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497

2부 164화.

심연.

신들이 아브타르텔을 침략하며 벌어진 전쟁의 여파로 생겨난 존재들.

정작 지금의 인간들에게는 태초부터 존재한 만악의 근원으로, 세상을 집어삼키려던 걸 신들이 봉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아는 이가 소수에 불과한 정도였다.

……초창기에는 말이다.

‘월드 퀘스트 이후로 심연이 몇 번 등장하면서 많이 알려졌지.’

잊혀진 무덤의 존재를 삼키는 자.

그리고 불허의 미궁에서 나타난 파멸의 군단장과 그때 나타났던 심연의 눈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심연의 강자들까지.

연이어 나타난 심연들은 유저들의 머릿속이 깊이 각인되었다.

그도 그럴 게 심연이란 것들은 나타나는 족족 역대급 콘텐츠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역사상 첫 대륙 퀘스트.

그것을 장식한 것 또한 심연이었으니까.

“…….”

하지만 단지 그뿐.

유저들은 심연에 대해 그리 큰 공포감을 가지지는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게 여태 만났던 심연들은 하나같이 강하고 섬뜩했으나, 결국엔 모두 처치되었지 않았던가.

그저 큰 이벤트 정도로 다가올 뿐인 것이다.

아니, 사실 다 떠나서 직접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 제일 컸다.

심연의 군단장이든, 강자들이든 사실 소수의 랭커들 외엔 직접 눈앞에서 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잊혀진 무덤 때 만난 존재를 삼키는 자가 큰 임펙트를 남기긴 했다만…….

잊혀진 왕의 무게감이 무척 컸기에 지금에 와선 평가가 좀 내려간 면이 없잖아 있었다.

쩌저적-

하지만 지금.

“……맙소사.”

“미친…….”

이 순간 유저들은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심연이 어째서 만악의 근원으로 불렸는지, 어찌하여 신들마저 그토록 경계하면서도 멸종시키지 못했는지.

쿠구구구-

“……저게 몬스터라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저, 저건…… 생물의 영역이 아니잖아.”

생물이라 부르기엔 너무도 거대한 크기.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보는 듯한 압도감에 기가 눌린다.

하나 그렇다고 저걸 자연이라 표하기엔, 그 끔찍한 외관에서 오는 흉흉한 기세와 하늘을 가득 메운 거대한 눈동자.

키에에에에에에!!!!

고막을 찢을 듯 울리는 소름 끼치는 소음이 더없이 짙은 존재감을 표하고 있었다

[하늘을 집어삼킨 눈이 강림하였습니다.]

[전(前) 심연의 강자, ‘라그 베헤모스’와 조우하였습니다.]

[대륙 퀘스트 ‘대재앙의 서곡(序曲)’이 시작됩니다.]

[라그 베헤모스를 막지 못할 시 엘라니스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꿀꺽.

메시지에서 말하는 엘라니스에 일어날 큰 ‘변화’가 무엇일지 짐작하지 못할 이는, 이곳에 없었다.

멸망.

그 단어가 선명히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현장을 넘어, 화면 너머에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ㅁㅊ 이거 X된 거 아니냐?

-와, 크기 봐.

-와, 저거 등장하자마자 순간 채팅방 얼어붙었던 거 실화임?

-안 얼어붙게 생겼냐 Xㅂ. 포스가 미쳤는데. 살면서 저렇게 등장만으로 압도시키는 건 처음 보네.

-ㄹㅇ 영상으로 보는 건데도 공기가 달라지는 기분임. 그냥 말이 안 나옴. 눈앞에서 봤으면 걍 지렸을 듯.

-유저들 표정 보니 지리기 일보 직전이긴 함 ㅇㅇ;;

-이종족들 얼굴 굳은 거 보소.

-이게 그 코즈믹 호러인가 하는 그거냐?

-멸살 떠서 끝났다 싶었는데 이건 Xqkf…….

-강제 강림은 에바 아니냐고.

