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화 주검의 영광 (11)
힘과 정보를 비축했던 주검의 영광은 에스티리아 왕국에서는 위대한 주검의 왼다리를, 서대륙에서는 왼팔을 확보했고.
몸통과 오른다리만 수호 중이었던 루아스 교국은 유골룡 사태 때 벨디른 공화국에서 옛 왕의 오른팔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마지막 남은 머리는 히아레마르 내해에 떠오른 미지의 섬에 있다.
드라벤과 루네시카가 찾아 헤맸던 육신의 모든 행방이 드러났으니…….
여섯 개의 신체 조각을 이어 과거 끝맺지 못했던 의식을 마무리한다면 생사를 극복한 최강의 초월자가 탄생하리라.
이제 관건은 폐하의 조각들을 어떻게 한곳으로 모으느냐였다.
모든 신체 부위를 수중에 넣는다 해도 따로따로 옮길 수는 없었다.
위험 부담이 컸다.
그중에서 단 하나라도 탈취당하면 부활은 수포로 돌아간다. 성소에 보관된 신체들을 빼앗은 순간 그를 숨길 여유는 사라진다.
승산을 높이려면 전력을 최소한으로 분산해서 한 호흡에 몰아쳐야 한다. 후일을 생각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모조리 쏟아부어서.
루네시카와의 대화가 뇌리를 스쳤다.
───폐하의 신체를 단장 몸에 이식해서 직접 운반하겠다고……?
───단시간 내에 폐하의 의식을 완성하려면 그 방법 외에는 없다. 가능한가?
───단장이라면 가능은 할 거야. 아니무스가 있으면 항상성의 충돌도 안정시켜 부담을 경감할 수 있겠지.
드라벤은 위대한 주검에 깃든 사기(死氣)를 견딜 수 있다. 팔다리의 신경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연결하면 제 것처럼 다룰 수 있을 터.
육체적인 기능을 상실하지 않으니 기존 전력이 약화될 일도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야. 만약 폐하의 신체 능력을 일부라도 사용하면 균형이 뒤틀려서 항상성이 점차 무너질 테니까. 폐하의 팔다리와 이어진 단장의 영혼도 망가져 버릴걸?
이에 드라벤이 답했다.
───상관없다.
그렇게 드라벤은 자신의 신체를 절단하고 폐하의 육신을 접합했다.
수술은 루네시카가 집도했다.
신체 운반자.
드라벤 르마크르.
위대한 주검의 옥체는 물리적으로 절단되었지만 정확히는 서로 단절되지 않았다.
여섯 개의 조각은 죽음으로 연결되어 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성소 어딘가에 봉인된 세 개의 신체 부위의 위치를, 드라벤이 감지한 것도 그 영향이었다.
그리고.
옛 왕의 힘을 해방한 순간 폐하의 각 신체를 잇는 죽음은 더 강렬해졌다.
쿠구구구구구구……!
드라벤의 왼팔에서 확산한 죽음의 기운이 주변을 잠식한다. 떨리는 몸. 기운을 정화하거나 격퇴하는 데 실패하고 밀려나는 신인들의 신성력.
성소 아벤카조차 만연한 죽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검 [루엔스]가 거세게 반응한다.
성서 [오멘코드]를 펼친 로마누스의 손길이 빛에 물들었다.
“루아스시여! 존재해선 안 되는 죽음에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기적을 부여받은 레온하르트의 신체에 전능감이 감돌았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 같은 힘이 그의 등을 밀어 주었다.
<성휘: 교화>
데엘로 추기경에게서 배운 신성 참격이 대각선을 가른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성검을 휘두르는 것도 처음이며 초월자를 상대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레온하르트는 경직되지 않고 드라벤을 향한 격노를 검끝에 실었다.
‘할 수 있어.’
세계 회의가 끝나고 난 이후 신인으로서 필요한 교육을 받는 데 몰두했다.
성녀, 교황, 추기경, 대주교…… 모두 그의 성장을 전심전력으로 도왔다.
덕분에 신앙의 기초를 쌓아 깊은 명상에 접어들 수 있었던 레온하르트는 오늘로써 마침내 성검과의 합일을 이루었으니.
분노를 태워 빛으로 승화하라.
성검 [루엔스]가 레온하르트의 정신계에 그렇게 속삭였다.
그렇다.
레온하르트의 분노는 그가 아니라 주검의 영광에 의해 상처받은 이들의 울분이었다.
티르 마을의 비극은 세상 어디에서도 되풀이돼선 안 된다. 어머니와 여동생 세리아에게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게 할 수는 없다.
