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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적 복수(7)
육가창식.
대장군부의 무공이자 수백 년간 황실 군부의 역사와 함께 이어 내려온 비전.
열두 식의 창법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수없이 개량되고 발전되어 이제는 황실 군부 대부분의 무공이 이 육가창식에서 출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그야말로 소림의 달마경, 무당의 태극권, 마교의 천마경처럼 군부의 뿌리가 되고 기둥이 되는 무술.
북경 육가의 노비였던 좌대기는 그런 무술을 훔쳐 무림맹으로 도망쳤다.
그의 겁대가리 없는 행보에 무덤 털이 출신인 두천강마저 혀를 내둘렀을 정도.
하지만 좌대기는 되려 당당했다.
“씨이이벌! 내가 원해서 노비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내 어미가 욕보이고 아비가 자살하는 꼴까지 보고 나면 자살하든지 씨발새끼들한테 엿을 멕이든지 둘 중 하나는 하고 싶은 거 아냐? 안 그래?”
그가 무림맹을 택한 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군부에 가장 제대로 엿 먹일 수 있는 장소를 택했고 그곳이 무림맹이었을 뿐.‘가만…… 그럼 이번 생에선…… 설마 이 새끼 사흑련으로 가는 거 아냐??’전생에서야 무림맹밖에 없으니 여기로 왔다지만 그놈의 괴팍한 성미상 사흑련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에 못내 불안감이 피어오른다.‘시발, 안 되는데…….’놈이 보고 싶다는 둥 동료애가 있어선 아니고…….
못 갈구잖아!!! 당한 거 두 배로 갚아줘야 하는데 씨바.
아무튼 놈의 성미를 대변하듯 바뀐 육가 창식의 묘리는 공격과 파괴의 일변도였다.
촤
– 촤
-나무를 뿌리치며 달려오는 추적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마차 위에 선 나를 견지하듯 다들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내공을 집중시켰다.
휘이이잉
-좌대기 그놈이 이름 붙인 흉호창이란 웃기지도 않는 창법이 손 안에서 마구 들끓기 시작한다.
드드드드드드
-기의 힘으로 회전하기 시작한 창은 어김없이 여리디여린 손바닥을 아작 낸다.
애당초 둥근 창이니까 돌릴 수 있다는 개념을 토대로 창안된 이 창법은, 적의 신변은 물론 자신의 안위 따윈 고려하지 않은 공격법이니까.
그리고 그런 각오는 상대에게 더욱 큰 피해를 안겨 준다.
흉호창흉호조북경 육가의 도련님들이 상처 입은 호랑이를 마무리하려다 도리어 죽임당하는 꼴을 보고 만든 초식.
창식에서 뻗어나간 창기가 맹렬히 회전하며 추적자의 가슴을 때린다.
검기를 휘둘러 막아서려던 추적자는 맹렬하게 회전하는 창기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화살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우직끈
-강대한 파괴력을 넘어서 시전자마저 상처 입히는 무식한 공격법이 더해지자, 추적자의 가슴에는 사람 머리통만 한 커다란 상흔이 강렬하게 남았다.
“!”
추적자들의 눈가에 이채가 어리는 것이 느껴진다.
강호의 무공과는 엄연히 궤가 다른 공격 일변도 군부의 무공.
예를 갖추어 싸우는 일반적인 수련만 해온 사람들로 하여금 어찌 대항해야 할지 당황하게 만든다.
흉호창흉호아맹렬하게 회전하며 쏘아져 나가는 창기를 간신히 피했던 추적자는 이내 몸을 숨긴 채 맹렬히 쏘아지는 창기를 발견하곤 눈을 부릅뜬다.
급격하게 몸을 비틀고 검기를 때려 박아 보지만, 이미 회전하는 창기는 흡자결의 묘리마저 품고 있기에 게걸스레 먹잇감을 집어삼키곤 갈기갈기 찢어 발긴다.
“끄아아악!”
오른팔이 걸레짝이 된 채 바닥에 나동그라진 추적자를 향해 조금의 틈도 허하지 않고 다시금 창기를 쏟아낸다.
퍼퍼퍼퍼펑정통으로 내리꽂아지는 창기에 다른 추적자가 쓰러진 추적자를 구하기 위해 급박하게 달려간다.‘걸렸다.’나는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동시에 흉호창의 세 번째 초식을 쏟아냈다.
흉호창흉호포마치 흉호조를 대여섯 배로 키운 듯 커다랗게 쏟아지는 창기.
그것은 단숨에 추적자 두 사람을 집어삼킨다.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지 않으려 애를 쓰면 쓸수록 피해는 더욱 극심하게 커진다.
