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32

932화 공멸 (1)

벤디에의 턱에 힘이 들어간다.

육체 신경만이 아니라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정신까지, 이가 다 빠진 칼날이 파고들어 와 이리저리 내부를 휘저은 기분이다.

자연의 뇌격에 맞은 고통 따위는 감히 비교조차 되지 않는 통렬한 아픔.

‘……흉참하고, 잔혹한 마력.’

저항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상태로 방어 태세를 갖추면 모를까.
전신 감각을 개방해서 무기의 금속으로 검붉은 번개를 붙잡아 드라벤을 노리기에는 감각의 손상이 심상치 않았다.

몇 초만 더 노출되었어도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을 터였다.

번개 유도는 명백한 오판이었다.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과 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이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나 파멸적인 개념은 난생처음 겪어 본다.
어떻게든 베르덴의 마도를 버텨 내는 드라벤에게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온몸으로 체감하니 더 확신하게 됐다.

‘베르덴이 답이다.’

벤디에가 이번에는 메이스를 무기고에서 소환해 돌진했다. 회전. 원심력이 최대로 실린 무식한 철퇴가 마검을 강타했다.

“부수어 쇠퇴시키세요, [크라벤투르].”

그녀의 속삭인 시동어에 철퇴 [크라벤투르]에서 공명음이 퍼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벤디에의 완력을 기반으로 한 폭발에 땅이 위로 솟구쳤다. 주변이 먼지로 인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드라벤이 사선을 갈랐다.

“유동하는 쐐기, [브락소르].”

벤디에의 클로 [브락소르]가 [모르베인]을 갈고리 사이로 붙잡았다. 직후 손목을 비틀자 마검이 단단히 고정됐다.
강하게 쳐 내려고 했으나 클로는 유연하게 검의 궤적을 끈질기게 쫓아와 검로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방해했다.

오른손에는 철퇴.
왼손에는 클로.

벤디에는 무력과 성품 이외에도 무기 수집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녀가 보유한 무구형 아티팩트의 숫자를 따라올 사람은 없다.

이후에 찾아올 반동을 대가로 아티팩트의 발동을 계속해서 거듭하는 전법은 벤디에의 비장의 수단 중 하나였다.

쿠우웅!

철퇴가 늑골을 쪼개고, 그 아래의 장기를 크게 진탕시켰다.

드라벤은 케실루스의 마도를 믿으며 그대로 손을 쳐올렸다. 베르덴의 마력이 아니면 마스터라고 해도 자신을 죽일 수 없으니!

<바이타 엑실리움>

명운의 사슬이 벤디에의 팔을 스쳐 살갗을 찢어발겼다. 사슬 끝에 달린 죽음의 낫이 벤디에의 등을 노리며 되돌아온다.
그런데 그녀는 물러서기는커녕 역으로 다가오며 [크라벤투르]를 짧게 잡았다.

콰지직!
콰아아아앙!

명운의 낫이 벤디에의 어깻죽지를 파고들었고, 영거리에서 날아든 철퇴가 드라벤의 가슴뼈를 아주 박살 냈다.

‘피하지 않는다……?’

살을 주고.
뼈를 부순다.

부상을 도외시하고 죽지 않는 초월자에게 일격을 하나라도 더 먹인다.

이년이 노리는 바는 자명했다.

검붉은 번개에 처맞도록 그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저해하는 것.

움찔.

드라벤은 몸이 한순간 경직됐다. [크라벤투르]에 맞아 산산조각 난 뼛조각이 근육과 신경을 헤집어 동작에 지장을 준 것이다.

찰나의 시간 속에서 베르덴의 그림자가 드라벤의 사각에 드리웠다.

<현뢰 - 단제(斷除)>

검붉은 마력의 창날이 오른팔을 수직 절단 하고 허벅지마저 가른다. 파멸의 연쇄가 신체의 단면부터 시작해 육체를 파괴한다.

‘전법이 달라졌다.’

드라벤은 정신력을 발휘했다.

‘나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 두는 편이 유리한데도 부상을 무시하고, 힘을 아끼지 않고 몰아붙이겠다는 건가……!’

드라벤의 경우 불사의 의식이 마무리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촉박했다.
의식장으로 이어진 길에 천검과 마울러의 침입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루네시카 혼자서는 감당키 어렵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해도, 여러 아티팩트를 보유했다고 해도 초월자 둘을 상대하는 것은 하나를 상대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눈앞의 세 명을 죽이고, 루네시카와 함께 후방의 두 명마저도 죽여야 한다.

그러므로 최선은 단기 결전이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전으로 상황을 끌어야 할 대륙의 초월자들이 피를 흘리는 걸 마다하지 않고 굽이쳐 온다.

초월자 전쟁에서 수없이 봤었던 타협 없는 살기가 목을 서늘하게 훑는다.

‘정면. 마다하지 않겠다.’

드라벤은 즉시 자살하곤 네 번째 하인이 개척한 사환의 마도로 부활해 육체의 손상을 아예 없던 일로 만들었다.
직전 일격에 영혼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억지로 무시했다.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치명상 하나 더 생긴다고 한들 바뀌는 건 없으니까.

