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23

923화 주검의 영광 (10)

츠츠츠츳…….

그림멜 그롬파르의 절단된 양손이 파멸에 휩쓸려 사라졌다. 뼛속까지 외부로 드러난 손목 단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신체 부위가 완전히 결손된 것치고는 미약한 출혈량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림멜이 허리를 크게 들썩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철컹! 반젤리스가 구현한 마력의 족쇄가 병기 안에 숨은 팔다리를 구속했다.

제압 성공.

베르덴이 앞다리에 체중을 싣고 그림멜의 목에 스태프를 겨누었다.

“움직이면 다음은 발목이다.”
“아아아아───핫.”

그림멜이 뚝 비명을 멈추더니 보란 듯이 입가를 비틀었다. 전조도 없이 철컥, 하는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도박수는 자네만 던지는 게 아니네.”

망가진 병기에서 마력이 번쩍인다.

“……!”
“음……!”

베르덴과 반젤리스가 반사적으로 <아케인>을 운용해 폭발을 제어하려고 했으나 순간 반발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두 초월자의 힘으로도 현상을 잠깐 지연시키는 게 고작이었다.

아니…… 지연되기는커녕 강압적으로 짓누르면 짓누를수록 병기 내의 마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훨씬 더 거세게 터져 나오려 했다.

‘억제할 수 없다.’

베르덴과 반젤리스가 동시에 말했다.

“당장 피해라.”
“그 최악의 난쟁이가 맞았군.”

세계 회의에서 성녀와 수왕의 일격을 흘려보냈던 리반데일 대공조차 대응을 포기하고 검막을 형성하며 뒤로 몸을 던졌다.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마력 입자 폭주.

삽시간에 모두를 덮치며 확산한 마력의 광채가 초원을 넘어 산맥까지 닿았다.
서대륙에 푸른색의 거대한 돔이 위로 솟아올라 비구름을 삼켰다. 막대한 열과 압력, 그리고 물리력이 한동안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폭우를 송두리째 증발시켰다.

뒤늦게 상식을 벗어난 충격파가 지상을 모조리 휩쓸어 하프렌디에 평원 절반과 세브넬 산맥 절반을 지도상에서 지워 버렸다.

후욱───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

폭발 범위 밖에 있던 마도국과 제국의 정예들이 후폭풍을 맞닥뜨렸다.
<비행>으로 일대를 포위하던 마법사들은 대처할 새도 없이 멀리 나가떨어져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땅 위에 있던 이들은 뿌리째 뽑힌 나무들과 함께 지상에 몇 번이 퉁겨지다 가까스로 엄폐물을 붙잡거나 바짝 엎드려 척력을 견뎌 냈다.

“마, 마도왕 폐하!!!”
“대공 저하!!”

그들의 목소리는 폭음과 바람 소리에 묻혀 멀리 나가지 못했다.
다름 아닌 두 존재를 걱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나, 그런 상식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눈앞의 폭발이 너무도 강력했다.

밤이 잠시 환해졌다.

마력의 빛은 빠르게 가라앉았고, 열기는 서서히 식어 갔다. 그림멜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새까맣게 타 버린 대지만 남았다.
잠시 후 죽은 흙이 들썩이더니 리반데일 대공이 몸을 일으켰다.

‘여기가 제국이 아니라서 다행이군.’

검막이 부서지며 제복이 크게 손상됐다.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그렇다고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피부가 찌릿찌릿하고 근육이 욱신거리는 게 꽤 불쾌했다.

직격했으면 위험했다.

제국령 안에서, 도시 바로 옆에서 이만한 규모의 폭발이 터졌다면 아마도 제국 역사에 최악의 하루로 기록되었으리라.

“죽은 사람 있나.”
“방심할 수 없는 드워프로군.”

반젤리스가 목을 주무르며 폭발 진원지 쪽으로 걸어온다. 겉보기에 멀쩡한 마도왕의 로브에선 아직 뜨거운 열기가 넘실거린다.
마의 공포는 갑옷이 폭발에 달궈진 채로 말없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일제히 시선을 한곳으로 향했다.

