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75

1175화 제6사도 (4)

레프라기움 마탑의 백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아칸드를 몰아쳤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후드를 깊이 눌러써서 얼굴을 감췄다.

용검이 순식간에 뱃가죽을 갈랐다.
파열음이 귓가를 때렸다.
무지막지한 검압과 검기에 백색 마법사들이 간단히 두 개로 분리됐다. 스태프와 로브의 경도와 강도 따위 무용지물.

투화아악!

상체와 하체가 나뉘어 흩어졌고,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백색 마법사들은 침묵 속에서 아칸드를 사방에서 압박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법적 공세.

후우우웅웅!
카아앙! 카가가강!

절반 이상이 죽은 끝에야 용검과 아칸드의 팔다리 각각에 서로 다른 정도의 중력이 가해져 잠시 움직임을 억제했고.
관절 사이사이로 쏘아보낸 마력 광선을 유지하여 변칙성을 제한했다.

“너희도 갈 데까지 갔군.”

아칸드는 그들의 정체를 간파하고 조소하며 힘으로 구속을 하니씩 파훼했다. 펑! 마법사가 이를 보강하려 할 때 머리를 후려쳐 터뜨렸다.
손목 힘만으로 용검을 휘둘렀다.
검풍을 코앞에서 맞닥뜨린 자들은 전신이 붕괴되어 산산조각 났다.

쩡…… 콰직…… 쩡……콰 직……!

구속구가 하나 부서지면 다시 생겨나길 반복하면서 백색 마법사들의 몸뚱이가 언덕을 이루었다. 그러나 비명은 전혀 없었다. 피는 피 같지 않았다.
제6사도의 행동 반경을 최대한 축소하는 것이 유일한 존재 의의라는 것처럼 그들은 파괴당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데우스가 말했다.

“너는 다른 절대자들과 태생부터가 다르다. 그들이 알지 못하는 바닥부터 올라왔으니. 네가 넘은 사선과 극복한 역경의 횟수는 그분께서도, 또 ‘당신’도 미치지 못해. 그래……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거다, 다음의 유무(有無)가 가진 진의를.”

베르덴은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타개해 이 자리에 섰다. 가히 칭송할 만한 업적이다. 베르덴이 아니라면 누구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물어뜯고, 쏟아지는 창자를 억누른 채 어떤 마법이든 연산하며, 결국 타고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계를 거부하는 약자의 의지력은 베르덴을 계속 일어나게 했다.

“다음을 당연시하며 목숨을 던진 적은 없다.”
“그렇겠지. 다만, 네가 아는 다음이란 일개 죽음일 뿐. 우리에게 다음은 종말이자 최후이며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윤회에 저항할 기회다. 그 기회로 일군 세상이 지금이고.”

데우스가 얼굴을 더 가까이했다.

“패배한 자에게 앞은 없다. 지성체의 존엄? 윤리? ‘당신’은 선을 넘은 지 오래인데 끝까지 선을 지키면서 이겨야 한다? 헛소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겨우 따라갈 수 있고, 그러고도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동등해질 수 있다. 여기서 존엄 따위를 고려하고 있을 여유가 있을 것 같나.”
“…….”
“자신은 죽어도 세상은 이어진다는 개념은 더 이상 없다. 지는 순간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타인은, 그리고 세상은 사라진다. 오직 단 하나의 시작과 끝을 영원히 반복하는 운명만이 우주의 법칙이 될 테니. 그게 모든 것의 ‘다음’이 될지도 모르는데 배려 같은 사치를 부릴 여유가 있을 것 같나.”

베르덴의 앞깃을 단단히 붙잡은 데우스의 손아귀에 힘이 실렸다.

“네가 얼마나 숭고한 업적을 이루든 참패하면 없던 일이 된다. 네가 구해낸 이들도 이와 다르지 않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탑을 꾸미는 것보다 미련하고 멍청한 행위는 없다.”
“그래서.”
“모든 전제는 승리다. 그를 기반 삼아 네가 원하는 탑을 쌓아올려라.”

데우스가 진심으로 조언했다.

“지성체의 존엄은 세계를 얻고 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데우스, 아니, 초대 마도왕이 추구하는 목적의 방향성은 이해하고 있다. 승리. 역전. ‘당신’과 운명의 완전한 몰락.

