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artial Artist Who Remembers Everything Raws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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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적과의 조우(7)>나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용소아는 그런 나를 무감하게 보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

저게 진짜 나를 찾는 게 맞는지 확신할 근거가 필요했으니까.

“무림맹을 무너뜨린다니…….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본래 있어선 안 될 것들이었으니까.”

“……

무림맹만이 강호의 절대적 패자(霸者)

이니까?”

“나는 독선적인 생각 따위에 빠진 머저리가 아니다.”

내 비아냥의 의도를 금세 꿰뚫고는 철저하게 자신의 결백을 피력하는 용소아.

명백한 사실을 이야기한 양 용소아는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냥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의 사상에 전도된 건 아니라는 건데.

혹시 몰라 슬쩍 떠보았다.

“흐음, 그렇게 많은 일을…… 누군가 한 사람이 혼자 했다고 보긴 힘들 것 같은데.”

“한 사람이라 말한 적 없다.”

“그냥 그렇게 추측할 뿐이란 건가? ”

“…….”

마지막 질문에 용소아는 어쩐지 말이 없었다.

대화를 토대로 분석해 본 결과,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한 가지는 그가 사흑련과 녹림맹의 구성에 어떤 세력이 끼어들었으리라 추측한다는 점.

그리고 남은 한 가지는 나를 의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었다.‘하긴 나를 의심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내가 녹림맹과 사흑련이 발아하도록 씨앗을 심긴 했지만, 직접 만들었다고 하기는 또 뭐하다.

암, 그렇고말고. 내까짓게 뭐라고.

단지 미래에 사흑련의 주인이 될 만한 이에게 좀 더 빠르게 그 기회를 준 것에 지나지 않았고.

녹림맹의 경우에도, 맹주에게 닥칠 재앙을 막아준 것에 불과하다.

정말 딱 그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내가 만들었다 이야기하는 거 자체가 부끄럽지.

그러니까 막상 나를 조사한다 한들, 내가 그들의 세력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근거도 증거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한편으론 소름이 돋기도 했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겉으로 보기엔 자연스러운 사흑련과 녹림맹의 결성 과정에 의구심을 품다니.

의도가 있으리라 판단하고 인위적인 움직임의 정체를 파헤치려 하는 그의 결단력이 다소 놀라웠다.

얼핏 보면 무림맹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한 채로 그 자리를 지키려 발악하는 멍청한 고인물들과 생각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궤가 엄연히 다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정과 욕심이 배제된 상태로, 감정과 욕심으로만 움직이는 이들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달까?‘진짜…… 소름 끼치는 새끼라니까.’지난 생에서도 나는 언젠가 용소아, 그러니까 태청신검이 나를 찾아와 죽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었다.

물론 그 먼 길을 직접 온 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무튼 전생에 내가 아는 용소아는 나를 그저 내버려 둘 리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영웅이 취하는 수많은 피 중의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결국 나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얕은 통찰력이지만 내 예측은 맞아떨어졌고, 무척이나 씁쓸했었다.

마지막에 운 좋게도 곽궁 그놈이 나타났지만.

어찌 되었든 용소아가 미증유의 적을 쫓는다며 내 뒤를 캐고 다니는 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설사 증거가 나오지 않더라도 심증이 굳어지면 검을 뽑을 수 있는 인간이 바로 용소아니까.

어차피 내 앞길을 방해할 거라면 내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돌리는 게 낫겠지.

하지만 용소아가 그냥 멍청이가 아니란 말이지.

거짓말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나는 잠시 고심(高深)

을 한 후, 혀를 풀기 시작했다.

“흐음…… 그러고 보니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군.”

차를 넘기던 용소아가 슬쩍 눈꺼풀을 위로 올린다.

마치 들을 준비가 되었으니 말을 해보라는 듯.‘시벌럼이 아주 상전 노릇을 하네.’나는 그렇게 운을 띄우곤 입을 꾸욱 다물었다.

무감한 시선이 무겁게 공기를 짓눌러 왔지만 그래서 뭐?

지금의 용소아가 전생의 용소아도 아닌데.

더구나 설득을 하려고 먼저 말을 꺼내면 되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간은 자신이 무언가를 갈망할 때, 그것에 대한 이해력이 가장 높아지는 존재이지 않던가.

모른 척 가만히 죽치고 앉아 있자니 한참이나 뒤에 용소아가 먼저 입을 뗀다.

“그게 뭐지?”

“뭐?”

일단 계속 시치미를 뗐다.

그러자 놈의 미간에 작게 주름이 졌다.

재밌네.

들었다는 비슷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아아. 그거 말인가.”

그러곤 별것 아니라는 듯, 잘 모르는 일이라 관심 없다는 듯 툭 내뱉었다.

