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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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암습(4)>잠사서생 덕훈과 최화수사 감응보의 인적을 찾던 무한지부 지부장은 급하게 소식을 전하는 문도의 말에 초월장원으로 향했다.

“큰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니?”

“네. 장원 전체가 대낮처럼 번뜩인 이후에 한참 있다가 다시금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투가 벌어졌다면 그가 진 공자가 찾던 상대였다는 이야기고, 한 번의 전투가 일어났다면 그다음의 전투는 없는 것이 당연할진대…….

정보의 편린을 가지고 전체를 그리는 것이 그의 일이긴 하나 이런 단편적인 정보만으론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럴 땐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제일.

전력을 다한 신법으로 날 듯이 초월 장원에 다가갔을 때.

쾅! 콰콰쾅! 콰콰콰콰쾅!

고막이 찢어질 듯 굉음이 울려 퍼지며, 동시에 눈을 찌르는 듯한 광채가 번쩍거렸다.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채 지부장이 물었다.

“장원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지?”

“한 이백(二百) 장 정도 될 겁니다.”

이백 장 거리에서 이 정도의 영향력이라니.

“전투가 시작된 후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지?”

“한 식경은 넘었습니다.”

“…….”

고수들의 비무가 촌음 만에 결정 나는 걸 고려하면 지나치게 길다.

이는 곧, 장원 안에서의 싸움이 단지 비무 수준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닌 생사결을 치르고 있다는 증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진소운이 아무것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지만, 송백풍사를 흉내 낸 인물만 봐도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단 건 알겠다.

당장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순 없겠지만 일련의 단편적인 일들만 봐도 어딜 도와야 할지는 자명해진다.‘더구나 진 공자는 식객.’판단이 내려진 이상 행동은 빨랐다.

“지부 내 퇴근한 인원들 모두 깨워. 그리고 지금 이 시간부로 무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모두 샅샅이 보고하라고 해.”

“어디까지 보고하라 할까요?”

정체를 숨긴 자가 무한까지 숨어든 이유는 대체 뭘까.

“술안주로 뭘 시켰는지까지 보고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무사들은 백오십 장까지 접근시켜서 경계하라 하고. 그리고…….”

퍼벙

– 퍼억 펑! 쿠콰콰쾅!

문제는 저 빛과 굉음이다.

이 오밤중에 소란이 지속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계속 끌 수밖에 없을 터.

사람들이 모이면 정보 차단이 어려워진다.

아직 잠사서생과 최화수사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

최대한 빨리 판단해야 한다.

“이 근처 논이 어디 있지?”

“장 노사가 가진 논들이 꽤 됩니다.”

“장 노사라…….”

잠시 생각하던 지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 쥐불놀이 한번 하자.”

“갑자기…… 말입니까?”

지부장이 인위적인 빛이 수놓인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빛을 숨기려면, 더 큰 빛 사이에 놓는 게 낫겠지.”

하오문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좀 이르지 않습니까.”

보통 쥐불놀이는 겨우내 잠들어 있다 봄에 깨어나는 병충해들을 태워버리려고 일부러 불을 지르기에, 아직 계절이 일렀다.

벌써부터 불을 지르면 땅 주인인 장 노사는 물론이고, 소작으로 먹고사는 이들 역시 불만을 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는, ‘일반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것.

“정보상이 정보를 모으는 이유가 뭐냐.”

“그야 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죠.”

“그럼 정보를 파는 이유도 생각해 봐야지.”

“장 노사가 불만을 품거든 악양에 숨겨둔 혼외자를 알려줘라. 소작농들도 장 노사더러 알아서 진정시키라 하고.”

“아!”

깨달음과 함께 하오문도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대의 논들에 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앗

– 퍼버버버벙!

겨우내 바짝 말랐던 볏짚들은 마치 기름에 절인 듯 크게 타올랐고, 거기에 마른 장작을 집어넣자 불길은 장원에서 터져 나오는 불빛을 집어삼킬 정도가 되었다.

거기에 더불어 시끄러운 악기까지 급하게 가져와 신나게 두들기며 춤을 추는 시늉을 하자.

불빛을 보고 다가오던 이들은 행여나 왈패들에게 해코지라도 당할까 뒤로 물러섰다.

쾅! 콰콰쾅!

그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에도 장원에선 굉음과 광채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벌써 반 시진이 다 되어 가는 데…….’지부장은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현 상황을 그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

반 시진 동안 그저 달리기만 하라 해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니 제아무리 무인이라 한들 전력을 다해 싸우는 시간이 반 시진이나 되어가면 체력적 한계에 다다르는 것이 당연지사.

