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70

1170화 총집결 (5)

아드리안은 절단된 왼 다리를 접합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권능을 발현한 아칸드의 용검에 당한 영향일 것이다.
초월자의 항상성이 있기에 회복할 수는 있었으나 당장은 무리였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한 번이라도 더 광검을 휘두를 수 있다면 그 여력을 전장에서 쏟아 내야 한다.
주군의 권역 수도인 주인 없는 땅에 시타델이 오고 있다. 어서 움직여야 한다. 다른 사람은 어떻든 간에 아드리안은 반드시 가야만 한다.

“후유증은…… 상관없다.”

아드리안은 어금니를 부러질 듯이 깨물며 고통을 감내했다.
보헤미른 마탑의 인체 실험을 당했을 때보다 부상 정도가 심각하나, 그 이상으로 그의 생명력은 전보다 강해졌다.

“어떻게든, 싸울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알겠습니다, 아드리안.”

뼈대가 무너지면 더는 버틸 수 없다.
아드리안의 상태가 그렇다.
그러니 뼈대를 대신할, 그의 신체를 지탱하고 격한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받쳐 줄 조밀한 임시 내부 골조가 필요하다.

세렌디아가 그의 절단된 허벅지의 단면부에 손을 가까이 했다.

“많이 아플 거예요.”
“그러니까 상관없───”

마치 인간의 신경줄 같은 미세한 식물의 뿌리들이 상처를 파고들었다. 큭! 아드리안이 말을 잇지 못하고 누운 채 턱을 쳐들었다.
고통에 격통이 더해지자 눈동자는 거의 뒤집혔고 의식은 날아갈 듯했다.

엘프가 아드리안을 일으키려고 한다.

“빛의 루아스시여!”
“우리의 광명을 바치겠나이다!”

루아스 교국, 빛의 성직자들은 모든 신성력을 한데 끌어모아 성녀 에르세티아와 성자 레온하르트를 다시 일으키려고 한다.

“후우…… 후우…… 후우…….”

반토레온이 골격의 태반 이상이 박살 난 상태에서도 단 한 줌의 마력으로 마력회로를 순환시키며 일어나기 위해 명상을 시작한다.

“…….”

히스릴은 허리가 두 동강이 나서 죽은 상태에서도 폭력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심지어 광기 어린 미소를 띤 채로.

꿀꺽.

연합군은 마른침을 삼켰다. 저러고도 또 싸우려는 초월자들이 우러러 볼 수도 없을 만큼 경외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심히 두렵기도 했다.

모든 초월자는 자신만의 이상을 추구할 뿐이지만, 아무래도 배경이 전쟁터이다 보니…… 전쟁 기계처럼 느껴졌다.

안식에 이르는 죽음만이 저 끝없는 행진을 막을 수 있으리라.

아니, 과연 죽음조차 그들을 멈출 수 있을까.

* * *

“죽음도 우리를 멈추지 못해.”

반추자 르카리아가 투명한 용기에 갇힌 채로 눈을 부라렸다. 그녀는 정신이 육체에서 분리되어 봉인된 상태였다.

“폐하께서는 죽음 그 자체이시니 산 자들의 멸망은 필연이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주검의 영광이 추구한 불멸의 세상은 완성될 거야.”
“아하하, 그런 것치고는 너희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그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하늘섬을 전장에 내놓은 걸 보면.”
“이그나시아, 너 따위가 위대한 죽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해?”

이상을 향한 집착처럼 맹목적이다.

르카리아는 옛 왕에게 충의를 바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옛 왕을 이상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주검의 영광의 다른 초월자들도 결국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육신으로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엇도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이미 루네시카가 부활했을 테니 한순간에 간파당하겠지. 무엇을 둘러도 영혼만은 진실되니.”

동대륙 남부에서 이그나시아의 초위 마법에 패배해 사로잡힌 르카리아는 아니나 다를까 역시 초월자답게 굴복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이그나시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돌렸다.

“글쎄, 어떠려나.”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사실 이미 르카리아의 육신을 통해 시타델에 입성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그게 가능했던 까닭은 르카리아가 언급한 루네시카 안테르노아가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베르덴의 모략이랴. 깜찍하긴.’

이그나시아는 가르간트에서 처형당한 루네시카가 절대로 살아날 수 없다고 확신했다. 베르덴의 마도는 물질계에 국한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옛 왕의 힘으로 한 번 부활하기도 했고.

그런데 살아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주검의 영광 수뇌부에 베르덴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에온과 주검의 영광이 결탁했다.

내부 분열.

그게 베르덴의 노림수였다.

‘대체 광신적인 하인들을 어떻게 구워삶은 건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주검의 영광 전체가 베르덴에게 붙었다는 거겠지. 비렌테를 비롯해 갑작스러운 언데드 군단과 초월자의 철수도 그 일환이겠고.’

