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38

1138화 상잔(相殘) (1)

용인의 형태로 <폴리모프>한 상태라고 해도 육체 저항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베르덴의 마도 신위는 육신만이 아니라 영혼, 더 나아가 존재 자체조차 손상시키는 파멸을 아우르는 신의 개념.

잿빛 신성력이 집중된 스태프가 안면을 강타하자, 그 충격력이 대지를 파고들면서 발밑으로 균열이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크게 휘청거린 네크바엘이었지만, 고통과는 별개로 드래곤의 재생력은 꺼지지 않았기에 탄성만으로 뒤로 젖혀지고 있던 상반신을 곧장 쳐올렸다.
팽팽한 신경줄이 수축해 추진력이 더해지며 용조가 빛살처럼 쏘아졌다.

창세 이래 모든 종족을 통틀어서 가장 예리한 생체 조직이 부드러운 턱 아래를 관통하려던 순간 무게감이 엄습했다.

<중압>

베르덴이 최대 출력의 <마력 위압>에 중력 속성을 부여했다.
초월자의 격과 신격.
유형화된 존재감이 시전자를 제외한 것들을 모조리 짓눌렀다. 사물이 분쇄되고, 지반이 압착됐다. 그 둘을 둘러싼 환경이 침강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칼날이 거칠게 떨리다가 베르덴의 피부에 닿기 직전에 곤두박질쳤다.

쿠우웅!!!!!

네크바엘이 대항했으나 들이닥친 마력량은 상상의 범주를 능가했다. 비늘들이 바짝 섰고, 힘줄과 혈관이 불거졌지만 몸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태초의 마법사도 마력량에 제한이 있었다.’

과거에는 세계수에게서 비롯된 자연의 마력이 모든 마법의 동력이었는데, 이 세계는 그놈의 마력 소모를 감당하지 못했으므로.

올다르크가 굳이 힘 조절 하지 않으면 주변의 마력은 고갈됐고, 세상이 그 공백을 스스로 채워야만이 해당 지역에서 다시 마법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인간 마법사는 자연이 아닌 심장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마력을 마법에 쓰고 있다.’

네크바엘은 지성을 되찾은 뒤에 마주한 마법사들의 신체를 자연스럽게 간파했다.
그들은 본래 존재하지 않았던 마력회로라는 특수한 신체 기관을 이용하여 제 심장에서 마력을 끌어다 쓰고 있었다.

‘자연 진화가 아닌 올다르크의 짓.’

인간들이 마력을 소유하게 되면서 마법의 근원이 외부에서 내부로 전환됐다.
번식력이 특성이나 다름없는 종족의 근간을 이렇게 마법적으로 개변시킬 수 있는 존재가 올다르크 이외에 있을 리 없다.

초월자든 신이든 뭐든 간에 결국 베르덴도 현대의 인간에서 시작됐다. 그러므로 마력이 체내에서 나오니 진즉 한계에 봉착했어야 마땅했다.
여태껏 소진한 마력의 양은 어림잡아도 올다르크가 근방의 마력을 전부 소진했을 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터였으니까.

그런데…… 왜 베르덴의 심장에서는 여전히 마력이 끊이질 않는단 말인가.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네크바엘의 무릎이 꺾였다. 세상이 그의 팔다리와 온몸을 끌어내리는 듯했다. 무리하게 힘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폴리모프>가 버티지 못하며 용인의 형태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중력이 대기를 억압했기에 소리는 멎었고 진동만이 그들의 감각을 자극했다.

[!!!!]

“……!!……!!!”

서로가 전력을 부딪쳤지만 이대로는 교착만 지속될 뿐임을 베르덴도 잘 알고 있다.
여기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3차원의 균열은 그들의 힘을 장시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하다.

‘기회는, 단 한 번뿐.’

베르덴이 한순간에 <중압>을 거두며 [인테리스]를 회전시켰다. 압박감이 사라지자마자 네크바엘이 강한 죽음의 함성을 토해 냈다.

베르덴의 오른팔이 로어(Roar)에 노출됐으나 이미 스태프는 왼손으로 옮겨진 상태.

콰드득!

회색빛 섬광이 네크바엘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붕 뜬 그의 몸체를 베르덴이 그대로 내리찍었다. 잿빛의 창이 복부를 넘어 오른쪽 날개까지 꿰어 버리며 지면에 단단히 박혔다.

스하아아아악!

네크바엘의 꼬리가 아슬아슬하게 베르덴이 사라진 허공을 갈랐다. 움찔, 추격하려고 했지만 [인테리스]가 잿빛의 신성력을 내뿜으면서 네크바엘을 관통한 채로 남아 있었다.

[카하아──────!]

<차원 전이>

베르덴이 연속으로 4차원을 경유해 푸른빛 균열에 도달했다.
손가락을 굽혔다.
파앗!
잿빛으로 화한 [인테리스]가 그의 왼손에 돌아왔다. 네크바엘의 구속이 풀렸지만 이로써 최소한의 거리는 확보했으니…….

‘탈출과 동시에 균열을 봉쇄해 네크바엘을 이곳에 격리시킨다.’