지부장은 슬슬 장원 내부에 있는 진소운의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황금색과 붉은색, 검은색이 어지러이 얽힌 기운이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현세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그 광경에 넋이 나간 것도 잠시.

더 이상 장원 내부에서 굉음이나 광채가 뿜어지지 않는단 사실을 인지했다.

“끄, 끝난 걸까요?”

함께 그 광경을 바라보던 문도의 혼잣말.

지부장이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저 안에서 과연 누가 나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

“지부장님. 접근할까요?”

진소운이 나온다면 최고의 결과겠지만, 다른 이가 나온다면 하오문에 엄청난 피해가 생길 것이기에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지부장은 제 의지를 다지듯 주먹을 꽈악 쥐었다.

“접근한다.”

만약 진소운이 위중한 상태라면 구하는 것이 하오문의 의무니까.

무사들을 중심으로 장원 근처로 천천히 다가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리선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장원의 상태가 여실히 드러난다.‘이 무슨…….’방치된 장원이라곤 하나, 일 년 전까지 영업이 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그 전의 주인이 완벽하게 수리를 마친 뒤 사용하던 장원은.

이제 장원이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어려운 모습이었다.

담벼락은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전각은 지붕이 날아가거나 건물 일부가 완전히 소실되었다.

대리석을 깔아둔 조경은 그 흔적조차 살필 수 없는 상태인 데다 땅거죽이 사방으로 헤쳐져 있었다.

정녕 이 장원 내에서 전쟁이라도 치른 것이란 말인가.

내부로 들어갈수록 처참한 광경 역시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져 간다.

잘린 팔, 잘린 다리.

누군가의 것으로 보이는 피부 조각과 발 디딜 틈 없이 산재한 핏자국.

멀쩡하게 남은 시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화골산에 의해 녹아내린 듯 천 조각과 살 조각이 뒤엉킨 뭉텅이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멀쩡한 것들이라면 주인을 잃어버린 무기 정도였다.

전투의 흔적이라기보단 인세에 지옥이 내려앉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상황.

그때.

우뚝.

가장 앞서 걷던 무사가 돌연 걸음을 멈췄다.

달그림자가 슬쩍 지나가는 순간, 한 인영의 모습이 잠깐 드러났고.

그 모습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그지없었다.

웃통은 모두 찢겨 나간 채 핏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남자.

“하아, 하아, 하아.”

조금 지친 듯 숨을 몰아쉬던 야차…… 아니, 사내가 천천히 이편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의 두 눈에서 붉은 광채가 번쩍거리며 하오문도들에게 살기를 폭사했고.

하오문도들은 천적이라도 만난 양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러나 이내 붉은 광채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태연한 음성이 툭 하고 던져진다.

“아, 오셨습니까?”

지부장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지, 진 공자님 맞으십니까?”

“어두워서 뭐가 잘 안 보이나 보군요. 저 맞습니다.”

그때 마침 달이 제 모습을 드러내며 진소운의 모습 역시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 몰골에 하오문의 무사들마저 흠칫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진소운은 주위에 흩어진 살 조각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독한 놈들이더군요.”

“호, 혼자 다 처리하신 겁니까?”

“도망가려는 놈들이 있었는데 다행히 다 잡았습니다.”

별것 아니라는 듯 담담히 내뱉는 진소운.

“……

그, 그렇군요.”

지부장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무한 쪽은 어떻습니까? 이놈들이 이렇게 나오는 거 보면 뭔가 단단히 준비한 것 같은데.”

지금 자고 있는 이들도 모두 깨워서 무한에 풀어놓았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침을 꼴깍 삼킨 지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놈들의 정체가 대체…….”

하지만 지부장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오문도 하나가 급하게 들어섰다.

“무, 무림맹에 비상이 터졌습니다!”

“비상?!”

“네! 내전을 폐쇄하고 모든 무각이 긴급 출동한 상태입니…….”

퍼펑.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심장을 쿵 떨어지게 만드는 살기가 공기를 짓눌렀다.

기겁하며 살기의 근원으로 고개를 돌리는 하오문도들.

이윽고 진소운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파파팍!

그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순간, 땅거죽이 파도처럼 사방으로 폭사했다.

그 거대한 기운에 미처 놀라기도 전에.

진소운의 신형은 이미 어두운 밤하늘로 사라진 뒤였다.

