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34

834화 세계 회의: 마찰 (2)

“컥, 커흑…….”

산왕이 눈에 힘이 풀린 채 언덕 바깥으로 상체만 빼냈다. 물리 저항력을 웃도는 충격량에 의식이 잠깐 날아갔다가 다시 회복한 것이다.
역시 수인족 강자답게 회복력이 동급의 인간과는 수준이 달랐다.

걸음을 옮겼다.

베르덴이 암월과 블랙 아워를 두고 찬탈전을 벌인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암월의 마도 <망화>를 개방할 수 있다는 진실은 에온의 관계자 외에는 알지 못한다.
레프라기움 마탑도 거기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명의 마도사는 오직 하나의 마도만 개척할 수 있다, 이는 모든 마법사에게 해당하는 마법계의 절대 명제 중 하나.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마도를 모방 및 응용할 수 있는 베르덴의 마도 <무한>은 이질적인 걸 넘어서 아예 이단적이다.

만약 무한의 마도의 본질이 외부에 발각된다면 객관적으로 그 파급력은 동력원 폭주 사태나 암월의 꿈과 동급이리라.

‘게다가 나를 향한 관심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높아지겠지.’

아마도 그 시선들은 질투심, 경계심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얼룩지게 될 것이다. 여러 음모론도 퍼져 적대 세력이 이용하기도 할 테고.
단기적으로 보면 베르덴의 지배력이 강해지든 약해지든 큰 영향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

베르덴은 그마저도 찍어 누를 자신이 있지만 그건 장기적인 이야기다.

훗날보다는 지금이 관건이다.

최소한 이 자리에서 베르덴은 첫 번째 마도를 온전히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이곳은 전장이 아니라 세계 회의장이다.

베르덴이 멈춰 섰다.

겁화의 봉인을 푼 베르덴이 전신의 마력회로를 활성화했다. 그를 중심으로 마력의 파동이 환상의 초원 전체에 뻗어 나갔다.

“둘 다 적당히 하고 앉지. 회의에 방해다.”
“의장도 가만히 있지 않나. 일개 참석자에게 막을 권리는 없을 텐데.”

창대를 단단히 붙잡아 성녀째로 내던진 수왕이 꼬리로 가볍게 땅을 두들겼다.
그것만으로 수십 미터 일대가 갈라졌다.

“정 거슬리면 어디 한번 앉게 해 보도록. 이 또한 여흥이니.”

수왕이 지면을 박찼다.
기민하다.
베르덴의 동체 시력으로도 수왕의 원형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웠다. 전력을 발휘하면 이것보다 훨씬 더 빨라진다는 건가.

후욱!

발이 약간 뜰 정도로 <비행>을 시전한 베르덴이 가속했다. [인테리스]로 유려하게 원을 그리며, 이내 미끄러지듯이 몸으로 회전을 거듭했다.

수왕의 손아귀가 정면을 가득 채웠다.
압력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베르덴이 위에서 아래로 스태프를 휘둘렀다.

겁화는, 무한한 마력을 장작처럼 태워서 암월의 <개기식>을 별도의 전개 없이 끊임없이 유지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아직 불안정한 이유는, 위력의 방출이 예상보다 거대했기 때문이다.

본래 <개기식>처럼 사물을 태워 망화의 불길을 강화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체내에서 반복되고 반복되는 소멸의 연소 반응은 힘을 발생시키고, 그것은 마법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신체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준다.

비어 있는 용기에 물을 채우듯.

베르덴의 육체도 가만히 있으면 영 답답할 만큼 힘으로 가득 찼다. 마치 부여 마법으로 순수한 신체 능력을 강화한 것처럼.

쾅───!

둔탁한 금속음이 메아리쳤다.

수왕은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에 작은 감탄사를 흘렸다. 아무리 봐도 마법사에게서 느껴질 만한 근력이 아니었다.

“이러고도 마법사인가?”
“보다시피.”

