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869

869화 마도국으로 (3)

마도국의 조사국장이 며칠 전 대화를 회상했다.

───베르덴은 나와 같은 피를 이어받았을지도 모른다.

───……네?

7대 마도왕께서 그 이야기를 하셨을 때 머릿속에 벼락이 치는 듯했다. 그러니까 문자 그대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조사국장은 몸가짐을 정돈할 겨를도 없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가 겨우 목소리를 낸 건 몇 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그 말씀은, 신성이 마도국의 사생아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그런 의미이신 겁니까?

───그렇다.

짝!

조사국장은 정말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얼얼하다. 그런데도 감각은 더할 나위 없이 생생했다.

───이런 지독한 악몽은 처음입니다. 도무지 깨어날 수가 없군요.

───하하하, 이렇듯 현실 같은 꿈도 있지만 꿈 같은 현실도 있는 법이지. 제렌, 필요한다면 현실을 자각하도록 도와주마.

───이미 깨어났으니 사양하겠습니다.

7대 마도왕이 슬그머니 스태프를 집어 들려는 걸 극구 만류했다. 조사국장이란 마도국의 온갖 정보와 극비를 관리하는 직책.
그는 7대 마도왕의 실력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아무튼…… 폐하께서 신성을 이 센트럼에 초대한 이유가 최초의 마탑 건과 마도 축제 때문만은 아니셨군요. 신성의 핏줄이 진정 무엇인지 확인해 볼 계획이십니까.

───그래, 마도왕으로서.

───폐하께서 어떤 근거로 신성이 위대한 피를 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럴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최소 140년 동안 마도국을 떠난 왕가의 인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혹 그 이전의 시대에 초대 마도왕의 피를 물려받은 이가 있었을지언정…….

조사국장이 단언했다.

───그 후손이 살아남았을 리 없습니다.

───그것이 위대한 혈통의 축복이자 저주지.

조사국장의 현실적인 설명을 납득했음에도, 7대 마도왕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혈통. 반젤리스가 옅은 광기를 보였다.

───그러니 확인해야 한다. 반드시.

───…….

───맡기겠다, 제렌.

조사국장은 발 뒤꿈치를 강하게 붙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센트럼의 내전(內殿) 한가운데에 새겨진 지고한 팔각성 위에서 서 있었다.

───마도의 의지를 받듭니다.

그렇게 기억을 되짚어 본 조사국장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직후 어레인 성채의 접견실의 문이 열렸다.

쿵.

조사국장과 그 휘하 마법사들이 절도 있게 발을 굴리며 예를 갖췄다.

“제렌 체드윌. 아케나드 마도국의 조사국장이 에온의 별을 뵙습니다.”
“아케나드 조사국의 장이 의전까지 담당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최고의 예우를 다하라는 마도왕 폐하의 엄명이 있으셨습니다.”
“그런가.”

베르덴은 짧게 말을 끊었다.

“사전에 세부 일정을 고지하지 않았더군. 도착 예정 시간은 언제지?”
“아케나드 마도국은 7대 마도왕께서 다스리시며, 주인 없는 땅은 신성께서 지배하시는 바. 여긴 에온의 권역이니, 언제 마도국으로 향할지는 신성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과연 마도국에서 정치 서열상 한 손 안에 드는 인물다운 품격.
대부분 거칠고 난폭하며 비공식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에온의 간부들은 아직 제대로 체득하지 못한 정제된 언변이었다.

이에 베르덴이 등을 돌렸다.

“출발하지.”

시간 낭비는 하지 않겠다는 걸까.

베르덴과 그 측근들은 마도국으로 향할 준비를 진즉에 갖춘 모습이었다. 매사에 효율을 따지는 건 마법사의 고질적인 습관에 가깝다.
좋은 행동력이다.
조사국장 또한 마법의 길을 걷는 사람 중 한 명이었으므로.

“앞장서겠습니다.”

* * *

“…….”

군림자, 라테온 오프니엘이 팔짱을 낀 채 공간 이동을 준비 중인 아케나드 마도국의 비행정을 바라보았다.

이번 마도국행에서 라테온은 베르덴의 호위에서 제외됐다.

드물게 무력과 행정력을 고루 갖춘 간부이기에, 에온의 권역에서 직접적으로 처리할 일이 많다는 게 이유였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정점, 베르덴.

첫 번째 위상, 아드리안 첸버스.

두 번째 위상, 이자벨라 데이로스.

여섯 번째 위상, 레바나.

알파.

베타.

‘인원 구성은 평시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뭔가 걸리는군.’

