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31

931화 주검의 영광 (18)

레그리트는 방주에 관한 정보처럼 죽어도 밝히지 말아야 할 비밀이 아니면, 미련하게 끝까지 숨기려 드는 고지식한 여자는 아니었다.

입은 무겁되.
융통성을 발휘한다.

때와 장소를 가려 판단을 달리하는 건 지휘관의 덕목이다. 인간 외의 종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루아스 교국의 중진에게 보여 주기는 좀 꺼려지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레그리트는 [황금의 광채]를 다시 일부 변형했다.

<명룡화>

용인이 된 이후로 크게 무리하지 않고도 신체의 변질이 가능해졌다.
면밀히 따져서 완전한 반인반룡까지는 아니어도 전신의 약 3할에 육박하는 비율로 드래곤의 특징이 돋아났다.

“용의, 뿔……?”

완벽한 모험가, 리디안───이라는 가명을 쓰는 망국의 죄인, 카스티안은 그 레그리트의 모습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8세기 전에는 지금처럼 드래곤이 대부분 자취를 감춘 시대가 아니었다. 드물게 어딘가에 출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초월자 전쟁의 당사자나 다름없는 카스티안은 무지막지한 드래곤을 아주 가까이서 접한 적이 있었다.

옛 왕은 통상의 유골룡과는 격이 다른 유골룡을 타고 다녔다.

“드래곤의 것이 몸에서……! 워 로드, 대체 그게 무엇인가?!”
“뭐, 아티팩트의 힘이라고 생각해라.”

레그리트는 자세히 설명할 생각이 없었기에 대충 대화를 넘겼다.

“지금 내 완력이라면 미궁의 벽을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름길을 어디까지 뚫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지. 전력을 다해서 몇 번 부수다 보면 가늠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강적을 앞두고 힘을 상당히 소모하게 되어 버리는 꼴이고.”
“요점이 무엇입니까?”
“둘이 온 힘을 다해서 벽을 쳐부숴라. 그럼 내가 진동으로 최대한 먼 거리의 사물을 파악하며 마력을 끌어모아 단번에 뚫어 버릴 테니.”

지하 미궁의 특수한 환경 탓에 감각이 멀리까지 닿지 않지만, 용인의 본능적인 직감은 명확한 근거 없는 확신을 주었다.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고.
길만 찾다가 제때에 도착하지 못할 바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힘을 소모해 방법을 강구하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물론 먼저 나서게 되면 너희는 사각이 무방비한 상태가 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내가 생각한 최선이니까. 다른 방법이 있다면 듣도록 하지. 대안을 찾기에 시간이 빠듯하겠지만 말이야.”
“…….”
“아, 설마 자신이 없는 건 아니겠지?”

레그리트의 기억에는 두 사람에 관련된 정보가 꽤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아르나크 제국에서 수집한 내용이다.

완벽한 모험가는 흑요 등급 모험가들 가운데서도 두드러지고, 그레고르반 추기경은 루아스 교국에서 최소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초월자를 제외하면 견줄 자가 거의 없는 대륙의 최상위권 전력이다.

‘숨겨 둔 비장의 수단이 결코 가볍지 않을 터.’

그레고르반 추기경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기색을 보였다.
반면에 카스티안은 곧 답했다.

“힘이 닿는 데까지 해 보겠습니다.”

혼자 움직이던 도중 그레고르반 추기경과 조우해 동행하게 됐지만, 카스티안은 단신으로도 하인들을 상대할 각오를 다진 상태였다.
서로 속한 조직이 다를지언정 조력자를 마다할 여유는 없다. 하물며 루아스 교국과 아르나크 제국은 믿을 수 있는 강대국이다.

“거참! 옆에서 주저 없이 답을 하니, 잠깐이라도 고민한 내가 우습게 되어 버렸군!”

그레고르반 추기경이 양 주먹을 맞부딪치고는 호쾌하게 단언했다. 대주교의 의복으로 가려진 큰 근육이 꿈틀거렸다.

“나도 최대한 힘써 보겠네.”

정의를 품은 추기경의 신성력이 미궁의 어둠을 밝힌다. 그와 함께 카스티안이 자신에게 내재된 힘을 끌어낸다.

‘……음?’

레그리트는 일순간 카스티안에게서 수많은 기척을 느꼈다. 잠깐 스쳐 지나간 감각이지만 뭐랄까, 마치 개인이 아니라 군대를 앞에 둔 듯했다.

어쨌든.

“크하하하하하하! 무구한 영광으로!”

콰아아아아아앙!

아르나크 제국, 모험가 길드, 루아스 교국의 각 탐사대장이 합작했다.