베르덴이 불안정한 틈새로 넘어가 그 경계선상에서 마안에 집중했다. 공간적 감각이 그가 인식한 세상을 무수한 좌표로 분산시켰다.

<공간 지배>

마도 <무한>을 전력으로 개방해 오른손을 앞으로 뻗자─────격노한 네크바엘이 돌진하는 모습이 벽안에 반사됐다.

[베르덴!!!!!!!!!!!!!!!!]

“폐쇄.”

현상을 일으키는 마도 영창.

콰가가가가가가가각!

극독이 서린 발톱이 진즉 망가질 대로 망가진 땅에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뒤늦게 대기의 파열음이 일며 광풍이 몰아쳤다.

세계가 침잠한 듯 고요가 밀려들었다.

뚝……뚝…….

<폴리모프>가 풀리는 도중인 탓에 본체와 용인의 형태가 기괴하게 뒤섞인 네크바엘, 그의 발톱을 타고 핏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다만 그뿐이었다.
그것 말고 네크바엘은 무엇도 쥐지 못했다. 발톱을 잔뜩 구부려 보았지만, 잡히는 것은 공허함뿐. 허무(虛無)가 용안 속에서 맴돌았다.

베르덴의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

네크바엘이 포효했다.

* * *

동대륙 중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 아크리엔.

전쟁통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어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먹고사는 것도 전쟁의 일부이므로.

당장 성벽 밖으로 나가려면 공적인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바다는 통제가 덜한 편이었다.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는 선박의 숫자만 맞으면 크게 개입하지 않는 수준.
설마 언데드가 물질을 해서 도시를 공격해 오지는 않을 테니까.

서대륙 펜드렌 호수에서는 이형체들이 수면 아래를 지배했지만, 사람들은 거기까지 알지 못했기에 상식을 따랐다.

끼루룩.

떼 지어 날아다니는 갈매기처럼 아이들이 활기차게 몰려다녔다. 한참을 뛰어다니던 녀석들은 언제나처럼 부두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떠들어 댔다.

“응?”
“저게 뭐지?”

그러다가 물밑에서 잿빛의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는 걸 보았다.

푸확!

“우아아악!”
“꺄아악!”
“괴물이다!!”

베르덴이었다.

균열을 통해서 3차원의 변방에서 탈출하자 심해가 그를 반겼다. 아무래도 좌표적으로 대륙보다는 바다가 훨씬 더 방대하니 확률상 당연했다.
한순간 호스트가 개입한 줄 알고 경계심을 극도로 높인 것은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베르덴이 성큼 부두 위에 올랐다.

‘이로써 네크바엘은 격리시켰다.’

다른 차원의 틈이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없다면 쉽게 빠져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차원을 부수고 다시 대륙으로 오려면 네크바엘도 한동안 힘을 집중시켜야 할 테니.
그래…… 시간.
베르덴이 끝내 얻어 낸 것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연합의 피해를 줄이고 승산을 높이는 초석이 되리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욱신.

신격을 거둔 그에게 고통이 밀려왔다.
마안이 닫혔다.
네르가 창조와 개전 마법의 영향으로 생긴 마법적 기능의 문제가 재발했다. 부작용을 억제하던 신성력이 사라진 탓이었다.

베르덴이 우측 복부에 손을 갖다 대자 건틀릿에 피가 묻어났다.
핏방울은 떨어지지 않았으나 [아인베르]의 일부가 붉어졌다.

“……마지막에 스쳤나.”

누가 봐도 스친 게 아니라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관통상에 가까웠다.
베르덴에게 치명상은 아니었다.
중상에 한없이 가까울 뿐.
그뿐만 아니라 포효에 정통으로 맞아 버린 오른팔은 부러졌다. 뼈가 피부를 뚫고 빠져나오지 않은 폐쇄성 골절이었다.

아공간에서 고농도 리산드로의 열매 포션을 소환해 복용했다.

‘이제 저농도밖에 남지 않았군.’

하나밖에 없는 리산드로의 열매를 잘도 여기까지 활용했다. 연금술의 신비. 리토, 이자벨라, 알더니스 덕분이었다.
어느 누가 와도 이 이상 아낄 수는 없으리라.

‘……네크바엘의 사기와 열매의 생명력이 충돌하고 있다. 신성력으로 정화하지 않으면 재생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어.’

대륙에서 신격을 해방하면 루아스교에 발각될 테니 물론 그 방법은 쓸 수 없다.

‘부상에 적응하는 수밖에.’

최초의 마탑에서 확보한 엘릭서 두 개는 본래 블랙 아워의 대전당에서 연구 중이었으나, 만약을 대비하여 그중 하나는 지금 베르덴이 갖고 있었다.
엘릭서는 비장의 수단.
고작 뼈와 장기가 드러난 정도로 소모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이곳은…… 아크리엔인가.’

레오닐 베르타나스의 실험실을 찾기 위해 방문했던 해안 도시. 놈의 실험실에 갇혀 있던 외수 라이너스를 발견한 것도 그때였다.
카란스, 블루, 에드몬과 함께했던 여행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

베르덴은 상처가 느릿하게 회복하는 걸 관조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아이들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다급히 몰려온 어른들. 이 아크리엔에 상주하는 모험가들과 병사들이 베르덴을 에워싸고 있었다.

