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68

1168화 총집결 (3)

“시타델이 하이랜디아를 벗어나 노덴 공국으로! 노덴 공국으로! 이미 국경을 넘었습니다!”
“아, 씨빨 거대한 게 뭐 이리 빠른 거야……! 어? 야! 사슬 날아온다! 좌현! 좌현으로 틀어!!!!!!!!!”
“떨어지지 않게 아무데나 잡아라!!!”
“잡을 데가 없…….”
“그럼 엎드려, 이 좆병신 새───”

거대한 죽음의 사슬이 아슬아슬하게 라그벨 왕국의 비행정을 스쳐 지나갔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 선체가 60도 가까이 기울어졌다.

끄으───. 사슬의 공포스러운 그림자를 가까이서 마주한 병사들이 목젖까지 차오른 숨을 신음하듯이 내뱉었다.
명치가 당기고, 심장이 벌떡거렸다.
비행정이 마법적 장막을 두르고 있어도 직격하는 순간 절대로 격침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비행정 함대는 더 넓게 산개하며 가속했다.

연합군이 전속력을 내야 시타델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힐 수 있었다. 조타수들은 추격하면서도 저 생소한 속도감에 적응할 수 없었다.
공상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거대한 하늘섬이 저런 속도로 움직이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대체 동력이 무엇이길래?

여하튼 시타델의 이동 방향만으로 목적지가 어디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주인 없는 땅.

당연할지도 몰랐다.
당연할 것이다.
옛 왕이 가장 성가시게, 그리고 가장 강하다고 여길 적수가 과연 누구일지 생각하면 열에 아홉은 에온의 베르덴을 떠올렸으니까.

그러므로 시타델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

많은 병사는 수장임에도 자신들과 함께 최전선에서 피 흘린 베르덴에게 빚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반면에 국제 정치에 능한 이들은 순전히 전쟁 뒤의 후폭풍을 두려워했다.

진정한 영향력은 개인이 아닌 세력에서 비롯된다.

에온의 권역 기반이 수년 동안 복구할 수 없을 만큼 초토화된다면 다른 강대한 세력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야욕을 드러낼 것이다.
더 나아가 베르덴이 죽기라도 하면 현대는 겪어본 적 없는 격변을 맞이해야 하겠지.

마음의 빚?

이해는 하나 그딴 생각은 잠깐이다, 절대적인 힘의 논리에 감정적인 호소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사회는 여태까지 그래 왔다.

정치란 이용당하느냐, 이용하느냐, 둘 중 하나밖에 없는 전쟁터.
그 안에서는 부모조차 약해지면 자식한테 먹힌다.

쿠구구구궁…… 쿠구구궁…….

시타델 주변에서 폭광이 반복되고 뒤이어 폭음이 들려왔다.

전장을 조망하며, 연합군 고위 지휘관 중 한 명이 통신 장치를 통해 노덴 공국의 지휘관들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시타델이 락세른으로 진입합니다. 전부 경로에서 이탈을…… 뭐? 시민 대피가 안 끝났어? 야, 야이, 미친 새끼야! 우리가 언제 연락을 취했는데 왜, 왜 아직도 처밍기적거리고 있어?! 시발, 누구는 수십만, 수백만 명 살리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물자? 시간? 야, 이해가 안 돼? 피난 권고가 아니라 대피 명령이다!! 시민들만 챙겨서 집이고 살림이고 뭐고 도시 자체를 버리라니까!! 싹 다 몰살당하면 책임지지도 못할 개새끼가 언제 시타델이 도착하냐 마냐 판단을 내려!!!!!!!!”

벨마이르 왕국의 공작이자 제1왕자인 ‘리온트 발리 벨마이르’.

차기 벨마이르 국왕인 그는 성격이 좋기로 알려진 인자한 사람이었지만 전쟁을 겪으면서 화가 많아졌다. 존댓말을 달고 살던 말투도 바뀌었다.
자신이 보았던 군대 중 가장 품질이 뛰어난 무구로 무장한 압도적인 연합군도 무수히 죽어 나가는 참상을 경험했으니 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덴 공국을 한껏 쏘아붙인 그가 가까운 통신병을 가리켰다.

“야! 최고 전력은 어떻게 됐어! 수왕 폐하는!!”
“혀, 현재 묘왕께서 수색하고 계십니다! 다만 워낙 흔적이 엉망이라 난항을 겪고 계시다고…….”
“아직도? 으……!”

리온트 공작이 부르르 떨다가 다시 소리쳤다.

“다시 묘왕께 전달해라! 한시가 급하니 어서 수왕 폐하를 모셔 오라고!!”

* * *

옛 왕의 재림은 평화의 시대에 잠겨 있던 굶주린 괴물들을 깨웠다.

평온이 지겨운 자.
쾌락을 원하는 자.
자극을 바라는 자.