신성한 빛 앞에서 저열한 어둠은 감히 항거할 수 없을지니.
“레온하르트라고 했나.”
정확히 목과 쇄골 사이를 향해 다가오는 성검을 보며, 드라벤이 왼팔로 마검 [모르베인]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미숙하다.”
성검과 마검이 충돌한 순간 레온하르트의 중심이 무너졌다. 순수하게 힘에 짓눌려 한쪽 무릎이 바닥에 내리찍혔다.
<교의 17: 율환(律環)>
17개의 빛의 고리와 사슬이 생성되며 드라벤의 전신과 성서가 연결됐다. 강력한 구속력과 인력이 드라벤의 행동에 제약을 걸었다.
쩌적, 쩌저저적.
복도가 크게 갈라진다.
레온하르트가 부들거리며 가까스로 성검을 떠받쳤다. 그마저도 밀어내 버린 마검이 레온하르트의 승모까지 닿았다.
“크읏……!”
피가 칼날에 방울져 떨어진다.
성서의 고리가 끌어당기고 있었으나 드라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태연한 모습이었다.
“800년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긴 시간이다. 세대는 수십 번이나 바뀌며 사실은 설화가 되고, 설화는 허구가 되는 세월이지. 루아스 교국에 전해지는 기록도 마찬가지다.”
레온하르트가 상반신을 크게 굽히고는 압력을 흘려 내고 하단을 베어 갈랐다. 어느새 역수로 쥐어진 마검이 그 궤적을 차단했다.
“아무리 진실을 담아 낸다 한들 독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진실은 한없이 희석된다. 종국에는 불신으로 변모하고. 솔직히 그렇지 않나? 폐하…… 너희들이 옛 왕이라 칭하는 그분을 뵌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 힘을 이해하고 두려워한단 말인가.”
로마누스가 소환한 빛의 하인이 활시위를 당겨 빛의 화살을 쏘아 보냈다. 드라벤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그것들을 붙잡아 으깼다.
“옛 왕을 부활시켜서는 안 된다, 옛 왕이 시대에 재림하면 대륙이 피로 물든다, 너희들이 가진 이러한 공포심과 불안감은 그저 윗세대로부터 학습된 감정에 불과하다. 마음속으로 깊이 깨닫지 못하기에 너희는 희망을 갖고 있지. 그러니 영영 미숙할 수밖에 없는 거다.”
레온하르트가 즉각 우측을 파고들면서 속임수로 허공을 가르고는, 그대로 반 바퀴 회전해 성검을 힘껏 휘둘렀다.
마검을 다른 손으로 바꿔 쥔 드라벤이 왼손으로 성검을 붙잡았다.
레온하르트가 움찔 떨었다.
“맨손으로 성검을……?”
“그때였다면 어땠을까.”
드라벤은 대륙의 절반을 불태운 초월자 전쟁을 상기했다.
그와 전력으로 맞서 싸웠던 신인들까지도.
“벤슬라프와 에단벨트는 지금 여기서 어떻게든 목숨을 바쳐 날 막았을 것이다. 너희처럼 희망이 아닌 희생으로 몸을 불태우며.”
기류가 바뀐다.
“이야말로 너희가 맞이할 절망의 편린이다.”
제1형단 – 글라로스.
크세리온 제국 검술이 크세리온 황제의 손으로 재현되었다. 애초에 제국 검술의 뿌리는 그에게서 비롯되었다.
드라벤은 과거에 황제에게서 검술을 전수받았을 뿐이었다.
선을 긋는 검압.
교황이 소환한 루아스의 하인들이 그대로 으깨져 소멸했고, 성서와 이어진 빛의 사슬은 산산조각 나며 빛으로 화했다.
성소의 지하가 단절됐다.
그보다 한 발짝 늦게 레온하르트와 로마누스가 흠칫했다.
촤아아아아악───!
성스러운 로브와 갑옷에서 균열이 일더니 피가 복도와 벽을 적셨다.
베였다?
언제?
당혹감으로 흔들린 레온하르트의 동공에 옛 왕의 손이 드리웠다. 순식간에 머리가 벽에 처박히고 목에 칼끝이 들이닥쳤다.
푸욱!
살 속을 파고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뚝…… 뚝…… 뚝…….
마검의 첨단이 레온하르트의 울대 바로 앞에서 정지했다. 직선으로 꿰뚫린 손이 칼날의 중간 부분을 붙잡은 탓이었다.
“배우는 게 빠르군, 교황.”
드라벤은 칼날을 확 비틀었다.
콰드드득.
살점이 찢어진다.
