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52

2부 219화.

적막 속에서 칼이 부딪치고, 불씨가 튄다.

어느 순간부터 찾아온 정적.

이게 정적인지, 너무 집중해서 들리지 않는 것인지 분별이 되지 않는다.

지금 도현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피하고, 벤다.’

열세 자루의 검이 전장을 누비며 자신을 도륙하려 하고, 눈앞에는 묵직한 대검을 휘둘러오는 멸살이 보인다.

습관처럼 패링하려던 도현이 일순 멈칫하며, 옆으로 몸을 젖혔다.

휙-

간발의 차로 어깻죽지를 스치고 가는 대검.

뒤이어 쏟아지는 검의 비를 앞으로 몇 바퀴 굴러 피한 후, 검을 휘두르려다 거리를 벌렸다.

[뇌전 이동을 사용합니다.]

파바바박-!

열 자루가 넘어가는 마법검들이 기다렸다는 듯 내리꽂히는 탓이었다.

정신없이 피하는 사이, 거리를 좁혀오는 멸살.

육중한 대검이 전신을 반으로 갈라버릴 듯 무섭게 휘둘러진다.

그냥 하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저걸 맞으면 비명횡사하기 딱 좋을 것이다.

[태중의 검, ‘그라비투스’의 특수 옵션 ‘거압(巨壓)’을 시전합니다.]

[거인의 힘을 담은 내려치기를 시전합니다.]

과거 거인이 다루었다는 설화로 유명한 검.

그 거인의 힘이 담겨있다는 것만으로, 마법검이 아님에도 마법검에 분류될 정도였으니까.

하나 피하기엔 늦었다.

뇌전 이동은 벌써 두 번 다 사용했고, 뒤잡기도 쿨타임인 상황.

평소처럼 패링하려던 도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

습관이 무섭다 하던가.

패링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혀를 찬 도현이 허벅지에 힘을 싣자 푸른 전류가 거칠게 튀었다.

파지직-!

[추가 부여 능력 ‘뇌룡(雷龍)’을 발동하였습니다.]

[뇌룡(雷龍)의 두 번째 능력 ‘집중’을 시전하여 뇌룡으로 부여한 증폭된 기운을 한 곳에 집중시킵니다.]

[발동 시 증폭된 기운을 모두 소모하기에 추가로 부여된 증폭 효과가 삭제됩니다.]

[뇌룡(雷龍)의 기운을 하체에 집중하였습니다.]

[‘뇌각’을 사용합니다.]

[하체에 뇌룡의 기운을 집중시켜 폭발적인 기동력을 얻습니다.]

[이동한 거리에 따라 기운이 점차 커지며 최대 중첩 상태가 되었을 시 ‘질뢰섬멸각(疾雷殲滅脚)’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패링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속도.

‘페리엘의 선물 – 질풍’과 더불어 키야나의 단검의 ‘헤이스트’까지 중첩된 도현의 몸은 그야말로 한 줄기 번개처럼 쏘아졌다.

파바바밧, 타앗!

멀리서 보는 관중들이 눈으로 좇기도 힘든 속도.

하나 그럼에도 열세 자루의 마법검을 모두 따돌리기 쉽지 않다.

그의 이기어검은 아음속에 가까운 최속을 자랑하니까.

[심기(心器)의 마법검, 공명검(共鳴劍)이 공명을 시작합니다.]

[시전자가 다루는 모든 검의 위력이 상승하며, 하나의 검처럼 움직입니다.]

[수호(守護)의 마법검, 벨룸 카엘리의 특수 옵션 ‘경감(輕減)’이 발동됩니다.]

[시전자가 받는 피해량을 30% 감소시킵니다. 검이 시전자 반경 5M 이내에 있는 한 상시 적용됩니다.]

[단 1회에 한하여 상대의 투사체 공격을 확정적으로 막아냅니다.]

[파장의 마법검, 수면결검(水面結劍)의 특수 옵션 ‘수면공진(水面共振)’이 발동됩니다.]

[시전자의 공격이 파장처럼 퍼져 추가 공격을 가합니다.]