루네시카는 길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베르덴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드라벤과 그녀 자신을 죽인, 주검의 영광의 원수에게 말이다.

‘즉, 옛 왕이 주검의 영광의 하인들을 실망시켰고, 다름 아닌 베르덴이 주검의 영광이 바라왔던 옛 왕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

이그나시아가 입술을 매만졌다.

‘흥미롭네. 엄청, 엄청 흥미로워.’

지금의 난세야말로 이그나시아가 바라마지 않았던 시대상이었다. 평화의 시대는 그녀의 호기심과 쾌락을 원 없이 충족시킬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했다.

반란의 주동자는 루네시카 안테르노아.

루네시카가 [아니무스]로 부활했을 때 르카리아는 시타델에 없었다. 르카리아는 왜 루네시카가 옛 왕을 배신했는지 아직 모르고 있다.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심지어 반란의 이유가 여태까지 주검의 영광에서 피와 목숨을 바쳐 추구해 온 이상에 아주 반(反)하는 것이었다면?

‘볼거리가 많네. 여러모로.’

이그나시아는 음흉한 눈빛으로 봉인된 르카리아를 흘겨봤다. 현재 그녀가 운용하고 있는 본신과 분신은 합쳐서 세 개였다.

본체는 동대륙 남부의 제2사문에.

1번 정신체는 르카리아의 육신을 빌려 시타델에.

2번 정신체는 르카리아라는 전리품을 옮기기 위해 가르간트에.

‘옛 왕의 반응도 재밌겠어.’

1번 정신체는 루네시카를 포함한 주검의 영광의 초월자들과 함께 있다.
그 반란의 현장에 이그나시아가 있었다.

* * *

듬성듬성 구멍이 뚫려 해진 날개의 피막이 대기를 안아 던지며 창공을 가로지른다.
아직 거리가 있었지만 불온하고도 사특한 기운이 영혼을 자극했다. 투명한 자색 불꽃과 같은 드래곤의 눈동자가 거칠게 일렁였다.

[과거와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이로군.]

제1차 초월자 전쟁에서 시타델 비슷한 것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아칸드가 초월자들의 합공에 치명상을 입자 전쟁은 사실상 종결됐다. 일인체제와 같았던 크세리온 제국은 그렇게 멸망했다.

주인 없는 땅으로 향하는 옛 왕의 성채…….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이 목적인가? 끝내 패배의 전운이 다시금 드리우니 베르덴에게 복수라도 하고자 하는 건가? 증오에 의한 발악? 아칸드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은 그런 인물이었나?

안데스 네크라일은 옛날에도 정답을 찾지 못했던 의문과 또 마주해야만 했다.

아칸드는 왜 전쟁을 일으켰는가?

정복하지 않는 군주는 어째서 이렇게나 많은 피와 시체를 갈구한단 말인가.
차라리 대량 학살만을 즐기는 미친 제왕이었다면 명료했을 텐데, 문제는 그의 광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숭고함이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이 어떻든 간에 800년 전에 시작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날 걸세. 반드시 끝내야 하고. 이 날을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니.]

안데스는 자신의 척추 위에 올라탄 제2황자에게 말했다.

[카스티안, 나와 하나 약속해 주지 않겠는가.]

“말씀하십시오.”

[죽지 말게.]

카스티안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이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아티팩트의 힘 덕분에 평범한 인간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을 연명할 수 있었지만, 자네는 우리와 달리 살아 있네. 그러니 스스로 짊어진 의무를 마치면 산 자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네.]

“저 또한 먼 시대의 사람입니다…… 이런 제가 있을 자리가 있을까요.”

[자리는 주어지는 게 아니네. 만들어 가는 것이지.]

안데스는 세 명의 죄인과 여정을 함께 했다.

레지날프와 마그누스는 옛 왕을 도와 학살 전쟁에 일조한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반면 카스티안은 그저 아칸드와 형제라는 배경만으로도 자신에게 원죄가 있다고 여겼다.

형이 죄를 지었으니 동생으로서 그 업을 씻겠다.

카스티안은 아칸드와 같은 혈통일 뿐이지 순수한 피해자였지만 형벌의 굴레를 자처했다. 아마 지금도 형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아칸드와 카스티안은 왕위 다툼은커녕 끈끈한 형제애를 자랑했다.

[세상은 온통 평가로 가득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아일세. 결국 변화를 결정하는 주체는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지.]

“…….”

[나는 자네가 진정 자유로워지길 바라네.]

안데스는 초월자일 때도, 언데드일 때도 늘 그렇듯 선했다. 그는 항상 친절을 베풀거나 사람을 구하는 데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런 초대 네크로맨서가 창립한 다크워튼 마탑은 지금까지도 그 유지를 잊지 않고 있다.