베르덴이 즉각 왼손을 뻗었다. 중력파가 역원뿔 형태로 방출됐다. 막강한 물리력임에도 수왕은 고작 두 걸음만 밀려났을 뿐이었다.
이어서 발동한 공간의 칼날이 그 손톱을 가르지 못하고 역으로 찢어발겨졌다.

‘어중간한 밀도의 공간 마법으로는 생채기도 낼 수 없겠어.’

베르덴이 양손으로 붙잡은 [인테리스]의 머리에 중력을 집중했다.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 순간 시야 전체가 눈부신 빛으로 덮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베르덴과 수왕 사이에 떨어진 성창에서 신성력이 폭발했다. 눈을 반쯤 가리며 물러난 두 사람이 옆쪽을 바라봤다.

성녀가 말했다.

“수왕, 안티아스의 죄를 깨우치게 하는 중입니다. 부외자는 기다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신성 모독자로 판단하겠습니다.”
“…….”

베르덴은 뭐라고 설득할지 단어를 고르다가 입을 다물었다. 다시 보니 어느샌가 성녀의 눈은 이미 몇 바퀴 돌아 있었다.

말이 통할 단계가 아니다.
그럼 어쩔 수 있나.

‘충격요법을 쓰는 수밖에.’

솔직히 말해서 베르덴도 성녀와 수왕의 경지가 궁금하기는 했다.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들일 테니까.

성녀가 섬광과 함께 움직였다.
베르덴이 <전이>했다.
수왕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쩡──! 쩌엉─! 카가가가가강───카앙!

타고난 생채 무기, 신의 무구, 전설적인 드워프의 최고 걸작이 연이어 충돌했다.
시시각각 초원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힘을 맞대는 그들의 모습은 극점의 경지에 도달한 자의 눈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지형 조작>

베르덴이 지반을 약화한 다음 허공으로 공간을 이동했다. 그가 있던 자리를 수왕의 주먹과 성창이 가로질렀다.
두 사람 머리 위에서 베르덴이 스태프에 중력의 파동을 실어 내던졌다.

콰과과과과과과광!

수직으로 쇄도한 충격력에 땅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수왕이 입을 벌렸다.
성녀가 기도했다.

포효咆哮

<성광의 은총>

야수의 괴성과 성녀의 빛이 방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밀어냈다. 잔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초원에 공백이 생겼다.
두 사람의 힘이 맞물리지 못하고 서로를 밀어낸 탓에 그 여파는 먼 거리까지 미쳤다.

대략 130미터 범위 안쪽의 언덕이 완전히 평지로 변모했다. 초목이 사라지고 황량한 대지 위에 세 명이 마주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성녀와 수왕이 비슷한 의미로 눈을 가늘게 떴다.

‘마법을 주력으로 쓰지 않아도 노련하다.’
‘두 명 이상의 초월적 존재를 동시에 상대해 본 경험이 있군. 그것도 근접전에서.’

그들이 염두에 둔 건 베르덴이었다.

4대 신물의 선택을 받아 신성력과 육체를 초월한 성녀와, 처음부터 육체 능력에 특화된 수왕. 그런 두 존재와 지근거리에서 무기술로 합을 이루는 마법계 초월자라니…….
아무리 본력을 내지 않았다고 하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순간 수왕이 좌우를 연속적으로 박차며 성녀를 밀어붙였다. 직후 자신의 등 뒤로 이동한 베르덴을 드래곤의 꼬리로 휘감아 붙잡았다.

쿠웅!!!

베르덴이 자신에게 중력을 부여해 초원에 다리를 박아 넣었다. 꼬리의 힘에 저항하며 인력으로 수왕의 몸을 역으로 끌어당겼다.
때마침 성녀도 수왕의 팔을 튕겨 내고는 아래에서 위로 성창을 쳐올렸다.

‘이 혈기.’

한껏 웃은 수왕이 꼬리를 풀며 뒤로 물러났다가 인지를 벗어난 속도로 팔을 내질렀다. 야성이 더해진 손톱이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스태프와 성창을 되돌린 베르덴과 성녀가 다시금 무기를 내질렀다.

