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8화 마도 축제 (10)
어째서 그를 신성(新星)이라 지칭하는가.
예로부터 별은 만인의 꿈이자 세상을 아우르는 시대, 그리고 영웅으로 비유됐다.
별의 반짝임은 관측자의 이상을 비춘다.
저물어 가는 별은 시대를 몰락으로 뒤덮는다.
새롭게 솟아오른 별은 위대한 존재의 탄생을 환영한다.
그렇기에 그는 별일 것이다.
인공 골렘을 재현한 것을 아득히 넘어 명확한 자아를 가진 골렘을 비롯해 고대보다 몇 단계 발전된 기술력.
고유 마력 운용법을 창시하여, 존경으로 그치지 않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와 당당히 어깨를 견주려 하는 경이로운 마법적 능력.
위계 마법 이전에 존재했던 영창 마법 체계의 부활, 그 재림.
미래, 현재, 과거.
한 명의 마법사가 시대를 아울러, 지금이야말로 마법의 시대임을 증명한다.
그를 우러러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마치 새로운 별을 보는 듯하다. 그럴진대 어찌 그를 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펠디안느가 기립했다.
짝, 짝, 짝.
나지막한 박수 소리가 충격으로 젖어든 정적을 간지럽혔다. 아티슨 마탑주의 말없는 극찬에 관중도 몸과 마음이 술렁였다.
짧은 손뼉의 울림이 가랑비에서 소나기가 되고, 또 장대비가 되어 쏟아졌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 어린 박수갈채가 가르간트 전역을 흔들다시피 했다.
황혼에 어울리지 않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마법계의 신성이시여!”
“베르덴 님! 만세!!”
“선배님!!!!”
“오라버…… 읍.”
샤를로트와 에이든이 힘껏 목청을 높여 베르덴의 이름을 불렀다. 당연히 칼리아도 일어서서 녀석들과 함께했다.
이리스와 테오도르도 아카데미 전용 좌석에서 소리를 질렀다.
7대 마도왕의 손녀, 메드레일 루인 아케나드는 실수로 오라버니라고 부르려던 제 입을 가까스로 틀어막았다.
로벨린은 보헤미른 마탑주로서 조신하게 축하의 박수를 남겼지만, 그녀의 붉은 눈동자만큼은 남다른 감정을 내비쳤다.
진즉에 이래야 했다.
이야말로 베르덴에게 어울리는 자리다.
이자벨라를 비롯한 에온의 일원들은 벅찬 가슴을 억누르지 않고 갈채했다. 알데반은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다.
군림자, 라테온 오프니엘은 다소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그 영창은, 뭐냐…….”
수만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의 열기 덕에 압력은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지만, 일부 강자들의 뇌리에는 그 잔재가 흉터처럼 새겨졌다.
항거할 수 없는 힘.
라테온은 베르덴의 마지막 영창으로부터 미지의 공포를 느꼈다.
경악이 환희를 앞선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미쳤어.’
젠티르 마탑주, 시그릴 라비니아 아퀸은 한숨을 삼켰다.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결손된 신체를 대신하는 의체 골렘, <아케인>과 급이 엇비슷해 보이는 마력 운용법, 위계 마법 이전의 영창 마법…… 하나만 해도 길이 남을 업적인데, 그걸 한자리에서 셋이나……!’
단순히 초월적인 강함만으로 전 대륙에 군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피부로 느껴지는 위업은 역사가 완전히 소실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으니, 그 영향력은 단단히 뿌리내려 마음을 장악한다.
초월적 존재를 다섯이나 죽이고, 최초의 마탑의 주인이 되고…….
이를 감안해 예측치를 최대한 높여 대비했으나, 감히 그를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설마 루아스교의 기적과 초대 마도왕의 고유성에 도전하는 수준이라니.
누가 그런 걸 상상이나 했겠는가?
동감하지 않는 이가 없으리라.
하지만.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신성의 무대는 지난 마법계 총회의와 세계 회의에서 줄곧 일관되게 보여 주었던 태도의 결정체나 다름없었으니까.
온전히 인정해야만 한다.
‘신성은, 단신으로 시대를 바꿀 수 있는 존재다.’
에온을 창설하고 초월자로서 군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다. 앞으로 십수 년, 아니 수년 뒤에는 또 어떻게 될까.
에온은 어떤 외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불가침의 세력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초대 마도왕이 마법의 신으로 여전히 추앙받는 걸 생각하면…… 신성(新星)이 신성(神星)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증명의 대가로 젠티르 마탑으로부터 무엇을 받을지는,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지.