* * *

옛 왕의 머리가 잠든 목함은 가장 위쪽에.
옛 왕의 몸통을 안은 관은 정중앙에.
옛 왕의 오른팔과 오른다리가 깃든 관은 우측에.

심혼진제(心魂鎭祭).

루네시카 안테르노아는 수백 년에 걸쳐서 고안한 제단을 구축하여 800년 전에 완수하지 못했던 불사의 의식을 홀로 거행했다.

과거와는 다르다.

초월자의 수명을 웃도는, 수백 년이라는 세월을 악착같이 연명해 이날이 오기를 몇 번이고 고대하고, 또 고대했으니.
멈춰 있던 의식의 진행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더 빨라졌다.

‘이로써 의식은 완전히 재개했다. 잠들어 있던 폐하의 사기가 조금씩 반응하고 있어. 움직인다……! 이대로 내버려 두기만 해도 각각의 신체 부위는 하나의 존재로서 완성되어 연결돼……!’

제단 앞에 앉아 있던 루네시카는 폐하의 영혼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첫 번째 하인에게 이식한 왼팔과 왼다리에도 연결 고리가 생겼다.
제단에 없어 가장 늦게 이어지겠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제 필요한 건 시간밖에 없다.

‘지금까지 아니무스에 모아 둔 영혼들도 거의 다 소모했어. 마지막이야. 의식을 다시 저지당하면 더는 기회가 없어.’

드라벤 단장이 초월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 줄 것인가. 여차하면 루네시카도 목숨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주검의, 영광……!”
“잠깐 조용하더니. 또 시끄럽게 구네.”

루네시카가 들뜬 숨을 내쉬며 제단의 구석으로 눈길을 던졌다.

성서 [오멘코드]의 신성 보호막에 둘러싸인 성자 레온하르트가, 제단을 지키는 그녀의 언데드로부터 마법의 압력을 받고 있다.
교황이 없는데도 멋대로 움직이는 성서 때문에 간단히 죽일 수 없는 터라 흑마법으로 임시 봉인한 것이다.

심혼진제는 기본적으로 인근의 생명을 약화하고, 죽음을 강화한다.
루아스교의 성소 아벤카를 대척점으로 생각하고 구축한 제단은, 이르자면 죽음의 성소. 신인조차도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물며 성소에서 드라벤 단장에게 심장을 찔려서 죽음에 임박했다가 겨우 살아났던, 미숙한 성자라면 더욱이 그렇다.

“세계 회의에서 그랬었지? 네가 살아가던 티르 마을이 역병에 당했고, 로니아 국왕은 티르 마을을 방역했다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네가 성자가 된 건 전부 주검의 영광 덕분이네.”

루네시카가 매혹적인, 또한 조롱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

“보잘것없는 농부 따위가 빛을 대표하는 교국의 신앙계 초월자가 되다니. 우리한테 화를 내야 하는 게 아니라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남들은 출셋길에 오르고 싶어 발버둥을 치는데 너는 그 검 하나만으로 만인의 머리 위에 올랐잖아.”
“그, 입……!!!”

으드득.

레온하르트가 성검 [루엔스]을 강하게 잡았으나 들어 올리지 못했다. 신성력이 어느 한도 이상으로 집중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숨이 틀어막혔다.

교황의 성서가 없었다면 지금쯤───

‘마을 사람들의 원수가 앞에 있는데……! 난, 왜 이렇게 무력하지? 여신님의 성자가 되었는데, 성검과 합일도 했는데 도대체 왜……?’

레온하르트의 무력은 초월자의 반열이다. 예전엔 감히 상상조차 못 한 거대한 힘인데, 그런데도 그가 이룬 것이 아직 하나도 없었다.

농부였을 때는 로니아 국왕이 파견한 방역대에게 평화를 유린당했고.
성자가 된 지금은 주검의 영광이란 강대한 집단 앞에 무릎 꿇었다.

그저 상대가 너무 강한 걸까.
레온하르트에게 성검의 선택은 과분했던 걸까.

둘 다 아니라면…….

───비극을 채우는 건 내가 아니라 성검일 텐데.

첫 번째 하인의 말을 떠올린 레온하르트가 당장 고개를 저었다.
성검은 비극의 결핍을 채운다고 들었지만 그게 이유일 리는 없다. 성검이 없었다면 어머니와 동생은 구할 수 없었다.

“애써 저항하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지켜보도록 해. 최강이자 최악의 초월자께서 죽음을 극복하시고 다시 군림하시는 이 순간을. 앞으로 수백 수천 년을 더 살아도 다시 못 볼 광경일 테니까.”

