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28

928화 주검의 영광 (15)

인드렌이 눈을 깜빡거렸다.

‘<전이>의 전조도 없었는데……?’

공간 파장 없이 전장 한복판에 베르덴이 갑자기 등장했다.
초월적 감각으로도 실낱같은 기척조차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당장 거대한 존재감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베르덴이 나타난 후였다.

‘이놈, 어디서 나온 거야.’

마울러는 거대 미라 기사의 목을 부러뜨리면서도 베르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에게는 정보가 정립되지 않은 공식 초월자가 아직 5명 있었다.

7대 마도왕, 반젤리스 루인 아케나드.
다크워튼 마탑주, 라인델 넥스레온.
레프라기움 마탑주, 섭리자…… 데우스 위덴.
레프라기움의 마탑의 대행자, 메이아.
마지막으로 에온의 베르덴.

그들은 겉모습과 다른 속내를 지닌 듯한 느낌이 들거나 행적 자체가 뚜렷하지 않아 단정 짓지 못해서 판단을 유보한 인물들.
목록을 만들어서 나열해 보니 하나같이 마법계 초월자였다.

‘음흉한 마법사 새끼들.’

그리고 신경에 거슬리는 마법사가 방금 한 명 더 늘었다. 탐사대들이 가 본 적 없는 통로에서 유유히 나타난 사내.

틀림없다.

저놈이야말로 주검의 영광을 다스리는 첫 번째 하인이겠지. 마법사인데도 기분 나쁜 검을 든 걸 보니 마검사인 모양이었다.

‘베르덴이나 첫 번째 하인이나 방금 전투를 치른 흔적이 남아 있다. 말하는 걸 들어 보니 다른 장소에서 서로 치고받다가 여기로 넘어온 것 같은데. 그런데 저 팔다리는…… 뭐지?’

왼팔.
왼다리.

첫 번째 하인의 이질적인 신체 부위에서 격이 다른 힘이 느껴진다.

아드리안은 손목에 착용한 [지평의 관측선]이 돌로 변한 걸 확인했다.
고대 아티팩트가 기동했으니 지금 눈앞에 있는 베르덴이 가짜나 환영이 아닌 진짜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었다.

“송구합니다. 탐색이 지연돼 쓰레기들을 처리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네 탓이 아니니 개의치 마라. 방해자들은 따로 있으니까. 자세한 건 옛 왕의 부활을 저지한 다음에 설명하겠다.”
“예, 주군.”

아드리안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연스럽게 드라벤을 포위하는 진형을 짰다. 틈이 보이는 순간 드라벤의 목을 따 버릴 기세였다.

그때, 벤디에가 말했다.

“첫 번째 하인, 드라벤 르마르크. 이 섬의 미궁과 저 미라들은 무엇이죠? 주검의 영광의 역사에는 이런 건 없었을 텐데요.”
“모른다…… 전부 모르는 것투성이지.”

드라벤은 양팔을 늘어뜨리고 허공을 올려다보며 지친 기색을 엿보였다. 하지만 어떤 초월자도 성급히 달려들지 않았다.

‘느껴지는 격이 루아스 교국을 습격했을 때와는 다르군. 죽음의 기운이 증폭했어.’

베르덴의 시선은 다른 초월자들이 그러하듯 그의 좌측 신체로 향했다.
드라벤의 것으로 안 보이는 신체의 일부…… 옛 왕의 신체를 어떻게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으로 옮길 건지 의문이었는데, 설마 멀쩡한 팔다리를 절단하고 이식까지 할 줄이야.

‘지금까지와는 아예 다른 자라고 봐야 한다.’

성소 아벤카에 침입할 때도 악착같이 쓰지 않고 감춰 두었던 힘…….
교국에서 그러했던 것 이상으로 드라벤은 목숨을 내걸었다. 버젓이 다수를 상대로 홀로 길을 막아선 걸 보면 비장의 수단이 있다는 뜻일 터.

