력 분열 연쇄 장치.

그 파괴력은 수많은 신자는 물론이거니와 초월자를 위협하고 종국에 빛의 도시를 아주 반파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걸 알파가 스캔해서 해체했고.

───[이거?]

그대로 노획했다.

───[이제 내 거.]

* * *

쿠우웅!

라크디온의 격한 공세에 일부 토벌자가 전장에서 이탈했다. 전법이 바뀌자, 이전까지 놈의 움직임에 적응한 감각이 도리어 독이 되었다.

라테온과 레이라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날아갔고, 산왕은 연합이 구축한 성벽으로 던져졌으며, 벤하임은 검격을 맞대다가 힘과 냉기에 밀려 언데드 한복판으로 사라졌다.

신월新月

보랏빛 초승달이 무릎 뒤를 베었다.
힘줄이 손상됐을 테니 아주 조금이라도 주춤거려야 정상이다.

‘육신은 존재의 껍데기일 뿐이라는 건가……!’

콰과과과과과과과!

라크디온이 방출한 서리 검기가 토벌자들 사이를 난도질했다. 호흡은 이미 격해졌다. 스치지도 않도록 완벽하게 피하는 순간 정복의 검이 지면에 아주 깊게 박혔다.

<정복: 영면(永眠)>

아드리안이 그것이 광범위한 능력임을 직감하고는 레온하르트와 곧바로 앞장서서 검막과 신성 보호막을 형성했다.

그게 라크디온의 노림수였다.

쩡.

두 사람을 둘러싼 공간이 얼어붙었다. 라크디온과 가장 가까운 이들을 봉인하는 권능.
라크디온을 포함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모든 충격을 차단하는 빙석에 갇혔으니 그들은 공격받지도 않지만, 반대로 공격할 수도 없다.

해당 권능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라크디온도 정복의 검을 쥘 수 없기에 권능과 무기 없이 맨손으로 전투에 임해야 한다.

에레스가 그를 통찰했다.

‘……! 검이 없으니 한기가 약해졌다.’

그럼에도 막강하다는 것은 변함없지만 라크디온도 그들의 합격에 손상되었다.
상대할 수 있다.
상대하지 않으려고 해도 맞서는 것 말고 선택권은 없지만.

콰아아아앙!

“크으읍……!!!”

에레스와 그리즈월이 정면에서 라크디온의 진격을 막아 냈다. 힘줄이 터질 것 같았다. 불거진 근육에서도 출혈이 발생했다.
발이 점차 밀리는 와중에 보검과 도끼를 놈의 팔과 어깨에 단단히 걸었다.

“하아아아아아압!”

트리톤이 스태프를 회전시켰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라크디온에게 떠오른 낙인을 타격할 때마다 물리적 충격이 점차 강해졌다. <연쇄의 인>. 낙인이 없어지고, 또 생겨난 낙인을 후려치길 반복하면서 그의 움직임이 가속했다.
최대 속도에 도달한 스태프는 범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카란스와 카스티안은 양쪽에서 라크디온의 상흔을 헤집었다.

그 순간───라크디온이 양팔을 내리쳤다.

에레스와 그리즈월의 무릎이 꺾였다. 철퇴와 같은 건틀릿이 그리즈월과 카스티안의 면상을 강타했으며, 카란스는 불식간에 목이 잡혔다.
카란스는 빙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검이 없어서 그런 건지, 라크디온은 그를 트리톤에게 던져서 둘을 같이 날려 버릴 뿐이었다.

서늘한 검광이 번뜩였다.

에레스 아인드겔 프로하스는 각성하지 못했기에 현대의 초월자는 아니다. 하나 아버지이자 선대로부터 계승한 [니비스]를 통해서 종의 한계를 극복했다. 그의 경지는 초월의 영역에 도달해 있다.

에레스는 마법사다.
북부의 감시자는 언제나 마검사였다.

<난설(亂雪)>

어지럽게 스치는 북부의 서리.