덜컥, 마음이 내려앉았다.
최초의 마탑이 진짜냐며 베르덴에게 계속 입증을 요구했다가 망신을 당했던, 세계 회의에서의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외교의 단추를 잘못 끼웠다.
그것도 제대로.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젠티르 마탑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진 시그릴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한편, 그녀와 아예 다른 생각을 하는 마탑주도 있었다.
“마력 입자…… 저거다…… 그래, 저거야……!!”
헬리온 마탑주, 트리톤 마르투스가 큰 주먹을 꽉 쥐며 감격했다. 마치 애타게 찾고 있던 열쇠를 발견한 기색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마법적 공성 병기만으로 가득했다.
이윽고 찬사가 잦아들었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며 황혼의 시간이 끝을 맞이했다.
거대 도시의 밤이 시작됐다.
베르덴이 말했다.
“네 차례다, 7대 마도왕.”
* * *
순서가 넘어갔다.
베르덴의 발표로, 오늘 마도 축제의 눈높이는 극도로 높아졌다.
비범한 결과물을 공개한다 해도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실망으로 이어질 터.
물러설 곳은 없다.
베르덴과 함께 같은 무대에 올랐으니, 아케나드 마도국은 그간의 위상을 지켜 내려면 에온과 동급의 마법적 연구를 선보여야 한다.
이에 반질리스는……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대의 중압감 따위 하나 없는, 이 순간을 즐기는 듯한 웃음이었다.
묵직한 발걸음이 무대 중심에 바로 멈췄다.
“이렇게 찬란한 마법의 시대에, 내가 빛을 더한다 한들 크게 의미는 없겠지. 보다시피, 이미 눈부시도록 밝으니.”
초월자의 격이 일부 드러났다.
“그래서 나는 이 빛을 더욱더 오랫동안 지키고자, 여기에 섰다.”
반젤리스가 연설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보헤미른 마탑의 동력원 폭주 사태를 기억해라.”
전회 마도 축제가 중단된 원인.
“마탑의 동력원은 완전하기에 절대로 손상되지 않는다는 절대 명제가 깨졌을 당시, 마법계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 혹자는 세계 암흑기의 시작을, 혹자는 마법 시대의 몰락을. 수많은 마법사가 암울한 전망을 예상했다. 다행히 그들의 관점과 달리, 현 마법계는 다시 전성기를 되찾았으나. 한번 생긴 균열은 쉬이 메울 수 없는 법이지. 마법 시대를 향한 신뢰는 이토록 얄팍하다.”
쌓아 올리기만 해서는 언젠가 무너진다.
하중을 견딜 지지대가 필요하다.
“믿음. 그것이 내 연구의 주제다.”
반젤리스가 거침없이 팔을 뻗어 무대 오른쪽에 공간 마법진을 현현시켰다.
마도의 성질이 다르기에, 베르덴처럼 마법진을 준비 단계 없이 작성할 수 없기에 아티팩트의 힘을 빌렸다.
공간 특유의 색채가 명멸한다.
공간 좌표를 통해 전송된 것은 처음 보는 ‘거대한 기계장치’였다. 구체의 형태를 취한 그것에서 마력이 미세하게 감지됐다.
“10대 마탑의 동력원은 마법 시대를 여는 데에 아주 크게 이바지했다. 동력원은 9개가 남아 있으나. 언제 또 폭주하지 않을까, 언젠가 동력원이 전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마법사로서 내심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지. 거기서 나는 생각했다.”
마도 <원천(源泉)>
“만약 ‘새로운 동력원’이 탄생한다면, 그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원천의 마도가 유도하는 흐름에 세상의 마력이 기계장치에 집중되었다. 동시에 푸른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눈동자 중심에 새파란 빛의 덩어리가 떠올랐다.
……어둠 아래의 푸른 태양.
“이, 이 느낌은.”
“말도 안 돼……!!”
마도 축제에 참석한 대부분의 마탑주가 가장 먼저, 그리고 격하게 반응했다.
에온의 발표 때와는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동력원.’
이번엔 베르덴이 눈을 부릅떴다.
“현 마탑의 동력원보다는 못할지언정 동력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이로써 마법의 시대는 다시 10개의 동력원을 갖게 되었다. 이제 그보다 많은 동력원을 만들 수도 있지.”
반젤리스가 단언했다.