방심은 금물이다.

목숨까지 제물로 바쳐 자신만의 이상을 이루고자 하는 초월자의 집념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베르덴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어떨 때는 아둔한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다. 그저 무대에서 놀아나는 인형…… 마치 세상이 단막극처럼 느껴지지.”
“…….”
“아무래도 좋다. 누가 이 촌극의 주인공인지는 상관없어. 누가 조연이지도, 단역인지도. 800년의 오랜 기다림이 끝난 지금.”

드라벤은 이내 베르덴을 직시하며 마검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마력회로에서 넘쳐흐른 마력이 역으로 쏟아지는 폭포처럼 분출했다.

마도 <명운>

“마지막까지 나의 임무를 다하겠다.”

콱!

마검 [모르베인]이 지면에 박혔다.

드라벤이 지나온 통로에서 무지막지한 사기가 뻗어 나왔다. 연산은 필요 없다.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제단: 심혼진제(心魂鎭祭)

영혼을 노획하는 루네시카 안테르노아가 미리 와서 완벽하게 제단을 준비해 놓았으니. 이곳은 곧 위대한 주검의 권역이다.

초위 마법.

<심혼진제: 에린달리스(Eryndalith)>

영혼의 비명이 사방을 떨게 만들고, 초위 마법의 대상이 된 드라벤의 영혼이 크게 들썩이며 그 그릇이 확장되었다.
그릇이 넓어진 영혼은 이전에는 담을 수 없었던 더 많은 걸 끌어안을 수 있다.

‘마울러, 관제, 천검, 그리고 마스터만이 아니라 베르덴까지. 본래 일말의 승산도 없다. 하지만 내가 패배하면 끝…….’

드라벤의 건틀릿이 명멸했다.

‘전력을 다한다.’

영혼을 다루는 욕망 – 아니무스는 모든 걸 잃은 시골 검사이자 선생에 불과했던 드라벤에게 영혼의 진실을 알려 줘, 루아스교의 교리가 거짓임을 깨닫게 해 준 은인이나 다름없는 아티팩트.
흑마법사가 되어서 초월자를 바라보게 한 것도 아니무스의 덕택이다.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지금도 아니무스의 은혜를 빌려야 한다.
마침내 종막이다.

‘부탁하겠다, 아니무스.’

초위 마법.

<아니마 탈리스>

건틀릿과 연결된 아니무스에 깃든 영혼들이 그의 몸으로 흘러 들어왔다. 확장된 영혼의 공허함이 점차 채워진다.

초위 마법의 연계.
다수의 초월자를 맞닥뜨릴 것을 상정한 최후의, 최후의 수단.

쿠웅!

마스터 벤디에가 은색의 레이피어를 소환해 쇄도했다. 거의 동시에 베르덴도 공간을 뛰어넘으며 파멸을 일으켰다.
두 개의 초위 마법이 연결되는 과정의 그 틈새를 감지하고 노린 것이다.

인드렌은 제유의 마도를 개방해 드라벤의 몸을 정지시켰다.

아드리안은 낮게 쏘아져 나가며 드라벤의 다리를 향해 광검을 휘둘렀고, 마울러는 베르덴과 벤디에의 안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정면으로 쇄도해 거대한 주먹을 뻗었다.

개개인의 경지를 떠나 초월자가 무려 다섯.

한 명으로는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총력이다.

“……날 죽인다고 했나. 초월자 전쟁도 치러 본 적 없는 풋내기가.”

드라벤이 마검을 바닥에서 뽑아내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죽여 봐라, 베르덴!!!!!!”

콰아아아아아앙───!

굉음이 폭발했다.

드라벤이 왼팔로 마스터의 레이피어와 베르덴의 파멸을 방어했다. 건틀릿으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에 닿았음에도 손상이 없었다.

‘파멸을 막아 냈다……?’

