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499

2부 166화.

거역의 서(書).

재앙의 탑을 클리어하고 얻은 도현의 시그니처 특성.

지금으로선 첫 페이지인 악연의 장밖에 펼치지 못하는 능력.

심지어 그마저 악연을 맺어야만 하는 까다로운 조건부 능력이지만, 그 효과만큼은 확실한 특성이었다.

‘그 어떤 까다로운 능력들도 모두 카운터칠 수 있게 해줬으니까.’

그야 당연했다.

악연의 장의 능력인 반항의 연은 상대의 능력 중 도현을 죽음에 이르게 할 능력을 막아줄 힘을 주니까.

웬만한 건 감당할 수 있는 도현이니, 그 카운터칠 능력의 대부분이 필살기에 해당한다 할 수 있었다.

설령 필살기가 아니더라도 무척 까다로운 능력들일 수밖에 없었다.

능력치 차이가 압도적이지 않고서야, 어지간한 건 도현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힘들 테니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심연이니까 당연히 발동될 거라곤 생각했는데…….’

다만, 걱정을 하기는 했다.

놈은 심연, 그중에서도 한때 심연의 강자로 불렸던 대괴수.

일전에 심연의 눈을 통해 조우했던 불멸의 주인을 비롯한 강자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던 괴물이다.

비록 육신밖에 남지 않았다곤 하나, 그 클라스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으니까.

다른 심연도 아니고, 전 심연의 강자쯤이나 되는 괴수의 권능을 온전히 카운터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불헌 듯 든 것이다.

‘보통 격의 차이가 크면 페널티가 있으니까.’

아직까진 악연의 장을 펼치며 그런 적이 없긴 했지만, 격의 차이로 인한 페널티를 받은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충분히 신빙성 있는 추측이었다.

실제로 이번 반항의 연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다만, 다른 방향으로.

[거역의 서(書)가 적합한 힘을 탐색하기 위해 시전자와 대상에 얽힌 서사를 읽고 있습니다.]

[대를 넘은 지독한 악연이 느껴집니다.]

[반항의 연(緣)이 발동됩니다.]

[운명에 강하게 저항하여 상대에게 죽을 확률이 가능 높은 운명을 거스를 힘이 주어집니다.]

[‘라그 베헤모스’의 ‘종말의 권능’에 저항할 힘을 얻습니다.]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은 운명…….’

무법지대 때 발동된 것은 죽을 수도 있는 운명에 저항할 능력을 얻었다.

얼추 보면 비슷하나, 이는 천지 차이였다.

꼭 상대의 핵심 기술이나 까다로운 능력이 아닐지언정, 죽을 수는 있으니까.

다른 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대상과의 격의 차이가 큽니다.]

[#!%!#%]

[루팔로의 보옥의 ‘혼화(魂和)’ 효과로 인해 격의 차이를 일부 상쇄합니다.]

[특수한 악연 관계로 격의 차이가 일부 상쇄됩니다.]

[대상이 불완전한 상태로 반항의 연의 효과가 한계에 도달합니다.]

[‘종말의 운명을 거부하는 자’가 발현됩니다.]

‘특수한 악연이라…….’

집히는 구석이 있다. 놈은 심연의 강자 출신의 괴수.

지금은 말이 통하지 않아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제스쳐가 없지만, 메시지를 보니 높은 확률로 카시야르와 관련이 있었다.

혹은 오왕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고.

뭐가 됐든 이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지금 중요한 건 덕분에 아주 제대로 카운터를 쳤다는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설마 권능이 막힐 줄은 몰랐던 건지.

바탄의 옅게 떨려오는 목소리에 짙은 당혹스러움이 느껴진다.

키에에에!!

포효를 내지르며 발버둥 치는 베헤모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분노와 더불어 당황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에 반대로 굳은 자세를 풀고 서서히 베헤모스에게 다가오며 주변을 둘러싸는 건 일만에 달한 압도적인 물량의 이종족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선 유저들이었다.

“권능이…… 봉인 당했다고?”

“대박, 카이저가 한 거야?”

“와씨, 미쳤다. 그럼 저놈 저거 권능 관련된 건 다 못 쓰는 거 아냐.”

“저거 권능이랑 특성밖에 없는 거 같은데. 이렇게 되면…… 특성만 쓴다는 소리인가?”

“카이저! 카이저! 카이저! 카이저! 카이저!”