……

[빙설의 마법검 ‘서리날 라타샤’의 특수 옵션 ‘글레이셜 팽’이 발동됩니다.]

[미지의 마법검 ‘환영검(幻影劍)’의 특수 옵션 ‘환영난무(幻影亂舞)’가 발동됩니다.]

하물며 이기어검만 봐도 위협적인 것들이, 하나같이 까다로운 능력까지 탑재한 상황.

정신없이 쏟아지는 마법검들의 공격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멸살까지 상대해야 하니 미칠 노릇.

[‘옵션 포식’을 발동합니다.]

[환영검(幻影劍)의 ‘환영난무(幻影亂舞)’ 옵션을 포식하여 천변(千變)에 부여합니다.]

[역천기(逆天期) 제3초식, 천(天)을 시전합니다.]

[제1계 사슬 – 명세환참(冥勢還斬) 시전합니다]

[상대의 공격을 제압한 것에 성공하여 제압한 만큼의 힘을 다음 일격에 더합니다.]

때문에 싸움의 양상은 정신없이 쏟아붓는 멸살과 그걸 철저하게 받아치는 도현의 구도로 이어졌다.

생각을 이어갈 틈이 없다.

휙- 챙! 채챙!

휘릭- 타앗!

그저 본능에 몸을 맡긴 채 피하고 휘두른다.

아니, 휘두르는 건 크게 의미가 없었다. 제대로 시원하게 팔을 뻗은 적이 손에 꼽으니까.

마치 프로그램 하나가 꼬여 고장 난 기계처럼,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작 패링 하나 봉인되었다고.

‘하, 내가 이 정도로 패링에 의지하고 있었나?’

본인조차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하기야 떠올려보면 뎀로크 시절부터 거의 모든 상황에서 패링을 썼었다.

불리하다 싶으면 패링부터 했으며, 역전의 시작을 여는 것 또한 패링이었다.

그건 갓오세에서도 마찬가지.

‘내가 어떻게 움직였었지?’

패링을 처음으로 활용해보기 전의 카이저는 어땠었더라?

동료들을 처음 만났을 때.

압도적인 체급 차이와 더불어 처음으로 만난 강적이었던 그들에게, 이긴 적보다 진 적이 더 많았던 그 시절.

어쩌면 게임을 가장 순수하게 즐겼던 그때 말이다.

‘…….’

이제는 희미해져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어가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촤아악- 푸확-!

처음에는 기존만도 못한 움직임이었다.

버퍼링에 걸린 듯 조금씩 통제를 벗어난 몸은, 춤을 추듯 흩날리는 마법검을 온전히 피해내지 못했고.

[생명력이 40% 이하입니다.]

[주의하십시오.]

그 결과는 뼈아픈 피해로 오게 되었으니까.

“패링이 없는 넌, 겨우 그 정도인가. 카이저.”

“…….”

놈의 비아냥에 구태여 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겨를이 없다 보는 게 옳았다.

과거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휘이익- 파바박!

방해꾼처럼 끼어드는 마법검들을 시야에서 지웠다.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극도로 예민해진 피부를 통해 감각이 스스로 반응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과거의 자신……, 패링을 얻기 전의 자신은 그러했다.

[경고!]

[생명력이 30% 이하입니다.]

촤아악-!

피가 튀고, 상처가 벌어질 때마다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아무래도 헛된 기대를 했던 것 같군. 역시 너에게 패링은 그 무엇보다 값진 기술이었던 건가.”

왜인지 실망한 기색이 느껴지는 목소리.

-카이저 선수,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패링이 봉인되자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패링이 카이저 선수에겐 전설급 스킬 이상의 가치라는 말이 많이 나돌긴 했습니다만…… 이게 진짜였던 걸까요?

-아아. 상대가 너무 강합니다. 멸살 선수 약점이 없어요.

아아아아- 와아아아-!

탄식과 환호가 한데 섞여 들려오는 기묘한 함성.

경기장을 잠식하던 그 모든 게 점차 옅어진다.

경보음처럼 울려대는 알림음 또한 한없이 멀리 느껴졌다.

이윽고 경기장에 있다는 인식마저 사라진 순간.

