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33

1133화 초강수 (1)

아르카디옴에서도 점잖았던 데우스가 이렇게 강경한 어조로 말할 줄이야.

베르덴도 무모한 결정임은 인정한다.

세계 연합의 수장이 최전선에 선 걸로도 모자라서 아예 적진으로 돌입하려는 셈이니. 심지어는 ‘당신’의 사도와 동급의 힘을 자랑하는 4대 고룡의 일각을 홀로 상대하기까지.

데우스가 이어서 말했다.

───사룡 네크바엘과 서로 상해(相害)를 입히는 것 자체가 연합의 손실이다. 함부로 목을 걸지 마라, 베르덴. 지금 당장 네 지위를 온전히 대신할 수 있는 자는 없다.

폴테인 평야에서 개전 마법으로 제국의 합동 초위 마법을 분쇄하고, 대략 10만에 가까운 언데드 군단을 궤멸시킴으로써 사기를 진작시킨 베르덴은 형식만이 아니라 세계 연합의 정신적 지주로 등극했다.

그가 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연합은 전의를 잃지 않고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최소한 한 번 더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정반대로 베르덴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연합군은 흔들린다.
존재감이 클수록 그 빈자리도 큰 법이므로.

───그래서 네크바엘이 이 대륙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더라도 무시하라는 건가. 결과적으로 세계 연합의 보다 안정적인 승리를 위해.

───그게 실리다.

───모든 것이 실리지.

베르덴이 의념으로 대답했다.

───단순히 승리를 쟁취하려 할 뿐이었다면 다른 전략을 구사했을 거다. 그리고 내가 아니라 너를 세계 연합장으로 추대했을 거고.

베르덴이 추구하는 신념은 전쟁에 있어 장애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지성체의 존엄을 저버린다면 전략과 전술의 가짓수는 훨씬 더 많아지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지금보다 유리하게 전쟁을 끌어갈 수 있다.
지킬 것과 버릴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순간 전쟁의 결과는 계산의 영역이다. 저울에 올린 피의 무게만큼 승산은 높아진다.

───여기까지 오면서 마렌 왕국이 어떻게 됐는지 봤다. 네크바엘이 존재감을 발산한 것만으로도 사실상 나라 하나가 초토화됐더군.

베르덴은 [블랙 아워의 나침반]을 써서 네크바엘의 흔적을 쫓았지만 어떤 도시에서도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를 맞이한 것은 사룡의 기운에 오염되어 타락한 존재들뿐이었다.

───데우스 위덴, 네가 전력을 투사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데우스는 침묵했다.
침묵은 곧 긍정이리라.

───책망하지 않는다. 아칸드와 네크바엘만이 아니라 다른 위험에 대비하며, 확실한 기회를 포착한 순간 승리에 쐐기를 박기 위해 최대한 힘을 보존하는 것. 그게 네가 생각하는 실리일 테니.

데우스는 네크바엘을 이용해 시타델을 불러들이는 게 당초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광범위한 마도의 장막은 그 수단.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며 실제로는 장기전을 유도했다.

───하지만 내 실리는 다르다.

베르덴의 의지가 날카로워졌다.

───그러니 닥치고 협조해. 명령이다.

───…….

데우스는 네크바엘을 향한 마법적 공세를 이어가며 생각에 잠겼다. 시타델을 내심 주시하고는 연합장으로서의 뜻을 존중한 듯 베르덴의 요구에 응했다.

───‘세계로 완성되지 못한 공간’이 하나 있다. <연리의 수조>와 달리 개념을 차단하지 않고, 대륙의 시선이 일절 미치지 않는 3차원의 변방이.

작금에 이르러──다섯 개의 세계는 벽으로 구분된 채 같은 3차원 내에 공존하고 있다.

첫 번째 세계는 대륙이며.
두 번째 세계는 레프라기움 마탑이고.
세 번째 세계는 대악마의 피난처.
네 번째 세계는 방주의 하늘섬.
다섯 번째 세계는 운명의 근원이다.