그리고 베헤모스의 특성은 자가복구와 저 단단한 피부를 만들어준 대괴수의 신체 두 개뿐.

대부분의 힘을 잃어 사실상 공격 능력이라곤 권능뿐인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인즉슨…….

“호오, 그렇다면…….”

“공격기가 아예 없다는 소리지?”

“그렇게 되면 할 만한 거 아닌가?”

“아아, 믿고 있었나이다. 나의 신이시여.”

저 종말의 괴수가 그저 크기 좀 크고, 재생력 뛰어난 샌드백으로 전락했단 소리였다.

멸살과 아스트, 여제, 광신도가 씨익 웃으며 손을 뿌드득 푸는 모습에 도현 또한 피식 웃으며 천변을 쥐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힘입은 듯.

아스트라와 알테리온을 선두로 한 이종족들이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오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이해는 안 되지만, 그대가 한 짓인가 보군.”

“…….”

“하늘을 집어삼킨 눈. 저놈이 위험한 건 재해에 가까운 저 권능 때문. 그게 봉인 당했다면……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어.”

“원한을 갚자고.”

그들의 말을 끝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뒤이었다.

-우리도 있다구!

-리자리자!!

-가증스러운 심연 놈들……. 저 씹어먹을 놈을 도로 지하 밑에 처넣어주겠습니다.

-응? 다시 돌려보내 주게?

-살려서 보낸다곤 안 했네.

-아하. 부관참시구나.

-리자……?

살벌한 드립을 내뱉는 지하드와, 이를 빠득 가는 찰리.

그리고 두 사람의 머리 위를 폴짝대는 엘리자였다.

그에 도현이 툭 내뱉었다.

“가볼까.”

“좋지.”

-오오오!!

와아아아아아아!!!!

떠나갈 듯 울려 퍼지는 함성에 베헤모스가 왠지 주춤거린 듯 보인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 * *

-와…….

-ㅁㅊ.

-이게 뭐임?

-ㄷㄷ;; 저거 전 심연의 강자 출신 맞냐? 뒤지게 처맞는데?

-집단린치 Xㅂㅋㅋㅋㅋㅋ

-이종족들 여간 한 맺힌 게 아니었나 본데? 진짜 맛깔나게 팬다.

-ㄹㅇㅋㅋㅋㅋㅋ

-대륙 멸망시킬 뻔했던 놈인데 당연히 빡돌지. 최소 저놈한테 친구나 가족 잃었을 거 아님.

-아 맞네.

채팅창은 지금 난리가 나 있었다.

그야말로 초 단위로 스크롤이 올라가는 통에, 방송에 익숙한 젊은 세대조차 눈이 아파 제대로 못 읽을 정도.

사실 방송이 켜진 후부터 쭉 이랬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긴 했다.

이번 대륙 퀘스트는 워낙 다이나믹한 일들 천지였으니까.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지금이 여태까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채팅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과…….

-카이저, 그는 신인가? 카이저, 그는 신인가? 카이저, 그는 신인가?

-엄마, 저는 커서 카이저가 될래요. 엄마, 저는 커서 카이저가 될래요. 엄마, 저는 커서 카이저가 될래요.

-가아아알!! 무엄하도다!! 카이저가 아니라 카신이시거늘. 어디 위대한 카신께 싸가지없이…….

-아오, 카퀴들 여기서도 설치네.

-카퀴? 카퀴?? 광신도님. 카신교님들. 여깁니다. 제가 좌표 찍어놨어요.

-카이저는 무슨, 멸살이 지금 다 해 먹고 있구만. 딜 대부분 멸살이랑 여제가 넣고 있는 거 안 보임?

-딜이야 당연히 두 사람이 더 넣어야지 ㅋㅋㅋ 권능 봉인시키고, 패링이랑 특이한 검술로 공격들 흘려주고. 지금 다해주고 있는데 여기서 딜까지 1위 하라는 건 양심 없는 거 아니냐.

-ㄹㅇㅋㅋㅋㅋ

-아니, 근데 우리 아재는 왜 취급 안 해줌? 아재가 초반에 딜 다 넣었잖아.

-아재는…… ㅎㅎ.

-아, 우리 아재 한 방 날리고 나면 시체 된다고 ㅋㅋㅋ

-ㄹㅇ 멀리서 그냥 스매쉬만 주구장창 날리는데 딜 1위가 되겠냐.