“과거를 잊지 않되, 두려워하지 마라.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에 이르는 것, 그것이 곧 마법이니. 믿어라.”
7대 마도왕의 동력원이 번쩍였다.
“지금이야말로 마법의 시대다.”
베르덴의 마지막 발언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마무리였다.
무한한 마력이 내재해 마법의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동력원.
그 새로운 발명은, 어째서 반젤리스가 초대 마도왕에 가장 가까운 마도왕이라 여겨지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베르덴이 받은 찬사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폭발적인 환호. 특히나 마탑의 마법사들은 얼이 빠져 반응도 제대로 못 했다.
역사에 또 하나의 위업이 새겨진다.
“마법사는 늙을수록 강해지는 법.”
반젤리스가 만족한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제법 충격을 받았다는 듯 여러 감정이 뒤섞인 벽안으로, 새로운 동력원을 관찰하고 있던 베르덴과 시선이 교차했다.
“나 역시 전성기다, 베르덴.”
베르덴이 29년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드높은 경지에 이르렀듯.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 역시 백 년을 훌쩍 넘긴 삶 속에서 실시간으로 가장 현명하고 강대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신성과 7대 마도왕.
초대 마도왕에 준하는 업적을 세운 두 초월자가 서로를 마주하는 모습은 그림으로 남겨져, 그날 새벽 당일 가르간트 신문에 실렸다.
표제는 이러했다.
───마법 시대의 주역.
* * *
‘과연 그분의 후손답군.’
섭리자는 7대 마도왕이 공개한 마탑의 동력원을 멀리서 주시했다.
본 운명에 없던 일이다.
당연하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짜낸 가상 미래에선 베르덴에 의해 보헤미른 마탑의 동력원이 폭주하는 대사건은 없었으니까.
원인이 없으니, 결과가 나올 리 만무했다.
대행자, 메이아가 미간을 좁혔다.
“7대 마도왕이 설마 암암리에 동력원을 설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계기가 있었다고 해도.”
“재능이 뛰어나기에 작은 변화에도 크게 반응할 수밖에. 하지만 결국 저것은 7대 마도왕이 동력에만 집중한 발명품에 불과하다.”
섭리자가 시선을 옮겼다.
“진정한 동력원이 아니라.”
본질이 전혀 다르니 동력원의 기능과 뜻이 같을 수는 없다. 변한 건 없다. 여전히 ‘태초의 마법사를 위한 동력원’은 9개다.
메이아가 표정을 구겼다.
“그래요, 역시 위험한 건 신성이죠.”
골렘은 예상했으며 <대마력>은 상당히 놀랍기는 했다. 순수한 마법으로 이루어진 고유 마력 운용법을 유전적으로 연관도 없는 타인이 터득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므로.
어쨌든…… 문제는 세 번째였다.
최초의 마탑에서 터득한 영창 마법을 선보이는 걸로 끝내도 무방했는데.
왜 마지막에 태초의 마법사의 고유 영창 마법을 왼단 말인가. 메이아는 그 마법이 무엇인지 알기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기겁했다.
베르덴 본인은 당연하게 느껴 자각하지 못한 듯하지만, 영창 마법에는 도중에 영창을 멈출 수 없는 마법이 존재한다.
<압제(壓制), 광열(光熱), 파형(波形), 도천(掉天). 우주의 유성체여, 이곳에 잠들라.>
이것이 그 예다.
만약 영창이 강제되어서 진정한 우주의 유성체가 떨어졌다면, 초위 마법으로 즉각 대응하지 않는 이상 가르간트는 멸망이었다.
“진짜 미친 남자…….”
메이아가 진심으로 비난했다.
웬만하면 가만히 있는 섭리자도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미친 짓이긴 했다.”
섭리자는 몰래 손을 문질러 살짝 맺힌 식은땀을 지웠다.
그리고 마도 축제 무대를 뒤로했다.
곧 때가 온다.
* * *
포르메네 자유국 서쪽, 도시 잔트라.
개인 사정으로 가르간트에서의 마도 축제를 시작부터 즐기지 못한 이들은, 후반부라도 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신성과 섭리자의 아카데미 강의가 축제 끝에 시작될 거라는 정보 때문이었다.
마지막 휴식 지점으로 잔트라를 찾은 사람들은, 마차를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돈이 많은 여행객은 이카루스의 국제 마차를 고용해 새벽에 도시를 벗어날 예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소문이 들렸다.
“저기 변두리에 있는 주점에 이상한 드워프가 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