각 세계를 수식하는 숫자는 단순히 생성 순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순서만이 아니라 거리까지 포함한다.

다섯 번째 세계는 첫 번째 세계 다음에 탄생했지만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베르덴이 물었다.

─── 3차원의 변방…… 초대 마도왕이 3차원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 같은 건가? 아니면 실패작?

───공간이 격동하는 순간을 이용한다면 3차원 <전이>만으로 도달할 수 있다. 좌표를 보조할 테니 공간 자체를 무너뜨려라. 그리고 그곳 어딘가에 있을 ‘균열’을 찾아 복귀하도록.

데우스는 베르덴의 질문을 회피했다.

───해당 공간에 격리시키면 네크바엘은 한동안 전쟁에서 배제될 거다.

데우스는 사생결단을 벌이는 대신 네크바엘을 잠시 대륙에서 이탈시키는 계책을 제시했다.

확실히 합리적이었다.

적어도 계속해서 네크바엘의 주의를 끌거나 둘 중 하나가 죽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대책. 베르덴은 특히 ‘대륙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이라는 특징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마음에 드는군.

기류가 요동쳤다.

베르덴의 의념은 데우스뿐만이 아니라 반토레온과 안데스에게도 전해졌다.

───내가 없는 동안 마렌 왕국의 사문은 확실히 폐쇄시켜라.

───음? 갑자기 무슨…….

반토레온이 반문하려던 도중에 강력한 파공음을 터뜨리며 베르덴이 질주했다.
오염된 대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사룡의 독성에 고스란히 노출되었음에도 중독되지 않은 채 거리를 급속도로 좁혔다.

불안정해지는 공간 좌표와 점차 다가오는 시타델을 의식하고 있던 네크바엘의 거대한 눈동자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

사룡의 포효가 천지를 압도했다. 반토레온조차도 직격당했다가 깊은 내상을 입은 함성이다. 8위계급의 저항력을 관통하는 위력이라면 태초 이래로 견뎌 낼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사선으로 치솟은 광대한 충격파가 <차원 전이>로 피할 여지도 주지 않고 구름층을 흩어 버렸다. 그러한 척력의 격류 속에서 베르덴은 감속되어도 밀리지 않고 전진했다.
체내의 기혈이 뒤집히는 고통이 엄습했지만 그는 반토레온과 달랐다. 타고난 저항력뿐만이 아니라 그는 [아인베르]로 보호받고 있으니.

투확───!

네크바엘의 로어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데 성공한 베르덴이 [인테리스]를 짧게 잡았다. 보랏빛의 파동이 소리 없이 맥동했다.

‘지금이다.’

테르네티아 연방에서 대규모 <전이>가 실행됐음이 확인됐다.
그에 맞춰서 시타델도 <전이>를 시작했다.

모든 공간 좌표가 크게 뒤틀리는 순간에 베르덴이 스태프를 휘둘렀다. 쉐오른 장로에게 가르침을 받은 공간 마법의 정수가 그의 마도로 재현됐다.

유리창이 깨지는 굉음이 확산했다.

<공간 파괴>

마도국의 동력원으로 유지되던 공간 좌표의 안정이 붕괴되는 도중에 가해진 충격에 베르덴과 네크바엘을 둘러싼 공간이 와해됐다.
투명한 공간의 파편들이 비산했다.
파괴된 영역에는 광채도 다가가지 못하는 차가운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공간의 이치가 작용했다.

<위상(位相)의 낙수>

특정 공간 좌표로 이어지는 흐름이 주변 사물들을 휘감기 시작했다.

데우스의 섭리였다.

공간의 암흑이 다른 장면을 반영했다. 정적인 수면 위에 비친 형상과 같이──대륙과 다른 기류와 법칙이 흐르는 장소가 시야에 비쳤다.