옛 왕의 신체는 파괴할 수 없다.
그래서 봉인된 것이다.

왼팔로 휘둘러진 마검이 베르덴과 벤디에를 먼저 튕겨 내고, 마검을 오른손으로 바꿔 들어 아드리안의 검로를 차단.
그리고 왼손으로 코앞까지 들이닥친 마울러의 권에 맞섰다.

쩌어어어어어엉!

충격파가 확산해 주변에 널려 있던 미라 기사들을 날려 버렸다.

“늙은이, 뭐 하는 거냐.”

마울러가 이를 깨물었다.

“이 새끼, 멀쩡히 움직이잖아.”
“노력하고, 있네.”

인드렌이 지팡이를 떨며 땀을 흘렸다.

“그런데, 전혀 통제가 안 되네……!”
“페하의 옥체를 감히 네놈 따위가 제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드라벤이 자신에게 이식한 옛 왕의 신체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설령 왼팔과 왼다리에 불과할지라도 그 힘은 초월을 넘어섰다.

“오만한 것들이.”

쩌억!

억지로 안쪽으로 파고든 일격이 마울러의 복부를 강타했다.
옛 왕의 왼다리에서 나온 순발력과 왼팔에서 나온 파괴력에 마울러가 인드렌이 서 있는 방향으로 나가떨어졌다.

목을 핥는 예리한 극도의 살기.

광검이 드리웠다.
이에 마검도 번뜩였다.

난무亂舞

크세리온 제국 검술 제5형단 – 아르코스.

찰나의 순간에 아드리안과 드라벤이 수십 합을 넘어 백 합에 이르렀다. 서로의 검기가 난발하며 사방에 검흔을 남겼다.

쩌적.

드라벤이 왼발에 무게중심을 싣자 미궁의 바닥이 갈라졌다. 시야에서 사라진 놈이 아드리안의 옆에서 나타났다.

‘마법계 초월자의 속도가 아니다.’

마검을 쳐 냈다.
다만 후속타는 피할 수 없었다.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안면을 땅에 내리꽂은 다음 발목을 잡아 저 끝까지 날려 버렸다.
아드리안이 충돌한 벽이 크게 파열되며 미궁이 흔들렸다.

드라벤이 흠칫했다.

파지지지직!

바닥을 구르자 그가 있던 자리에서 검붉은 번개가 폭발했다. 베르덴의 마안이 교국에서처럼 드라벤을 노려보았다.

‘마법진이 새겨진 성가신 벽안. 결국 저 마력에 직격당해서는 안 된다.’

베르덴의 마도의 위험성을 떠올리며 시야에 닿지 않도록 빠르게 움직였다. 드라벤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파멸이 빗발쳤다.

그 순간 벤디에가 앞을 가로막았다.

드라벤이 마검을 다잡았다.

제6형단 – 케온타스.

여섯 번 검을 휘둘러서 갑옷을 으깨고, 무기를 깨뜨리고, 육신을 가르고, 성벽을 쳐부수고, 적장을 베어, 일군을 무너뜨리는 검술.

탁.

벤디에가 레이피어를 역소환하고 세련된 단검 두 자루를 손에 들었다.

──! ─! ─! ──! ─! ──!

여섯 번의 흘리기로 크세리온 검술을 완벽하게 파훼했다. 충돌로 인한 반동마저 없애 버리기 위해서 그녀는 단검을 애써 제어하지 않고 힘의 방향을 따라 위로 띄웠다.
그렇게 수직으로 날아오는 마검을 피하고 허공의 단검을 회수해 투척했다.

하나는 옛 왕의 왼팔에 맞고 튕겨 나갔으나, 다른 하나는 드라벤의 얼굴을 위협적으로 스치며 미세한 출혈을 일으키게 했다.

“큭…….”
“후.”

벤디에가 한 손을 등허리에 얹고 몸을 일직선으로 세웠다. 다시 레이피어를 소환한 그녀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울려 퍼지는 금속의 공명음.