그들은 그저 살아가는 것 이상을 갈망한다. 현실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려 하는, 손에 닿지 않는 허상을 거머쥐려는 욕망.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쿠우우웅!

초원에서 시작된 야만적인 공방전이 눈이 내려앉은 지방까지 이어졌다.

한쪽에서 굉음이 들려오면 다른 쪽에서 거무죽죽한 흙과 바위가 활화산처럼 분출했다.
청각이 뛰어나다고 해도 음속은 제한적이라 듣고 반응하면 이미 늦었다. 땅이 두부처럼 으깨질 때마다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수인 대부족과 프로하스의 국토를 나누는 경계에서 고대와 현대의 수인이 날것의 본성을 훤히 드러내며 광소했다.

야생에서 생존은 1원칙이고, 생존은 본능, 하여 본능은 투쟁이다. 그들이야말로 살아가기 위해 광기의 투쟁을 일삼는 지성체.

쩌어어억!

안티아스의 발끝에 턱이 걸린 바르카젤이 상공으로 날아갔다. 목이 뜯겨 나갈 듯했지만 그마저도 훌륭한 고통이었다.
확! 칠흑의 날개를 펼쳐 제동을 걸고 몸을 반전시켜 탄력적으로 급강하했다.

전신을 분질러 주마.

천공 추락.

유성처럼 떨어진 발길질에 눈이 녹아내리고 설산이 침잠했다. 쿠구구구궁! 주변 대지가 융기했다. 뒤늦은 충격파에 눈발이 휘날렸다.
지상에서 하늘로, 역으로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그의 그림자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듯이 고속으로 이동했다.

지상에 파묻힌 안티아스의 머리를 잡고 끌어내어 얼어붙은 절벽에 처박았다.
암반을 갈아 버렸다. 성녀에게 당한 탓에 그는 팔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근력은 되레 두 팔을 합친 것보다 막강해졌다.

생명의 야성.

바르카젤은 상처 입을수록 강해진다.

“카아아아아아아──────!”

옛날 중앙 대륙을 누볐던 짐승이 포효했다. 하늘의 입김이 흩어졌다. 구름층이 밀려나 탁 트인 사냥터가 피와 폭력의 현장이 되었다.
예리한 날개를 교차시켜 안티아스의 가슴을 가르고 순간적으로 지면을 박차 머리를 들이밀었다.

대척살.

두 개의 뿔로 심장을 짓이기리라.

두 수인을 둘러싸고 대기가 요동치며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확산했다. 한데 오히려 있는 힘껏 들이받은 바르카젤의 다리가 제자리에서 헛돌았다.

“무겁긴 하군.”

쌍각(雙角)은 안티아스의 흉근을 관통하지 못했다. 살가죽을 파고들기는 했으나 촘촘한 밀도의 근육을 완전히 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안 그래도 거대한 안티아스의 체격이 한층 더 비대해졌다.

광포화.

안티아스가 유선형의 뿔을 잡고는 느긋하게 몸에서 빼냈다.

“이 무게야말로 도태된 이유겠지.”
“…….”

도태, 생존 경쟁에서 밀렸다는 말은 모든 수인에게 역린으로 작용한다. 어떤 온화한 수인도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야수로 돌변할 것이다.

“또 같잖은 도발인가. 우습군.”

바르카젤은 낮게 웃다가 입꼬리를 내렸다. 흥분과 희열에서 우러나오는 웃음기가 곧 식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다른 감정이 대체했다.

“우스워…….”

안티아스가 도태를 운운한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놈이 또 입을 열려고 한다. 조롱 섞인 표정을 보니 무슨 말을 할지 뻔했다.

학살의 수왕은 세 번이나 인내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 번은 없다.

바르카젤이 검보랏빛 안광을 번뜩였다.

콰아앙!

다리에 온 힘을 실어 아예 지반 통째로 안티아스를 밀어붙였다. 고개를 쳐들어 붙들린 뿔을 빼내자마자, 극단적으로 상체를 숙여 안티아스의 입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 아가리!!!!”

단두대처럼 떨어진 완력의 폭거가 작은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바르카젤이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

“난 고대 중앙 대륙을 지배한 수인족의 제왕이다! 누구도 나를 그딴 식으로 모욕할 수 없다. 변방의 수왕 따위는 더욱이!”

복부를 쳐부술 듯이 걷어차고는, 날개로 가속하여 나가떨어진 안티아스를 추격했다. 놈이 다시 태세를 갖출 작은 틈도 주지 않았다.

예로부터 영토의 규모야말로 힘과 위상의 증명.

바르카젤이 점령했던 땅의 크기는 현대의 수인 대부족, 상부 수인 부족, 중부 수인 부족, 하부 수인 부족을 전부 합쳐도 미치지 못한다.
감히 비교할 거리도 안 된다. 둘 중 누가 수인족의 황금기를 이끌었는지는 명징하다.

“내가 수왕 바르카젤이다!!!”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이어졌다.