“사천에 나타났던 자들 말이야. 자신들을 혈마종의 후예라 하더군.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이더라. 다른 마종의 후예들이 움직일 거라고, 그들이 복수를 할 거라고.”

물론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애당초 혈교는 마교를 뛰쳐나온 이단자 세력이었으니까.

하지만 용소아가 파고 다닐 거라면 내 뒤를 파는 것보다 마교의 뒤를 파는 게 전 무림적으로 좋은 일 아닐까?

이 정도면 옥황상제님도 정의로운 거짓말쟁이가 되는 걸 허락해 주실 거다. 암, 그렇고말고.

나는 괜히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물론 그따위 허풍쟁이들이 하는 말을 다 믿는 멍청이는 없겠지. 안 그런가?”

“허풍이라고?”

“뭐, 그렇지 않겠나?”

나는 강한 긍정도, 강한 부정도 하지 않았다.

제갈천기나 제갈소명 등을 통해 경험한 바로, 천재들에겐 굳이 전체를 다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이들은 전체 그림의 작은 조각만 얻어 스스로 지도를 그리길 원하지, 남들이 잘못된 지도를 만드는 걸 좌시할 성정이 아니다.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용소아는 내 말의 파편 속에서 뭔가를 잡아낸 듯 눈빛을 빛냈다.

“다른 마종들이라…….”

어쨌든 이로써 나에게 향하던 의심이 어느 정도는 상쇄된 것 같았다.

용소아도 머릿속으로 뭔가를 그려보는 듯 상념에 빠진 모습이었고.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겠…….

“이상하군.”

갑자기 용소아가 눈을 번뜩인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이제야 알리다니.”

그러곤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의심스럽군.”

시발 대체 어쩌라는 거냐.#걱정과 달리 용소아는 이후로 내게 뭔가를 묻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그게 나에 대한 의심을 숨기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마교의 잔재를 어디서부터 쫓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바빠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용소아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조사를 하겠다며 사천으로 갈 줄 알았는데.

“용소아 너도 이거 먹어보란 것이야.”

용소아는 행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매번 식사 때마다 함께 자리해야 해서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아니, 왜 자꾸 같은 탁자에 앉는 건데.’몇 번은 그들과의 합석을 피하려고 가장 구석진 곳으로 피신해 학관생들 사이에 낑겨 앉아도 보았지만.

“진소운 이 자리가 마음에 드는 것이야?”

폴짝폴짝 학관생들 사이를 뛰어다니는 당서희가 어느새 내 옆에 앉은 학관생을 밀어내고.

이어 화정산이 협박으로 다른 학관생을 보내버리고 나면, 용소아가 유유히 나타나 남은 자리에 앉았다.

“니가 얘들 단주 노릇도 했다면서, 왜 구석에 앉아 있냐?”

“왜 자꾸 이런 돌발행동을 하는지 모르겠군.”

시발 니들이랑 있으면 소화가 안 되니까.

그것 말고는 힘든 일이 없었다.

그게 너무 힘든 일인 게 문제였지만, 시발.

이후로도 힘든 일은 없었다.

학관에 도착하고 내가 처음 갈 곳은 집행각이라 생각했다.

교관들이 분명 뭔 수작을 부려놨을 거라 확신에 찼었으니까.

거기다 묵림에서 죽은 학관생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 목숨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기에, 일이 쉬이 풀리지 않을 거라 예상했었다.

교관들은 결코 죗값을 치르려 하지 않았을 테니까.‘물론 그렇다 해서 내가 죄를 뒤집어쓸 생각도 전혀 없었지만.’그런데.

“무사히 귀환해서 다행입니다.”

체포 명령이 떨어지리라 예상한 것과는 달리, 우리를 마중 나온 집행각 인원들은 정중하고 예의 발랐다.

“진소운 학관 대표가 전체 학관생들을 이끌었다 들었습니다.”

한참 선배로 보이는 이는 내게 존댓말까지 써가며 조사에 협조를 구했다.

“본격 조사 전에 간이 조사를 조금 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굳이 집행각으로 가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학관 대표실에서 두 사람과 마주 앉은 채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칠색화는 내놓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 학관생들을 이끌고 마경을 탈출했다는 겁니까?”

내 이야기를 듣던 집행각 책임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뭔가 알 수 없는 눈빛을 나누었다.

나는 몸을 뒤로 기대며 천천히 물었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문제라기보단……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이 드는군요.”

진위 여부라니? 뭘 이야기하는 거지?

“혹시 공적을 위해 과장을 한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진소운 학관생은 충분한 공적을 쌓았으니까요. 그 이상의 점수를 얻어 봤자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날 위한다는 듯 친근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내 가슴은 뭔가 불씨가 당겨진 것처럼 화르륵 타올랐다.