레이피어의 첨단이 시시각각 위치가 변하는 몸의 균형점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마검으로 대응했으나 검술의 경지에서 차이가 났다.
옛 왕의 신체를 이식한 움직임조차 그녀는 크게 무리 없이 반응했으니.

드라벤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마스터…… 웨폰마스터, 벤디에 카에나르.’

벤디에는 여타 무투계 초월자와는 다르게 기예와 절기를 구사하지 않는다.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절대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단련을 쌓아 자신의 경지를 온몸에 체화했다. 기술을 기술이라고 따로 칭하는 게 무의할 정도로.

현존하는 모든 무기를 다루는 초월자.
명실상부한 무기술의 정점.

벤디에의 일격은, 하나하나가 기예이자 절기나 다름없다.

투확!

레이피어가 오른쪽 팔꿈치 안쪽을 꿰어서 관절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드라벤이 후퇴 대신 오히려 팔을 좁혀 레이피어를 붙잡았다.
검보랏빛 화염을 두른 쇠사슬이 벤디에의 육신을 옭아맸다.

벤디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뒤.”
“……!”

베르덴의 접근을 감지한 드라벤이 왼팔을 방패로 삼았다. 검붉은 마력이라고 할지라도 폐하의 신체는 어쩌지 못한다.

어느새 마도의 사슬을 깨부순 벤디에가 드라벤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현뢰 - 단제(斷除)>

공간을 절단하는 파멸의 창날과 옛 왕의 신체가 충돌했다. 내장이 진탕하는 듯했다. 몇 번이고 몸으로 바닥을 부순 드라벤이 곧바로 균형을 되찾고 마검을 치켜들었다.

벤디에가 거대한 검을 소환하고.
베르덴은 [인테리스]로 앞을 겨냥했다.

───!

공동 전체를 뒤덮을 듯한 마스터의 검기가 미라 기사들을 모조리 절단했다.
파멸의 뇌성이 또다시 드라벤의 항상성을 부수기 위해 날아왔다.

드라벤이 중얼거렸다.

“비통하라.”

마검 [드라베인]의 두 번째 시동어를 외워 일대를 죽음으로 덮었다. 명운의 마도가 실린 검기로 마법과 검기를 가까스로 상쇄했다.
마검이 날아갔다.
마검을 회수하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두근.

영혼 발작이 일어났다.

영혼의 그릇을 확장시킨 터라 충격은 덜했지만 그렇다고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었다. 그런 드라벤에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무전의 태세.

“누가 오만하다고?”

극단적으로 허리를 비튼 마울러의 팔에 회전력이 실렸다. 땅에서 붕 뜬 먼지가 곧 중력이 가해진 듯이 아래로 처박혔다.

무전 – 대태륜大泰輪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절기에 어깨를 가격당한 드라벤이 허공으로 뜨자 뭔가가 그의 몸을 움켜잡았다. 옛 왕의 신체조차도 저항감이 느껴지는 완강한 힘.

<존재 결속>

“움직이지 말게.”

인드렌 또한 자신의 최상위 고유 마법을 아끼지 않고 시전했다.
그 틈을 아드리안이 노렸다.

격화激化

절기를 펼친 아드리안이 순식간에 드라벤의 옆을 지나쳤다. 뒤늦게 갈라지는 피부. 그의 목에서 피가 분출했다.

“끝났구먼.”

근육만이 아니라 기도와 척추까지 절단됐다.

초월자라고 해도 온전할 수 없다. 초월자 다수를 상대로 이 정도로 길게 시간을 끈 것만 해도 경이로운 업적이었…….

“누가 끝났다고?”

드라벤이 고개를 바로 했다.
검흔이 점차 사라졌다.

“아니, 이제 시작이다.”

두 개의 초위 마법이 가해진 신체.

강제로 확장된 영혼의 그릇에 깃든 아니무스의 영혼들이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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