귀족으로 보이는 사내가 물었다.

“호, 혹 연합장…… 이십니까?”

베르덴의 인상착의는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국제 소식에 무관심하지 않으면 베르덴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아무리 전투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을지언정 그의 위용은 여전했으므로.

“에온의 정점을 뵙습니다!!!!!!”
“베르덴 폐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베르덴이 짧게 고개를 끄덕인 것만으로도 귀족이 부복했다.
귀족들은 당황한 탓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예를 갖추지 못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서 얼굴의 혈색이 파랗게 질렸다.

높은 사람들이 굴종하는 것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베르덴임을 알아본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부모들이 다급하게 상체를 낮추며 다가와 아이들을 붙잡았다.

“죄, 죄,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실례를……!”
“됐다.”

베르덴은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머리를 쓸었다. 피는 진즉에 흩어버렸다. 작은 온기가 느껴졌다.

그는 작게 심호흡하고 통신 장치를 소환해 채널을 연결했다. 아크리엔과 가장 가까운 국가는 에스티리아 왕국이다.

───……! 지금……!! 위……! 어서……장……!!

에스티리아 왕국 채널이 불안정했다.
잡음이 워낙 심했다.
베르덴으로서도 알아들을 수 없어 연합 본부 쪽으로 통신을 보냈다.

“알파.”

───[베르덴 폐하? 복귀!]

“그래, 네크바엘은 한동안 전장에 개입하지 못할 거다. 그런데 동대륙 중부와 연결이 잘 되지 않던데 무슨 상황이지?”

───[에스티리아 왕국. 초월자 인형. 습격 확인. 페르네의 보고 이후로 통신이 불가합니다.]

언데드가 베르덴의 권역을 침범했다. 미리 에온의 위상을 배치해 뒀지만 초월자 인형은 극점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자다.
단신으로도 전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력…… 베르덴이 자리를 비운 며칠 동안에도 전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대륙 간 공간 이동진으로 지원대 파견. 현황 파악 중.]

“알겠다.”

베르덴이 단호히 속삭였다.

“내가 직접 가지.”

* * *

펜드렌호 토벌군단은 사문 폐쇄의 임무를 마치고 육지로 이동했다.
전투 속행이 가능한 전력은 곧 아르나크 제국으로 향했지만, 부상이 심한 이들은 가까운 이텔 왕국에서 치료를 받으며 휴식을 취했다.

…….

테아렐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
그녀의 동료들은 친구 유르발의 죽음을 애도하며 순차적으로 테아렐을 경호했다. 덕분에 어느 누구도 테아렐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꾸물꾸물.

그때 테아렐의 피부에 스며들어, 전부 소진한 힘을 회복하고 있던 네르가가 기척을 은폐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곤 몸의 비율에 비해 커다란 외눈을 동쪽으로 기울였다.

저주의 사도가 말했다.

[아버지.]

* * *

푸른 산맥의 신전.

그 어둡고 고요한 동굴 속에서 엘로리스는 명상에 잠겨 있었다. 존재 자체가 루아스 교국을 부정적으로 자극할 것이기에 그녀는 베르덴의 권유를 받고 전쟁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악신 바르그논의 신경 다발.
베르덴의 신혈.

두 요소가 결합한 새로운 몸은, 물 한 방울만으로도 모든 열량을 채울 수 있으니.
그녀는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반나절은 기도하고, 남은 반나절은 잿빛의 신전을 가꾸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스륵.

그리고 오늘──엘로리스는 평소보다 이른 시점에 명상을 마쳤다. 그녀가 품은 두 개의 신성력이 한순간 맥동했다.

샛별의 사도가 일어섰다.

“신이시여.”

신전에 울려 퍼지던 나지막한 발소리가 어느 순간 멎었다.
거친 눈보라가 발자국을 덮었다.

* * *

콰아아아아앙!

가레스가 내달려 거대한 언데드와 함께 고대 성벽 한 축을 무너뜨렸다.
그로부터 나온 굉음이 전장을 강타했다.

힘의 현자───오스가르가 중력 마법을 시전하며 감탄했다.

“하, 무지막지한 돌진이군.”
“드디어 사문의 근원체가 코앞이군요.”
“그래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저런 성채에는 온갖 함정이 득실거리는 법이니. 이 사문을 유지하고 있는 근원이 있는 만큼 더더욱 그럴 거고.”
“그래 봤자 우리 쪽 초월자들을 잠깐 저지하는 게 고작이겠죠!”

유니아가 근접전으로 무덤 파수꾼과 통곡의 기사를 쳐부쉈다. 그 발밑에는 눈을 채 감지도 못한 연합군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 빌어먹을 공성전, 제가 끝낼게요.”

초월자를 제외하면 제1토벌군단과 제2토벌군단을 통틀어,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단일 화력 면에서는 유니아가 압도적.
근원체가 제아무리 단단해도 그녀의 마도를 버틸 수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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