[허튼짓을.]

“허튼짓이 아닌지는 보면 알겠지.”

네크바엘이 가뿐히 인력에 저항해 물러나려고 하자 베르덴이 굽이쳤다. 망화로 불타오르는 몸이 드래곤의 거체와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네크바엘이 두 발짝 정도 밀리더니 반대 방향으로 체중을 실었다. 망화를 엔진으로 삼아 힘을 더했지만 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법진으로.’

베르덴이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등 뒤 너머로 손을 겨누었다.

발로크 베시아스의 6번 컬렉션, [간천(刊釧)].

마력을 받은 팔찌가 기동해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초월자의 유산이 현현했다.

<계명: 낙인>

밀도 높은 중력이 공간을 통째로, 그리고 사각에서 베르덴을 강타했다.
척력의 에너지가 네크바엘에게도 전해졌으며, 그로 인해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던 무지막지한 힘의 평형이 깨져 버렸다.

“따라와라, 네크바엘.”

다른 세상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인테리스]를 강하게 당기니.
쉐오른 장로에게 배운 것처럼 그물처럼 뻗어 나갔던 파괴의 균열이 되감기고, 모든 파편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며 공간이 수복된다.

쿵.

공간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됐다.

테르네티아 연방에서의 대규모 공간 이동이 완벽히 성공했다.
시타델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베르덴이 3차원 공간 좌표 너머로 사룡 네크바엘을 끌고 갔다.

셧다운이 발생했다.

* * *

초 단위로 이루어진 공방은 마렌 왕국에 공허함을 남겼다.
베르덴과 네크바엘이 사라졌다.
그들의 거대한 존재감을 주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이런……!]

그제야 베르덴의 노림수를 이해한 안데스가 즉각 고개를 돌렸다.
데우스 위덴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말리지 않고 동조하다니! 아무리 베르덴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룡을 단신으로 상대하는 것은 무모한 대책이네!]

“본인의 선택이지.”

데우스는 무심하게 시선을 높였다. 그는 베르덴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초월자로서의 힘만 발휘할 수 있다면 목숨이 위험했겠지만, 그곳이라면 베르덴은 진정한 실체를 드러낼 수 있으므로.

시타델과 네크바엘이 사라짐으로써 곧 마렌 왕국의 하늘이 푸른색으로 돌아왔다.

죽은 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사기가 스며든 대지는 여전히 죽어 있었지만 그래도 눈부신 햇빛은 하염없이 쏟아졌다.
데우스는 말없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양을 응시했다.

“찝찝하고 미지근하군. 내가 죽든 네가 죽든 일단 끝을 봐야 하는 것이 싸움이거늘.”

반토레온이 욕구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듯 앞머리를 확 올렸다.

“그래서 다음은?”
“베르덴이 명령한 대로 움직인다.”

데우스가 말했다.

“마렌 왕국의 사문을 폐쇄하지.”

네크바엘을 막아섰던 최고 전력들이 사문으로 눈을 돌렸다. <연리의 수조>를 해제했다. 사룡이 사라지고, 기척이 감지됐다.
안전한 장소에 몸을 숨기고 있던 연합의 병사들은 살아남았다.

그때 통신 장치가 반응했다.

‘중추 신호기를 다시 설치한 건가.’

데우스가 통신을 수락했다. 세계 연합의 본부에서 온 연락이었다. 말할 겨를도 없이 알파의 음성이 곧장 울려 퍼졌다.

───[베르덴 폐하는?]

“…….”

데우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마렌 왕국에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어쨌든 레프라기움 마탑은 현재 세계 연합의 일각이었기에.

쿠웅.

안데스 네크라일이 짙은 사기가 넘실거리는 땅에 착륙했다. 그러고는 전투의 여파로 이곳저곳 금이 간 뼈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반토레온도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본능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뭔가를 잊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골몰히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히……네크바엘을 함께 상대했던 초월자가 한 명 더 있었던 것 같은데.

