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59

959화 적란운 (4)

중앙 대륙에서 출현해 바다를 건너 서쪽 대륙을 침범한 특수 개체, 끝없는 부정은 영혼과 관련된 능력을 지녔다……. 이자벨라의 선조의 기록에 따르면 그렇게 밝혀졌다.

이는 사실이었다.

데이로스 가문의 오랜 가보이자 끝없는 부정의 부산물인 [복제하는 눈], [증식하는 핵], [되살아나는 피]를 보유한 이자벨라는 역천의 마법진과 형안으로 영혼을 인식했으니까.
새하얀 경계 그 너머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의 형체들───영혼에 관한 모종의 금기를 접한 순간 눈동자가 터져 버리기도 했다.

스윽.

에온의 비행정에서 내려가다 계단 중간에 멈춘 이자벨라는, 아주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눈두덩이를 어루만졌다.

‘……아무렇지 않아. 지난번처럼 금기의 경계를 건드렸다는 느낌도 전혀 없고. 이렇게 영혼을 자세히 인식하는 것 자체가 금기와 연관되진 않은 건가.’

그녀가 난간에 한 손을 올리고 시선을 옮겼다.

당장 눈에 보이는 영혼은 두 종류였다.

‘8할은 자유로운 듯하지만, 나머지 2할은 으깨진 유리처럼 분절되어 보이는 불투명한 사슬들을 걸치고 있다. 무슨 차이인 거지?’

어째서 느닷없이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걸까.
필시 가주의 영향이리라.
신격을 얻고 있는 가주, 그 외에는 다른 원인을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이자벨라는 가주가 그간 공유한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어떤 식으로든 이 현상과 연결하려고 애썼다.

‘그나저나…… 묘한 기분이야.’

왠지 모르게 지금과 유사한 상황을 예전에 한 번 겪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 아주 최근은 아닐 것이다.
아마 작년에──

‘아.’

이자벨라가 내심 눈을 크게 떴다.

‘글러트니!’

염원하던 복수를 실현하기 이전의 기억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

보헤미른 마탑과 손을 잡은 글러트니의 송곳니를 색출하기 위해…….
아르나크 제국령의 도시 다운트에 입성했을 때 인파 속에서 인간으로 가장한 글러트니의 이식자를 찾아낸 적이 있었다.

방주조차 성가시게 느낄 만큼 겉으로는 이질감이 없어 보이는 이식자라고 해도 본질을 꿰뚫는 그녀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형안(炯眼)을 보유한 이자벨라는 감춰진 자들의 천적이므로.

이제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의 숲에 숨어 버린 이식자의 경우를, 이곳 이데라트 연맹장의 선착장에 고스란히 대입해 봤다.

‘사슬을 걸친 영혼, 만약 저게 적이라면…….’

이식자보다도 겉모습으론 도저히 구별할 수 없는 잠재적인 위험.
그런 놈들이 얼마 전에 나타났다.

‘설마 운명의 추종자들? 이데라트 연맹장하고 레논 버나드와 한패인?’

가능성은 높다.
상당히.
직감적으로 그녀가 어깨가 살짝 떨렸다.

첫 번째 하인이 교국을 습격했을 당시 이데라트 연맹장을 비롯한 배신자가 날뛴 탓에 옛 왕의 신체를 빼앗기는 참사가 벌어졌다.

아무리 교국이 방심했다고는 하나, 세계 종교의 본산을 그 정도로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어지간한 세력은 엄두도 내지 못할 힘을 가졌음을 의미했다.

운명의 추종자란 곧 ‘당신’의 추종자라고 해석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이건 너무 많잖아.’

사슬에 얽매인 영혼은 인간만이 아니라 수인까지 아울렀다. 고위직에도 있었으며, 화물선에 짐을 싣는 일꾼에도 있었다.
마치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
저들이 갑자기 돌변해 무차별적으로 날뛰면 최소 수천 명은 죽겠지. 그로부터 빚어질 혼란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저들 전부가 적이란 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가정에 불과하다. 그중 일부만 운명의 추종자일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그 정체를 명확히 분류할 만한 단서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일단 진정하고.’

이자벨라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재빠르게 형안을 거두었다. 그녀는 적을 규정할 수 있는 반면, 적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정보의 우위가 생긴 셈이다.

그럴진대 섣불리 티를 내서 발각당하면 전략적 이점을 제 손으로 버리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놈들을 자극하게 될 터.
가주가 부재한 상황에 그 적의를 기꺼이 감당할 만큼 이자벨라는 무모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살펴보자. 가주라면 그랬겠지.’

누구의 영혼이 사슬에 얽혔는지.
누가 잠재적인 적인지.
에온 내에도 그런 자들이 있는지.

어쩌면 운명의 추종자의 허를 찌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자벨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마저 계단을 내려갔다.

연맹국의 고위 외교관 복장을 갖춘 인간이 깊게 허리를 숙였다.

“이데라트 연맹국의 다종족 차석 외교관, 라셀트 바르하입니다.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이자벨라 님.”
“반갑습니다, 바르하 경.”