대체 무슨.”

“지부장님! 어, 어찌할까요?!”

지부장 또한 얼떨떨하긴 마찬가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비상 때려! 하던 임무들 다 멈추고 이쪽으로 집중하라고 해!”

뭐가 되었든, 이번 일이 향후 강호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으리라고.#잘그락, 잘그락.

손안에 든 작은 자갈돌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몇 개 안 남은 자갈돌을 매만지던 당서희가 툭

– 내뱉었다.

“위험했던 것이야.”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잊었는가.”

당서희가 양 볼을 부풀리며 용소아를 바라봤다.

“너하곤 말이 안 통하는 것이야! 내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확실히 의외의 행동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

용소아가 발밑에 놓인 흉수의 시체들을 내려다보며 무감하게 말했다.

“인간의 본능을 거슬러 움직이는 존재라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

꽈악

-돌을 바닥에 집어 던진 당서희가 용소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내가 다른 암살자를 막지 않았다면 너 혼자 이놈들을 상대하기 힘들었던 것이야!”

하얀 무복에 모래 가루가 묻자 용소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 놓쳐버렸지.”

용소아의 시선이 제갈소명의 처소로 향했다.

제갈소명을 전담하던 네 명의 호위 중 세 명이 결국 죽어버렸다.

실력의 고하가 문제가 아니었다.

제갈소명의 호위를 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강호에서도 손꼽히게 강한 자들이란 뜻이니까.

문제는 그들의 각오.

“몸이 녹을 때 얼마나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는지 아는 것이야?”

비상종이 울리자 출동한 무사들과 호위들 수십 명이 전각을 지키고 선 와중에, 반쯤 녹아버린 호위들의 시체를 세(三) 구 가지고 나왔다.

그 모습을 응시하던 용소아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 수 없지.”

“난 전에 넷째 손가락 피부를 녹여본 적이 있는 것이야.”

당서희가 자신의 손바닥을 쫙 펴 보였다.

은근하게 네 번째 손가락의 색깔이 달랐다.

“그래서…… 난 이 독만큼은 원수에게도 쓰지 않겠다 각오했던 것이야.”

“그 정도로 예상할 수 없었던 존재들이다.”

분명 평소처럼 무심하건만, 용소아의 음성엔 어딘지 모르게 자괴감이 깃들어 있었다.

“쯧쯧, 뭔 큰일들 났다고 이 오밤중에 난리들이야.”

전각에서 제갈소명이 혀를 차며 밖으로 나왔다.

“총군사님, 아직 흉수의 정체가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안에 들어가 계시는 게…….”

호위의 제언에 제갈소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나 따위 늙은이보다 젊은 친구들이 죽는 게 낫다는 말인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뭐 얼마나 대단한 인물 지키겠다고 목숨을 던져, 던지길.”

제갈소명이 전각 밖으로 옮겨지는 세 구의 시체를 보며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난 만통부로 갈 테니 비상 해제하고 최소 호위만 남긴 채 복귀시키게.”

“하지만 총군사님…….”

“맹의 외전에 수백의 경비가 있고 내전엔 기문진식이 곳곳마다 숨겨져 있지. 그럼에도 무림맹의 내전이 뚫렸어. 그런데도, 이 이상 경비를 추가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

결국 고개를 끄덕인 호위가 뒤로 물러났다.

다시 한번 전각 주변을 바라본 후, 만통부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제갈소명이 당서희와 용소아의 앞에 섰다.

“대답하거라.”

그러곤 두 사람을 금방이라도 꿰뚫어 버릴 듯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희 두 사람이 내 곁에 알짱거린 것이 이번 일과 상관있느냐?”

총군사의 질문에도 용소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제갈소명의 시선이 당서희에게로 향했다.

“혹 진소운 그놈이 부탁한 것이냐?”

당서희는 딸꾹질까지 하며 눈에 띄게 말을 더듬었다.

“나, 나는 딸꾹

– 모르는 것이야. 그저, 그저 딸국

– 배움을 위해 와, 왔던 것이야.”

요.”

제갈소명은 당서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정말 모를 놈이군.”

이내 몸을 돌려 전각을 나섰다.

잠시 뒤, 당서희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지, 진정한 협객답게 아무 말 하지 않은 것이야.”

용소아의 흐린 시선이 당서희에게 닿았지만.

“나는 진정한 협객인 것이야.”

주먹을 불끈 쥐며 눈빛을 빛내는 당서희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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