“끄어억!”
“아, 안 돼!”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지는 두 사람.
남은 추적자들의 눈동자에 당황한 빛이 어린다.
이토록 참혹한 공격을 주저 없이 행하는 것에 경악했겠지.
목적이 결국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다다랐다 해도 그 시작점은 엄연히 다르다.‘도와 깨달음’을 위한 수련의 일환에서 시작한 무도와 ‘효율적으로 인간을 청소’하기 위한 군부의 무술은 엄연히 다른 궤를 가지니까.
더구나 세상을 향한 좌대기의 ‘악의’가 가득 서린 ‘흉호창’은 마기만 풍기지 않을 뿐, 백도의 무공이라 볼 수도 없다.
새삼 육가창식의 대단함이 느껴진다.
만약 좌대기가 육 식이 아닌 열두 식 모두를 훔쳐 도망쳤다면 녀석은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진 않았을 거다. 놈이 죽은 뒤 얼마 되지 않아 황실 군부에서 좌대기를 잡으러 왔었으니까.
남의 무공. 그것도 북경 육가의 무공을 훔쳐 놓고 마교의 손에 죽었으니, 녀석 입장에선 나름 호상인 셈이었다.
위이이잉
-고속으로 회전하는 창대를 따라 창날이 무섭도록 빠르게 회전한다.
화려한 변초로 쇄도해 오는 검식을 아주 단순하게 찔러 들어간다.
끼리리리리리릭──검면과 맞붙은 창극은 마치 검 그 자체를 꿰뚫어 버릴 듯 미친 듯이 파고든다.
그 기력의 전달은 이내 상대에게 당황스러움을 선사하고, 추적자는 검을 비틀어 창격의 범위를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창이 왜 창인가.
길기 때문에 창 아닌가.
창대를 뒤로 쭉 뽑아 든 나는 그대로 놈의 단전을 찔러 들었다.
푸욱──추적자는 이런 일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눈을 부릅뜬다.
“꼴값 떨지 마라. 이 정도 각오도 않고 암살행을 나섰던 거냐.”
“……
끄어억.”
세상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생각했을 정도회의 졸개.
그러나 이젠 자신의 위치를 뼈저리게 자각했을 추격자 놈을 발로 찼다.
그의 신형이 마차 밑으로 떨어져 바닥을 뒹군다.
남은 추적자들은 표적을 쫓는 것과 부상자를 돌보는 것 중에 고민하다 이내 결정을 내렸는지 부상자에게로 달려갔다.
온몸을 뚫어버릴 듯, 노골적인 적의가 나를 향한다.
그렇게 노려보면 뭐 어쩔껀데.
나는 다시 자세를 다잡았다.
정말 옛 선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자신들의 잘못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놈들에겐 매가 답이지.
흉호창흉호출수살벌한 창기가 극한의 회전력으로 공기를 가르며 놈들에게 쏟아진다.
혼비백산한 추적자들이 부상자를 보호하기 위해 검을 내질러 보지만.
끄억
-캬악
-비명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양팔이 걸레짝으로 변한다.
핏물을 질질 흘리는 놈들을 향해 나직이 알려주었다.
“놈을 두고 도망갔으면 다 죽여 버렸을 거다.”
“…….”
놈들은 얼빠진 눈동자로 멍하니 마차를 올려다봤다.
나는 미련 없이 놈들에게서 돌아섰다.
그리고 신호탄을 날렸다.
자, 군부의 창법이 나타났다. 청수진인 당신은 이제 어쩔 것이지?
보고를 받으며 똥 씹은 표정이 될 청수진인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슬쩍 지어졌다.#펑!
아침 해가 서서히 고개를 드러내긴 했지만 아직 사위는 어두웠다.
덕분에 먼 동쪽에서 피어오른 신호탄의 소리와 푸른 색깔은 확실하게 식별되었다.
은호는 그 신호탄을 보며 안도했다.
붉은색 신호탄이 터졌으면 자신들의 목적지는 곧장 사흑련이 되었을 테니까.
어쩌면 오르게 되었을지도 모를 당주 자리에 대한 아쉬움은 금방 접었다.
금표와 동룡이는 얼굴에 두르고 있던 두건을 풀어 품 안에 넣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비실비실 웃고 있는 금표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은호는 빈정이 상했다.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최근에 부모님을 만나고 와서 느낀 건데…… 우리 많이 변하지 않았냐?”
이 상황에 갑작스레 그런 이야기는 왜 꺼내는지.