운명이 완전해지면 우주의 인과(因果)는 단 하나로 고정된다. 언제나 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같은 선택을 내리게 되는 수레바퀴.
대상은 이전 회차를 기억하지 못해서 자유의지를 느끼나, 이는 기만이다. 같은 각본만을 재현하는 무대 위 인형은 자신이 인형인지 알지 못한다.

미래가 없는 미래.

초월자가 억압받는 것을 혐오하듯이 초대 마도왕은 순수하게 자의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미래를 바랄 것이다.
혹 다른 목적이 더 있을지도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초대 마도왕은 이미 일선을 넘었다고 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본래 마음가짐을 완전히 버려야 했던 마법사의 고뇌가, 데우스를 통해 어렴풋이 느껴졌다.

“모순이군.”

베르덴은 똑바로 그를 올려다봤다.
키는 데우스가 더 컸다.

“승리하고 나서 다른 걸 챙기겠다? 상황에 따라서 변심하는 것쯤은 일반적으로 가능하고, 쉽고, 당연할 테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적어도 우리는. 그랬다면 이상조차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꿈으로 대체하려 했겠지.”
“…….”
“그렇게 악착같이 승리하고 나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나? 천만에. 결과는 과정 뒤에 존재한다. 지금의 저항자가 승리해 봤자 다른 운명이 등극할 뿐이지.”
“입조심해라.”
“데우스 위덴, 왜 내게 이해를 구하고 있나. 옳다고 믿으면 그냥 나아가면 그만인데.”

베르덴이 의도적으로 그의 폐부를 찔렀다.

“혹시 너도 온전히 납득하지 못한 건가.”
“…….”

데우스는 일순간 베르덴의 턱을 후려치려는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베르덴은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네게 굳이 사실을 알려 주는 이유는 이번 전쟁에서 공훈이 크기 때문이다. 네 세계 연합 덕분에 예정보다 수월하게, 그리고 적은 희생으로 승리를 목전에 두게 되었으니. 너도 알 자격이 충분하다.”
“네 계획에 따르지 않겠다.”
“그렇다면 또 선택이군.”

데우스가 전장을 가리켰다.

“카스티안 한 명의 희생으로 제6사도를 끝장낼지, 아니면 누가 얼마나 더 죽고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든 네 손으로 전쟁을 마무리할지.”
“…….”
“단언하건대 후자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다음은─”
“답은 이미 했다, 다음을 당연시하며 목숨을 던진 적 없다고.”

데우스는 그제야 베르덴의 멱살을 놓았다.
한숨을 내쉬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고는 화가 난 듯한, 또는 후련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멋대로 해라.”

쿠오오오오──────

안데스와 함께 카스티안이 급강하한다. 카스티안은 이와 동시에 검을 허리춤에 꽂아넣더니 투창의 자세를 취했다.

손안에서 색깔은 불분명하지만 눈부신 빛무리가 흘러넘쳤다.
찬란했지만 불온한 빛이었다.

‘설마 저건…….’

* * *

전장의 바람이 피부를 감싸안는다.

800년 전에는 그저 절망과 후회뿐이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비로소 죗값을 치를 때다.

“최후는 평등하리.”

서로를 죽이는 창에는 아무것도 없는 노예가 모든 것을 가진 왕을 죽인 일화가 담겨 있다. 그것의 주인이 된 순간 해당 장면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파앗.

섬광이 일더니 평범한 듯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창이 그의 손에 쥐어졌고, 이미 자세를 취한 그가 앞다리에 힘을 실었다.

안데스가 기묘한 기운을 감지하고 등 뒤로 시선을 보냈다.

[카스티안, 그 창은……? 자네, 지금 무엇을 하려는 겐가.]

“여정이 끝나면 살아가라고 하셨는데. 죄송합니다, 안데스 님.”

카스티안은 처연하게 웃었다.

“이것이 저희 형제에게 어울리는 결말입니다.”

[카스티안, 잠깐. 멈춰! 멈추게!]

“가장 높은 왕이여! 가장 낮은 이를 보아라!”

카스티안이 시동어를 개시했다.

두근.

아칸드의 육체에 깊이 스며든 [루기나 혼]의 창촉이 반응했다. 백색 마법사들을 학살하던 그가 휙 고개를 들었다.

“카스티안.”
“가장 고상한 왕이여! 가장 비천한 분노를 보아라!”

아칸드와 카스티안의 심장이 공명했다.

두근.

찰나에 [루기나 혼]에서 뻗어 나간 광채가 승천하자 하늘이 번쩍였다. 아칸드와 카스티안은 모든 걸 잊고 서로에게 집중했다.

