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73

973화 77일 (4)

푸슉, 푸슈슉.

라셀트 바르하의 허리에서 혈액이 분출하다가 곧 쓰러졌다. 눈 깜짝하기도 전에 명치 위쪽이 터져 버린 인간의 시체는 순간 꿈을 꾸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으, 으아아아악!”
“이 무슨……?!”
“라셀트?”

다종족 최고 외교관인 브라오닉 스트롬의 동공이 확장됐다.
한 사람의 일생이 스쳐 지나갔다.
아카데미를 막 졸업한 라셀트를 영입한 사람이 바로 브라오닉이었다. 신입 외교관이었던 라셀트를 처음으로 지도한 사람도 그였다.

마도 <집전(集電)>

대폭주라고 불리는 브라오닉의 마력회로에서 번개가 몰아쳤다.

“브라오닉! 진정하게!”
“비켜라!”

헬리온 마탑주의 만류를 무시한 그의 손안에서 푸른빛이 폭발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

고열을 품은 뇌포가 자리에 앉아 있는 안티아스를 집어삼켰다. 마법이 시전되기 직전에 경로상에 있던 이들이 가까스로 몸을 던졌다.
내부에서 발해진 고유 마법을 견뎌 내지 못하고 콘셀바르의 벽이 관통되었다.

회의장 안에 있던 전력은 곧장 무기를 빼 들었고, 회의장 밖에 있던 전력은 곧장 사태를 파악하고 전투 태세를 갖췄다.

파지지직───

브라오닉이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멈추지 않고 벽력을 집광한다. 마력을 모으는 시간이 길수록 그의 마법은 강해진다.

루아스교, 에온, 제국, 헬리온 마탑, 비렌테 등이 각자의 요인을 보호.

스르릉.

연맹국의 쿠스토디아 기사단은 즉각 안티아스를 넓게 에워쌌고, 안티아스의 호위로 따라온 수인들은 야성을 보이며 몸을 풀었다.

이데라트 연맹국과 수인 대부족은 이웃국이자 오래된 동맹국이었으나, 그런 외교 관계 따위는 지금 무의미했다.

<오스트렌 풀가>

이성을 잃다시피 한 브라오닉이 밀도를 극한까지 높인 뇌구를 터뜨려 의회 내부 전체를 감전시키려던 그때였다.

마도 <침식>

브라오닉이 멈칫했다.

쿠스토디아 기사단과 안티아스의 호위도 그 자세 그대로 정지했다. 눈이 뒤집혔던 브라오닉이 기괴한 감각에 정신을 차렸다.

‘뭐, 뭐냐…… 이건……!’

타인의 마력이 저항력을 파고들어 육체의 신경과 마력회로에 간섭했다. 육신만이 아니다. 그를 넘어선 영역까지 파고드는 듯한 소름 끼치는 기분이 분노마저 차갑게 식혔다.

“잠시만 멈추시죠.”

이자벨라가 헨드 체인 형태인 [엘데론]을 착용한 왼손을 내뻗었다. 개안된 형안이 본질을 시각화하며 영혼마저 포착했다.
블랙 아워의 최초의 구성원인 멜라드 타스티엔이 직접 그녀의 주변을 지켰다.

여태껏 이자벨라는 실질적인 무력을 국제 무대에 내보인 적이 딱히 없었다.
그럴 만한 상황이 거의 없었으므로.

‘강하다.’
‘경지는 최소 저희와 동급…… 그런데 가늠할 수 없는 뭔가가 있군요.’
‘특이한 마도로구나. 과연 에온의 삼인자로군.’
‘저 나이, 저 외모에 마탑주급이라는 건가……!’

그녀를 한때 행운의 선율가로 활동한 음악가라고 얕보는 마법사는 아무도 없었다.

다양한 시선을 받은 이자벨라가 천천히 눈동자를 굴렸다. 형안으로 은근슬쩍 모두의 영혼을 간파하며 입술을 뗐다.

“연맹국과 전쟁을 일으킬 작정이었나요?”
“그럴 리가.”

안티아스가 잿더미가 되어 버린 책상의 잔해를 툭 털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그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연맹국은 수인과 다종족을 잇는 교두보와 같은 국가다. 외교적으로, 지리적으로 사이도 좋은 편이고, 경제적으로 무역도 활발하지. 여기에 전쟁을 끼어들 여지는 없다.”

이자벨라가 천천히 마도를 거두었다.

일부 빼앗겼던 자유를 되찾은 브라오닉의 목에 핏줄이 부풀었다.