심혼진제가 어둡게 명멸한다.
진행도가 높아진다.

“물론 그게 네가 살아서 보는 마지막 영광이기도 할 테고.”

성서? 성검?

마침내 완전해지신 크세리온 폐하의 무력 앞에선 반딧불에 불과하다. 폐하께서 용검 마그라스를 들고 내로라하는 초월자들을 참살하셨던 전장이 아직도 그녀의 눈에 선했다.

쿠웅…….

“응?”

아득한 천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진동이 울려 퍼졌다. 한 번으로 끝났으면 무시했겠지만 잠시 후에 또 공기가 흔들렸다.

쿠웅……………… 쿠웅……………….

그녀가 위를 올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 뭐야?’

루네시카는 순수한 감지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기에 진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곳은 루네시카조차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미지의 섬의 지하 유적.
대륙의 탐사대만 공간 자체에서 생소함을 느끼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심혼진제를 준비하면서 구축했었던 영역 안쪽의 상황은 알 수 있다.
루네시카의 얼굴이 굳은 건 그때였다.

“……역시 다섯까지는 무리였나.”

드라벤 단장이 사라졌던 통로 쪽에서 초월자들의 존재감이 감지됐다. 두 명이다. 둘 다 마법계가 아닌 무투계 초월자였다.
그중에서 한 명이 실시간으로 거리를 크게 크게 좁혀 왔다.

마도 <영연계(靈連契)>

루네시카는 아니무스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에 묶어둔 영혼들을 움직였다. 그녀의 손이 차디찬 지면을 짚었다.

<망자의 행진>

영혼으로 강화된 수백 마리의 언데드가 생성되어 앞으로 질주했다. 어둠 속에서 연쇄적인 영혼 폭발의 비명이 들려왔다.
대기를 가르는 소리.
특유의 자색의 기운에 둘러싸인 인간의 형상이 통로에서 뛰쳐 나왔다.

쩌어어엉───!

심혼진제를 지키는 언데드 이외에도 루네시카의 힘을 지탱하는 세 마리의 언데드 중 두 마리가 광검에 맞섰다.

[산 자의 영혼에. 안식을. 고한다.]

종말의 기사.

그 최상위 언데드를 기반으로 하여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혼으로 빚어져 변종이 돼 버린 개체들의 사기는 깊고, 탁했다.

루네시카가 말했다.

“예전에 수중에 넣었었던 순수한 종말의 기사를 케실루스에게 빌려줬었는데. 그걸 토벌한 게 분명 너였었지?”
“세계 회의에서처럼 살아 나갈 생각은 버려라.”

아드리안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조금 멀리 떨어진 장소에 나타났다.
반 박자 늦게 변종 종말의 기사 두 기와 순식간에 나누었던 검격의 울림이 루네시카의 고막을 짧게 자극했다.

쿵.

종말의 기사가 경건하게 거대한 검끝을 바닥에 대며 누구도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절대적인 수호 의지를 내보였다.
다만 그들의 육중한 갑옷엔 새로운 검흔이 남아 있었다.

‘사역마로 합을 이룰 수 있어도 움직임을 온전히 따라잡을 순 없나. 저놈도 초월자가 각성하기 전에 죽였어야 했는데.’

루네시카는 지극히 당연하게도 드라벤과 같이 마도를 통해 신체 능력을 초월적인 수준으로 높이지 못한다.
아드리안의 영혼을 포착할 수 있어도 그 속도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접근을 허용하면 안 된다.

루네시카는 심혼진제를 중심으로 방어 진형을 구축했다. 놈들을 죽일 필요는 없다. 의식이 끝나면 전부 죽은 목숨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을 버는 것이 루네시카가 수행할 임무였다.

“폐하의 부활은 결정됐어. 이럴 게 아니라 당장 무릎이라도 꿇는 게 어때? 혹시 알아? 폐하께서 네게 아량을 베푸실지?”

아드리안은 제단 구석에 있는 성자를 곁눈질하곤 시선을 바로했다.
어째서 루아스 교국의 성자가 이곳에 있는지는 주군께도 들은 바 없지만 그런 사소한 의문은 나중에 해결하면 그뿐이다.

“토막 난 시체 따위가 아량도 베풀 줄 아나?”
“시체, 따위……?”
“여섯 조각으로 나뉜 걸로는 부족했나 보군.”

아드리안이 앞다리를 굽히며 광검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네년의 폐하는 내가 잘게 다져 주마.”
“하.”

루네시카의 눈에 혈관이 돋았다.

