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ing Genius Mage Chapter Raws 1176

1176화 제6사도 (5)

아칸드를 태운 거대 사슬이 되돌아가며 시타델로 향하기 시작했다. 데우스는 더는 아칸드를 신경 쓰지 않고 지상에 집중했다.

“허억, 허억…….”

카스티안이 반사적으로 따라가려고 했으나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정신적인 충격이 온몸을 압도한 것이다.
데우스가 그를 망국의 죄인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는 내막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많은 진실을 시사했으므로.

───[아칸드 폐하의, 전언이다.]

───[시타델로…… 오라.]

베르덴은 즉각 아칸드를 추격했다.

‘놈의 반응을 보아 시타델에 준비해 놓은 내 안배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군.’

시타델은 아칸드의 영역이지만 그래서 베르덴에게 가장 유리한 환경이기도 하다. 세계 연합군이 휘말릴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전쟁은 이미 끝났다.’

크세리온 제국이 무슨 수를 써도 세계 연합을 이길 수 없다.

모든 사문은 폐쇄 절차에 들어갔고, 제1사령관부터 제10사령관, 그중에서 비대칭 전력인 사도의 권속들도 전사했다.

전력의 차이는 급격하게 벌어졌다.

아칸드의 수준으로도 뒤집을 수 없다. 발악은 해도 끝내 초월자들에게 무참하게 패배할 것이다. 그렇다. 전쟁은 사실상 종식되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니 아칸드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터.

‘그런데도 아칸드는 결판을 미루고 있어.’

결국 의문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서 시타델을 불러들여 주인 없는 땅을 결전지로 삼았지? 아칸드가 ‘당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도의 사명은? 호스트로부터 옛 왕에 관한 모든 것을 들은 드라벤이 금기 탓에 차마 말하지 못한 아칸드가 전쟁을 벌인 이유는?

‘……그 답이 시타델에 있다.’

베르덴의 직감은 아크와 비슷하면서 다른 옛 왕의 하늘섬을 가리켰다.

그때 세계 연합의 환호 속에서 무수하고도 익숙한 존재감이 감지됐다. 시타델 밑의 전장과 가까워지면서 감지 범위에 들어온 것이다.

‘토벌군단?’

즉각 아래로 시선을 향했다.

두 개의 공간이 뒤얽혔다. 마치 환경이 변하는 어느 경계선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안에서 연합군과 언데드 군단이 격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동대륙 제2사문.

그 내부가 주인 없는 땅과 연결됐다.

츳──────콰과과과과과광!

동대륙에서 넘어온 반젤리스가 좌표를 넘어 날린 공간 마법이 아칸드를 덮쳤다. 급속도로 사슬에 끌려 올라가고 있음에도 오차가 전혀 없었다.
역수로 쥔 용검을 방패 삼은 아칸드가 초월자들을 오시했다.

“베르덴, 내가 조력하마!”
“옆에!”

반젤리스가 <전이>한 지점으로 사룡 네크바엘이 들이닥쳤다. 안티아스와 리반데일 대공은 놈의 비늘에 매달려 있었다.
솟구치듯이 날아오른 네크바엘이 반젤리스를 물고 빠르게 지나쳐 갔다.

“이놈……!”

[어딜 가느냐, 가증스러운 혈통이여.]

공중에서 잠시 육탄전이 벌어진 끝에 그들이 전장 외곽에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

무지막지한 마법과 사기의 폭발이 발생했다.

‘반젤리스라면 문제없다.’

베르덴은 전 대륙의 모든 전장이 통일되는 과정을 보며 또 생각했다.
아칸드는 무엇을 하려는가.

타다다다다다다닥!

벤디에가 닻처럼 지상에 박힌 사슬 위를 질주하며 시타델로 상승했고, 가레스도 그리 하다가 네크바엘의 포효에 휘말렸다.
교황 로마누스는 천사를 지휘하며 연합의 전장에만 몰두했다. 이그나시아는 새하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베르덴을 향해 미소를 보냈다.

세계 연합의 증원은 이걸로 끝이 아니다.

더 올 것이다.

대부분의 초월자가 크세리온 제국의 심장부에 칼을 박으려고 한다. 그들이 시타델로 올라가려는 의지를 막을 수는 없다.