“그렇잖아. 방앗간이나 도우며 살아갈 줄 알았던 평범하디 평범하던 우리가…… 지금은 몇 명이 우릴 추적하는지 속속들이 다 파악하고 있으니까.”
하긴 생각해 보면 경천동지할 일이긴 하다.
동네 어디를 가도 자신들과 같이 평범하다 못해 평균 이하인 이들이 차고 넘칠 거다.
그런데 그 세 형제가 무림학관을 졸업하고 이제는 정도회의 인원들을 상대로 특수 작전을 벌이고 있다니.
예전에 하늘 같아 올려다보기 조차 두려웠던 정도회의 무사들이 지금은 한낱 상대해야 할 적으로만 보인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아무리 그래도 긴장은 좀 하자 형. 이거 위험천만한 작전이야. 까딱 잘못하면 우리 세 형제 모두 손잡고 흑도로 전향해야 할지도 모른…….”
“뭐 어때. 대사형이랑 같이 갈 텐데. 대사형이 어련히 알아서 우리들 챙기겠지.”
이 정도면 신뢰가 너무 과도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또 그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대사형의 힘 덕분이었듯, 앞으로의 일 역시 대사형의 힘이 큰 영향을 끼칠 테니까.
“그리고 이런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뭔가 크게 크게 변했잖아. 나는 이번 일이 끝난 이후에 또 뭐가 바뀔지 기대가 먼저 되는데.”
금표의 말대로 진소운은 폭풍의 중심과 같은 사람이다.
본인은 천하태평한데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천지사방이 뒤집히니까.
평범하지 않은 대사형을 떠올리던 그때.
“형들…… 오고 있어.”
잠이 덜 깬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차 위에서 조용히 있던 이유가 자고 있었기 때문인지, 동룡이 눈을 부비며 자세를 다잡았다.
“우리 역할은 어디까지나 태을문의 사람이 여기 있다는 걸 알리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은호가 다시금 작전을 되새김해 주었고 금표와 동룡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았다.#“그게 무슨 소리지?”
제갈소명은 천목각 인원의 보고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각원의 보고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되물은 게 아니다.
그 보고를 왜 이제야 했는지, 시점에 대해 다그친 것이다.
본래 천목각 인원의 이야기를 듣고 대신 상부에 보고해야 할 맹주원조차 현 사태에 어이가 없어 각원을 데려다 직접 제갈소명 앞에 세우지 않았는가.
“내 물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 그것이…… 외전의 경비가 뚫렸…….”
쾅!
제갈소명이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걸…… 해가 중천에 뜬 지금에야…… 보고한다고?”‘아직 중천은 아닌데…….’라고 반사적으로 반응하려던 각원은 간신히 입을 꾸욱 다물었다.
여기서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각주 대신 불몽둥이의 피해자가 될 테니.
“각주는! 각주는 어딨느냐! 어째서 각주가 전하지 않는 거지?!”
“가, 각주님은 외전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
쾅! 우직.
결국 만통부의 탁자가 반으로 쪼개졌다.
숱한 정치싸움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분에 찬 모습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외전의 경비가 뚫린 것을 이제야 말하면서 각주가 얼굴을 비치지도 않는다고?”
어찌나 분이 끓어올랐는지 제갈소명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각오를 했던 각원조차 두려움에 오줌을 지릴 정도.
스산한 눈빛이 공기를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천목각은 이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
“언제 알았느냐!”
“묘, 묘시 말번 교대인들의 보고로…….”
“그런데 그걸 이제야 보고한다고?! 네놈들이 단체로 미치지 않고서야 이게 가능키나 한 상황인가!”
“그, 그것이 실수로 인해 일어난 일이…… 억.”
각원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제갈소명의 손에 쥐어진 벼루가 허공을 날아 각원의 머리를 때렸으니까.
“윽…….”
만통부와 일부 부서를 제외하곤 대다수 부서가 각기 자신이 속한 세력에 많은 이점을 제공하고 있음을 제갈소명 역시 잘 알고 있다.
허나, 이건 선을 넘어도 많이 넘었다.
정보의 단절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단 뜻이고, 무림맹이 위중한 사태에 처한 작금의 상황에 숨겨야 하는 중요한 무언가란…… 결국 한 가지밖에 없으니까.
“적룡각을 봉안전으로 불러라.”
“넷!”
분위기를 파악한 맹주원이 쏜살같이 나감과 동시에 제갈소명 또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각원은 감히 그를 막아서려다 삼엄한 기세에 얼어버린 듯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제갈소명은 차오르는 분을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설마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처소를 습격한 이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빠르게 올라온 것과 달리 봉안전 일대의 조사 보고서는 한참이나 늦게 올라왔으니까.
