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994

994화 크세리온 제국 (1)

그림멜 그롬파르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전령이 찾아왔다. 루아스 교국, 아르나크 제국, 에온, 아케나드 마도국은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와중에 제국은 에온과 마도국과 교국 몰래 협력을 받아 가장 먼저 대응했다.

서대륙 남부.

아르나크 제국의 비행정들이 급강하했다. 후미가 개방됐다. 대기하고 있던 레기온의 기병대가 빠르게 하선했다.
수신호가 이어지고.
네 척의 비행정이 우측으로 선회하면서 안전한 고도로 올라가는 사이에 군마들이 ‘이텔 왕국’을 향해 질주했다.

드그둑, 드그둑, 드그둑, 드그둑!

전위에서 완만한 구릉지를 가로지른 레그리트와 그리즈월이 대륙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호수, ‘펜드렌호’ 근처에 세워진 도시를 바라봤다.

“긴급한 사안이라고 하지만 병상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무리하는 것 아닌가?”
“재활은 깔끔하게 마쳤다. 이젠 몸이 근질거려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고.”

히아레마르 내해의 섬에서 레그리트 또한 파멸에 노출되었다. 용인의 회복력조차 저해하는 후유증에 고생깨나 했다.
물론 진즉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리반데일 대공 저하의 권유를 듣고 이번 기회에 용인의 힘을 다루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무엇보다도 황제 폐하께서 직접 지켜보고 계신 특수 임무다. 당연히 여섯 로드의 필두로서 솔선수범해야지.”

레그리트 나르실리아는 방주의 선장이기도 하나, 제국의 워 로드이기도 하다. 인류를 지휘하고자 하는 마음도, 제국에 충성하는 마음도 진짜다.

여섯 로드끼리 실제로 서열을 나눈 적은 없지만, 그리즈월은 레그리트의 확고한 자신감을 부정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강했던 그녀는 용인인지 뭔지 하는 존재가 됐다. 맞서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레그리트는 인간의 극한을 벗어났다.

“하하하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드래곤과 같은 오만함인가.”

그리즈월이 말했다.

“그나저나 이텔 왕실에서 파악했다고 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음.”

부러진 외뿔을 가리기 위해서 황금빛 투구를 쓴 레그리트가 턱을 당겼다.

“최악으로는 도시를 폐기해야겠지.”
“도시 자체를 없애도 된다라. 그만큼 심각성을 인지한 것일 테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 이텔 국왕도 참 대담하군.”

레기온 중에서도 정예를 대동한 두 사람이 맡은 임무는 ‘조사’였다.
무려 황실이 주시하고 있다.

이텔 왕국의 수변 도시 라스케르논에 발생한 이변을 확인하라.

‘극히 희미하게 악취가…….’

후각이 예민한 그녀가 자연적이지 않은 냄새를 맡았다. 도시에서, 그리고 펜드렌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뭔가가 섞였다.

“호흡기 보호.”

저항력의 질이 남다른 레그리트를 제외한 모두가 아티슨 마탑제의 정화 마스크를 착용했다.

“산개.”

조사단이 세 분대로 나뉘어 좌측, 정면, 우측으로 이동했다. 좌측과 우측은 도시 밖을 탐색하고, 정면은 도시 내부를 수색한다.
도심 수색 부대는 레그리트와 그리즈월 두 명이 지휘한다. 워 로드와 레기온의 로드 둘이면 웬만한 위협은 그 자리에서 타파가 가능했다.

타다다다다닥!

달리는 군마에서 뛰어내려 달리기나 <비행>으로 남은 거리를 좁혔다. 군마들은 훈련받은 대로 우회해 거리를 두고 자의적으로 대기했다.

성문이 굳게 닫혀 있다.

성벽을 연이어 밟거나 한 번의 도약으로 도시에 진입한 그들이 어느새 무기를 꺼내 들고 쐐기 대형을 이루었다.

레그리트가 신중하게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 조용한 도시는 또 처음이군.”
“한바탕 할 줄 알았는데 어떤 생기도 느껴지지 않을 줄이야.”

라스케르논은 무인 도시가 되기라도 한 듯 모든 거리가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호수 안개가 내려앉아 시야가 조금 흐릿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레그리트는 지체 없이 에온이 지원해 준 물건을 쓰기로 결정했다. 공간 가방에서 꺼낸 인공 골렘들을 기동했다. 마력이 반응하며 사람 머리만 한 구체형의 그것들이 떠올랐다.

“생명체를 찾아라.”

명령을 인식한 식별 골렘들이 곧 도시 전역으로 날아갔다. 레기온의 정예들도 골렘을 이용한 탐사는 난생처음이었다.