“그런데 왜 라셀트를……!”
“나는 국제 사회를 분열시키려 하는 배신자를 죽였을 뿐이다. 결백을 증멸할 기회를 준 것, 너도 봤을 텐데.”
“고작 대답 못 했다고 타국의 고위 인사를 죽이는 경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견지(見地)의 차이지.”

안티아스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지적인 말투로 설명했다.

“듣자 하니 교국을 난장판으로 만든 자들은 죄다 과거가 깨끗했다더군. 마치 다른 사람이 되기라도 한 듯 살인자로 돌변했다고. 정신계에 당한 것이 아니면 이형종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남을 속이는 데 특출난 집단일 터.”

날카로운 눈빛이 주변을 훑었다.

“추기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너희의 면면을 자세히 살폈다. 모든 생체 반응을 아우르는 생명력을 읽어 냈지. 그렇게 며칠을 지켜보고 나서야 한두 명씩 감이 잡히더군.”

안티아스가 라셀트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이런 놈들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답답한 불쾌감.

그는 배신자로 추정된 자에게서 느껴지는 기분을 그렇게 정의했다.

“며칠 동안 주시해야 겨우 몇 명 특정할 수 있는 정도지만 말이다.”
“그게…… 라셀트를 죽인 이유라고? 불쾌감 따윌 느낀 게?”
“확인을 위해서 배신자냐고 물었지 않나. 나의 야성에 심신이 제압당한 자들은 절대로 내게 진심을 숨길 수 없다.”
“야성이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 이유도…….”
“그것이 바로 견지의 차이지.”

쿵.

안티아스가 자리를 옮겼다.

“아무리 설명해 봤자 너희는 내 관점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아니니까, 나와 같은 감각을 가져 본 적 없으니까. 눈 없는 자들에게 짐승의 무늬를 말해 줘 봤자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물고기에게 불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무용할 터.”
“…….”
“확증 편향을 압도하는 인식의 단차. 나만 아는 달빛은 외로운 법이지.”

발걸음이 멈췄다.

“그렇지 않나?”

안티아스의 시선을 받은 이자벨라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형안을 통해 영혼을 분간할 수 있는 걸 알고 있는 듯한, 그녀도 배신자를 구별할 수 있지 않냐는 듯한 어투였기에.

‘형안이 뭔지조차 알 수 없을 텐데……? 하지만 내가 배신자라고 내심 추정했던 라셀트를 콕 집어서 살해한 건 사실이야.’

사슬에 구속된 영혼과 자유로운 영혼.

전자에 해당한 모두가 운명의 추종자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너무 많으니까.
다만 라셀트의 영혼은 사슬에 얽혀 있었고, 하여 이자벨라는 그를 소위 배신자라고 염두에 두며 지켜보고 있었다.

라셀트뿐만이 아니다.

라셀트와 비슷한 영혼을 지닌 존재들을 은근히 주시했다. 진상 조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이자벨라는 누가 잠재적인 적인지 가리려 했다.

‘어? 잠깐, 시선?’

이자벨라가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며 안티아스와 서로 마주 보았다. 금안에 비친 포악한 눈동자는 그녀 자체만이 아니라, 그녀가 무엇을 바라보는지 엿보고 있었다.

안티아스가 히죽 웃었다.

‘……! 내 반응이 읽혔다.’

안티아스는 아주 희미한 생체 반응까지 감지해 이자벨라의 눈길 속 감정의 편린마저 간파했다. 그 의심을.
심지어 의심이 향하는 대상들이 자신이 배신자로 감지한 자들과 겹친다는 점에서, 그는 혹 이자벨라도 배신자를 판별할 능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판단을 내렸으리라.

다시 말해…… 안티아스는 자신의 추측이 정말로 확실한지 이자벨라를 통해서 교차 검증까지 하고 난 뒤에 행동에 나선 셈이다.
이데라트 연맹국에서 그녀와 총 세 번 마주치는 동안 말이다.

교활하고, 빈틈없다.

이자벨라에겐 특별한 눈동자가 있지만 안티아스는 타고난 육감이 전부일 텐데. 어째서 수인족 역대 최강의 생물인지 새삼 실감 났다.

“라셀트 바르하는 배신자다, 그래서 죽였다. 그걸 믿고 안 믿고는 너희의 자유지. 후에 어찌 행동할지도 너희의 자유고.”