──────!

서로의 일격이 얽혔다. 공명음이 대기를 휩쓸자 침묵이 뒤따랐다. [인테리스]와 성창, 그리고 수왕의 손톱이 맞닿은 채 작게 떨렸다.

수왕의 기세가 점차 다른 종류의 것으로 바뀌고 있다.

“천부적인 재능이 전부가 아니군. 초월적 존재를 다섯이나 죽인 만큼의 경험을 쌓았어. 네가 걸어온 길에서 혈향이 더욱 짙게 느껴지는구나.”
“베르덴.”

성녀에게서 광채가 번쩍이자 성갑, 아르미넬이 소환되었다. 두 개의 신물을 착용한 성녀의 경지가 더욱 높아졌다.

“당신도 빛을 신앙할 건가요?”

수왕은 수왕 나름대로 투지가 끓어오르고 있고, 성녀는 성녀 나름대로 믿음에 의한 광기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여기가 경계선인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으니 이제 찬물을 끼얹을 차례다.

마도 <파멸>

베르덴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두 번째 마도를 개방했다. 붉은 마력이 스태프의 궤적을 따라 잔상을 남겼다.
성녀와 수왕이 눈을 부릅뜬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온몸을 관통했다.

콰아아아앙!

수왕은 십수 미터를 날아가 두 다리로 착지하며 손가락을 굽혔다.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생전 느껴 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성녀도 튕겨 나갔으나 그것보다 빠르게 돌아와 팔을 내질렀다. 그란테르와 [인테리스]가 충돌한 채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반격이 나갔다는 듯이 성녀 본인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방금 그건 대체…….”

광기가 상당히 옅어진 목소리다.
맞으니 정신을 차렸나.

하지만.

“그게 네 마도라는 거군. 그래…… 조금만 더 즐기도록 하지.”

수왕이 이제는 살의까지 담아 베르덴의 등을 꿰뚫으려고 했다. 증오나 분노 같은 게 아니라 단순한 투쟁심의 발로였다.

베르덴이 말했다.

“아니, 여기서 끝이다.”
“멈춰라!”

서약자의 보다 강한 언령이 일시적으로 성녀와 수왕의 움직임에 간섭했다.

터엉!

아드리안이 광검으로 수왕의 손톱을 힘껏 아래로 쳐 냈다.

반젤리스가 <아케인>을 운용해 스태프로 수왕의 손등을 찍어 바닥에 고정했고, 마울러가 팔꿈치를 굽혀 수왕의 다른 팔을 붙들었다.

키퍼의 마법적 봉인이 스며들며 수왕의 혈류 속도가 느려졌다.

캉캉캉캉!

동시에 네 개의 창이 날아와 수왕의 무릎과 어깨 등의 관절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창과 창 사이에서 묘한 인력이 발생했다.

수왕의 목에 마스터가 서슬 퍼런 롱소드를 겨눴다.

“광포화(狂暴化)는 안 됩니다.”
“감히 누굴 노리는 거냐.”
“미친 새끼. 짐승 아니랄까 봐 눈에 뵈는 것 없기는.”
“방금 행위는 선을 넘었다.”

서약자를 제외한 다섯 명의 초월자가 수왕을 구속했다.

성녀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진정하십시오.”
“시, 심호흡하세요, 성녀.”

교황의 기적으로 생성된 빛의 사슬이 성녀의 팔다리를 붙잡았고, 성자가 긴장한 모습으로 성검을 쥐어 성창을 막아섰다.
세렌디아가 일으킨 나무뿌리가 성녀의 온몸을 억제했다. 마지막으로 인드렌의 봉인 마법이 성창을 한 번 더 고정했다.

“적당한 때에 잘 끊어 주셨네요, 베르덴.”
“어딜 봐서 이게 회의란 말이냐.”

베르덴을 포함한 네 명의 초월자, 그리고 세계수의 관리자가 성녀를 억압했다.