‘……제6사도의 사명을 파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전리품.’

이를 위해 전쟁을 지연시킬 생각은 없다.

베르덴은 애써 초월자들을 제지하지 않고 시타델로 이동했다.
아칸드의 무덤이 될 곳으로.

* * *

베르덴이 시타델이라는 거대한 하늘섬 위로 모습을 감췄다.

‘베르덴…….’

로벨린은 피로감이 묻어난 호흡을 내뱉었다. 임시 보헤미른 마탑주인 그녀도 전쟁을 거듭하며 여러모로 만신창이였다.
뚝, 뚝, 피가 흘렀다.
왼손은 팔뚝부터 신경이 끊어졌는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고통보다도 베르덴이 중요했다.

로벨린은 <기억 공유>를 제외하면 여태 베르덴의 전력 전투를 본 적이 없었다.

세계를 이 지경으로 만든 옛 왕과 호각, 아니, 조금 압도하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는 잘 믿기지 않으면서도 가슴이 설렜다.

그리고, 세상이 증오스러웠다.

그저 마법을 좋아했을 뿐이었던 베르덴이 저렇게나 강해져야만 했던 이유는 세상에 있으니까. 할 수만 있다면 그 전부를 태워 버리고 싶었다.

+가능할 것이다+

로벨린은 왠지 힘이 나는 듯해 <엠버>로 고유 마력 흐름을 일으켰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폴짝.

뭔가가 로벨린의 어깨에 올라탔다. 무게감이 약간 느껴질 정도로 작은 것. 순간 바위 조각인가 싶었지만 고개를 돌리니 손바닥만 한 크기의 괴생명체가 그녀의 어깨 위에 서 있었다.

“꺗.”

[쉿.]

로벨린이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녀석이 제지했다. 이, 이형종? 그녀는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검은색 외눈박이.

언데드인지 아닌지 몰라 일단 불태우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이상했다. 베르덴이 옆에 있는 것 같았다.
그 말도 안 되는 기묘한 기분이 그녀를 주저하게 했다.

[흠. 압도적인. 존재. 감이. 느껴졌는데.]

“……넌, 누구지?”

[나는. 네르가. 아버지. 베르덴. 의. 아들.]

네르가는 붉은 머리카락 속에 슬쩍 숨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을 소개했다.

로벨린은 가만히 눈을 끔뻑였다.
정신이 멍했다.
전장의 소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베르덴의…… 아들? 아들이라고?”

[너는. 로벨린. 아버지의. 소중한. 친구.]

네르가는 테아렐에게 붙어 있다가 벗어났다. 그는 제4사령관을 토벌하는 데 모든 힘을 써서 당장 전투에 끼어들 수 없었기에.
그렇게 안전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로벨린을 발견한 것이다. 베르덴이 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베르덴이 지키고자 하는 인물을.

제길, 언데드다──────!

시타델에서 이번에 훨씬 더 거세게 죽음의 폭포가 떨어졌다. 대체 하늘섬에 언데드가 얼마나 많은 건지 위험한 개체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로벨린이 내심 기겁하며 지팡이를 다잡자 네르가가 안심하라는 듯 툭툭 쳤다.

[버텨라. 사도들이. 온다.]

“뭐?”

[곧. 아버지의, 사도들이. 온다. 심지어…….]

네르가가 위를 가리켰다.

[인류. 함대도. 도착했. 군.]

로벨린이 고개를 들자마자 얼어붙었다. 비행정들이 공간을 넘어오고 있었다. 중형급과 대형급. 세어보니 무려 33척이라는 숫자.
그런데 아무런 상징이 없는 터라 소속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저건 또 뭐야……?”

로벨린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숨겨진. 지원군. 혹은.]

네르가는 아버지의 기억을 바탕으로 삼아서 방주를 신랄하게 표현했다.

[자신들이. 대단. 한. 걸. 한다고. 착각. 하는 것들.]

* * *

크세리온 황성의 외곽 회랑에 처단당한 언데드가 좌우로 쓰러져 있었다.
개중에는 특수 개체도 있었지만, 변변한 저항조차 못 한 채로 상반신이 거대한 무언가에 물어뜯겨 죽어 있었다.

