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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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적과의 조우(6)>진소운의 예상대로 강순탁이 빠르게 움직인 것은 자신의 잘못을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서였다.

강순탁은 무림맹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매번 청성파와 관련된 상점이나 무관에 들어가 전서구를 날렸다.

낮에는 이동하고, 밤에는 전서구를 날리고.

밤잠을 새우고 촌음의 시간도 아껴서 전방위적으로 자신의 인맥들에게 전서를 보냈다.

“내가 여기서 무너질 줄 알고……! 절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강순탁과 청성파 소속 인원뿐만 아니라 교관들 모두가 함께 나섰다.

이번 일에 당금 강순탁과 죽은 노진하의 명예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분명 그들도 보았다.

묵림에서의 그 존재를.

압도적이고 위압적이며 상식을 초월하는, 경악스러운 모습을.

그들이 대응하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상대가 자신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

미지에 대한 공포.

배운 바 없는 일에 대해 주저함.

그 모든 감정들이 뒤엉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어떤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그리고 자신들의 의무를 자각했을 땐, 이미 너무 멀리 도망친 후였다.

지금에 와서는, 당시의 공포와 두려움이 어느새 수치심으로 변해 버렸다.

학관생들만으로도 충분히 뚫을 수 있었던 곳.

진소운과 몇몇 학관생들의 힘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던 적.

그런 별것 아닌 존재를 두고 도망쳤음을 깨달은 이후엔 분노만이 남았다.

개 그림자를 보고 놀라면 개에게 분풀이를 해야 하지 않던가.

그들은 겨우 개 그림자에 놀란 것으로 모든 걸 잃을 생각이 없었다.

“이제 시작이다. 두고 봐라, 진소운……!”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묵림에 나타난 적을 최대한 얕잡고, 자신들의 과오를 최대한 작게 만든다.

동시에 돌출행동과, 교관들에게 반항적인 행동을 일삼던 진소운과 그의 일당들의 불량스런 태도를 크게 부풀렸다.

종국엔 만독문과의 친목을 이용하여 학관생들이 만독문 내에서 실험체로 이용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잠깐 언급했다.

어차피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잠깐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이것이 사실이라 믿고 싶은 자들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청성파의 본산에도 연락을 하고, 무림맹의 선배들에게도 이야기를 돌렸다.

전서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과의 친분만큼 움직여 주었다.

무림맹의 입장에서도 아직 확인도 되지 않은 적을 파악하는 대신에, 학관생이 교관에게 반발한 것을 문제 삼았고, 더 나아가 만독문무단 방문을 심각한 반동 행위로 규정지었다.

강순탁은 잠을 쪼개며 이동한 덕분에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무림맹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가 도착했을 땐 이미 어느 정도 정보가 무르익은 상태였다.

하지만.

“진소운이 간자 행위를 했다고?”

어째서인지 분명 이 소식을 가장 반기리라 생각했던 감찰각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일부러 흑도라는 단어만 들어도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삼(三) 당 당주를 찾았건만.

지옥에서 방금 올라온 이 야차 같은 사내는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물었다.

문제는 그 반응이 예상하던 게 아니었다는 점.

듣기로는 조카인 악주평이 불구가 되고 학관에서 퇴관당하며, 악가와 진소운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했는데…….‘어째 믿지 않는 것 같지?’강순탁과 교관들로선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일단은 진소운에 관련된 일을 있는 대로 키우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혐의를 키우고 키워 놓으면, 종국에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더라도.

그때쯤이면 이미 자신들의 실수는 모두의 관심사에서 사라져 있을 테니까.

그런 면에서 인선 선택은 최고였다.

흑도라 의심 가는 자가 있다면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서라도 기어코 흑도로 만들어 버린다는, 바로 그 악명 높은 혈성이었으니까.

“정녕 확실하더냐?”

그런 그가 원수나 다름없는 진소운의 혐의 그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일부러 삼(三) 당을 찾아왔건만…….

의아함을 넘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묵림에서 많은 학관생들이 죽었는데 그들을 보호해야 할 교관들은 학관생들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꽁지가 빠지게 무림맹에 달려왔다라…….”

거대한 풍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서류를 한 장 한 장 꼼꼼히 넘기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악병비.

“되려 교관들이 학관생들을 죽이려 일부러 묵림에 방치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봐야겠군.”

당황한 교관들이 강순탁보다도 먼저 발악했다.

“……

그게 무슨 소리요!”

“이보시오! 삼 당주!”

“자꾸 이러면 대당주께 고하겠……!”

“고해 보라.”

“응?”

악병비가 서류를 내려놓고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었다.

그러곤 턱을 치켜들며 교관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었다.

“고해 보라 하지 않았는가.”

“그게 무슨…….”

당황한 교관들이 주춤대며 뒤로 물러서자, 악병비가 서릿발보다 냉랭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너희들이 찾는 대당주가 눈앞에 있지 않느냐. 어서 고해 보래도.”