데엘로 추기경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 정도로 확신이 있었다면 생포가 바람직하지 않았습니까?”
“평생 가면을 쓰다가 필요할 때면 자신의 목숨을 사정없이 내던지는 놈들이다. 생포했다고 이렇다 할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천만에. 오히려 정보 교란을 당할 가능성이 높지.”
“…….”
“특별히 충고 하나 하마.”

안티아스는 자연스럽게 이자벨라 옆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국제 사회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존재는 이런 아무것도 아닌, 소모품 같은 배신자들 따위가 아니라 ‘진짜’들이다.”

일마리온 교장이 수염을 쓸었다.

“그 진짜란 무엇입니까?”
“루아스교의 이단 심문이 통하지 않는, 내 야성에 저항하면서까지 참모습을 감추는 자들이겠지. 교국을 상대로 학살을 벌인 집단이다. 단언컨대 그런 수준의 배신자들이 존재할 텐데, 자칫 등 뒤를 허용했다가는 치명적이겠지.”

안티아스는 루아스교가 어떤 수단으로 배신자를 가려 내려고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사냥감이 바로 눈앞에 있다고 해서 무작정 달려드는 멍청한 짐승이 아니었다.

“이젠 누굴 곁에 둬야 할지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거다.”
“……큭.”

순간 라셀트의 시신을 바라본 브라오닉이 질끈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라셀트가 배신자일 리가 없을 텐데.

‘타국의 주요 인사에도 배신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군.’
‘제국도 예외는 아닌가.’
‘설마 학생 중에도……?’
‘내 마법도시는 어떻지?’
‘헬리온 마탑의 장로급이 배신자라면, 끙.’

제렌, 루센트 공작, 일마리온, 오더스, 트리톤의 시선이 일순간 교차하더니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데엘로 추기경 쪽으로 향했다.

‘어쩌면 루아스교 내부에도 배신자가.’

침묵이 감돌았다.

여태까지와는 종류가 다른 혼란이 모두의 마음을 돌덩이처럼 억눌렀다.

“이대로 의심의 싹을 지우지 않는 이상 내버려만 둬도 국제 사회는 붕괴하고 말겠지만. 크크큭, 과연 어떨까.”

안티아스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지만, 그 지적은 더할 나위 없었다. 예고도 없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는 끝장이다 싶었는데…… 오히려 국제 사회가 현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할 기회가 생겼다.

이자벨라의 시선에 담긴 뜻을 알아챈 안티아스가 말했다.

“분탕을 일으키거나 최소한 관망할 줄 알았는데 왜 내가 상황을 정리한 건지 궁금한가? 가만 생각해 보니 혼란 속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건 세계 회의에서 이미 한 터라 별로일 것 같더군.”

안티아스가 턱을 쓸었다.

“내가 하든, 남이 하든. 역시 누가 대놓고 나와서 주도하는 판이 더 재밌지.”

세계 회의에서 마치 연설이라도 하듯이 시종일관 분위기를 장악한 베르덴의 모습은 그 안티아스에게도 인상적이었다.

“그럼 다음 차례다.”
“네? 차례라뇨?”
“파악한 배신자가 더 있다. 이대로 내버려 두긴 아깝지 않나.”

안티아스는 너도 알지 않느냐며 보란 듯 야성을 드러냈다. 이전보다 강하게 뻗친 기세에 대기가 크게 뒤틀렸다.

“대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굵고 첨예한 손톱이 하이 콘소르 의원 중 하나를 가리켰다.

“너는 배신자인가?”
“예?! 무, 무슨?!”
“셋.”
“멈춰 주십시오. 그 이상의 살인은 삼가──”
“둘.”

숫자는 멈추지 않고 줄어든다.

테리웬 연맹장의 배신으로 연맹장을 추궁해야 했을 데엘로 추기경은 안티아스 탓에 상황을 말리는 측이 되어 버렸다.

의제가 뒤바뀐 것이다.

안티아스가 대체 얼마나 죽일지 몰랐기에 당장 모두가 말리려고 했으나, 그사이에 용을 연상시키는 꼬리가 채찍처럼 움직였다.

쐐액──콰아아아아아앙!

묵직한 충격파가 확산했다.

배신자로 지목당한 의원이 곤죽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 전에 거대한 인간의 그림자가 수왕의 일격을 막아 냈다.

“히, 히익!”
“그만…….”

연맹국 수도 의회에 도착한 마의 공포가 상황에 개입했다.

“전투는…… 잠시…… 금지한다…….”

* * *

쇠를 긁는 것 같은 음성.

이자벨라가 즉각 뻗었던 손을 살짝 내렸다.