두근.

오직 서로만이 보였다.
이렇게 넓은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은 둘밖에 없다는 것처럼.

“유일무이한 왕이여! 어디에나 있는 만인의 노예를 직시하라!”

두근.

“그리고, 음미하라.”

안데스는 선회하려고 했지만 무언가에 의해 방향이 고정되었다. [루기나 혼]이 카스티안을 막으려는 모든 훼방을 거절했다.

“우리가 함께 머금게 될 흙을.”

급속도로 좁혀져 가는 아칸드와 카스티안 사이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두근.

카스티안이 [루기나 혼]을 던졌다. 필중(必中)이자 필사(必死). 그건 창촉이 있는 방향을 따라서 직선으로 쇄도했다.
크세리온 혈통으로 이어진 두 명의 형제에게 끝을 선사하기 위해서.

“……많이 컸구나, 동생아.”

아칸드가 <안식의 권능>을 검 끝에 실으며 대항의 의지를 피력했다.

4대 전설과 망국의 죄인.

5대 전설과 옛 왕.

둘 중 누가 우세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창과 검이 맞닿는 순간 하나, 혹은 둘이 짊어지고 있던 책임을 내려놓게 될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신이 바라지 않았다.

“어……?!”
“…….”

베르덴이 난입하여 허공을 관통하는 [루기나 혼]을 낚아챘다. 쿠우우웅! 막대한 압력을 받고 그의 육신이 사선으로 추락했다.
잿빛 건틀릿 안에서 창이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쳤다.

‘역시 [루기나 혼]이다.’

처음 보지만 장담할 수 있다.

서로를 죽이는 창이라고 불리는 4대 전설.

어디에 있나 했더니 과연 저항자 측이 갖고 있었던 건가. 아칸드를 어떻게 죽일 생각이었는지 궁금했는데 설마 6대 전설 중 하나였다니.
아칸드의 혈육인 카스티안을 그 주인으로 삼은 걸 보면 살해 대상마다 어떤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콰득.

[루기나 혼]이 이내 베르덴의 악력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졌지만 소멸하지는 않고, 어느새 주인의 손아귀로 돌아갔다.

훅우우우우욱.

안데스가 자유를 되찾았다. 간신히 날개로 대기를 짓눌러 비스듬히 날아올랐다. 땅에 충돌할 뻔했던 걸 면한 것이다.

[카스티안!]

카스티안이 그때를 틈타 아래로 뛰어내렸다. 제법 높이가 있었으나 간단히 무시하고 곧바로 베르덴에게 시선을 쏘아 보냈다.

“베르덴 님, 왜 그러셨습니까! 몇 초만 있었어도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었는데!”
“너를 제물로 바쳐서 말인가?”
“예!! 드디어 제가 그토록 바랐던──”

베르덴이 그의 이마를 짚었다.

<기억 공유>

방금 데우스와 했던 대화를 그대로 전달했다. 고작 2~3분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라 순식간에 내용이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어?”

분노에 찬 표정이 굳었다. 마음속에서 거짓이라는 의심이 피어났으나 베르덴이 가진 존재감이 진실임을 설파했다.

망국의 죄인이 되어 아칸드가 저지른 모든 죄업의 대가를 대신 치르려고 했던 의지에, 초대 마도왕 측의 개입이 있었다.

카스티안은 정신이 일그러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비틀거렸다.

“어, 어.”

동공이 세차게 격동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루기나 혼]을 놓치지는 않았으나 창끝이 흔들렸다.

“우웨에엑…….”
“카스티안,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한다. 순전히 네가 책임을 갖고 내린 선택이라면.”

베르덴이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렇지 않으면 희생은 불허한다.”
“네가 허락해야 존재하는 자유라. 오만하군.”

주변에 널린 백색 마법사들의 시체 한가운데에서 고개를 돌린 아칸드.
카스티안에게서 시선을 떼고 베르덴을 마주한 그가 알 수 없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용검을 들지 않은 팔을 직각으로 세웠다.

“그러나 마음에 든다.”

거대한 사슬이 빛살처럼 날아오더니 아칸드 바로 옆에 처박혔다.
그가 사슬 고리에 팔을 걸쳤다.

때마침 조금 떨어진 본래의 전장, 시타델 아래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장소를 옮기지, 베르덴.”

촤르르르르르르르륵!

사슬이 역행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