좀 전까지만 해도 멸살과 카이저의 활약에 축제 분위기였던 채팅창이, 지금은 다른 이유로 들끓고 있는 상황.

‘장난 없긴 하네.’

그에 도현 또한 헛웃음을 머금었다.

확실히 여태 만난 그 어떤 심연들보다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강림하기 전부터 하늘을 집어삼켰던 거대한 눈동자는 말 그대로 눈이었을 뿐.

강림한 놈의 신체는…… 마치 하늘 전체가 그의 몸인 듯 아득했다.

기생충에 감염된 문어발처럼 끔찍하게 사방으로 일렁이고 있는 실루엣만 아니었으면 이토록 불쾌하지는 않았을까.

빠드득.

“기어코 강림한 건가…….”

“하늘을 집어삼킨 눈……!”

이를 악무는 아스트라와 알테리온.

그리고 겁에 질려있는 여러 이종족들과 격양된 감정을 드러내는 엘프들까지.

모두의 시선을 느낀 걸까.

스르르-

놈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기이한 각도로 좌우로 굴러가던 눈동자가 한곳에 머물렀다.

하늘로 떠오른 바탄에게로.

“저, 저기 봐.”

“뭐야. 뭘 하려는 거지?”

“어어?”

자연스레 유저들의 시선도 그를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마치 승천하듯 계속해서 올라가던 바탄이, 문어발처럼 일렁이는 검은 실루엣들 사이로 파고든 순간.

파앗!

짙은 붉은 빛이 뿜어지며 저 끔찍한 존재에게 흡수되어가는 모습을.

[적대 세력의 수장, ‘바탄’이 ‘라그 베헤모스’에게로 흡수되었습니다.]

[라그 베헤모스를 처치할 시 ‘바탄’이 사망합니다.]

그러며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

[크흐…… 크흐흐흐…….]

바탄, 그가 라그 베헤모스와 하나가 된 것이다.

자신의 육체와 심연의 강자가 될 수 있던 기회.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럼에도 그는 더없이 기껍다는 듯 비열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흘렸다.

[좋은 표정들이구나. 그래, 그렇게 우러러 보아라.]

육체? 없어도 된다.

그저 라그 베헤모스의 심장이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었지만, 이제 와선 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크흐…… 그래. 그 눈이다. 그 눈에 모조리 담아라. 종말의 순간을.]

차라리 재앙의 심장이 되어, 엘라니스가 멸망하는 광경을 눈에 담는 게 백 번이고 나았으니까.

그리 소리치는 바탄의 목소리엔 짙은 확신이 담겨있었고.

“아…….”

유저들의 목소리엔 짙은 탄식이 느껴졌다.

제아무리 포식자를 만난 쥐일지라도 궁지에 몰리게 되면 목숨을 걸고 반항하는 법이었지만.

그것도 포식자가 고양이 정도 되었을 때의 얘기.

사자나 호랑이 앞에 서게 된 쥐가 감히 반항할 생각이나 하겠는가.

하물며 저건…… 맹수를 넘어선 아득한 무언가.

마치 신화 속 괴물을 눈앞에서 목격한 쥐의 심정이었다.

스윽. 추욱-

대항할 수 없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없듯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아아…….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비로소 염원의 순간을 이루는…….]

“이 새낀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

한데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듣는 이의 귀를 절로 사로잡는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였으나, 어딘가 양아치처럼 느껴지는 언밸런스한 말투.

그 괴리감에 시선을 옮기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바탄은 이미 베헤모스에게 흡수된 상태.

육체의 조종권 따위는 없었기에 그저 베헤모스가 보는 시야를 공유할 따름이었으니까.

‘어떤 건방진 놈이 감히…….’

하지만 바탄은 곧 알 수 있었다.

목소리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다만, 그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콰가가가각!!!

키에에에에에에!!!

돌연 믹서기에 갈린 듯 갈가리 찢기는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베헤모스의 고통에 찬 괴성이 울려 퍼진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직접적인 고통은 느껴지지 않으나 느껴졌다.