“이 미천한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생명이 흘러넘치는 기와 죽음으로 물든 마력이 격돌했다.

루네시카에게 사로잡혀 이용된 영혼들의 통곡이 난무했고, 아드리안은 잔상을 남기며 선명한 검기를 퍼부었다.
루네시카의 걸작품인 세 마리의 언데드가 저마다 소리치며 살의를 방출했다.

격전에 흔들리는 미궁의 종착지.

그제야 제단에 도착한 마울러가 두꺼운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그의 눈길은 심혼진제로 보호받는 나무 관들에 닿아 있었다.

‘저게 옛 왕…….’

경지 파악이 안 되지만 대충 한 시대를 압도했던 초월자임은 틀림없으리라. 어찌 됐든 부활하면 상당히 골치 아파질 터.
당장이라도 아드리안의 뒤통수를 박살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과도 같았지만, 그의 행동엔 우선순위가 있었다.

‘찾았다.’

마울러는 옛 왕의 신체 파편 근처에 있는 하나의 검을 주시했다.

용검 마그라스를 손에 넣어라.

목표물은 제단 비슷한 구조물이 만들어 낸 장막 뒤에 꽂혀 있다. 아무래도 제단을 부숴야 검에 닿을 수 있는 듯했다.

본래 건방진 초월자 새끼를 죽이는 등 거슬리는 놈들은 전부 치워 버리고 용검을 가져가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버린 이상 빌어먹을 에온에 합세할 수밖에…….

사심(私心)은 2순위.
이행(履行)은 1순위.

그것이 수왕에게 당해 절벽 아래에서 죽어 갈 때 마울러, 가레스 시릴리아드의 항성성을 회복시켜 준 존재와의 ‘계약’이었다.

진각을 밟았다.

마울러의 일권이 심혼진제를 강타했다.

* * *

<인테리스 대광역>을 지속하려면 소멸과 파멸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기에 그동안 다른 원소계 마법을 쓰는 데 애로 사항이 생긴다.

그런데 <케라우스 대광역>과 충돌하면서 본래의 대광역의 출력이 제한된 탓에 베르덴에게 조금이나마 마법적인 여유가 생겼다.
십 할을 발휘해야 하는 데 팔 할까지밖에 힘을 낼 수 없으니, 말인즉슨 나머지 이 할로 원소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인테리스 대광역>이 발동한 뒤에서 드라벤을 네 번째 별인 레그나룸으로 봉인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한데 드라벤의 대광역이 사라졌으니 원소는 다시 제한된다.

검붉은 폭풍이 공간을 봉인했다.

직전에 베르덴이 시전한 원소의 위성들을 마법에 실어 날려 보냈다. 화염, 물, 얼음, 대지, 번개, 바람, 중력, 공간의 천체가 빛을 발했다.

어마어마한 폭발과 압력이 드라벤의 주변 일대를 초토화했다.

<암화>

베르덴이 [아인베르]의 기능을 활성화해 파멸을 강화하고 연쇄 개념을 부여했다. 드라벤이 예상하는 파괴력을 웃도는 마도로 단시간 내에 놈의 존재를 끝낼 심산이었다.

그게 최선의 결과다.

인드렌의 초위 마법을 통한 봉인은 만약을 위한 대책으로 쓰는 편이 좋다. 벤디에는 눈치껏 베르덴의 생각을 이해했다.

───어떤 식으로든 검붉은 마력을 드라벤에게 적중시키는 게 해답이겠죠. 베르덴, 제 쪽으로 당신의 낙뢰를 유도해 주실 수 있습니까?

───위험한 방법이다.

───손해는 감수하겠습니다.

벤디에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얇은 검을 들고는 선두를 맡았다.
공기가 갈라진다.
뇌성이 울리자, 드라벤의 전진을 밀어낸 그녀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낙뢰가 있는 방향으로 검을 갖다 댔다.

파지지지지지직!

칼날에 현뢰가 깃들었다.

벤디에의 역회전을 따라 검끝에서 사출된 낙뢰가 불규칙한 궤도를 타고서 드라벤의 옆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파멸의 연쇄.
궤적에 남아 있는 현뢰에 드라벤의 한쪽 눈이 일부 파열했다.

“같잖은……!”

벤디에의 무기술과 무기에 대한 이해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험 삼아 해 본 합작을 성공시킨 그녀가 지면에 착지한 순간이었다.

즉각 벤디에가 의념을 날렸다.

───다른 답을 찾도록 하죠. 그 번개, 제 쪽으로 보내지 마세요. 최대한.

낙뢰를 유도하며 느낀 격통.

몇 번이고 감내할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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