에온의 각 마법사단은 아예 포함하지 않고 오직 간부들만 대동했다. 게다가 베르덴의 왼팔과 오른팔, 또 알파와 베타를 제외하면 인선에 뽑힌 위상은 단 한 명뿐이다.

조금 의문이다.

블랙 아워 상위 간부 출신인 레바나는 정신계에 특화된 마도사다. 어째서 그녀를 콕 집어서 데려간 것일까…….
능력이 출중하긴 해도 사실상 마도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텐데.

뭐랄까.

마치 뭔가를 하겠다는 기세라기보단, 무언가에 대비하려는 듯한 준비 같았다. 단순한 노파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가 됐든 간에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걱정은 사치였다.

“쯧.”

라테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는 언제나처럼 하나뿐이었다. 아직 에온의 극비를 당당히 공유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

‘역시 서열 상승이 최우선이다.’

사내로서 기왕 뱀의 머리에서 벗어났으니, 용의 꼬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적어도 날개까지는 돼야 하지 않겠나.

당연히 아드리안 첸버스가 있으니 오른팔까지는 무리겠지만…… 실질적인 위상은 왼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기이한 신체 능력을 가졌어도 이자벨라는 초월자가 아니니까.

언젠가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아드리안은 신성의 오른팔.
라테온은 신성의 왼팔.
이자벨라는 신성의 연인.

이야말로 라테온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삼극 체제였다. 그는 미래에 완성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말에 올라탔다.

수하들과 함께 라테온을 기다렸던 용병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혼자 실실거리고 있는 거요?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라테온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했다.

“그런 적 없다.”
“어쨌든. 동대륙으로 넘어간다고 들었는데. 역시 혈맹 건이오?”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혈맹의 간부들이 대부분 몰살당하면서 뒷세계의 권력 체계에 공백이 생겼다. 브로커는 그 혈맹의 간부 둘을 이용해 공백을 메우고 있지. 그런데 뒷세계의 저항이 꽤 심하다더군. 에온의 계명을 위반한 놈들이 특히 필사적이라고.”
“뭐,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매한가지일 테니.”
“일일이 뒤질 필요도 없이 놈들이 제 발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잘된 일이지.”

고삐를 당기자 말이 울부짖었다.

“우리가 정리한다.”

혈맹을 최대한 장악하라.

혈맹의 간부들이 계명 위반으로 처단당한 그날 베르덴이 내린 임무였다.
새로운 공훈이 코앞이었다.

“위치는 델하룬의 경계선이다. 전원,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자칫하면 마울러의 권역에 침입하는 꼴이 될 테니.”
“아, 그건 좀 무서운데.”

델하룬 남부에서 혈맹 수뇌부를 처단했을 무렵은 세계 회의 전이었기에, 마울러는 권역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멋대로 델하룬에 발을 디뎌도 제재할 명분이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델하룬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가는 그대로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 이렇듯 초월자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놈들이 델하룬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일을 끝내는 게 관건이다. 제대로 마무리하면 포상이 따라올 거다.”

……포상?

용병왕과 그 수하들이 좀 더 자세히 말해 보라며 라테온을 쳐다봤다.

“혈맹을 성공적으로 장악하면, 로니아 왕국 건도 내게 맡기시겠다는군.”

로니아 왕국의 기사 출신인 라테온이 호기롭게 이를 드러냈다. 로니아 국왕은 부패의 온상. 조금만 뒤져 봐도 에온의 계명을 저촉하는 증거가 수두룩하게 나올 터였다.

로니아 국왕 놈이 마울러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마울러가 직접 개입한다면 에온의 초월자도 나설 테니까.

에온의 계명에는 예외가 없다.

그게 무슨 포상이냐며 따가운 눈빛이 쏟아졌지만 라테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진군한다.”

군림자가 지휘하는 계명 집행 부대가 움직인다.

그리고.

새파란 상공을 뒤덮은 보랏빛 파동이 물결치듯 일렁인다. 그 속에서 베르덴 일행을 태운 마도국의 비행정이 서대륙으로 전이했다.

* * *

대륙에는, 정확히 서대륙에는 3대 성채라 불리는 건축물이 존재한다.

아르나크 제국의 황성, 엘보르.

루아스 교국의 성소.

아케나드 마도국의 센트럼.

위 삼국은 건국 이래 단 한 차례도 수도에 적국의 침입을 허락한 바 없다. 어느 누구도 3대 성채를 감히 넘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려 수백 년에 걸친 역사는 그것들을 함락할 수 없는 관념으로 승화시켰다.

그중에서도 센트럼의 배경은 남달랐다.

최초의 9위계 초월자이자 초대 마도왕───그 올다르크 루인 아케나드가 직접 건축했다고 전해지는 성이었으므로.

조사국장이 자신 있게 설명했다.

