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252화.
파명검(破命劍).
운명을 깨트리는 검. 도현이 걸어온 길이자 관철한 신념이며, 이는 놀랍게도 카시야르가 걸어온 길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더없이 완벽한 운명을 개척하였습니다.]
[자신만의 역천기(逆天期)를 완성하여 ‘파명검(破命劍)’ 신화급 스킬로 격상합니다.]
[격이 상승합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아르케온에게 더없이 완벽한 인정을 받았습니다. 보상이 최대치로 강화됩니다.]
[압도적인 격의 상승으로 초월(超越)에 변화가 생깁니다.]
역천기가 성장형 스킬인 이유는, 완성했을 때의 등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었는데.
그중 도현의 파명검(破命劍)은 최종 등급인 신화급으로 지정되었다.
하물며 진(眞) – 천변(千變 ) 또한, 진정한 형태를 되찾으며 신화급에 도달한 상태.
이게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파명검(破命劍) – 멸(滅)을 시전합니다.]
—–!!!
‘신화’에 도달한 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
한 마디로 뒤지게 강하다는 뜻이었다.
“미친……!”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위력이야!?”
“내, 내가 뭘 본 거야?”
그것은 쓸데없이 거창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
그저 검기였다.
대지를 반으로 가르며 전방의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압도적인 검기.
[종말(終末)의 권능 – 종언의 갑각이 충격을 발현합니다.]
[운명을 거슬러 신화에 도달한 지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종언의 갑각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예언의 남자임이 확인됩니다,]
[약조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공격에 온전한 피해를 받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 모든 것에는 카디움의 신체나 권능도 포함되었다.
여태 카디움이 모든 공격을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던 이유는, 약조로 이루어진 피해 면역과 강력한 종말의 권능 때문이었다.
모든 것에 그 끝을 고하는 사기적인 권능.
그것이 약조의 보호와 함께하자, 무적에 가까운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파명검(破命劍) – 혼(魂)을 시전합니다.]
[대상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여 마나의 흐름을 깨트립니다.]
[타이밍을 맞출 시 시전 중이던 능력에도 간섭할 수 있으며, 그 힘에 따라서 권능마저 간섭할 수 있습니다.]
서걱-!
하지만 그런 것들은, 도현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모두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크으으…….
“너도 네 몸 잘릴 땐, 비명을 지르는구나.”
-……건방진.
더는 막아낼 수단이 없으니, 카디움이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당연지사.
하나 그저 피해를 입은 것뿐, 치명상은 아니었다.
-착각하고 있구나, 계승자여.
비록 신좌를 잃었으나, 그는 과거 정점을 노리던 신화신.
영혼 그 자체를 베는 게 아닌 이상, 육체의 손실쯤은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했다.
스르르- 까드득,
-이 정도는 나에게 어떠한 피해도 줄 수 없다.
조금 전의 검기로 인해 통째로 날아갔었던 왼팔이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전보다 더 완벽한 몸으로.
-그대는 이제야 겨우 나와 맞설 수 있게 된 것뿐.
그렇기에 달라지는 건 없다.
전에 비해 확연히 강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카디움의 존재감에 비하면 도현의 격이 더 미약한 것이다.
-나는 종말의 신, 카디움. 겨우 이 정도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
하물며 이곳에 있는 건 카디움만이 아니었다.
[크흐…… 흐……. 나를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릇이여…….]
“……불멸의 주인.”
[네 놈과도 질긴 인연이로구나. 분명, 그때 나를 죽일 수 있다고 했었지…… 그래, 그렇다면 어디 보여다오……. 나에게도 죽음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지……!]
그어어어어- 그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멸의 주인과 심연의 눈 너머에 도사리는 그의 군단들.
저 군단의 마수 하나하나가 대재앙에 버금가는 괴물들이었다.
아직 웨이브가 열리지 않아 바라보고만 있을 뿐.
전투를 이어가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저들이 하나둘씩 전장에 끼어들겠지.
그뿐이랴.
[너희들에게…… 주어진 길은, 오직 파멸뿐……. 대업을 이룰 위대한 심연의 양분이 되어라…….]
“미, 미친!”
“끄아아아!”
-크허억!
본체의 모습으로 전장에 투여된 파멸의 주인은, 그야말로 자연재해나 다름없었다.
푸른 불꽃을 뿜는 철퇴를 휘두른 순간.
끔찍한 굉음과 함께 지면이 반으로 갈라지며 삽시간에 일대가 불바다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파멸의 주인이 파멸의 권능 – 파계멸추(破界滅墜)를 시전합니다.]
[파멸의 힘이 담긴 일격을 가해, 근방의 모든 적들을 파멸의 길로 인도합니다.]
닿는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끔찍한 권능.
그 앞에선 정예 기사고, 드워프고, 유저고 할 것 없이 공평했다.
팅, 티잉-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눈이 돌아 공격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갑옷에 막혀 터무니없이 초라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파멸의 주인이 파멸의 권능 – 청염천추(靑炎天墜)를 시전합니다.]
[푸른 화염의 불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킵니다.]
“아…….”
-끄아아아아! 누가, 누가 불 좀 꺼줘 제발…….
“흐이익!”
그 대가는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이었고.
[심연화의 진행이 가속화됩니다.]
[심연화의 진행 수치가 높아짐에 따라 두 번째 웨이브가 일어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심연화가 일정 수치 이상 진행될 때마다, 심연 웨이브가 진행됩니다.]
[3웨이브 단위로 심연의 강자들이 강림합니다.]
[현재 웨이브 : 2]
크르르…… 크르…….
그어어—!
또한, 파멸을 이어갈 때마다 어둠이 솟구치며 심연화가 가속되었고.