“에온은 저런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건가. 제국의 평론가가, 에온이 아티슨 마탑처럼 향후 기술 발전의 선도를 이끌 거라고 작년에 그랬었는데.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전망을 볼 줄 아는 녀석이었어.”
“제국 마법성도 분투해야겠지.”

짧은 대화가 오간 뒤 적당한 속도로 도시 내부로 발길을 향했다.

그리즈월의 분대는 거리를, 레그리트의 분대는 양쪽의 건물 옥상을 경유했다.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피가 빠르게 돌았다. 긴장에 고양된 육체는 평소보다 더 탄력이 강해지며 유연해진다.

파앗.

근처에서 식별 골렘이 붉은빛을 반짝였다. 생명 반응을 찾았다는 의미였다. 소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리는 일부러 꺼 두었다.

4층 건물에 신속하게 다가간 탐사 부대가 정확한 수신호를 주고받고는 마치 돌개바람과도 같이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3층 정중앙에 놓인 보랏빛의 웅덩이가 그들을 맞이했다.

“……이렇게 가까이서 살펴보니 생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이런 걸 생명체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그리즈월이 눈살을 찌푸렸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겠지.”

레그리트가 황금빛 건틀릿으로 웅덩이에 떠오른 이물질을 집었다. 끈적하다. 그것은 무언가로 변이된 인간의 살점이었다.
촉각은 살아 있는 걸까. 웅덩이가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

‘이텔 왕실에 의하면 라스케르논에서 언데드가 발생했다고 했다. 라스케르논의 시장이 지원 병력을 받아 진압에 나섰지만, 결과 연락 두절. 두 번에 걸쳐 파견된 왕국의 조사대도 실종됐다……. 마지막으로 이 웅덩이로 녹아내린 인간까지.’

레그리트가 창밖으로 내해나 다름없는 펜드렌호를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왜 배가 단 한 척도 없는 걸까.

이텔 왕국은 발데라 왕국과 마찬가지로 펜드렌호를 기반 삼아서 발전한 나라이기에 어업에 종사한 이가 한둘이 아닌데.

배를 타고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최근 라스케르논의 배가 다른 도시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는 제국의 정보망에 잡힌 적이 없었다.

“그리즈월, 호수로.”
“……! 알겠다.”

즉각 식별 골렘을 회수하며 라스케르논의 항구에 도착했다. 공기가 식었다. 그리즈월을 포함 레기온의 정예의 얼굴이 굳었다.

“…….”

[…….]

텅 빈 호수 위로 인간의 머리 하나가 절반쯤 나와 있었다.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은 눈동자를 굴려 레그리트를 바라봤다.

레그리트가 먼저 정적을 깼다.

“가스퐁 백작인가?”

라스케르논의 시장의 인상착의가 어떤지 사전에 파악했다. 눈이 충혈되고 머리가 흠뻑 젖었을지언정 그는 소식이 끊긴 백작이 틀림없었다.

보글보글.

물에 잠긴 머리 부분에서 거품이 일었다.

[아르나크 제국의 레기온이오? 만나소 반갑소. 햇빛이 부서지는 아름다운 호수 도시 라스케르논의 시장, 르왈 봉 가스퐁 백작이오.]

저 몰골로 명랑한 척 굴고 있다.
기괴하기 짝이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레기온조차도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지성이 있군.’

레그리트가 재차 질문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지?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갔나.”

[아주───많은 일이 있었소. 그때는 몰랐지만 시작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무역선이었소. 다음은 생선잡이 배였지. 그다음이 언데드였소.]

가스퐁 백작이 눈웃음을 지었다.

[도시에서 언데드가 발생했길래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하수도까지 포함하여 도시 전체를 철저히 진압했소. 그리하면 언데드를 발생시킨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지. 그런데 아니었소. 언데드는 그렇게 탄생한 게 아니었소. 시체가 아니라 인간에서 언데드가 된 게지. 정확히는 언데드와 인간의 경계에 머물게 된 것이지만.]

“그 보랏빛 웅덩이를 말하는 거군.”

[진압대도, 시민도, 조사대도, 지원군도 모조리 그리됐소. 펜드렌호의 물을 마셨기 때문이지. 아아, 생명의 물이 죽음의 물이 될 거라고 이텔 왕국의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가스퐁 백작이 껄껄 웃는다.
눈물을 흘리며.

[……펜드렌호에 죽음의 문이 열렸소. 아홉 개의 사문 중 하나지. 라스케르논은 시작에 불과해. 펜드렌호는 점점 죽음으로 물들 것이고, 모든 수변 도시는 머지않아 그 물을 마시게 될 테니.]

“죽음의 문……?”