조각난 손뼈가 어긋났다.
“그게 희생이다.”
“타인을, 그토록 희생시킨 자가…… 희생을 입에 담다니.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로마누스가 손가락을 굽혀 마검이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틀어막았다. 성서의 빛을 두른 그는 마치 성벽과도 같았다.
신경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은 고통 속에도 그는 레온하르트를 지켰다.
그때, 로마누스가 통찰력을 발휘했다.
“육체만 파괴되어 가는 게 아니라 영혼조차 크게 일그러져서…… 드라벤, 옛 왕의 몸은 당신을 죽이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대체 당신의 이상은 무엇입니까…… 무엇이길래 이렇게 스스로를 죽여 가며……!! 단순히 옛 왕을 향한 충성심이 전부입니까? 옛 왕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모든 걸 버린다? 아니,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그 이후를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폐하의 부활, 그다음──
로마누스의 거룩한 음성이 드라벤의 아주 미세한 틈을 파고들었다. 고해성사를 하듯 감춰진 속마음이 일부 드러났다.
“이건…….”
드라벤이 입술을 달싹였다.
“이건 복수다.”
“복수……?”
“녀석들은 빛을 신앙했다. 너희가 가르치는 빛의 교리를 따라 행동했고, 악함이 아닌 선함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했다. 결국에는 단명했을지언정 녀석들의 마음이, 너희들의 신앙하는 빛처럼 순수했다. 지옥이 아니라 루아스의 곁으로 갈 정도로.”
드라벤이 언급한 녀석들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맥락으로 보아 아이들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녀석들의 영혼은, 큭!”
그 순간 드라벤이 고개를 한차례 저으며 정신을 되찾았다.
살기에 분노가 섞였다.
“교황치고 잔재주가 많구나. 지키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신인이.”
“죄를 경청하고 신께 고하여 용서를 비는 것이 제 의무입니다.”
로마누스가 안광을 번뜩였다.
“물러나라!!!”
눈부신 섬광이 공간을 밀어낸 직후, 회복을 마친 레온하르트가 앞차기를 날려 드라벤을 복도 반대편에 처박았다.
별로 유의미한 충격은 아니었지만, 그의 시야가 잠시 흔들렸다.
‘내 영혼이 발작을…… 고작 검을 한 번 휘두른 것만으로 이 정도인가.’
역시 인간이되 초월을 타고난 유일한 존재.
오히려 기뻤다.
오직 폐하만이 자신의 이상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성자, 지금부터 신물의 모든 전력을 끌어내야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예, 교황.”
아직 검흔이 아물지 않았지만 신성력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빛은 불멸.
신앙계 초월자의 숨통을 끊는 것은 다른 계열의 초월자를 죽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초월자 전쟁에서도 그러했다.
레온하르트와 로마누스가 나란히 서서 각자의 신물에 집중했다.
<신기 해방>
<신기 해방>
초월적인 신성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광채가 사방을 밝혔다. 지체하지 않고 레온하르트가 선두에 서고, 로마누스가 보조를 담당한다.
그리고.
드라벤은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몇 번의 진동이 성소를 뒤흔들었다.
교황과 성자는 처음으로 합을 맞춰 보는 것인데도 조화를 이루며 기적을 발현했다.
전투는 철저하게 소모전으로 이어졌다…… 그런 형식으로 유도하려고 했으나 그들은 옛 왕의 힘을 잘 알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성소 지하 곳곳이 붕괴되었다.
통로가 잔해에 덮였다.
교황 벤슬로프의 영혼으로 성직자 외에는 들어올 수 없게 해 두었다. 드라벤이 성소에 침입하고 서둘러 아니무스를 이용한 것이다.
영혼이 극도로 불안정해져서 오래가지는 못할 테지만 시간은 벌 수 있었다.
다만 베르덴은 그때 성소로 들어올 틈이 있었을 텐데 아직 도착하지 못한 걸 보면 그림멜이 잡아 두는 데 성공한 듯했다.
‘쓸모는 있었군.’
교황과 성자를 도울 수 있는 조력자는 이제 오지 않는다. 그들의 교전 시간은 지원군이 도착할 정도로 길지 않았으므로.
턱.
드라벤 르마르크가 가쁘게 숨을 내쉬며 무너진 벽의 가장자리를 짚었다. 영혼 발작으로 인해 빈틈이 생겨 크고 작은 상처가 많았지만 승패에 이변 따위는 없었다.
그의 뒤로 보이는 레온하르트는 벽에 기댄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로마누스는 잔해 속에 파묻혀 손만 나와 있었다.