산맥이 줄줄이 붕괴됐다.

성녀 에르세티아와의 일전 때보다도 훨씬 극악하고 무도해진 파상공세가 안티아스의 저항을 뚫고, 굴강한 신체를 손상시켰다.

근거리에서 가해진 천공 추락에 안티아스는 허리가 꺾인 채로 언덕에 처박혔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장기를 곤죽으로 만들 것처럼 복부를 맹타했다. 마지막 일권에 안티아스의 상체가 격하게 고꾸라졌다.

콰아앙!

무참하게 당해 쓰러진 안티아스의 뒤통수를 강하게 지르밟았다.
대지가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이래도 내가 도태되었나?”
“크크크큭.”

안티아스가 엎드린 채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바르카젤이 눈을 부라렸다.

“어째서 웃는가.”
“역시 네놈의 야성에는 미학이 없다.”

……미학?

바르카젤은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단어를 모르는 게 아니라, 안티아스가 어떤 의미로 미학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바르카젤의 다리가 밀려나더니 곧 안티아스가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그는 옷에 먼지가 묻은 것처럼 출혈이 이는 상처를 툭툭 털었다.

“비로소 살아남는 것이 강함이다, 라고 성녀에게 그랬다지? 그것만 들어도 네가 어떤 종류의 수인인지 알겠더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단순한 짐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

안티아스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당황한 바르카젤을 내려다보았다.

“오직 살고자 한다면 여느 짐승과 무엇이 다를까. 음, 생각해 보니 짐승이라는 표현도 과분하군. 차라리 애완 가축이 어울리겠어.”
“헛소리를…… 나는 제왕이다.”
“양이 이빨을 드러내도 결코 피 냄새는 못 속이는 법이지. 제왕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과 살아남기 위해 제왕이 되려는 것이 엄연히 다르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바르카젤은 궁지에 몰린 쥐 같았다. 상처 입을수록, 정확히는 스스로 죽음에 가깝다고 인지할수록 육체가 막강한 저력을 내뿜으니.
겉으로 보기엔 싸울수록 강해지는 괴물이라고 느낄 법하지만, 안티아스의 관점에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강한 포식자들은 은근히 피하거나 방심을 틈타서 죽이고, 약한 피식자들은 대놓고 죽여 대니 ‘대학살’의 수인이라는 악명이 붙는 것 아닌가.”

안티아스가 낮게 속삭였다.

“그렇지 않나? 피식자여.”

뚝, 머리에서 뭔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자마자 안티아스의 면상을 후려쳤다. 본능적이었다. 본능이 역겹다고 포효했다.

“감히 누구보고 피식자라는───”

콰아아아앙!

안티아스의 권격에 직격당한 바르카젤이 바닥을 굴렀다. 툭, 투두둑. 코 안쪽에서 출혈이 발생했음을 인지하며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안티아스가 손짓했다.

“증명하겠나?”

델하룬에서 맞붙은 옛 왕의 오만한 말투를 따라 해 보았다.
효과는 확실했다.

쩍!

바르카젤이 뒤차기로 턱 아래를 올려쳤다. 앞발을 뒤로 빼어 균형을 바로잡은 안티아스가 그대로 왼팔을 내리찍었다.

콰앙!

신장 차이로 인해서 위에서 아래로 꽂힌 손아귀에 바르카젤이 처박혔다. 바르카젤은 입가에 묻은 피를 대충 닦고는 다시 달려들었다.

콰앙────콰앙────!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일격을 주고받았다.
그들이 서서히 가속했다.
오직 일진일퇴만 반복하는 순수한 공방이 삽시간에 시작되었다.

쾅! 쾅! 쾅! 쾅! 쾅! 쩌억!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우드득! 쾅! 쾅! 쾅! 쾅! 콰광!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우지지직! 쾅! 쾅! 쾅! 빠악! 쾅! 쾅! 쾅! 쾅! 쾅! 빡! 쾅! 쾅! 쾅! 콰드득! 쾅! 쾅! 쾅!

누구도 피하지 않았다.

둘 중 하나의 머리가 아주 부서질 때까지 박치기를 멈추지 않는 미련한 염소처럼.

누가 더 순수하게 강한 수인인가?
누구의 야성이 더 자연의 섭리에 어울리는가?
누구야말로 진정한 포식자인가?

회피하는 순간 포식자가 아니라 도리어 피식자임을 증명하게 되리라. 바르카젤은 그리 생각하고 난타전에 응한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바르카젤이 핏물과 함께 부러진 송곳니를 뱉고는 다시금 한 방 먹이려다가 멈칫했다. 자연스럽게 턱을 씰룩였다, 쩍.
두개골에 금이 갔다.

어?

바르카젤이 제자리에서 당혹감을 감추려고 어깨를 푸는 척하자, 안티아스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상체를 앞으로 비스듬히 숙였다.

“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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