“…….”

곧 감찰각의 대당주로 진급하는 악병비가 나서면서 진소운에 대한 조사는 모두 일시정지 되었다.

그리고 그쯤.

운남에 파견되어 학관생들과 먼저 접선했던 집행각의 인원들에게서 전서가 도착했다.

-파견 보고서.

-묵림에서 정체불명의 습격자로 인해 다수의 학관생들 사망.

-묵림 내에서 습격자들이 썼던 것으로 보이는 증거 다수 발견.

-용봉지회 ‘용소아’가 사실 확인였음.

기밀 전서의 특성상 짧은 내용밖에 전달되지 못했지만 그 파급력은 강력했다.

무림맹이 발칵 뒤집혔다.#곤명 지부에서의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아니, 잘 해결된 정도가 아니라 아주 훌륭하게 해결되었다.

우리를 체포하러 왔던 집행각의 인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만회하려는 듯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마차를 섭외했고.

부상자들은 물론이고 멀쩡한 사람들까지 모두 마차에 태워가려고 해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었으니까.

어찌 되었든 올 때와 달리 학관생들은 전부 말을 타고 돌아갈 수 있었다.

거기에 더불어 곤명 지부의 맹원들이 호위로 함께했다.

여기까진 아주 좋았다.

그래, 아주 좋았었다.

문제는.

“하아…….”

이 쓸데없는 떨거지(?)

들까지 달라붙었다는 것.

“여기 소면은 맛이 없는 것이야.”

분명 무슨 임무가 있어 남부를 돌다가 묵림에 왔다곤 했는데…….

갑자기 이들은 우리 편에 딸려 함께 무림맹에 돌아가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가뜩이나 피곤한 길이 더 피곤한 길이 되었다.

반쯤 남긴 소면을 치우는 당서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 저 악당들을 보고 있기 힘든 것이야?”

당서희가 젓가락 몇 개를 집어 들고 한쪽 구석에 앉은 흑도로 보이는 사내들을 노려보았다.

저 기세등등하고 정의감이 가득한 표정 뭔데.

“말만 하란 것이…….”

“저들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당 선배.”

남궁선화가 당서희의 손에 들린 젓가락을 빼앗았다.

처음엔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어려워하던 남궁선화는,이제 당서희의 실체를 깨닫고는 그녀를 만류하는 역할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남궁세가의 이름이 아까운 것이야! 저들의 용모를 한번 보란 것이야. 악당이라 이마에 써있는 것이야!”

꽤 목소리가 컸기에 식당 구석에 앉은 사내들에게까지 목소리가 닿았다.

그들은 어쩐지 움찔하는 기색을 내보였는데, 우리의 머릿수와 복장, 깃발 등을 보곤 인상을 구기며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난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불쌍하게도…….”

남궁선화가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당서희의 손에 들린 젓가락을 빼앗았다.

“용모로만 모든 걸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에요. 여기 진 공자님을 보세요. 흑염룡이라 불리는 데다 가끔 악당 같은 행동을 하고, 또 태도는 흑도랑 전혀 구분이 안 가긴 하지만.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분이시잖아요.”

뭐지? 돌려까는 건가?

갑작스러운 공격(?)

에 내가 당황하여 눈을 깜빡거리는 사이.

당서희가 고민하듯 나와 흑도로 추정되는 사내들을 번갈아보더니, 결국 다시 빼앗아 쥐고 있던 젓가락을 통에 넣었다.

“알았단 것이야…….”

그나마 남궁선화가 여기 함께해 줘서 천만다행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함께 움직인 뒤로 밥을 먹을 때마다 용봉지회가 내 탁자에 합류했다.

처음엔 나와 같이 밥을 먹던 인원들도 그러려니 하면서 함께 먹었는데.

몇 번 사건 사고가 있다 보니 어느새 우리 인원 중엔 남궁선화 밖에 남지 않았다.‘이게 무슨 조합인지, 원.’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질적인 존재가 내 앞에 있었다.

당서희에게서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니.

눈앞에 그림으로 그린 듯한 사내가 조용히 소면을 먹고 있었다.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탓에 눈이 마주쳐도,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 소면을 먹는다.‘대체 무슨 꿍꿍이지.’만독문에선 죽이려 했고, 곤명 지부에선 대신 진실을 증명했다.

그리고 동행한 이후로는.

“……,”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치 그날의 일 따윈 없었던 것처럼.

정말이지 전생에서나 지금에나 속을 알 수 없는 기분이다.

전생에선 죽기 진전을 제외하곤, 이렇게 코앞에서 만날 기회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었기에 그렇다 쳐도.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음에도 속내가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으니…….

천성적으로 음흉한 놈인 것만은 확실하다.

“크으…….”

옆에 앉은 화정산은 대낮부터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거 완전 아저씨가 따로 없…….

그러다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이들 셋이 다니면서 그간 어떻게 일을 해왔을까?