베헤모스가 느끼고 있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를.

한낱 유저 하나가 벌였다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일격…… 아니, 난격이었다.

콰가가가각!

그것도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난격.

누구의 짓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여제다!”

“그러고 보니, 여제도 디버프가 풀렸었지!‘

“와아아!!”

유저들의 거센 환호가 목소리의 주인을 밝히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서걱-! 퍼버벙!

어디선가 날아온 검격이 신체 일부를 가르며 지나가고.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온 무언가가 터지며 큰 충격이 전해졌다.

그 횟수가 많아서일까, 이번에는 보였다.

‘마법검……?’

스스로 의지를 가진 듯, 허공을 날아다니는 다섯 자루의 마법검이 하늘을 가득 메운 베헤모스의 신체를 유린하고 있었다.

그 순간, 시야가 다시금 뒤집혔다.

[‘이단 척결 – 광신의 심판’이 발동됩니다.]

서걱-!

거대한 검은 남자의 형상이 하늘을 향해 대검을 휘두른 것이다.

동시에 뒤집힌 시야 너머로 보였다.

플레이어 ‘아스트’님이 전설 스킬, ‘파괴 신의 가호’를 발동합니다.]

[90초 동안 5번째 타격마다 강력한 ‘파괴의 일격’을 날리며 데미지는 무기 공격력에 비례합니다.]

[스킬 발동 후 첫 공격은 ‘파괴의 일격’이 적용됩니다.]

[초월 고유 능력 ‘리미트 해제’를 발동합니다.]

[리미트 제한을 해제하여 일시적으로 무기 업그레이드의 효과를 극한으로 사용합니다.]

[+20 ‘찬란한 거인의 철퇴’가 완성됩니다.]

[사용 시 무기가 파괴되며 50분간 특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척 봐도 위험한…….

마치 우주를 담은 듯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거대한 철퇴를 든 거구의 남성이.

“드디어 쿨타임 돌았네. 큰 거 간다.”

‘저, 저건 피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베헤모스의 육체가 말도 안 되게 단단하다곤 하나, 강제로 강림하게 되며 어느 정도 너프가 된 상태.

저런 거에 맞으면 무사하지는 못할 거다.

키에에에!!

라그 베헤모스의 본능도 그리 느낀 것일까.

지성이 남아있지 않은, 그저 본능만 남은 껍데기에 불과한 베헤모스가 처음으로 눈을 번뜩이며 공격을 가했다.

거창할 것 없는, 그저 문어발처럼 뻗은 다리들을 내려찍는 행위.

하나 그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재앙에 가까운 광경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거의 메테오잖아.”

아득한 크기의 발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낼 수 있었으니까.

이대로면 철퇴가 채 휘둘러지기 전에 자멸할 터.

하나 그 순간.

[‘알테리온 엘란드리엘’이 광역 마법 ‘신목(神木)의 덩굴’을 시전합니다.]

[대마법사 특성으로 인해 시전 속도가 크게 줄어들고, 범위와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마치 잭과 콩나무가 떠오르듯.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자란 나무가 아스트의 주변을 휘감으며 발을 막아 냈다.

정확히는 아주 잠깐 저지하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스트가 철퇴를 휘두르기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으니.

한데 무언가 이상했다.

‘혼자가…… 아니다?’

무기를 휘두를 자세를 잡고 있는 게 거구의 남성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서 나란히 하얀 검을 쥐며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바탄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카이저!!]

카이저, 그가 애당초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자세를 잡고 있던 것이다.

씨익.

웃는 그의 내부에 태산의 기운이 깃들며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아스트와 도현이 동시에 무기를 휘둘렀다.

빅뱅이 일어나듯 검은 어둠을 걷으며 한 줄기 빛이 번뜩이고, 이내 무언가 터지며 소리가 멎었다.

소리 없는 세상 속.

—-!!!

거대한 충격파가 끝도 없이 퍼지며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지면을 넘어 하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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