카스티안은 잠시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안데스 님.”

안데스의 조언은 똑똑히 새겨들었다. 그렇다. 그가 말했듯이 어떤 충고를 들어도 선택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었다.

카스티안은 조용히 육체 자체에 깃든 [루기나 혼]을 의식했다.

서로를 죽이는 창.

아칸드는 카스티안과 함께 죽는다. 형제의 죽음을 끝으로 크세리온의 혈통은 완전히 사라지고, 마침내 초월자 전쟁은 막을 내린다.

그것이야말로 망국의 죄인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다.

* * *

중앙 대륙 어딘가에서 충격음이 퍼졌다.

쩍…… 쩌적…….

3차원의 경계가 일부 깨지기 시작했다. 용인이 그 균열을 비집고 나오더니 포효와 함께 완전히 대륙에 발을 디뎠다.

[베르덴.]

3차원의 변방을 빠져나온 사룡 네크바엘이 감정을 짙게 드러냈다. 쿠드득! 폴리모프를 해제하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서서히 거대해지는 용의 형상 앞으로 작은 인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칸드였다.

“곤욕을 치른 모양이군.”

[네놈도…… 추한 꼴이구나.]

“이야말로 나의 본질이겠지.”

아칸드가 고요한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들의 사기를 아직 감지하지 못한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크세리온 제국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드디어 마지막이군.”

아칸드가 용검을 어깨에 메고서 사룡 네크바엘의 위에 탑승했다.

“전부 죽인다.”

[카아아아──────!]

생명을 짓누르며 죽음의 용기사가 날아올랐다.

* * *

전 대륙 곳곳에 흩어진 세계 연합의 군단들이 속속 주인 없는 땅에 집결했다.
테르네티아 연방의 초대규모 언데드 등 아직 적의 잔당이 준동하고 있긴 하나, 그런 전장에서도 최대한 병력을 차출했다.
적의 수도를 함락시키는 순간 다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에온의 권역이 최후의 전장으로 여겨졌다.

다만, 먼저 자리를 잡은 건 좋은데 시타델을 어떻게 대처할지가 난제였다. 어떤 초월자도, 어떤 병기도 저 무지막지한 질량을 멈출 수는 없다.
심지어 시타델에는 무려 비행정에 준하는 속도가 더해지기까지 했다.

“시타델을 직접 침공하는 것만이 답인가…….”
“하지만 그러면 사문 공략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될 겁니다. 공격하는 것은 크세리온 제국인데 공성전을 실행해야 하는 것은 세계 연합, 이번에도 이 아이러니를 무시하고 들이받기에는 전망이 좋지 않죠.”
“그래, 시타델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으니.”
“여태껏 확인한 시타델의 대공 능력으로 판단했을 때 가까이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연합군에 상당한 출혈이 생길 겁니다.”

시타델이 멈추지 않는 한 지상에서의 병기 지원도 거의 불가능하다. 재설치하는 동안 시타델은 진즉에 저 멀리 가 있을 테니까.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뭐라도 해야 하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주인 없는 땅이 어떻게 될지 몰라. 그리고, 이 전황도.”
“그건 그렇습니다만…….”
“옛 왕의 저의는 뭐란 말인가.”

그때 제라클 황제가 말했다.

“결국 시타델은 완전히 없애야 하네. 어쨌든 결국 섬멸전인 셈이지. 오직 적의 전멸만이 해답이니, 지금 몸을 돌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아.”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럼 결정해야겠군. 누가 앞장서겠는가?”

지휘관들은 군을 이끌어야 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전선에 서야 한다. 위험을 자처하며 연합군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
각국의 왕들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병사들과 전략 병기들을 갈아 넣었다고 해서 희생에 대한 보답이 전부 보장된 것은 아니었기에.

제라클 황제가 피식 웃으며 일어섰다.

“내가 선두에 서겠다.”
“……!!”
“화, 황제 폐하께서 직접……?”
“대공, 선봉을 부탁하지.”
“황제의 뜻대로.”

제라클 황제가 리반데일 대공과 함께 회의실에서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시타델! 시타델 정지!!

통신 장치에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시타델이 멈췄다?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사이 제라클 황제가 손짓했다.

“어서 화상 골렘을 연결하게.”

서둘러 현장과 조율한 다음 골렘을 통해 시타델의 실시간 모습을 확인했다.

후웅.

“이건…….”
“허.”

정말로 시타델이 정지해 있었다.

세계 연합군을 위협해 왔던 사슬들이 지면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닻을 내린 것 같았다. 그리고 뭔가가 이를 제어하고 있는 듯했다.

리반데일 대공이 그 광경을 보고 중얼거렸다.

“인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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