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37

1137화 초강수 (5)

폴테인 평야 개전 후 37일 경과.

공성전 6일 차.

[기백이 다르군.]

불과 몇 시간 전과 비교해 연합군의 전의가 현격히 달라졌다. 전장의 호흡이 변했다.
전쟁의 묵시록으로서 네크라논은 초월자들의 수를 통찰했다.

총공세.

저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이었다.

네크라논이 팔을 뻗었다.

<전쟁: 광분(狂憤)>

육사도로부터 하사받은 권능이 언데드를 전쟁의 광기로 물들였다.
사기가 증폭하면서 일부의 언데드는 마치 축복처럼 상위이자 변종 개체로 거듭났다.

[아아아아아───!]

수많은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반영한 로니아 왕국의 타락자가 시퍼런 안광을 흘리며 괴성을 질렀다.
수천 명이 동시에 비명을 터뜨리는 것 같은 울림이 널리 확산했다.

광폭화된 모든 언데드는 곧 며칠도 버티지 못하고 사멸할 것이다. 한순간 타오르고 덧없는 잿더미만을 남기는 전쟁의 불씨처럼.

최전선을 이끌고 있는 초월자들을 향해 네크라논이 명령했다.

[맞이하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규모로 연합과 제국이 중심에서 충돌했다. 창칼이 얽혔다. 생명과 죽음이 교차했다. 서로의 공성 마법과 공성 병기가 허공에서 부딪히거나 양측의 진영을 강타했다.

와아아아아아──────!

크세리온 제국의 최전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전쟁의 언데드로는 초월자들의 무지막지한 돌격을 막을 수 없다.
제8사령관이 저지하고 있지만 교황이 혼자 연합의 방어를 담당한 채 나머지 셋이 뒤 없이 달려드니 힘이 온전히 닿을 리 없다.

쿵!

네크라논이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다시 유격전.

광폭화 언데드를 소모품으로 삼아 초월자 세 명을 철저하게 틀어막는다. 전쟁이 지연될수록 토벌군단의 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할 테니, 육사도의 밀명을 이행하는 길이리라.

약한 개체부터 전면에 내세우며 네크라논이 구릉을 질주했다. 수만 마리의 언데드를 가로지르고는 거대한 검을 내리찍었다.

<전쟁: 열진(裂陣)>

묵직한 충격파에 근처에 있던 연합군과 언데드가 동시에 날아갔다.
작은 언덕이 형체조차 남기지 않고 뭉개졌다.

카각……카가각……!

힘의 대립에 떨리는 두 개의 칼날.

네크라논은 이를 사이에 두고 호적수인 벤디에를 내려다봤다. 그녀의 눈은 어느 때보다 단호한 결의를 품고 있었다.

‘뭔가를 각오했군.’

전쟁에서 이만한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승리에 대한 확신.

[기대해도 되겠나?]

“멋대로 하시길.”

벤디에가 손목을 굽혀 네크라논의 거검을 흘려내고 상체를 젖혀 일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콜로세움을 본뜬 손톱만 한 모형을 던졌다.

“즐거운 유혈의 장.”

시동어에 반응한 투기장이 태동했다.

* * *

전쟁의 소리가 사라졌다.
한없이 고요했다.

[…….]

네크라논은 거검을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뜨린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문 세계의 풍경이 아닌 드넓은 싸움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관객은 단 한 명도 없는 공허하고 처량한 전투의 투기장이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고대 아티팩트 [아레나(Arena)]. 제가 초월자로 각성한 뒤 템플을 창설할 무렵에 손에 넣은 수집품입니다.”

벤디에가 무기고를 전개했다.

“끝을 볼 때까지 누구도 나갈 수 없습니다.”

콜로세움 전체에 어두운 황금빛이 아른거렸다.

금약: 규정規定

유리온의 초월기가 콜로세움 자체에 금기의 규율을 설정했다.
규칙의 개념으로서 작용하기에 일방적으로 적에게 불리함을 안길 수 없지만, 그 강제력은 벤디에조차도 저항할 수 없다.

규정된 조건은 하나였다.

둘 중 한 명이 죽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아티팩트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벤디에는 자신을 미끼 삼아 좁은 절벽으로 네크라논을 끌어들였다.

둘 다 떨어지거나 한 명만 남거나───뭐가 됐든 물러날 길은 없다.

[콜로세움으로 명명되기 전 전투의 투기장은 보통 노예나 전쟁 포로의 전장이었다.]

갑자기 네크라논이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죽고 죽이는 광경을 즐기기 위한, 황금기에 들어선 인류가 사랑했던 유흥의 장…… 당시 12귀족의 일좌가 제작했던 그 풍경을 지금에 와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무슨…….”

[아득히 먼 생전의 이야기다.]