“아.”

정신이 멀어지며 도현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비록 파편에 불과하나, 몸이 먼저 잠들어있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그때의 자신은 보다 저돌적이고, 과감했다.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며 수를 읽고 카운터를 치는 게 아닌, 먼저 달려들어 사전에 공격을 차단했다.

이렇게.

“……!”

내내 피하던 도현이, 우뚝 멈춰섰다.

여긴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이다.

어깨에 검이 박히더라도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게임.

초창기의 도현은 그것을 무엇보다 잘 이용했다.

꽈악.

날아오는 마법검을 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왼쪽 어깻죽지를 내주었다.

그리곤 검을 낚아채더니…….

타앗, 빠악!

번개처럼 품으로 달려들어 기습적인 니킥을 가하자, 멸살의 눈동자가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멸살이 곧장 반격하기 위해 대검을 짧게 올려치려는 순간.

턱,

멸살의 손잡이를 발바닥으로 막은 도현이, 그 반동력을 이용해 뒤로 거리를 벌렸다.

파바박!

그러자 두 사람 사이로 마법검이 우수수 박힌다.

마법검의 상당수가 지면에 박힌 짧은 틈.

그 틈을 비집고 파고든 도현이 철쇄천겁을 크게 휘둘러 넓게 펼쳐냈다.

마치 그물망으로 물고기들을 수확하듯이.

[제5계 사슬 – ‘나락천라(奈落天羅)’를 시전합니다.]

사슬의 안에 휘감긴 모든 것을 잠깐이지만 묶어두는 기술.

천라지망과 흡사한 기술이었으나, 차이가 하나 있었다.

움직임만을 제압하는 천라지망과 달리 일시적으로 스킬을 봉인한다는 것.

물론 범위가 천라지망처럼 넓지는 않기에 이렇게 대놓고 쓰면 당할 확률이 높지 않았고, 멸살이 당해줄 리는 만무하다.

휙, 타앗-!

하지만 ‘회피’라는 확실한 동작을 이끌어내는 것은 가능했다.

범위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나는 곳은 옆이나 뒤가 아닌, 위.

마법검들이 곧장 지원 올 수 없는 지금.

높이 뛰어오른 멸살은 완벽한 무방비 상태였다.

꼬챙이에 막대기를 꽂아 넣듯 곧장 검을 찔러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도현은 한 차례 더 압박을 가했다.

[+15 천변(千變)이 ‘카야나의 단검’으로 변형됩니다.]

“!”

한 줄기 번개가 되어 쏘아진 도현이 단검으로 변형한 천변이, 정확히 멸살의 심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제 멸살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는 대검을 들어 막아내는 것뿐.

한데 그 순간이었다.

[강화된 에고를 시전합니다.]

휘익-

“체크메이트다, 새끼야.”

“뭐……?”

검면을 틀어막으려는 찰나, 무형의 기운이 개입하더니 검로를 바꾸었다.

짐승 같은 감각으로 재빨리 통제하긴 했으나, 한발 늦은 후였고.

[★급 특성 ‘파괴하는 내면의 마창 [룬도]’를 시전합니다.]

[마창이 제자리에서 폭발하여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시전자 또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으나 이 피해로 생명력이 1%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주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마치 사냥을 준비하는 맹수처럼.

이때만을 기다렸던 도현이 눈 깜짝할 새 달려들어 마창을 꽂아 넣었다.

데미지만큼은 아재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초월 특성.

다만, 시전자 또한 피해를 입기에 자폭기로 최후의 순간에 사용해야 하는 기술이지만…….

씨익.

도현이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신의 눈물의 첫 번째 능력을 사용합니다.]

[2초간 무적 상태에 돌입합니다. (쿨타임 90분)]

“내가 원산지 좋은 치트키가 하나 있어서 말이야.”

자폭기?

고대 오왕의 산물 앞에선 그저 리스크 없는 절명기였다.

“……젠장.”

도현의 말과 함께 가슴에 박힌 마창을 내려다본 멸살이 이를 악물었고.

콰아아아아앙-!!!!

곧이어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충격이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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