‘재액의 토벌자? 사흘 전에 연맹국의 국경을 넘었다고 듣긴 했는데.’

설마 마법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물리적으로 달려온 걸까.
공간을 넘었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느리고, 그냥 달려왔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빠른, 아주 애매한 도착 시간이었다.

방주의 선장──흑요 등급 모험가인 마의 공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진상 조사회가 술렁였다. 이제는 진상 조사회라기보다는 배신자를 처형하는 집행장과 다름없었지만 말이다.

“세계 회의에서 봤을 때부터 느꼈건만.”

안티아스는 촉감으로 마의 공포의 육체적 강함을 인지했다.
갑옷에 가려진 ‘이형’을 조금 더 간파했다.

“참으로 괴랄한 육신이군. 내가 여태껏 봤던 것 중 가장 끔찍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자자, 사적인 대화는 나중에 하고.”

브라오닉이 관통한 벽 너머에서 언령의 기사단과 그 왕이 모습을 보였다. 하이랜디아의 국기가 바람에 나부낀다.
서약자.
유리온 하이로스가 검 손잡이에 한쪽 팔을 걸친 채 위엄을 보였다.

어째서 유리온과 마의 공포가 함께 나타났을까.
그냥 도중에 만났기 때문이다.
마의 공포가 이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다가 긴급한 연락을 받느라 잠시 동안 시간이 지체되면서 일어난 우연이었다.

“오랜만이라 인사 좀 나누고 싶기는 한데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먼저 너희에게 전달할 사항이 두 개 있다. 정확히는 국제 사회에.”
“통보도 없이 연맹국에 와서 무슨……?”
“일단 듣기나 해.”

유리온이 턱짓했다.

마의 공포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키퍼의…… 전언이다…… 마경에…… 대량의…… 언데드가…… 출몰했다…….”

마경의 이상 현상을 확인한 아세트로 올딘은 즉각 모험가 길드 긴급 연락망을 통해 마의 공포에게 해당 사실을 전달했다.

물론 방주의 정보망을 경유하진 않았다.

이 편이 세간에 정보를 퍼뜨리기에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도, 실제로도 미개척 지대인 마경을 연구하는 아세트로는 모험가 길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의 표정이 경직됐다.

“마경에, 언데드가?”

데엘로 추기경이 벌떡 일어섰다.

“설마 옛 왕에 관한……!”
“일단 들으라고. 아무튼 이게 첫 번째 소식이다. 나도 좀 전에 들은 거라서 확인은 못 해 봤는데 상당히 심각한 모양이니까, 서둘러 군사를 소집하는 게 좋을 거다. 그리고 두 번째 소식은.”

유리온이 앞으로 나왔다.

“요즘 주검의 영광과 야합해 루아스 교국에서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인 배신자란 것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게다가 국제 사회의 분열까지 노린다지?”

그의 목소리에 깃든 힘에 일대가 술렁였다.

“박멸하러 왔다.”

* * *

침묵의 사막.

세계 회의에서 개최한 진실 서약처럼 유리온의 서약은 강제, 또는 합의를 통해 대상의 존재 자체에 간섭한다.

이자벨라처럼 하나하나 살펴볼 것도 없고.
안티아스처럼 며칠 내내 생명력을 읽어 낼 것도 없다.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매직 아이템이 통하지 않을지언정, 유리온의 계약에 직접 동의한 순간 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베르덴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서약자와 계약을 맺기 직전 운명의 추종자들이 일제히 자결했다.”

연맹국의 하이 콘소르 의원만이 아니라 그들이 자랑하는 쿠스토디아 기사단원 중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부하, 상관이었던 자들이 배신자였단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혼란은 컸겠으나…….’

수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회의장에 남은 사람들은 배신자가 아닌 게 거의 밝혀진 셈이니, 이전보다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터.

관리자가 말했다.

“요약하자면 그를 발판으로 새로운 국제 사회의 연합 기반이 마련됐다. 또한 얼마 안 있어 레프라기움 마탑의 마법사가 찾아와 섭리자의 말을 대신 전하며 갈등을 끊어 냈지.”
“옛 왕에 관한 내용입니까?”
“그렇다.”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옛 왕을 임시로나마 봉인했으나 머지않아 곧 풀리게 될 거라고.”

말인즉슨 단결의 단초를 준 것이다.

초월자 연합.
국제 동맹.
배신자의 색출.

아무리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생각보다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그와 달리 관리자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리자에게서 현 대륙의 상황이 어떤지 들은 베르덴의 안색이 변했다.

이런.

‘당장 대륙으로 복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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