네크라논은 고대 아티팩트 [아레나]의 기원을 알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생전.
언데드가 되기 이전.
제8사령관으로 부활한 벤디에의 대제자처럼 그도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시대의 인물이란 말인가.

[신이 정한 것이 아니기에 절대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금기는 금기. 그것으로 이루어진 호사스러운 전장은 찾아보기 어렵지.]

네크라논이 고위 기사처럼 양손으로 거검을 곧게 치켜들었다.

[나는 준비되었다, 벤디르 카에나르.]

“…….”

영혼은 영원한 순환의 시작.
이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위한 절차.
전쟁은 모든 것의 의식.

얼핏 들으면 신앙자로 착각하고도 남을 네크라논의 어록을 머릿속에서 재생했다. 크세리온 제국은 단순한 적이 아님은 자명하지만, 무언가를 단정하기에 아직은 단서가 부족하다.

‘신념을 가진 언데드.’

묘한 언짢음을 억누른 벤디에는 이내 전투에 필요 없는 상념을 지웠다. 그리고 최대로 전개한 무기고의 최심부까지 손을 밀어 넣었다.

스르륵.

템플의 마스터 말고도 무구 수집가로 널리 알려진 그녀가…… 유리온과 대제자들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던 병장(兵仗).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옛 왕을 마주했을 때를 포함해 평생 동안 세간에 단 한 번도 내보이지 않았던 무기.

유리온이 벤디에의 승리를 확신하는 비장의 수단.

극검(極劍)───[이실제르(Ithilzer)]

수십 년간 신념과 기로 벼려 냈으나 아직 완성되지 못한, 그렇기에 제어할 수 없어 피아를 가리지 못하는 벤디에의 고유한 검이 현현했다.

* * *

벤디에와 네크라논이 갑작스럽게 전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유리온의 초월기가 그들을 덧씌워 존재감마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신호였다.

교황 로마누스가 성소 [오멘코드]를 펼쳐 여신을 향해 기도했다. 곧 사문 세계의 하늘에 빛나는 균열이 생겼다.
긴 듯하면서도 짧은 시간이 흐르고 눈부신 광채가 번쩍이며 죽음을 압도했다.

“승리와 번영의 현신이시여, 고통과 격정이 넘치는 이 땅에 하림하소서.”

<강림: 발리엘>

균열에서 쏟아진 빛의 기둥이 지상을 강타했다.

주검의 영광이 성소를 침공했을 때 부름에 응답한 빛과 정화의 천사── 루마엘과는 다른, 세 명의 천사 중 하나가 눈을 떴다.
네 장의 날개와 어깨까지 오는 백발. 그녀는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교황은 제게 청하십시오.]

교황은 총 세 번의 기도를 통해 천사에게 세 번의 부탁을 할 수 있다. 빛의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그 간청은 반드시 행해진다.

“저희를 승리로 이끄소서.”

[첫 번째 기도, 이루어질 겁니다.]

발리엘의 찬가가 사문 세계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토벌군단을 보듬었다.
힘과 의지가 전신 가득히 차올랐다.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빛의 검을 소환한 발리엘이 낮게 떠오르더니 가속하며 지독한 사기로 물든 땅을 휩쓸었다.

유리온이 달리면서 감탄했다.

“오, 저게 그 루아스의 천사…… 윽.”
“제 뒤에 계십시오, 폐하.”

언령의 기사단을 이끄는 로안 단장이 유리온보다 한 발짝 앞서 갔다.

“지금도 무리하고 계십니다.”

제6사령관을 토벌하면서 절기를 몇 번이고 썼으며 초월기도 발현했다. 거기다가 지금은 가장 대가가 큰 금약을 지정하기까지.
자율 서약: 유예(猶豫)로 대가의 절반을 나중으로 미뤘지만 그 절반조차도 큰 부담이었다.

“그래…… 잠시 회복할 동안 잘 지켜 달라고. 물론 속도는 이대로 유지하고. 응? 그보다 가레스는 어디로 갔지?”
“저── 앞에 있습니다.”

레오나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자 혼자서 고대 성채를 향해 미친 듯이 돌격하고 있는 가레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야, 난 쟤가 저렇게 열정적인 줄 몰랐어. 사람이 다시 보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은 있나 봅니다.”

저 강인한 투지는 가히 세계 연합의 귀감이었다.

사실 가레스는 혹시라도 천사에게 대악마의 기운이 발각될까 봐 거리를 최대한 벌리고 있는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이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그때 불길한 화살이 쇄도했다.

콰아아아아앙!

사기가 폭발했다.

가레스는 자욱이 피어오른 흙먼지와 죽음의 기운을 흩어 버리며 전진했다.
무엇이 앞을 가로막든 그는 멈추지 않았다.
공성전 내내 성가시게 굴고 있는 제8사령관과 눈이 마주쳤다.