넷 중에서 가장 적은 피해를 받은 것 같은 사람은 베르덴이었다. 그는 전신의 피부가 찢어지고 그을린 그림멜의 몸뚱이를 내려다봤다.

미약한 숨소리와 함께 난쟁이의 가슴이 느릿하게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렇다.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그림멜은 살아 있었다.

“초월자의 저항력도, 항상성도 없는 드워프가 그 충격과 열압에 노출되었는데도 버텨 낸 건가. 마지막 발악으로 자폭까지 하는 정신력까지…… 대체 어떻게 돼먹은 생명력인지.”
“아마 자폭은 아닐 거다. 이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진즉 계산해 놨겠지.”

베르덴이 단언했다.

“죽음을 각오한 눈이 아니었으니까.”

그림멜은 병기를 터뜨리기 전까지도 살아날 길을 찾고 있었다. 도박수. 그냥 제압당하는 것보다 이렇게 발버둥 치는 편이 생존 확률이 좀 더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운 좋게 한두 명 죽거나, 아예 전부 죽어 버렸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테고.

그런 베르덴의 추측은 사실이었다.

감쪽같이 의식을 잃은 체하는 그림멜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였다.

‘낭패다. 베르덴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도 죽지 않았구먼. 큰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역시나 병기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나.’

바르카젤과 결전을 벌였을 당시엔 최악의 병기를 수백 개, 그리고 임시 병기를 수천 개 제작해 휘하의 병력들에게 건네 사용하게 했고.
전 병기를 일제히 폭주시켜 자폭으로 바르카젤을 폭사시켰다.

땅을 단번에 날려 버려 바다의 일부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화력…… 지금은, 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조차 되지 않았다.

대륙 전쟁을 치르듯 준비했어야 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주검의 영광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몸뚱이라 어쩔 수 없었다. 첫 번째 하인은 많은 시간과 재료를 차고 넘치게 주지 않았으므로.
솔직히 말해서 이 시대에 군림한 자들의 수준을 얕보기도 했었고.

‘하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림멜은 직전 원격으로 도시를 없애 버린 전적이 있고, 그 사실은 베르덴도 알고 있다. 어디에 또 이런 폭탄이 설치되었는지 알아내고 싶을 터. 불안감은 곧 망설임을 낳는다.

그러니 생포가 정석이다.

물론 그런 건 고려하지 않고 그림멜을 죽여 버릴 수도 있지만, 이제 곧 근심이 생겨 두 번째 선택지를 보기에서 지울 것이다.
루아스 교국 수도가 반파되는 광경은 잊지 못할 만큼 인상적일 테니까.

첫 번째 하인이 미리 지하에 설치한 마력 연쇄 분열 장치.
곧 제한 시간에 임박한다.

그 순간.

───[작업 완료. 공간 이동진을 요청합니다, 베르덴 폐하.]

베르덴이 통신 장치 신호를 받자 알파의 음성이 들려왔다. 공간 좌표를 전해 들은 베르덴이 알파의 좌표와 이곳의 좌표를 이었다.
당장 영혼의 장막에 크게 구멍이 난 터라 가능한 일이었다.

알파가 공간을 넘어왔다.
직사각형의 금속 물체를 머리에 인 채로.

‘……?……뭐.’

반젤리스가 물었다.

“공간 좌표를 보니 교국에 있었나. 그런데 그게 무엇이지?”

[이거?]

알파가 자랑하듯이 마력 연쇄 분열 장치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 내 거.]

“역시 설치해 뒀었군. 수고했다, 알파.”
“이……!!”

그림멜은 더 이상 기절한 척 연기를 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자존심 문제였다.
고작, 고작 저런 자그마한 골렘 따위가 그 난해한 장치를 이렇게나 단시간 내에 발견해서 해제하다니, 말도 안 됐다!

“야, 이런 미친─!”

쩌억!

스태프가 수직으로 안면을 강타했다. 피거품이 이는 소리와 함께 그림멜이 잠시 꺽꺽거리다 고개를 옆으로 떨구었다.

“죽였나?”
“살려 뒀다. 아직은.”