“이는 마법의 상식을 아득히 넘은 것이라 기원에 의심을 가진 이들이 일부 있습니다만, 마도국의 건국 기록은 단언컨대 진실입니다. 그런데 레논 버나드와 같은, 주기적으로 명망 높은 감정사를 통해 오랫동안 증명해 왔는데 아직도 쉽사리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해를 벗어났기에 이해할 수 없다, 애석한 일입니다.”
“애석할 이유가 있을까.”

베르덴은 서서히 가까워지는 센트럼의 정경을 벽안에 담았다.

“이 세상의 이해를 벗어났기에 초대 마도왕인 것인데.”

침묵의 사막에서 베르덴은 관리자와 힘을 합쳐 <지형 조작>으로 투하르의 새로운 수도, 누하라를 구축했다.
건물 전체에 마력이 흐르고 있는 센트럼에 물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 대상의 마법적 작용 방식 자체는 동일했다.

베르덴도 나름대로 도시를 만들 수 있는데, 초대 마도왕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굳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센트럼.]

[아름답습니다.]

창조주의 흔적을 마주한 알파와 베타가 외눈을 빛냈다.
베르덴은 자신도 언젠가 저런 성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상상하며, 녀석들과 함께 마도국의 수도를 구경했다.

조사국장이 눈빛이 흔들렸다.

‘반응이 묘하다. 공식적으로 신성이 센트럼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일 텐데.’

단순히 놀라거나 감탄한 느낌이 아니다.

‘그리움…… 기대감?’

조사국장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베르덴의 벽안에 일순간 스쳐 지나간 정체 모를 감정을 멋대로 정의했다.
그게 아닐지라도, 적어도 부정적인 감정은 아닌 건 틀림없었다.

‘더 이상의 생각은 위험하다.’

조사국장은 정신계 아티팩트로 내면을 은폐하고 있었지만, 신성이 개안한 통찰력을 극도로 경계하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의전 담당관으로서의 소임에 집중했다.

───주군을 은근히 살피는군.

기색을 숨긴 채 조사국장을 의식한 아드리안이 기운을 통해서 의념을 전달했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놈이다.

처음부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조사국장에게서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상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주의해라.

7대 마도왕이 베르덴을 초청한 이유 중의 하나는 필시 혈통을 확인하기 위해서일 터. 과연 <아케인>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마도국이 어떻게 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니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만 했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비상 사태가 벌어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는 레바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내면의 긴장을 달랬다.

“…….”

이자벨라는 아케나드 마도국에 시선을 두었다.

한때 데이로스 가문이 충성을 바친 국가.
한때 데이로스 가문을 멸문하려고 했던 마도국의 가문들.

‘선조의 케케묵은 은원은 관심 없어.’

이자벨라의 개별적인 목표는 ‘끝없는 부정’에 관한 기록이다.
놈의 부산물 중 하나인 [되살아나는 피]와 융합한 그녀가 마족의 본래 힘을 끌어내려면 반드시 필요한 정보였으니까.
지금보다 강해지는 것이야말로 베르덴을 위하는 길이었다.

후웅…….

이윽고 고도를 낮춘 마도국의 비행정이 센트럼의 선착장에 착륙했다.

5위계와 6위계급 고위 마도사들이 좌우로 줄지어 서 있다. 역시 마도국이라는 이름답게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마법사의 수가 상당했다.

그리고.

그들 한가운데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에온의 위상들이시여. 지고한 마도의 성채, 센트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메드레일 루인 아케나드.

7대 마도왕의 하나뿐인 손녀가 베르덴 일행을 환영했다.

* * *

‘드디어.’

메드레일과 베르덴의 접촉을 감지한 반젤리스가 센트럼 중심부에서 마법진을 작성함과 동시에 마력을 조작했다.

쿠웅, 쿵, 쿵!

발밑에 새겨진 지고한 팔각성이 분해되고, 다시 조립된다. 그렇게 다시 팔각성이 완성되는 순간 푸른 빛줄기가 탄생했다.

“베르덴…… 시험당했다는 사실이 불쾌할지도 모르지만 이해는 나중에 구하겠다. 이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니.”

반젤리스가 딛고 있는 바닥, 벽, 다음으로 천장.

직선으로 이루어진 수백 개의 광선이 반젤리스와 성채를 연결했다. 그의 심장과 마력회로에 충만감이 감돌았다.

“7대 마도왕,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

쿵.

반젤리스가 강하게 바닥을 짚었다.

“센트럼을 기동한다.”

고유 혈통에 반응한 성채가 반젤리스의 의지를 반영했다. 외부에 발각되는 일 없이 성채 자체에 마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혈통 검증,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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