“네년은 내가 죽인다. 죽여 버린다.”

귄기가 닿지도 않는 원거리에서 화살을 몇 발이나 처맞았는가.

빌어먹을 활대와 손목을 꺾어 버려서 반으로 뒤집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질 것이다. 가레스는 언데드보다도 강한 살의를 발산했다.

방향을 몇 번이고 바꿔 가며 종횡무진하면서 휘두른 권격만으로도 고위 언데드들이 박살 났다.

꾸구국…….

제8사령관 루에린은 활시위를 강하게 비틀어 힘을 싣다가, 마스터와 제3사령관이 사라진 뒤 일방적으로 바뀐 전황을 새로이 주시했다.
강력한 원소 마법의 광채 너머로 에온의 ‘유니아’를 포착했다.

[…….]

루에린은 소리 없이 활시위를 내리고 뒤돌아 고대 성채로 들어갔다.

가레스의 눈에 핏발이 섰다.

“어딜 도망쳐, 이 개──”

[우어어어어!]

우측에서 들이닥친 육체의 포탄에 가레스가 튕겨 나갔다. 가레스는 몸으로 언데드를 짓누르며 몇 바퀴 지면을 구르다가 즉각 균형을 되찾았다.

“뭐야, 이건.”

[마울, 러…….]

가레스를 급습한 타락자는 뭐랄까, 시체 골렘 같은 외형이었는데 붉은 살점 위로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그중에서 살이 차오른 인면(人面) 하나가 가레스의 이명을 중얼거렸다.

[더, 이상…… 네, 권역은 필요, 없다……!]

가레스는 더러운 목소리보다 그 얼굴의 생김새를 보고 누군지 유추했다.

“로니아 국왕?”

에온에 붙잡혔다가 성자 레온하르트에게 살해당한 로니아 국왕이 틀림없다.
로니아 왕국은 아직 가레스의 권역이었다.

‘이놈이 죽은 건 사문이 개방된 이후인데. 타락자가 도중에 놈의 영혼을 흡수한 건가.’

원리는 모르겠지만 배경은 이해했다.

크세리온 제국이 영혼을 다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죽은 자가 돌아오든 말든 가레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시 죽이면 그만이므로.

“뒈지고 나서도 주제를 모르는군.”

가레스와 강대한 타락자의 물리적인 공방에 대기가 격하게 진동했다. 순수한 힘은 그 자체로 위압적이고, 파괴적이었다.

“─────!”

기합을 내질렀다. 전신 근육이 팽창했다. 타락자의 복부에 오른손을 박아 넣고, 왼손으로는 그 왼다리를 붙들었다.

콰아아아아앙!

가레스가 전력으로 밀고 나가면서 타락자를 통째로 거대한 성벽에 있는 힘껏 처박았다.

고대 성채의 일각이 끝끝내 무너졌다.

처음으로 사문의 근원체가 있는 영역에 연합군이 발을 디뎠다.

* * *

운명의 개념이 탄생하기 전에 존재했던 콜로세움은 혈흔과 검흔으로 뒤덮였다. 여전히 관객은 없었지만, 그제야 투기장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하아, 하아…….”

벤디에가 오른쪽 눈에 칼자국이 새겨진 모습으로 힘겹게 숨을 내뱉었다.
다양한 자상과 열상 탓에 온몸을 피로 적셨지만, 그 외에 육체 기능을 크게 떨어뜨릴 만한 부상은 보이지 않았다.

지이잉.

극검 [이실제르]가 네크라논의 바로 눈앞에서 낮게 진동했다.

[……이 무기술.]

네크라논의 반쯤 갈라져 버린 투구 너머로 해골이 드러났다.

[과연 현 무투계의 정점이군.]

벤디에가 칼날을 비틀어 쳐올렸다. 극검에 관통된 팔뚝에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건틀릿조차 그대로 찢어발겨졌다.

네크라논의 왼쪽 전완이 절단됐다.

……쿵.

네크라논이 뒷걸음치다가 균형을 잃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벤디에는 당장 검의를 이어 가려고 했으나 신체적인 부하가 상당한 탓에 순간 타이밍을 놓쳤다. 완성되지 않은 검을 운용한 대가였다.

제한된 공간.

마스터가 단신으로 제국의 제3사령관이자 사도의 세 번째 권속에게 우위를 점했다. 백중세였던 전투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 * *

투하르의 수도, 누하라.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의식을 상실한 베르덴이 침묵의 사막으로 옮겨져 내면세계에서 신격을 깨닫는 과정에서 히안테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베르덴이 깨어나면서 히안테의 그릇까지도 침묵의 사막으로 이동하게 됐다.