도구가 없는 그림멜의 실질적인 무력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었다. 하물며 그림멜은 손재주를 발휘할 손조차 없었다.
아주 먼 옛날의 존재다.
아마 ‘당신’과도 연관되었을 것이다.
어떤 정보를 가졌을지 모르니 완벽하게 제압이 끝난 마당에 숨통까지 끊어 버리는 건 이득이 아니라 손해였다.

리반데일 대공이 움직일 채비를 갖췄다.

“성소로 이동하지. 주검의 영광이 옛 왕의 신체를 손에 넣기 전에.”
“서둘러도 늦을 거다. 드라벤은, 첫 번째 하인은 지금 신인이나 다름없으니까. 성소의 침입을 허용한 시점에 우리 손을 떠난 문제다.”

베르덴은 드라벤과 교황 벤슬라프의 영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교국에 성녀가 없고, 성자도 내부 사정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까지 말이다.

“비유하자면 마도국이 센트럼의 주도권을 빼앗긴 셈인가…… 심각하군. 아무래도 교황 혼자서는 적을 처리하기 어려울 텐데.”

역대 교황들이 그러했다.
성서의 선택을 받은 자들은 신인 중 살상력이 가장 약했다.

리반데일 대공이 팔짱을 꼈다.

“교황이 놈을 성소 밖으로 추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겠어.”
“다른 방법도 있지.”

[방법. 있지.]

베르덴이 손을 뻗어 교국을 구한 알파를 자신의 어깨에 태웠다.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것.”
“히아레마르 내해에 떠오른 섬을 말하는가. 아까 교국으로의 전이를 시도하며 확인했지만 그쪽으로도 공간이 차단되어 있었다.”
“직접 출입도 불가능. 보고에 의하면 투명한 막 같은 것이 섬 주변의 바다를 크게 둘러싸고 있다고 하더군. 바다 아래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역시 막혀 있겠지.”

교국이 봉쇄되었듯 미지의 섬도 폐쇄되었다.
예상한 바다.
베르덴은 언제나 최악도 상정해 왔다.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으면, 물리적이지 않은 길을 찾으면 그뿐이다.”

차원 이동은 선택지에 없었다.

초위 마법진을 재차 구현하는 것은 많은 부담이 따르고, 이그나시아가 곁에 없으며, 애초에 이 대책은 교국으로 차원 이동을 시도하기 한참 전에 마련해 둔 것이었으니까.

[준비 완료.]

톡.

알파가 주변 초월자들에게 손을 흔들다가 다시 잠들었다. 베르덴은 부드럽게 녀석의 몸체를 받아서 아공간에 보관했다.
알파가 해제한 폭탄 안에는 안정된 거대한 마력 입자들이 있어 아공간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품속에 따로 보관했다.

스르륵.

직후 베르덴의 육체가 차츰 흐릿해졌다.

“베르덴, 너 몸이……?”
“드워프의 신변은 맡기겠다. 마도국이 담당하는 편이 안전하겠지만 그건 알아서 하고.”

고대 아티팩트 [지평의 관측선].

과거 베르덴 일행이 [영속의 모래시계]를 훔치기 위해 대전당에 침입했을 때, 다히트 웨스로엘을 즉각 대전당으로 불러들인 팔찌 형태의 아티팩트.

권역을 정하고 호흡과 시선을 비롯하여, 사소한 기척을 포함한 변화를 감지하고 존재를 실시간으로 관측한 뒤, 관측에 성공한 존재에게 소유자의 형상을 보내 관측하게 만든 다음.
소유주의 존재를 타인에 의해서 재정의함으로써 어떠한 대가도, 거리의 한계도 없이 존재를 이동시킬 수 있는 마법적 작용 과정에는 물리 법칙이 관여하지 않는다.

이는 영혼의 장막으로도 막을 수 없다.

차원 이동이 4차원을 지나 교국 내부의 3차원에 입구를 만들어, 3차원과 3차원을 가로막은 그 장막을 무시한 거라면.
[지평의 관측선]은 이동의 개념이 아니라 생성의 원리에 가까워 장막에 일절 구애받지 않고 그 안쪽을 넘보는 것이므로.