[아직 개전(開戰)이 선언되지 않았기에 우린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없소. 전쟁의 절차를 위해서 사령관이 군세를 물렸소. 진군이 허락되지 않았소. 하나 멋대로 라스케르논에…… 들어온 자…… 들까지 가만히…… 내버려 두라…… 는 명령은 없…… 었지.]

호수 밖으로 빠져나오는 가스퐁 백작을 레기온이 올려다봤다.

[더, 더, 이상은, 한계.]

머리만 인간일 뿐, 기괴한 혈관이 꼬여 만들어진 듯한 육신은 호수 가장자리 바닥에 발이 닿을 정도로 사지가 길쭉했다.

[함께…… 녹아내리자.]

도시의 하수도와 연결된 모든 통로에서 보랏빛 살점이 기어 나온다. 부패한 점액질이 한데 모이거나 분산되어 크고 작은 인간형의 슬라임이 되어 항구를 앞뒤로 봉쇄했다.

[함께…… 녹아내리자.]

직전의 대화를 끝으로 일말의 인간성마저 죽음에 먹힌 가스퐁 백작이 눈물 자국을 남긴 채 레그리트를 향해 팔을 뻗었다.

퇴로가 전부 막혔지만 탐색 부대는 긴장만 할 뿐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백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제국만이 아니라 발데라 왕국, 바림티엘 협국의 수변 도시의 시민들을 대피시켜야겠군.”

도끼를 다잡는 그리즈월.

“그래서 결론은?”
“전염성도 있어 보이는 데다가 규모가 너무 크다. 회생은 불가능하겠지.”

──퍼엉!

레그리트가 신호탄을 터뜨리며 황금빛 전격을 내뿜었다.

“라스케르논을 폐기한다.”

그들이 항구에서부터 성문 바깥까지 인간이었던 것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상공에서 은폐하고 있던 비행정 함대가 도시에 접근했다.

제국 초거대 규모 비행정, 어토리움(Atorium)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레그리트가 수장으로 있는 워 로드의 주력 함대 중 절반.

검은 화산에서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베르덴을 상대했을 때와는 다르다. 그들은 대규모 전쟁을 상정, 완전 무장을 갖춘 상태였으니.

──────! ─! ──! ─────! ──!

함대에서 쏟아지는 폭격과 포격.

이윽고 막대한 폭발과 함께 도시 라스케르논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 *

서대륙과 중앙 대륙을 연결하는 차가운 북부, 프로하스.

숨결이 흩어진다.

북부의 감시자이자 북부의 왕인 에레스 아인드겔 프로하스가 얼음 위에 앉아 있다. 감시자 혈통 대대로 전해지는 보검, 열한(烈寒) [니비스]의 검신에서 혹한의 냉기가 흘러내렸다.

“이런 게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

에레스는 북부에서 일어나는 큰 이변을 멀리서도 인지할 수 있다. 희미한 공간 파장이라도 프로하스를 다스리는 그의 감각을 속이지 못한다.

죽음의 문.

균열이 생긴 공간과 그 주변이 에레스의 힘으로 완전히 얼어붙었다.
모든 북부의 감시자는 얼음 속 거인들을 고대의 혈통으로 봉인해 왔으니, 봉인 능력은 에레스의 특기 중 하나였다.

“대륙 단위의 전쟁은 역사적으로 이종족 전쟁 이후로 처음이군요. 역사는 반복된다는 거겠죠.”
“가장 힘든 역사가 될지도 모릅니다, 폐하.”

에레스를 보좌하는 리엔제가 피가 묻은 두 개의 도끼를 허리춤에 찼다.
그녀의 등 뒤로 죽음의 문을 개방했던 두 마리의 초월자 인형이 산산이 부서진 파편이 돼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에레스는 초월자는 아니지만 니비스의 힘으로 종족 한계를 넘었다. 북부에 있는 한 그는 패배하지 않는다.
그 옆의 리엔제는 극점에 닿은 북부의 대전사장 중 하나다.

초월을 상실한 존재들 따위로는 에레스의 냉기를 감당할 수 없다. 하나 그래도 초월자 인형이 강한 것은 엄연한 사실.

‘이것이 첨병이라면 본대는 무엇일까.’

리엔제는 지극히 당연하게도 최악의 최악을 상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주에서 개입할까요?”
“윗분께서 판단을 내리실 겁니다.”

방주의 선장은 인류를 이끌고, 방주의 지도자는 방주를 지휘한다. 큰 틀에서 보면 여섯 선장 또한 선원이다.

“그러니 저희는 방주가 아니라 북부의 방식으로 상황에 임하면 됩니다.”