우려와 걱정이 대다수일 정도로 심각했던 이전과 같은 방송이 맞나 싶을 만큼, 가벼운 채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누가 봐도 위기였던 전과 달리, 지금은 걱정이라곤 조금도 들지 않는 레이드를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콰아아앙!

아스트가 스매쉬를 날리며 어그로를 끌고,

촤자자자작- 촤악-!

여제가 현란하면서도 불가사의한 움직임으로 베헤모스의 주변을 빙빙 돌며 회 뜨듯 난격을 퍼붓는다.

그럴 때마다 선혈이 튄다.

그걸 뒤집어쓸 때마다 점점 더 강해지기라도 하듯 움직임이 살아나는 여제.

한데 그런 그녀의 분위기가 평소보다 더 거칠고 사나웠다.

“어우, 화났냐? 왜 이렇게 거칠어?”

“시끄러. 아재가 육체 뺏겨봐. 눈으론 다 보이는데 통제는 못 하겠고, 내 의지랑 상관없이 몸뚱이는 움직여대고. 그냥 열이 뻗친다니까? 더 패야 속이 좀 풀리겠어.”

“어휴, 그래.”

푸욱! 콰아아앙!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광신도가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일격을 쏟아붓고.

휘리릭- 촤악!

푹!

주변을 떠도는 다섯 개의 마법검이 스스로 움직이며 베헤모스의 전신을 쑤시고 베고, 휘두른다.

여기서 경악스러운 건 멸살의 움직임이었다.

마법검이 베헤모스를 베고 지나갈 때마다, 지나간 곳으로 이동한 멸살이 쥐고 있는 마법검을 놓고 공중의 검을 낚아채며 휘두르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선보이는 게 아닌가.

——!!!

직접 휘두른 검의 위력은, 이기어검을 통했을 때보다 배는 더 강력해 보였다.

아마도 관련된 특성이나 능력이 있는 모양.

가뜩이나 이기어검을 통해 공격이 멈추는 시간이 전혀 없는 멸살이, 저런 기예까지 선보이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아스트라와 알테리온, 그리고 여제와 카이저 등.

수많은 강자들과 일만 명의 이종족이 우르르 달려들어 베헤모스를 요리하고 있는 와중에도 유독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시선 중엔 도현도 포함되어있었다.

‘……아까랑은 전혀 다르잖아?’

바탄과 싸웠을 때와 비교하면 아예 다른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이기어검을 통한 멈출 줄 모르는 맹공과 빈틈없는 공방은 같다.

다만, 그것 외엔 모든 게 달랐다.

‘움직임이…….’

여제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다.

여제가 사나운 맹수와도 같다면, 멸살은 차가운 살인 기계 같다.

마치 정해진 임무를 최적의 루트로 수행하듯 더없이 효율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달까.

휘릭- 탁.

그래서일 것이다.

저렇게 정신없이 휘몰아치면서도, 무기가 바뀌는 일련의 과정이 전혀 어색하거나 시간이 들지 않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최적의 루트로 이어진 것이다.

—–!!

그렇게 직접 쥔 검으로 일격을 쏟아낼 땐, 가공할 위력에 유독 큰 굉음이 터져 나온다.

그저 이기어검에 모든 걸 맡기던 바탄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

더 놀라운 건 지금도 전력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거다.

‘여유를 부리고 있었던 건가.’

아니, 그보다는…….

아마 자신의 실력을 보고 싶었겠지.

신대륙에 오기 전 아재가 한 말에 따르면, 멸살이 자신과의 승부를 기대하는 눈치라 했으니.

‘……승부라.’

문득 든 생각에 도현이 멈칫했다.

승부를 내는 건 익숙하다.

일상이 적이었던 것은 물론, 동료들과도 매번 실전과 같은 대련을 하며 승부 내기를 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단 한 사람.

3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승부를 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바로 멸살이었다.

‘검성, 그 녀석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네.’

일전에 그녀가 멸살을 두고 표현한 말이 있었다.

-그 남자의 검은 위험하다.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검이더군.

검을 철저하게 도구로써 활용하는데, 더없이 날카롭고 예리하다고.

확실히. 엄청난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이 마치 그것뿐이냐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뎀로크 때보다도 훨씬 강해진 모습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게 느껴진다.

‘긴장하고 있는 건가?’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기대감과 떨림, 그리고 뭔가 모를 고양감.

그래, 이건…….

‘……호승심.’

그것을 자각하자 심장 박동 소리가 더욱 생생하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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