쉽게 말하자면 길을 지나지 않고도 목적지로 갈 수 있기에, 길을 막은 벽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 번 사용하면 오랫동안 기능을 상실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보다시피 쓸모는 많다. 예전에 도망친 스승들이 보낸 놈을 잡기에는 특히 제격이지.

다히트가 사용한 이후에 [지평의 관측선]은 녹이 슬어 잠들었지만, 이후로 시간이 지나 지금으로부터 2개월 전에 본래의 기능을 되찾았다.

베르덴은 당연히 스스로를 [지평의 관측선]의 소유주로 등록했고.
섬의 탐사가 결정된 후에는 [지평의 관측선]을 아드리안에게 맡겼다.

아드리안이 미지의 섬 어딘가에 권역을 설정해 놓음으로써, 여차할 때 베르덴이 섬으로 갈 수 있는 수단을 구축한 것이다.

‘지금 내 형상을 관측한 존재가 다수.’

상황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아드리안이 확실하게 베르덴의 명령을 수행했다는 것뿐.

‘잘했다, 아드리안.’

베르덴이라는 존재가 다른 사람의 시점에 의해서 재정의된다.

“교국에 있는 메드란트에게 전해 줬으면 좋겠군.”

희미해지는 존재감.

“다녀오겠다고.”

곧이어 베르덴이 소리 없이 자취를 감췄다. 마치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일말의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베르덴은 미지의 섬으로 향했다.

반젤리스가 짧은 수염을 쓸었다.

“아무래도 베르덴은 차츰 공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모양이야. 나조차 갈 수 없는 곳을 이렇게 쉽게 넘나들다니.”
“비밀이 많은 초월자이기는 하지.”

리반데일 대공이 검은 화산에서의 일을 상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콱.

잠자코 있던 마의 공포가 그림멜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움직이지…….”

뭔가 드워프에게 분노한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

당최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반젤리스와 리반데일 대공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일단 루아스 교국으로 향했다.

* * *

“당신이…… 첫 번째 하인이군요.”

성자 레온하르트가 적의와 원망이 스멀거리는 눈빛으로 드라벤을 노려봤다.
레온하르트의 비극은 주검의 영광에게서 비롯됐다.

피울음 역병이 없었다면 티르 마을 사람들은 죽지 않았을 것이고, 롤랑 아저씨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테니까.
만약 성검이 아니었다면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떠나보냈을 것이다.

으드득.

레온하르트의 젊고 앳된 분노가 드라벤만을 겨냥했다.
성검에 신성력이 실렸다.

“마을 사람들의 목숨값, 지금 받겠습니다.”
“목숨값이라. 잘못 짚었다.”

드라벤이 마검을 쥐었다.

“비극을 채우는 건 내가 아니라 성검일 텐데.”

성검은 비극의 결핍을 채운다.
그 문구를 떠올린 레온하르트가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그 입 닥쳐!”
“하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성자.”

교황 로마누스가 등장했다.

두 명의 신인이 직선 복도에서 드라벤을 앞뒤로 포위했다.

“여기서 하인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내가 성소에 들어온 이상 너희 루아스교는 이미 패배했다.”

드라벤이 눈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저쪽이군. 폐하의 신체들이 있는 장소가.’

위치를 특정했다.
모든 걸 쏟아부을 때다.

베르덴이 또 무슨 술수로 앞길을 막기 전에 어서 신체를 확보해 떠나야 한다.
마침내 부활이 목전에 다다랐다.

“폐하의 힘을 빌리겠나이다.”

드라벤이 왼팔을 들었다.

“해방.”

피부가 쩍 갈라지고 액체가 되어 로브 바깥으로 흘러넘쳤다. 그 안에 숨어 있던 팔의 정체가 모두에게 보였다.

“서, 설마.”

사기가 흘러넘치는 팔.
그것은 드라벤의 것이 아니었다.

“설마 그건 옛 왕의……!!”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니.”

드라벤은 옛 왕의 신체를 이식함으로써 운반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오래 버틸 수 없기에 가장 확실할 때 사용하기 위한 비장의 수단.

“지금부터 가장 위대한 초월자의 힘을 보여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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