점술가의 손녀, 아이샤.

그녀는 그때부터 침묵의 사막에 머무르고 있었다. 깨어난 지 꽤 됐지만 대륙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전쟁 때문이었다.

점술가 할머니는 아이샤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장소에 머무르기를 바랐기에 베르덴은 굳이 그녀를 주인 없는 땅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아이샤는 다행히도 금방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흐흐흥.”

생명의 거목 위에서 사막과 도시를 구경하는 것은 전혀 질리지 않았다. 거목의 작은 나뭇가지를 움직여 놀아 주는 것도 무척 신기했다.
하얀색 할아버지와 알파와 베타의 형제라고 하는 오메가도 좋았다.

할머니와 다른 사람이 걱정이긴 했지만 베르덴이 있기에 안심했다.

관리자와 쉐오른 케르노든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이샤는 누하라의 제빵사가 대륙의 레시피로 만든 케이크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몸에 깃든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時制) – 히안테도 그러했다.

‘무수한 가능성…….’

히안테는 변하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관찰했다.

아이샤가 깨어났을 때부터 계속.
3차원의 변방에서 사룡 네크바엘과 전투를 벌이는 베르덴을 바라보며 계속.

동시에 자그마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시간의 개념인 히안테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었다.

* * *

사투에 가까운 전투가 며칠이나 지속되면서 폭음이 잦아들었다.
섬뜩한 정적이 감돌았다.

[…….]

사룡 네크바엘은 <폴리모프>한 상태로 눈동자를 굴렸다.

다친 비늘에 말라붙은 피.
손상된 날개의 피막.
부러진 한쪽 뿔.
…….

네크바엘은 생전에 사르칸드라와 죽고 죽였을 때와 비슷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하나 보다시피 치명상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베르덴도 마찬가지였다.

네크바엘이 안광을 번뜩였다.

콰과과과과광!

순간적으로 토해 낸 브레스가 지면을 뚫고 들어가 지상을 뒤집었다.
베르덴의 기척이 포착된 일대가 붕괴…….

‘뒤?’

기척을 느끼자마자 머리를 틀었다.
잿빛의 창날이 볼을 스쳤다.
기습이 무위로 돌아가자 베르덴이 곧장 네크바엘의 뒤통수를 붙잡아 땅에 처박았다.

상대에게 적응하며 네크바엘은 기민해지고 있지만 베르덴은 한층 더 그러했다. 동급의 적과 이렇게 오래 접전을 지속한 적은 없었다.

후우웅!

베르덴이 신성력으로 압박하며 [인테리스]를 짧게 잡았다.
잿빛의 신위가 용솟음쳤다. 자신의 머리를 겨냥한 빛을 노려본 네크바엘이 순간적으로 육체를 뒤틀면서 꼬리를 휘둘렀다.

스태프의 방향이 틀어졌다.

───────────────!

지상과 지하를 구분하지 않고 둘을 기점으로 서쪽 방향이 궤멸했다.

베르덴은 철저하게 치명상을 경계하며 내내 선을 그었다. 무리하지 않음으로써 이득을 줄이고 손실도 최소화한 것이다.
그는 오직 네크바엘이 작은 빈틈을 드러냈을 때만 일선을 넘었다.

베르덴의 지독하고도 교활한 전법은 사르칸드라를 떠올리게 했다.

‘이놈은……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

여기서 처리하지 않으면 훗날에 대체 어떻게 될지 가늠이 안 됐다.
그런 사상을 가진 채로 경지가 완성되면…….

하지만, 변화는 필연이었다.

신과 고룡의 격전은 3차원의 변방을 거의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공간 대부분이 파괴에 휩싸인 탓에 멀쩡한 곳이 없었다.

그 결과─── 베르덴이 전투에 임하며 남몰래 계속 탐색해 왔던, 데우스 위덴이 마지막에 언급한 3차원의 균열이 훤히 드러나고 말았다.

“……?”

[……?]

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쏠렸다.

잿빛의 광선 때문에 움푹 파인 지면 아래에서 옅은 푸른빛을 내뿜는 틈새가 보였다.
대륙으로 복귀할 수 있는 탈출구.

‘찾았다.’

베르덴이 즉각 움직였다. 네크바엘이 날개로 땅을 박차 몸을 일으키더니 이동 경로를 예측하여 손톱을 휘둘렀다.
베르덴이 도주를 감행할 기회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크롸아아───!]

츠학!

베르덴은 몸을 극단적으로 낮추며 회전하여 역으로 거리를 좁혔다. 발이 흙을 긁고,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네크바엘이 눈을 부릅떴다.

쩌어어억!

정면으로 날아온 [인테리스]가 네크바엘의 안면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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