상대의 예의에 응대하면서도 이자벨라는 미소를 잊지 않았다.
입꼬리에 살며시 힘을 줬다.

비행정 선착장의 모든 이를 형안으로 확인한 건 아니었으나, 주변 사람들의 영혼의 형태는 스쳐보듯 인지했다.

다행히 멜라드와 하레스를 비롯한 에온의 일원은 전부 자유로운 영혼을 품고 있었다. 에온을 맞이하러 온 연맹국의 사람 대부분도 그러했다.

오직 라셀트 바르하를 제외하면 말이다.

‘표정 관리, 표정 관리.’

이데라트 연맹장의 사례가 있다. 운명을 따르는 적일지도 모르는 자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감정을 숨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연기가 먹혔는지 라셀트는 별다른 의심을 보이지 않았다.

“교국의 추기경은 언제쯤 도착한다고 하나요?”
“연락을 취하고 있으나 답신이 없는지라…… 이동 경로를 보아 나흘 이내에 도착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단정하진 못합니다.”

라셀트가 손수건으로 이마에 난 식은땀을 툭툭 닦아 냈다.

“연맹국은 성소 습격 사태에서 결백을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교국의 분노가 워낙 커 저희의 말을 제대로 들어줄지 의문입니다.”
“루아스 교국과 이데라트 연맹국 간의 갈등은 에온도 바리지 않아요. 저희도 상황을 진정시키는 걸 우선할 겁니다.”
“아……!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보다 수인 대부족 측에서 사신을 보냈다고 들었는데. 괜찮은 건가요?”

이데라트 연맹국은 다양한 인간종으로 구성된 국가인 터라, 당연하게도 수인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만을 중시하는 루아스 교국과 맞지 않은 부분이었다.

평상시라면 서로의 문화를 어느 정도 존중하는 편이라 상관없었겠지만, 눈이 돌아간 것 같은 지금의 교국이 과연 수인과 마찰을 빚으려 하지 않을지 다소 의문이었다.

“수인 대부족은 우호 관계인 연맹국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신을 보낸 것뿐이라, 실제로 교국과 마주칠 일은 없을 겁니다. 예정대로라면 내일 정오에 도착…… 을…….”

문득 이자벨라 뒤쪽으로 눈길을 향한 라셀트가 멈칫했다. 이자벨라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곧 뒤를 돌아봤다.

후우우웅!

연맹국의 국기를 단 비행정 한 척이 빠른 속도로 하강해 착륙을 시도했다. 근방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바깥으로 물러났다.

“사신을 마중 나간 비행정이 왜 벌써……? 잠깐,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라셀트가 양해를 구하고는 서둘러 비행정을 향해 내달렸다. 호위의 도움을 받아 인파를 헤치고 나아간 그가 이제 막 정박한 배 앞에 도착했다.

쿠웅.

거대한 그림자가 굉음과 함께 연맹장의 착륙장에 드리웠다. 특유의 꼬리가 지면을 툭 후려쳤다. 심상치 않은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비행정에서 뛰어내린 존재를 목도한 멜라드가 눈을 부릅떴다.

“이, 이럴 수가.”

이자벨라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왜 수왕이 여기에……!”
“들판은 소란한데, 내 땅은 고요하니, 적적해서 와 봤건만.”

포악한 안광이 명멸했다. 가장 순수한 포식자를 마주해 버린 사람들은 의식을 놓아 버리거나, 바닥에 주저앉았다.
라셀트 또한 뭐라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역시 흥미로운 냄새로 가득하군.”

수인 대부족의 사신으로서──수왕 안티아스가 직접 행차했다.

* * *

21보.

* * *

대륙은 고대의 존재가 되살아나 불길한 전운이 감돌았고, 분위기는 점차 경직되어 갔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들은 눈앞에 닥친 일상의 어려움이 가장 큰 위험이었다.

“뛰어……!! 뛰어엇!!”
“허억! 헉! 헉!”
“엄마……!”

은 등급 모험가들이 토벌 의뢰를 진행하다 말고 힘껏 도주했다. 고블린들을 거느린 오크를 상대하는 간단한 임무였으나, 예기치 못한 불의의 변수 앞에 그들의 전의는 무너졌다.

[구어어어어어어!]

트리플 헤드 오우거가 예전에 죽인 모험가에게서 빼앗은 철제 곤봉을 휘둘렀다. 그냥 오우거도 아니고, 트윈 헤드도 아닌 놈의 완력에 나무가 폭발하다시피 하며 으깨졌다.

위험도는 최소 미스릴 등급.

은 등급 모험가 따위가 감히 덤볐다가는 스쳐도 골로 간다.
그들은 무기조차 던져 버리고 오직 달리는 것에 집중했지만, 트리플 헤드 오우거 보폭을 따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운이 없어도 그렇지……! 이대로 우리가 죽는다고? 숲에서 오우거를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진동 소리가 점차 커진다.
그림자가 드리운다.