최소한의 것들만 말씀드린 겁니다. 그리고…… 학관생들의 죽음을 두고 내 공적을 채울 마음은 일절 없습니다.”

“아, 미안합니다. 친구분들의 죽음을 가볍게 여기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친구’란 단어가 어쩐지 가슴을 무겁게 두드린다.

생각해 보면 친구가 아니었는데.

아마 그들이 살아 돌아와서 함께 학관을 졸업했다면, 평생 서로를 친구로 부를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상했다.

녀석들이 죽고 나서야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기분 상했다면 미안합니다.”

알겠습니다.”

나도 별로 문제 삼지 않았다.

애당초 집행각의 인원들이 이렇게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게 잘 적응이 되지도 않았고.

“일단 간이 조사는 이 정도로 끝내겠습니다.”

“만독문의 일을 묻고자 오신 거 아닙니까?”

“아…… 뭐, 그건 본 조사가 시작되면 알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의외로 문제시될 거라 생각했던 만독문 방문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 보였다.

물론 집행각 조사관이 뒤에 덧붙인 말이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지만.

“용소아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면 당시 그 인원들이 만독문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니까요.”

역시나 이유가 있었네.

분명 내 보고서가 훨씬 명확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용이했을 텐데도.

저들은 ‘용소아’라는 이름 하나가 얹혀 있는 보고서에 더욱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새삼 그와 내가 가진 신망의 격차가 주지되며 열불이 끓어올랐지만, 이내 마음을 차게 식혔다.

이번 일로 인해 죽은 이들이 너무 많다.

친구가 아니었다가, 이제야 친구가 된 사람들.

비록 살아생전 친분은 없었어도 그들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는 게 내 의무니까.

내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잠시 미뤄둬도 상관없다.

사활단의 단주도 아닌데 이제 와서 무슨 쓸데없는 의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 내가 그들의 단주로 있었던 동안.

그리고.

그들이 내 명령에 절대복종했던 순간만큼은.

나는 그들의 죽음에 책임을 가졌던 사람이다.

그들은 나를 믿고, 내게 목숨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니, 내가 혐오했던 전생의 그 인간들처럼 그 의무를 외면할 생각은 일절 없었다.

“오늘 조사는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조사를 받고 나오니 대표단 건물 입구에 학관생들이 바글바글했다.

“뭐야?”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알은체를 하자, 그제야 내 존재를 확인하고 돌아보는 학관생들.

“단주?! 단주가 나왔다!”

“단주! 혹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오?”

“저들이 혹시나 모든 걸 단주 책임으로 몰지 않았소? 아무리 들어가려 해도 들여보내 주질 않으니 어쩔 수 없었소! 빌어먹을 것들……!!”

대주를 맡았던 이들부터 시작해 아직 부상이 다 회복되지 않아 의약당으로 보냈던 놈들까지.

모조리 모여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쉬이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겨우 떼었다.

단주는 무슨 놈의 단주. 운남을 벗어난 지 며칠이나 되었는데.”

내 말에 학관생들이 버럭 소리쳤다.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요! 한번 단주는 영원한 단주 아니겠소!”

“그렇지! 사활단이 진짜 사활을 이겨냈는데! 명예 단주로 계속 남아야지!”

“이거이거 그냥 넘어갈 생각하지 마시오! 단주는 아직 우리한테 술 사야 할 것도 있으니!”

시벌 세상 어떤 단원들이 단주를 이렇게 불손하게 대하는데.

“미친놈들.”

평소라면 내 욕지거리에 진저리쳤을 놈들도 못생기게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크크크 단주가 미쳤으니, 단원들도 미치는 게 당연하지.”

“하긴, 본래 같은 부대가 되면 닮아간다지? 크하하하.”

이상할 정도로 유쾌함을 유지하려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친구의 죽음에 짓눌리는 건 나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어떻게든 짓눌리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살아 돌아와 혼자서 편히 병실을 쓸 수 있는 의약당에 누워있노라면 별별 생각들이 다 떠오를 테니까.

마치 깊은 물에 잠식당하듯, 천천히 목을 조여오는 슬픔과 죄책감에 숨이 턱 막힐 걸 생각하면 잠시도 버틸 수 없기에.

이리 갖은 핑계를 대며 나와선, 일부러 유쾌함을 과장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 마음을 알기에 나 또한 굳이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서 치료나 받아라. 술 마실 때 아파서 못 마신다는 소리 하지 말고.”

어쨌든 이 무게는 스스로 버텨내야 한다.

내가 그러려고 하듯 그들 또한 그래야 한다.

앞으론 그러지 못하면.

“회복해서 보자.”

살아남을 수 없는 비극적 미래만이 우리 앞에 펼쳐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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