무게중심이 한껏 집중된 옛 왕의 왼다리.

드라벤은 몸을 돌려 좌측에 베르덴을 두었고, 우측에 벤디에를 두었다.
함성과 함께 세 명의 초월자가 교차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벤디에의 검기와 아티팩트도, 베르덴의 마법과 무기술조차도 전력으로 휘두른 마검 [모르베인]으로 쳐 내어 파훼했다.

시종일관 마검의 검로를 차단하던 [브락소르]가 파괴됐다.
어깨에서 피가 분출했다.

“깊게 퍼지세요, [세어린].”

벤디에는 망가진 클로를 던지고 단검을 소환해 세 번 허공을 찔렀다.
[세어린]은 대기에 남긴 검흔을 공명시켜 청각을 통해 상대의 평형 감각을 흐트러뜨리는 단검 형태의 아티팩트.

피잉───

고막을 마비시킨 이명이 드라벤의 신체 제어력을 떨어뜨렸다.
마검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듯 벤디에가 자기 몸을 희생하며 내는 수는 막을 수 없다. 당해야 한다. 벤디에의 경지는 현대의 초월자 필두에 가깝다.

콰드드득!

[인테리스]가 드라벤의 아랫배를 아래에서 위로 관통했다.
베르덴이 스태프를 지지한 채로 전진하며 회전해 한 팔로 수평을 갈랐다. 소멸과 파멸이 결합해 하나의 개념을 구축했다.

<로드 아케인: 천멸(扦滅)>

루아스 교국에서 시전했던 종말의 마법.

드라벤은 그때처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마주 왼팔을 휘둘렀다.

─────────!

옛 왕에게 깃든 죽음과 베르덴이 창조한 종말이 충돌하자 일대에서 소리가 사라지며 공간이 느릿하게 일렁였다.

그 순간.

서로의 팔이 무지막지한 압력을 떨치며 동시에 튕겨 나갔다.

“통하지 않는다 했을 텐데.”

역시 폐하에게 베르덴의 마도는 통하지 않는다고 확신한 드라벤이 씩 웃었다. 그 통쾌한 기분이 복부의 격통을 웃돌았다.

옛 왕의 손아귀가 눈앞에 쇄도했다.

성자의 신성력이 더해진 크세리온 제국 격투술.

[인테리스]를 회수한 베르덴이 파멸의 보호막을 전개…… 그걸 힘으로 부순 권격이 스태프를 밀어내고 베르덴의 어깨를 가격했다.

파공음이 터졌다.

이어서 벤디에와 두 번의 합을 나눈 다음 철퇴를 손으로 잡아챘다. 그렇게 성가신 [크라벤투르]를 아예 절단하려고 했다.

대광역이 술렁였다.

“……!”
“……?!”

폭풍에서 무수한 현뢰가 추락했다.

대기를 장악한 뇌성.

검붉은 빛이 무차별적으로 폭발하면서 공동을 격동시켰다.

<비행>

반사적으로 회피 기동을 펼쳤으나 끝내 낙뢰에 적중당하고만 드라벤이 곤두박질쳤다.

위로 번개가 빗발쳤다.

8위계 초월자의 영혼을 이용해 푸른 전격으로 대응했으나, 온전하지 못한 타인의 마도로 베르덴의 영역을 이겨 낼 수 없었다.

“크흡……! 크으아아악!!!”

파멸에 집어삼켜진 드라벤이 참지 못하고 비명을 쏟아 냈다. 흑적색 광채에 잠긴 그의 그림자는 영혼이 갈라지는 듯 일그러져 보였다.

울컥.

벤디에는 현뢰를 몇 번이고 흘려 버리다가 내부에 쌓인 파멸이 반응한 탓에 한쪽 무릎을 꿇고 많지 않은 피를 토했다.

인드렌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초위 마법을 준비하며 깔아 두었던 마도 <제유>의 장막이 그 저항력에도 불구하고 얼마 버티지 못한 채 소멸했다.
수직 낙뢰에 정통으로 꿰뚫린 인드렌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저항력에 특화된 내게도 이만한 충격이라니……. 이 영역에 있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존재는 버티지 못하고 사멸하겠구나.’

인드렌은 정신을 다잡으면서 자칫 수포로 돌아갈 뻔했던 초위 마법 형성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동자에 베르덴이 비쳤다.
대광역에서 나온 수백 개의 현뢰가 [인테리스]에 몰려들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과집중된 파멸에서 사출된 마도의 광선이 일대를 뒤엎었다.

드라벤은 핏발이 선 흰자를 보이며 고함과 함께 들이닥쳤다. 베르덴은 검로를 예상하고 그에 맞추어 몸을 비틀었다.

일격이 서로의 상체를 베었다.

후욱, 쩌어어억!

거의 동시에 횡을 가로지른 옛 왕의 왼쪽 다리가 작렬했다. 두 다리를 땅에 디딘 채 밀려난 베르덴의 손가락이 떨렸다.
물리 저항력을 압도하는 초월적인 완력.
충격이 겹겹이 쌓인 전완과 어깨에서 스멀스멀 고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측 요골과 척골, 그리고 견골에 금이 갔나.’