분명 당서희는 협객 놀이를 하겠다며 설쳤을 게 분명한데…….

용소아야 워낙 예측이 안 되는 인물이고.

그렇다고 일명이나 다른 이들처럼 이들에게 제동을 걸 사람도 없다.

화정산은……. 쩝.

내 의문에 화정산이 심드렁하게 답한다.

“흑도 졸개 몇 정리하는 게 뭐 큰일이라고.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도 없지. 당서희가 알아서 정리하니까.”

방관.

이들의 선택은 방관이었다.

하긴 시비가 붙어 일이 커진다 한들, 이들 셋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될 테니.

솔직히 나로서도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평범한 무사를 몇을 동원해야 할지 가늠조치 되지 않으니까.

쪼르르.

“크아!”

술잔을 넘기며 감탄성을 자아내는 화정산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량 그 자체였다.

한쪽에 비스듬히 세워 둔 매화검과 머리에 두른 영웅건만 아니면 그가 화산의 제자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전생에 계철영과 함께 나를 괴롭힌 전적이 있기에 고운 시선은 안 가지만, 그래도 저자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딱 들어맞는 말이 있었다.

비운의 천재.

아마 그 어떤 시대에 태어났어도 영웅의 행보를 밟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화정산에게 ‘비운’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하필 그의 시대에 함께 태어난 다른 ‘괴물’들 때문이다.

“흠흠, 배가 아직 안 부른 것이야.”

지금 눈앞에 앉은 당서희와 용소아도 그중 하나.

처음엔 노력도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괴물’이라는 단어가 왜 쓰이는지, 어떤 이들에게 쓰이는지를 깨닫고선 이내 영웅이 되기를 포기해 버렸겠지.

다른 시대였다면 용소아나 일명 대신 그 자리를 화정산이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의 모두가 그렇듯 가혹한 시대에 빛바랜 재능을 타고 났을 뿐이었다.‘최소 우리 시대는 동경이라도 할 수 있었지.’그는 가장 가까이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의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 눈빛에서 뭔가를 느꼈던 것일까?

화정산이 불안한 듯 눈알을 흔들거렸다.

“뭐, 뭐야? 왜? 왜 꼬라봐?”

그에게 좋은 감정이란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위로를 담아 말을 건넸다.

이 자식이……!”

뭔가 소란을 일으키려는 모습에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이 남부엔 무슨 일이십니까? 용봉지회 활동은 거의 마무리되어 가지 않습니까?”

조사하러 왔다.”

“조사요?”

용봉지회 기밀이다.”

화정산은 뭔가 잘난 척을 하고 싶었는지 콧대를 높이며 말했다.

그러나.

“기밀 아닌 것이야.”

“야, 야! 그걸 말하면 어떻게!”

누구보다 정의롭고 진솔한 당서희가 말을 바로잡았다.

화정산이 기겁했지만 당서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화정산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내뱉는 망나니인 것이야.”

“크윽……!”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동안, 대답은 엉뚱한 이의 입에서 나왔다.

“강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뭐지? 용소아 얜 왜 갑자기 끼어들어.

나의 의문 어린 눈빛에도 용소아는 제 할 말만 하듯 말을 이어갔다.

“무림맹을 적대하는 자들의 세력이 늘어나고 있지.”

“그거야 뭐 늘 있는 일 아닌가?”

“지난 역사 속에서도 쭉 있었던 일이지. 무림맹은 늘 적이 있어야 유지되는 곳이니까.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뭐지? 마교의 존재에 대해서 단서라도 찾은 건가?

이제껏 그릇만 쳐다보며 소면을 먹던 용소아가 고개를 들어 올곧은 눈빛으로 내 눈을 마주한다.

“이 미증유의 적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미증유의 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차근차근 무림맹을 무너뜨릴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속으로 대경했다.

이 시대의 강호 사람들은 마교를 한낱 이단 취급하는 데 머물렀었다.

그런데…… 용소아만큼은 진정 마교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단 것인가?

“근거는?”

침이 꼴딱 넘어갔다.

만약 용소아가 마교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그것이 전생과 달라진 것이라면.

분명 미래는 다른 모습을 보일지도 모르니까.

용소아의 건조한 시선과 함께, 무감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흑련의 형성, 그리고 남부를 중심으로 녹림맹의 규합.”

응?”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당서희가 부연했다.

“최근 쌍룡채의 채주가 남부의 녹림맹을 모두 통일한 것이야. 우린 이 일이 북부까지 번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야.”

당서희의 말에 용소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이 예측대로 벌어진다면 사흑련이 나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녹림맹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강호에 나타나는 것이지.”

“그리고 나는 이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제껏 무감하던 용소아의 눈이 잠깐 번뜩였다.

내 두 눈을 응시한 채로.

“분명 흑막 뒤로, 누군가 무림맹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름끼치는 인간이 나를 바짝 뒤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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