감정적인 마찰쯤이야 봐줄 수 있어도 그 이상 용인할 생각 따위는 없다.

물론 베르덴이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누구도 쉽게 흐름을 끊지 못했을 테고, 결국 상당한 격돌이 벌어졌을 것이다.
오히려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을지도 몰랐다.

베르덴이 성녀를 바라봤다.

“같잖은 도발이다. 그렇다고 해도 분노가 치미는 건 이해하나 일단은 이쯤 하지.”
“…….”
“수왕, 너도 거기까지 해라. 어차피 끝장을 볼 생각도 없을 텐데.”
“누구든 원하면 끝을 볼 수도 있지.”

이런 상황인데도 수왕은 아주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그와 다르게 성녀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만 끝내죠.”

성녀가 눈을 번뜩였다.

“여기까지만 하고.”
“……!”

<시작의 심판: 단죄>

성창의 끝에서 광선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수왕이 폐 깊숙한 곳에 담긴 숨결을 내뿜었다.

대포효大咆哮

두 사람이 이미 작정한 터라 사전에 막을 수가 없었다. 빛과 소리가 각각 초월자들을 지나쳐 서로를 향해 굽이쳤다.

“도무지 정도를 모르는군.”

리반데일 대공이 두 힘이 충돌하기 직전인 중간 지점에 나타났다. 양손에 기를 집중시킨 그가 그대로 팔을 휘두르며 반 바퀴 회전했다.

절기: 파륜波輪

파동의 소용돌이가 기적과 야성의 경로에 간섭해 흐름을 바꾸었다. 정면이 아니라 위로 솟구친 두 힘이 부딪치지 않고 나선을 그렸다.
광선과 대포효는 평행선처럼 영원토록 서로 닿지 않을 테니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다해 자연스럽게 사라지리라.

그 순간.

“…….”

초월자들이 익숙한 기척을 느끼고는 허공을 올려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이그나시아가 상공의 구름 위에 앉아 있었다.
한 명이 아니다.
수천 명의 그녀가 미소를 머금은 채 지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베르덴이 목소리를 냈다.

“그냥 내려와라. 애초에 원인을 제공한 건 너잖아.”
“아하하하, 내가 잘못하기는 했지. 한 대 맞아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이그나시아‘들’이 턱짓으로 성창에 의해 쑥대밭이 된 산맥을 가리켰다.
가느다란 검지‘들’이 푸른 하늘을 향해 멈춰 선 채, 마치 주문이라도 속삭이듯 공중에 빙글빙글 원을 그렸다.

“그런데 보다시피 한 대 더 맞았거든. 그러니 갚아 줘야 하지 않겠어? 한 두 배쯤?”

인드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면서 공연히 이유를 갖다 붙이기는…….”
“아닌데?”
“그럼 웃지나 말게.”
“아하하하하핫.”

세상이 흐릿해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상하가 반전됐다.
주변을 둘러볼 것도 없었다. 초월자들이 딛고 있는 땅은 하늘로, 이그나시아가 있는 하늘은 땅으로 뒤바뀌었다.

모든 것의 위아래가 전환됐다.

리반데일 대공이 흘려보낸 성녀의 기적과 수왕의 함성까지. 두 힘이 소용돌이를 이루며 초월자들을 향해 쇄도했다.
거기에 다수의 이그나시아가 찬란한 보랏빛이 일렁이는 환상의 창을 구현했다.

───!

수천 개의 창이 일제히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물리력만이 아니라 정신계마저 직접적으로 손상을 입히는 마력(魔力)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그사니아의 폭격 범위는 상원과 하원 테이블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하원의 왕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어, 어어어……?!!!”
“흐음.”

흑해가 바다의 장막으로 초월자가 아닌 이들을 보호했다. 에레스는 보검을 들고는 그 위로 냉기의 장막을 둘렀다.

그때였다.

사아아아아───…….

힘의 절반이 흩어졌고.
힘의 절반이 죽었다.

“그만.”

마침내 섭리자가 개입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크워튼 마탑주, 라인델 넥스레온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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