광기에 휩싸인 드라벤이 다시 한번 맹습하다가 벤디에에게 가로막혔다. 그녀가 시동어를 왼 새로운 아티팩트로 놈의 머리를 갈랐으나 죽지 않으니 크게 소용이 있진 않았다.

‘파멸에 상당히 노출되었는데도 아직 전력의 큰 약화는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버티는 게 아니라 마치 죽음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예상을 뛰어넘었군.’

베르덴은 깊게 호흡했다.

‘하지만, 이로써 그림은 거의 완성했다.’

드라벤의 저도 모르게 내비쳤던 감정을 토대로 베르덴은 머릿속으로 가능성을 계산하여 얼마 뒤의 전황을 예측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인다.

결전에 쐐기를 박을 순간이 코앞이다.

* * *

드라벤의 흑마법을 연산해 난발하며 베르덴과 벤디에의 협공에 맞섰다. 명운의 기운이 이곳저곳에 흩뿌려졌다.

콰드드드드득───!

막대한 충격파에 밀려난 세 명이 지면과 마찰을 일으켰다.

아주 잠깐의 소강상태.

이렇다 할 중상은 없었으나 몸 여기저기에 생긴 상처가 꽤 깊다. 드라벤의 검흔에 대광역의 파멸이 스며든 흔적이다.
그런데도 벤디에는 곧 호흡을 정돈하여 전투를 시작했을 때와 거의 다름이 없는 기술의 정밀도를 유지했다.

베르덴은 대륙에서부터 이어진 연이은 격전에 점차 지친 기색을 보였다. 칠흑의 로브가 일부 피로 물들었다.
그림멜을 포함해 <인테리스 대광역>을 제외해도 <로드 아케인>을 세 번이나 펼쳤으니 그만한 소모는 당연했다.

“…….”

죽음에서 부활한 드라벤의 육신은 수복되어 상처 하나 없었다.
기사단장의 갑옷만 부서졌을 뿐.
겉모습으로는 드라벤이 압도하는 것 같았으나, 그의 눈동자는 아주 다른 의미로 마음속에서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쯤 최소 한 명은 죽였어야 했다.’

계획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베르덴이 없었더라면 그랬을 것이다.

쩌적, 쩌저적.

‘내 영혼의, 그릇이.’

내면에서 무언가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툭, 파편 같은 게 떨어지는 듯한 감각이 영혼을 타고 전해졌다.

루네시카의 초위 마법 <심혼진제: 에린달리스>로 넓힌 영혼과 드라벤의 초위 마법 <아니마 탈리스>로 넓어진 영혼의 공간을 채운 영혼들의 연결에 균열이 일어나 버렸다.

그때 들려오는 낯설지 않은 음성.

───검붉은 전격. 현뢰. 아름다운 번개다……!

파멸로 인해 초위 마법의 연계가 확 틀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기고 말았다.
그 통제력이 크게 약화된 탓에 드라벤에게 깃든 초월자들의 영혼이 하나둘씩 저마다의 자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베르덴이라고 했나. 나의 대광역의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대광역을 창시해? 하하하하하하! 기쁘군. 정말로 기대되고, 흥분돼서 참을 수가 없어. 과연 저 녀석이, 내게 시대를 넘어온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을는지……!

───계속해서 부활하는 마도가 아니었다면 저 여자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웠겠는데. 쟤가 이 시대의 무투계 최강자인가?

───짐의 수하로 삼기에 적합한 자들이로군.

───…….

서로 대화를 하는 건 아니었다.

오래 전에 거래했던 초월자들이 드라벤의 영혼을 통해 지금의 광경을 보며 각자 하고 싶은 생각을 뱉을 뿐이었다.
영혼이기에 그 속마음은 감춰지지 않아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었다.

‘놈들의 영혼과 더 가까워졌기에 그 힘을 한층 더 깊게 끌어낼 수 있게 됐으나…… 그만큼 초위 마법이 언제 효력을 다할지 계산할 수 없게 됐나.’

촛불이 빠르게 타 들어간다.
언제 촛농이 다 녹아 어둠이 찾아올지 모른다.

조급함이 밀려온다.

때마침 인드렌의 주변을 둘러싼 마력의 조형물의 형태가 구체화되며 한 차례 발광했다. 초위 마법이 거의 준비된 모습이었다.

‘생각할 시간은 없다.’

드라벤은 초월자의 영혼에서 각각 마력과 기운과 신성력을 끄집어냈다. 이미 상황이 닥친 이상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해야 한다.

초위 마법, 초월기, 신의 기적.

한 호흡에 모조리 쏟아부어 세 명을 처리하고 그다음을 맞이한다.

쿠구구구구……!

드라벤의 기색이 일변하자 베르덴은 기다렸다는 듯 수인을 맺었다. 칠흑의 화염이 그의 전신에서 흘러넘쳤다.

‘지금.’

허점을 찔러도 무너지지 않는다면.
가장 강할 때 정면으로 부딪쳐 박살 낸다.

초위 마법에는 초위 마법.
초월기에는 초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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