* * *

사방에 싱그러운 자연이 가득하고 그 위를 창공이 덮고 있지만, 육감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느낌이 만연했다.

세계로 완성되지 못한 공간.

데우스 위덴이 직전 언급했던 3차원의 변방이 바로 이곳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네크바엘의 발톱이 그림과 같은 지면을 헤집었다. 인조적인 숲이 갈려 나갔다. 날개를 펼쳐 공기 저항을 받은 그가 강하게 머리를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저편으로 나가떨어진 베르덴이 어떤 생명도 없는 산맥에 꽂혔다.

네크바엘이 콧잔등을 씰룩였다.

[올다르크…….]

이곳이 태초의 마법사가 대륙에서 분리한 3차원의 일부임을 간파했다.

시타델과 네크바엘은 연결이 끊기는 순간 운명의 인력이 발생하고.
시타델은 마렌 왕국에서처럼 장애물을 무시하며 네크바엘에게 이동한다.

한데 이 공간은 저항자가 구축한 마도의 장막과는 달랐다. 지금도 시타델과 계속 연결돼 있다. 말인즉슨 다른 세계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대륙으로 돌아가려면 운명의 인력 없이 자력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저항자들과 무슨 작당을 꾸몄는지 알겠다. 잔수는 제법이나, 미완(未完)의 경지에 불과하면서 그 오만이 지나치다.]

네크바엘이 거짓된 땅을 내리찍었다.

[네놈에게 어울리는 무덤이군, 운명 파괴자.]

“초월자로서 아직 압도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커다란 도마뱀 하나를 격리시키는 데 굳이 완성된 경지까지 필요할까.”

베르덴이 무너진 산맥에서 몸을 일으켰다.

세상을 관조했다.
진정 아무것도 없었다.

지평선 바깥까지 세계가 펼쳐져 있었지만 베르덴과 네크바엘뿐이었다.

대륙의 빛이 닿지 않는 공간.

루아스 교국의 신인들은 차원의 변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베르덴도 더는 거리낄 것이 없다.

마도 폭주로 인해서 <파멸>을 전개하면 베르덴도 곧 공멸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니 파멸의 마도를 최소한으로 이용하며, 다른 힘으로 폭주의 부작용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

‘신성력으로.’

모든 마도의 색채가 한데 모여서 믿음을 매개체로 삼아 결합했다.

베르덴이 스태프를 떨쳤다.

<신격화(神格化)>

세계의 틈새에서 두 번째 사도를 상대한, 미완성된 신위가 해방됐다.

혼탁한 잿빛이 현현했다.

아티팩트에서 신기(神器)로 승격한 [인테리스]와 [아인베르]가 베르덴의 신격을 반겼다. 루아스 교국의 신물은 어떨지 몰라도 베르덴의 무구는 나름의 자아를 갖고 있었다.

네크바엘은 그 낯설고도 낯익은 잿빛을 목도하고는 눈을 부릅떴다.

[‘당신’과 같은 종류의……? 하나, 그 힘은.]

“네게는 익숙하겠지.”

잿빛의 개념은 정화와 재생, 더 나아가서는 부활을 상징하니, 잿빛은 역천으로 육체를 재구성한 베르덴의 본질을 관통한다.
그런 잿빛의 시초는 세상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네크바엘이 청룡 탈라시아였던 시절에 따랐던 태초의 드래곤의 것이다.

<신성(神性) 아케인: 강림>

회색의 빛이 폭발했다. 그건 단순한 빛으로 그치지 않고 잿빛의 전격으로 변모하여 전신의 마력회로에서 뿜어져 나왔다.

쿠구구구구구……!

버려진 세계가 압도되었다.

베르덴이 손짓했다.

“지금부터 신으로서 상대해 주마.”

버려진 자들의 신이 현신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