그럼에도 각 부서의 일에 만통부가 모두 관여하는 것은 월권 행위에 지나지 않기에 참았던 것이다.
그런데 원칙을 지킨 그 모든 일들이 결국 위정자들에게 좋은 일만 만들어 버렸다.
“초, 총군사님!”
봉안전에 이르자 조사를 하는 중이라던 천목각의 각주와 집행각의 단주들이 일제히 앞을 막아섰다.
“여,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비켜라.”
“봉안전 건물의 일부가 파손되어 언제 붕괴될지 모릅니다. 이런 험한 일이라면 저희 아랫것들에게 맡기시고…….”
“비키라 하였다.”
당장에 손에 나갈 뻔했지만 제갈소명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겨우 삼켰다.
잠시간의 대치가 지속되고.
결국,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천목각주와 집행각 단주들은 이내 하나둘 자리를 비켜섰다.
더 이상 그를 막아섰다간 도저히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아서.
봉안전에 들어선 제갈소명의 눈엔 파손된 봉안전 건물의 잔해들이 알알이 눈에 들어왔다.
수사와 조사에 전문적 지식은 없지만 저 파손된 흔적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조사가 지지부진하고 불확실했던 이유 또한 바로 알 수 있었고.
“부르셨습니까. 총군사님.”
그때, 적룡각주가 예하 단주들과 대주급의 인원들을 이끌고 봉안전에 당도했다.
제갈소명은 그를 돌아보지 않고 명령했다.
“지금부터 내가 지시하는 곳에 가서 서라.”
어떤 연유 때문인지를 물으려던 적룡각주는 심상치 않은 주변 상황을 금세 눈치채고 부하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신호했다.
이어 제갈소명이 가리킨 별채의 기문진식 주변을 적룡각의 인원들이 빙 두르듯 감쌌다.
“시작해라!”
제갈소명의 설명은 간단하기 그지없었지만, 적룡각의 단원과 대주들 또한 보통 이상의 인물들.
그들은 마치 제갈소명의 손과 발처럼 정확하게 그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파괴력이 담긴 장력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
이어 기문진식을 비롯한 별채 건물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주변을 감싸는 검은 안개는 뭉쳤다 퍼졌다를 반복하며 시야를 어지럽혔다.
“더! 더 강하게!”
제갈소명의 신호에 따라 적룡각 인원들이 더 큰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고, 떨림은 더욱 커져갔다.
이어 종국엔, 결국 버티지 못한 검은 안개들이 폭발하듯 강대한 기력을 사방으로 퍼트렸고.
우르르릉.
퍼버버버벅.
별채 주위를 감싼 검은 안개의 기문진식이 해진되었다.
“……!”
별채 건물이 있던 자리는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건물이 산산조각 난 채로 땅속에 움푹 파여 들어가 있었다.
만약 안에 누군가 존재했다면 흔적도 없이 압사당했으리라.
“조사해라.”
제갈소명의 명령에 주변에서 지켜보던 천목각 인원들과 집행각 단주들이 움직이려 했지만.
“너희들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 마라.”
그들을 지나쳐 적룡각주가 제갈소명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무엇을 찾으면 되겠습니까?”
차가운 분노가 어린 눈빛으로 짓눌린 땅을 바라보던 제갈소명이 나직이 읊조렸다.
“사흑련 총군사 담악의 시체.”
가타부타 말없이 적룡각주가 옆을 향해 눈짓했고, 그의 수하들은 압사된 현장에서 시체를 찾기 위해 불을 켰다.
일각여의 시간이 흘렀을까.
“찾았습니다! 하지만 사절단의 인원은 아닙니다.”
“여기서도 시체가 나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흑련의 소속은 아닙니다.”
총 네구의 사체가 나왔다.
한 구는 담악의 호위무사였던 사내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
남은 셋은 소속조차 알 수 없는 시체.
그 어디서도 담악이나 다른 사절단의 시체는 발견할 수 없었다.
제갈소명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정확히는 썩을 대로 썩어버린 무림맹의 본질을 시각화시킨 듯, 참혹한 폐단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에 극한으로 분개하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조소를 흘리며 뒤돌아섰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선 얼추 범인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었으니까.
돌아서는 제갈소명을 향해 사색이 된 천목각주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를 지나치려던 제갈소명은 우뚝 그의 앞에 멈추고선 서늘하게 말했다.
“기대하거라. 네놈들이 벌인 짓거리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치르게 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