얼음 속에 가둔 죽음의 문을 뒤로 한 에레스가 눈 위에 족적을 남겼다. 초월자 인형의 머리가 담긴 얼음 파편이 짓밟혀 가루가 되었다.

“혹한기(酷寒期)를 대비하겠습니다.”

봄이 지나간 대륙.

한없이 추운 계절은 여름일까, 겨울일까.

* * *

동대륙 북쪽의 델하룬.

팔짱을 낀 채 죽음의 문을 바라보는 대제, 라이칸 투르가르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주검의 영광과 나눈 약속대로 직접 사문을 열긴 했지만, 큼지막한 균열이 생긴 것 이외에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로 통제되고 있다. 아니, 그보다는 지배에 가깝나.”

대제가 말했다.

“초월자 전쟁 당시의 안데스 네크라일을 명백히 웃도는군. 다크워튼 마탑의 창시자로서 녀석이 너를 본다면 자랑스러워하겠어.”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대륙 연합군에 속했었던 초대 네크로맨서가 언데드로 부활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당대의 네크로맨서인 라인델 넥스레온은 굳이 그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

“거래는 성사됐다.”

라인델이 작금의 현대에서 쓰지 않는 고대어를 구사했다.
초월자 전쟁 시대에서 사용했던 언어였다.

“무심하군. 하나 나쁘지 않아.”

대제가 성큼성큼 라인델의 옆을 지나다가가 잠깐 멈춰 섰다.

“나는 다시 세력을 규합할 것이다. 옛날에 이루지 못한 초월자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너와 같은 존재는 언제나 환영이다.”
“…….”
“연락을 고대하지.”

대제는 델하룬에 있는 죽음의 문을 개방하려고 하다가 라인델과 만났다. 한눈에 알아봤다, 격이 다른 마법계 초월자라는 걸.

현 대륙의 지배자 중 하나인가.

즉각 전투태세를 갖췄지만 라인델은 마법 대신 제안을 던졌다.

───이곳의 사문을 열겠다면 방해하지 않겠다. 내 방식에 따르겠다면.

───……뭐라?

전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어떻게 하든 간에 사문만 열면 약속을 지키는 셈이니까.
이제 부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격의 초월자와 사투를 벌이는 것은 대제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었다.

라인델이 그렇게 열린 사문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제는 이번 생에 반드시 이상을 이룰 작정이었으므로.
그저 막강한 초월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뻐할 뿐이었다.

터벅, 터벅.

초면인 라인델과의 거래를 마친 대제는 델하룬의 북부로 향했다. 그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라인델이 움직였다.

‘죽음과 영혼…….’

아칸드, 그러니까 옛 왕은 초월자 전쟁에서 죽음의 군세를 부렸다고 전해진다.
라인델도 죽음에 일가견이 있었다.

아칸드 리니게아 타인 크세리온이 초월을 타고난 죽음의 제왕이라면.
라인델 넥스레온은 죽음의 개념, 그 자체.

스르륵.

다크워튼 마탑의 힘에 더해서 초대 네크로맨서와 특수한 유골룡을 제작하던 라인델이 사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델하룬에 생긴 죽음의 문은 소리 없이 라인델을 맞이했다.

* * *

중앙 대륙, 주인 없는 땅.

아주 건장한 노인이 주점 중앙에 앉아 현대인의 술을 맛보았다. 벌써 몇 병을 비운 것인지 테이블에 뭐 하나 둘 데가 없었다.

“자리를…… 치워 드리죠.”

정보관 케이렐이 직접 술병과 잔 그리고 그릇을 수거했다.

───고맙네.

의념이 모두에게 전해졌다.

……꿀꺽.

전신의 마력회로를 극도로 활성화한 이자벨라와 유니아가 긴장했다. 그저 술과 음식을 즐기는 노인을 경계한 것이다.

형안으로 보이는 본질.
마법적 감각을 마비시키는 마력량.

노인이 원한다면 어레인을 흔적도 없이 지워 버릴 수 있으리라.

끼익.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점의 문이 열렸다. 모두가 기다린 그림자가 늘어졌다. 노인이 시선을 보내지도 않은 채 미소를 피웠다.

───여제와의 만남은 어땠는가. 그냥 대화만 하진 않았을 텐데.

“강하더군.”

───강하다라.

동대륙 남부 상황을 얼추 정리한 베르덴이 그에 답했다. 그제야 크게 웃음을 터뜨린 노인이 휙 고개를 돌렸다.

“만나서 정말로 반갑네, 베르덴.”

약 8세기 전에 사용한 고대어였지만 무슨 뜻인지 모두가 알아들었다.

“반토레온 로든 타라니스일세.”

광명의 대재해.

주인 없는 땅의 수도에서 8위계 초월자 두 명이 서로를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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