심연의 눈을 통해 마수들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미친, 이건 해도 해도 너무 많잖아……!
그 수가 무려 저번 웨이브의 2배가 넘어갈 정도.
하물며 마수들의 1웨이브 때의 재앙들에게 밀리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강력했다.
콰아아아!
월령단의 편에 선 심연의 마수들쯤은, 한 번의 공격으로 짓이길 만큼 거대한 덩치를 가졌거나, 그만한 힘을 지닌 존재들.
대륙에 나왔다면, 하나하나가 대륙 퀘스트를 일으킬 대재앙들이었다.
‘……삼파전이라.’
저 무시무시한 것들이 상대의 편이 아니란 게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보다 꺼림칙한 변수가 없었다.
[심연의 강자, ‘분노의 주인’이 이곳을 바라봅니다.]
[심연의 강자, ‘철혈의 주인’이 이곳을 바라봅니다.]
아직 강림하지 못한 심연의 강자가 족히 둘이나 더 있었으니까.
3웨이브 당 한 번…….
즉, 앞으로 4번의 웨이브만 진행되어도, 저 둘 다 전장에 참여하게 된다는 소리다.
하물며 이미 나온 강자 중 하나는, 자신에게 제대로 꽂혀있는 상황.
-그대가 아무리 강해졌더라도, 저 더러운 놈과 나를 모두 이길 수는 없다. 그대가 데리고 온 수하들 또한, 결국 먹히고 말겠지.
“…….”
-결국, 그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마지막까지 발악하다 한계를 맞이하고 천천히 스러져가는 것뿐.
도현이 입을 다물었다.
-그대 혼자서는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맞는 말이다.
‘지금’의 도현은 카디움 하나조차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든 게 맞았으니까.
불멸의 주인과 심연의 군단들까지 혼자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너야말로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뭐라?
“나는 혼자 왔다고 한 적이 없는데.”
……그래, ‘혼자’라면 말이다.
—-!!!
갑작스레 들려오는 하늘을 찢는 듯한 포효에 카디움과 불멸의 주인이, 눈을 부릅 뜨며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유저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압도적인 격을 지닌 존재의 포효를 들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기운에 짓눌립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감소합니다.]
[모든 속도가 20% 감소합니다.]
[모든 상세 능력이 20% 감소합니다.]
“크, 크아악!”
“뭐, 뭐야. 귀가…… 귀가 안 들려.”
“이 소름 끼치는 포효는 대체…….”
“이런 미친, 나 디버프 걸렸는데?”
“포효 한 번에 이게 대체 뭔…… 어?”
“위! 위를 봐!”
그저 울부짖는 것만으로, 이곳의 모든 종족들에게 압도적인 공포감을 심어주는 존재.
이런 게 가능한 종족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위대한 하늘의 지배자.
태초에 탄생한 첫 번째 왕좌의 주인이자, 마법의 종주들.
[바하르곤의 용들이 전장에 합류합니다.]
—–!!
“……용족!?”
“미친, 용족이 진짜 있었어?”
“와씨.”
여명의 빛이 드리우는 하늘을 누비며 등장한 스무 개체가 넘는 드래곤들의 포효에, 유저들이 경악했다.
하나 그 충격은 이종족들이 더욱 컸다.
-바하르곤의 용……! 진짜 용족이로구나!
-용들은 분명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데 어떻게…….
-맙소사, 이런 얘기는 없지 않았나, 드워프들이여!
-이,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카, 카디움이시여!
집행자들의 진영이나 대항자들의 진영 할 것 없이, 혼돈의 도가니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하르곤의 용들이 나타났다는 건…….
[태초(太初)의 용이자 첫 번째 왕좌 바하르곤의 주인]
[용왕(龍王), ‘드라카르 바하르곤’이 전쟁에 참전합니다.]
태초룡이자 바하르곤의 주인.
평생을 모든 용들의 왕으로 군림해온 지고한 흑룡.
-……드라카르.
[크흐…… 흐하하하!!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어.]
용왕(龍王), 드라카르 바하르곤.
-약속을 지키러 왔다, 친구의 후예여.
그가 전쟁에 참여하는 순간이었다.
태초(太初)부터 존재해온 고대룡.
기본이 10M가 넘어가는 다른 용들조차 어린아이처럼 보일 만큼 거대한 크기가, 하늘을 채우자 전장이 어둠에 잠겼다.
드라카르가 태양을 가리며 전장 전체에 그림자가 진 것이다.
“저, 저게 말이 되는 사이즈야?”
“100M는 넘는 거 같은데…….”
“저 정도면 해왕이랑 비슷한 크기 아니냐고.”
“아니, 이건 아니지!”
“씨X 이게 맞냐?”
“대박, 미쳤다!”
“그래, 이거지! 이거라고. 크으!!”
그 아득한 크기에 누군가는 절망을, 누군가는 기쁨의 포효를 내지르는 모습.
하지만 놀라긴 아직 일렀다는 듯, 드라카르가 입을 벌렸다.
그러자 공간이 뒤틀리더니, 순식간에 하늘 전체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반투명한 마법진이 새겨졌다.
[태초(太初)의 룡이 고대의 용언(龍言) – 용성천멸(龍星天滅)을 시전합니다.]
[특성 ‘마도군주(魔導君主)’가 발동되어 마력의 술식이 불필요해집니다.]
[모든 마법의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용언 계열 마법의 격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미친…….”
-아아…….
-맙소사.
어째서 용이 마법의 종주라고 불리는지.
그런 이들의 왕이 발휘하는 마법은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
쿠구구구구구-
수백, 수천 개로 나누어진 별의 파편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수한 유성들이 그것을 여실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