‘기이한 장소군.’

시타델에 잠입한 발리온은 생체 칼날을 집어넣으며 복도를 거닐었다.
그는 시타델이 세계 연합 본부로 공간 이동을 할 때 놓칠까 봐 무리해서 접근해 올라탔다.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심부까지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다.

‘옛 왕…… 대체 이 섬을 띄울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온 거지? 초월자의 능력과 맞지 않다. 분명 근간이 있을 텐데.’

발리온은 무투계이지만 전 대륙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좋을 생체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가 중시하는 건 감성이 아닌 이성.
논리로 따져봐도 아칸드가 가진 힘의 근원은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본인은 초월자이나, 초월자가 아닌 뭔가를 두르고 있는 듯했다.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발리온은 장기 이식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초월의 영역에 도달했다. 각성하지 못했으나, 그 힘은 명백히 종족의 한계를 넘어섰다.
명확히 풀어 말하자면 글러트니의 이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경지를 높인 것이다.

옛 왕도 이와 흡사하다고 하면 과연 무엇으로부터 힘을 얻었을까. 도시가 있는 하늘섬을 띄우고 유지할 수 있는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는 신인류를 탄생시켜고 하는 위대한 탐구자로서 옛 왕의 기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스윽.

“……?”

누군가가 모퉁이를 돌았다.
착각?
그럴 리가.

츠하하아아아악!

발리온은 기민하게 미끄러지며 나아가 글러트니의 발톱으로 공간을 갈랐다. 한데 아무도 없었다. 기척이 전혀 없었다.

스윽.

복도 끝에 있는 모퉁이에서 미약한 빛이 명멸하다 사라졌다.

‘공간 이동?’

공간 파장은 없었는데?

발리온은 직감에 의존하여 발소리를 내지 않고 추격을 감행했다.
전보다 더 빨리 움직여 선제적으로 적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앞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놓치고 말았다.

스윽.

스윽.

스으윽.

발리온은 그게 다섯 번이나 반복되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등골이 서늘했다.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은 거의 수백 년만이었다.
그는 더 이상 달리지 않고 천천히 모퉁이에 기대어 복도를 응시했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다만, 문이 하나 있었다.

끼이이익.

문이 저절로 열렸다.

“…….”

발리온은 눈을 가늘게 떴지만 알 수 없는 초대장을 거부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무수한 책이 그를 반겼다.

‘서재?’

제법 규모가 큰 도서관을 둘러보고 있자 모퉁이를 계속 돌았던 뭔가를 포착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두 번 깜빡이고 사라졌다.

툭.

그리고, 책이 떨어졌다.

아칸드는 발끝에 놓인 책을 응시했다.
책의 제목은 이러했다.

[운명서].

* * *

네가 다가오면.
나 또한 다가선다.

* * *

쿠구구구궁! 콰아앙! 콰과아아아앙!

시타델의 지하로 들어오고 있던 언데드들이 대량 폭사했다. 계단과 어둠에 설치된 온갖 마법적 함정이 연이어 침입을 저지했다.

투확!

펠디안느는 언데드가 막 죽으면서 날린 뼛조각에 어깨를 베였다. 저주가 스며들었지만 로브의 공능이 이를 정화했다.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더 이상은 무리인 듯했다.

‘……옛 왕이 죽지 않았다.’

그 대신 베르덴이 옛 왕과 함께 시타델로 올라왔다. 일부 초월자도 따라왔다. 데우스가 본래 계획이 아닌 다른 길을 베르덴에게 내준 것이다.

‘하하, 어쩔 수 없군요.’

펠디안느는 안도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선조에게 향했다.
계속 시타델을 고정할 필요는 없을 터.

“선조님, 상황이 변했습니다. 이대로 후퇴를…….”

인드렌이 있는 암흑 속 지하로 내려왔으나 그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그곳에는 인드레만 있지 않았다.

“어째서…….”

펠디안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째서 벌써…….”

인드렌 뒤에 누군가가 있었다. 얼굴이 인식되지 않았지만 누군지 모를 수 없었다.

‘당신’의 표층의지가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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