<단설(端雪)>

에레스의 검이 라크디온을 관통했다. 쩌적. 갑옷의 균열이 더 커졌다. [니비스]의 칼날이 라크디온의 등을 뚫고 나왔다.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봉인 계열의 마법을 빠르게 연산했다.

콱.

라크디온이 [니비스]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스스로 몸을 내밀었다. 에레스에게 접근하며 그것이 더 몸속 깊이 들어오게 했다.

[궁금하군.]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 드리웠다.

[쓰임을 다했을 때 네놈은 한탄할까, 수긍할까.]

“그만 좀 닥쳐라.”

에레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가까스로 권능을 부수고 나온 아드리안이 지면을 박찼다. 권능이 깨졌다. 그러자마자 라크디온도 검을 회수했다.
힘으로 에레스를 보검째로 밀어낸 놈이 노련하게 발을 놀리며 검격을 해방했다. 아드리안은 검을 반쯤 휘두르다가 멈췄다.

<정복: 절식(絶息)>

자쇄紫碎

권능과 기예가 맞부딪쳤다.

공간이 혼란스럽다.

아드리안은 찰나에 광검을 역수로 바꿔 잡고 빠르게 회전을 거듭했다. 정복의 검을 흘리고, 그가 순식간에 라크디온을 지나쳤다.

라크디온의 오른손에서 약지와 소지가 절단됐다.

두 다리에 제동을 걸어서 신속의 영역에서 벗어난 아드리안이 크게 숨을 토했다. 그러면서도 검을 결코 아래로 내리지 않았다.

[…….]

라크디온이 자신의 오른손을 응시했다.
세 개의 손가락만 굽혀졌다.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운명 파괴자의 오른팔을 자처할 만하다. 하나, 네놈의 결단은 그 속도만큼이나 대단할까.]

“그만 좀 닥치라고 했을 텐데.”
“잠깐만요.”

에레스가 갑자기 연합군 진영으로 당황한 눈길을 던졌다.

“어째서 사령관의 기운이 저곳에서…….”
“……!”

[전쟁의 본질은 외부의 파괴, 그리고 정복의 본질은 내부의 장악. 그런 뜻에서 전염은 정복의 가장 순수한 형태지.]

라크디온이 검으로 전장을 가리켰다.

[정복이 시작됐다.]

이제 보니 토벌자들이 날아간 쪽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전염과 정복. 필시 그들을 매개체로 기운을 퍼뜨리기 시작한 것일 터.
어째서 토벌자들을 죽이는 데 급급하지 않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연합군을 장악할 숙주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네놈은 확실히 처음에 비해 약해졌다.”

아드리안이 핵심을 찔렀다.

“기운을 퍼뜨릴수록 약화되는군, 네 존재가.”

[그 누구도 총량을 벗어나는 이적을 발휘할 수 없는 법이니. 아드리안 첸버스. 운명을 파괴한 자를 따라서 선택권을 되찾은 네놈에게 묻겠다.]

라크디온이 세계 연합과 언데드 군단이 부딪치는 전장으로 유도하며 조소했다.

[선택할 제물은 무엇인가.]

토벌자들이 연합군을 가까이 두면 감염이 확산되는 대신 라크디온은 약해진다. 반대로 감염을 억제하면 지금의 라크디온을 상대해야 한다.

아군을 희생해 제2사령관을 끝장내는가.
아군을 지키며 전멸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감수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승리를 쟁취하는가.

“…….”

아드리안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는 한 차례 사문의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에레스가 눈을 크게 떴다.

“아드리안.”
“내가 책임지겠다.”

아드리안은 선택했다.

* * *

후우우웅.

펜드렌 호수를 나선 베르덴(본체)가 공간 마법진을 작성해 중앙 대륙으로 넘어왔다. 불안정해진 공간이 느껴졌다.

‘이제 정말로 셧다운이 임박했군.’

베르덴은 사룡을 상대한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파악하려고 했으나, 마렌 왕국에서는 어떤 기척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마렌 왕국 전역이 고요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