루아스 교국의 두 신인은 각자 자신의 핏물에 잠겨 있었다.
“……폐하.”
드라벤이 옛 왕의 신체가 봉인된 성소의 밀실에 발을 디뎠다.
몸통, 오른팔, 오른다리.
죽음으로 물든 악(惡)의 성물을, 성소 아벤카 자체가 봉인하고 있다. 저걸 억지로 부수는 것은 엄청난 소모를 불러일으킬 터.
“성자 에단벨트.”
드라벤은 오른손을 뻗었다.
“성소의 봉인을 풀어라.”
젊은 사내───에단벨트의 영혼이 현현해 빛을 차츰 흩었다. 밀실 바깥에서 로마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대 성자시여……! 사악한 자의 말을 듣지 마시옵소서……!”
“끈질기군.”
로마누스의 목을 반쯤 잘라 내고 팔과 다리마저 절단한 데다가 잔해로 몸마저 뭉개 버렸는데 기적으로 재생할 줄이야.
확실히 이 시대의 신인들은 옛날보다 더 강하고 특이했다.
아직 미완성된 성자를 제외한다면.
“이미 늦었다.”
에단벨트의 영혼이 고개를 돌려 로마누스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듯,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교황 벤슬라프의 영혼이 천사에게 대신 두 번째 간청을 했을 때처럼 말이다.
‘대체 저 건틀릿이 무엇이길래……?’
선대 신인들이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결국 첫 번째 하인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참담해졌다.
성소 아벤카는 신물의 선택을 받았던 신인들에게 너무도 취약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화아아아악.
빠르게 가라앉는 빛.
봉인이 풀린 옛 왕의 신체들이 공명하며 사방을 압도했다. 드라벤은 아티팩트에 저장한 관을 세 개 꺼내 그것들을 보관했다.
“루네…….”
너무 많이 움직인 탓일까.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시꺼멓게 죽은 피였다.
드라벤은 영혼이 분리되는 듯한 감각을 버티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그가 휘청거리며 세 개의 관에 연결된 줄을 붙잡았다.
“루네시카, 길을 열어라.”
미리 연결되어 있던 아니무스와 루네시카의 마도가 서로 반응하며, 영혼으로 이루어진 통로가 열렸다.
앞으로 넘어가면 제단을 준비한 루네시카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콱.
로마누스가 필사적으로 신성력을 일으켜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에단벨트의 영혼은 슬퍼하며 눈을 감았다.
“많은, 사람이 죽을 겁니다……!”
“알고 있다.”
드라벤은 멈추지 않았다.
“예전에 각오한 바다.”
그때였다.
심장이 뚫렸던 레온하르트가 성검을 쥐고 곧장 달려들었다. 자체적으로 회복한 것이다. 죽음에 이른 치명상조차도.
“드라벤!!!!!!”
“분명 죽였……?!”
드라벤의 몸이 경직됐다.
영혼 발작.
검을 휘두르지 못한 드라벤은 관과 함께 영혼의 통로로 몸을 던졌다. 레온하르트는 그를 뒤따라서 그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 이런…… 성서 [오멘코드]! 어떻게든 성자를 지켜 주소서!”
성서가 빛살처럼 날아가 거의 닫혀 가는 영혼의 통로로 사라졌다.
곧 정적이 내려앉았다.
“오…… 루아스시여…….”
* * *
미지의 섬, 지하 밑바닥.
제단을 완성한 루네시카가 영혼의 통로를 가만 바라보고 있자 곧 드라벤과 세 개의 관짝이 이곳으로 넘어왔다.
“단장, 꽤 바빴네 보…… 어?”
게다가 불청객까지.
“성자?”
“하아아아아압!!!!”
레온하르트의 검격을 흘려 낸 드라벤이 일권을 날렸다. 가슴뼈가 으깨지기 직전 성서가 성자의 몸을 보호했다.
구석까지 나가떨어진 레온하르트를 본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어? 그림멜도 여기로 오는 거 아니었어?”
“됐다. 상황은.”
“제단은 완성했는데 소란이 커.”
루네시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초월자들이 오고 있어.”
“……그렇군.”
아무래도 이곳이 결전 장소가 될 듯하다.
생각보다 빠르지만.
예상한 위험이다.
“너는 의식을 진행해라. 계획대로 내가 처리하겠다.”
드라벤은 즉시 힘을 갈무리하며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그 순간 너무도 익숙하고 지겨운 존재감이 섬의 지하에 퍼졌다.
“설마.”
쾅!
드라벤이 벽을 때려 부쉈다.
“여기까지 쫓아왔단 말인가, 베르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