‘주, 죽기 싫어!’

불쌍한 모험가들은 목이 바짝 말라서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모험가가 넘어졌다. 황급히 바닥을 기던 그의 눈동자에 오우거가 철제 곤봉을 치켜드는 광경이 드리웠다.

“히이이익!”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앙!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데라트 연맹국으로 향하는 마의 공포에게 그대로 교통사고를 당한 트리플 헤드 오우거가 산산조각 났다.
찢어진 피부, 으깨진 뼛조각, 곤죽이 된 장기가 피와 함께 흩뿌려졌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잔해가 되어 버린 오우거를 본 모험가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의 공포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지축을 뒤흔들며 도시를 우회하지 않고 아예 뛰어넘기까지 했다.

정체를 감출 생각도 없이, 휴식도 없이 돌진해서 국경을 넘어 버리니 연맹국에서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가 없었다.

이데라트 연맹국에 힘이 집결한다.
세계 회의와는 다른 의미로.

* * *

다크 워튼 마탑.

초대 네크로맨서──안데스 네크라일은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이 직접 세운 마탑에 들어와 그 심부에 발을 디뎠다.

사방을 채운 농밀한 사기.

언데드인 그의 몸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강한 부(不)의 마력이 넘실거렸다. 심부의 중심엔 당대의 네크로맨서가 서 있었다.

라인델 넥스레온이 말했다.

“아직 미완성이긴 하나, 어떤가. 옛 왕의 그것과 비교하면.”

[아칸드로 인해 언데드로 부활한 고룡의 유골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했네. 그에 비하면 크기와 박력이 부족하긴 해도…….]

안데스가 턱뼈를 달싹였다.

[결코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군.]

밖에서 마도 축제가 개최되고, 미지의 섬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라인델은 유일한 제자 할디른과 다크 워튼 마탑의 장로들의 보조를 받아 새로운 유골룡을 구축했다.
마탑이 몇 세기에 걸쳐 보관해 온 드래곤의 소재 중 7할을 쏟아부은 역작이었다.

“뒤떨어지지 않는 정도인가. 남은 용골을 대부분 쓰면 어느 정도 대립이 성립되겠군.”

라인델은 죽음의 개념이 깃든 눈동자로 유골룡의 설계를 어떤 식으로 수정할지 계산했다. 그는 옛 왕의 전력을 상대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질문이 있네.]

“…….”

[유골룡을 제작해 본격적인 전쟁을 대비하겠다는 뜻은 이해하지만, 왜 이번 사태를 인지하고도 나서지 않은 건가? 자네가 참전했다면 능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언데드이기에, 생전에 초월자였기에 단언할 수 있다. 여태까지 봐 온 흑마법사 중에 라인델보다 뛰어난 존재는 없다.
마탑 창설자이자 검은 성현이라고 칭송받았던 안데스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었네.]

“죽음은 본디 무차별적이지.”

라인델은 그저 무심했다.

“나는 지금까지의 내 세상을 엎어 버리는 변화를 기다려 왔다. 이 시대를. 훼방을 놓을 생각도 없지만, 억지로 개입해서 막을 생각도 없지. 그래도 베르덴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사태의 책임을 나에게 넘기지 마라.”

[자네가 추구하는 이상이 궁금할 뿐이네. 만인의 죽음조차도 거들떠보지 않을 자네가 실현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꿈이.]

초월자는 지독한 이상주의자. 라인델도 이상을 위할 뿐이다. 그는 교국에서 몇 명이 죽었든 실제로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내 이상은 그리 대단치 않다.”

라인델은 홀가분하게 자신이 어떤 꿈을 가졌는지 입에 담았다.
그 문장을 들은 안데스가 할 말을 잃었다.

‘고작 그게 이상이라니.’

평범하디평범하지만, 그렇기에 라인델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것. 그런 이상을 좇는 점에서 그는 분명 미쳐 있었다.

“어디 가서 말하진 말도록.”

[걱정 말게. 다른 이의 이상을 마음대로 지껄일 정도로 영락하지 않았으니. 자네의 이상을 말해 주어 진심으로 고맙네.]

“고맙다면 답례는 이걸로 받겠다.”

라인델이 깨어나지 않은 거대한 유골룡을 향해 턱짓했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언데드에 압도적으로 해박한 지식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를 흔쾌히 마탑에 들였군. 좋네.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바라는가.]

“완벽.”

라인델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베르덴을 위한 선물이다. 완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 * *

17보.

* * *

손수 끓인 차의 은은한 향기가 감돈다.

“제가…….”
“앉으세요.”

에네트의 손길을 거절한 벤디에가 손님들을 위해 직접 차를 끓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각자 앞에 놓았다.
물론 약간의 다과도 잊지 않았다.

아드리안 맞은편에 벤디에가 자리했다. 천검과 마스터, 그 사이에 맹용 에네트가 어색하게 끼어 있었다.

“말해 보세요.”

벤디에가 천천히 차를 저었다.

“그 대륙 연합이란 게 정확히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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