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472

2부 139화.

“크악!”

“그러게. 눈 가리라니까.”

졸지에 눈앞에서 눈뽕에 직격당한 아시온이 두 눈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키, 키헥! 내 눈! 내 누운!

-리자리자?

“아오, 저놈. 말 좀 하고 쓰지. 이게 뭔 일이야.”

“말은 했는데 우리가 못 들은 거 아닐까?”

“음, 그런가?”

웃긴 건 구경하던 가디언들과 동료들마저 눈뽕에 피해를 입었다는 것.

현실 기반이라 아군이라 해도 피해에 노출되는 스킬이 많은 갓오세다운 판정이었다.

그래도 이런 직접적인 눈뽕은 영웅 특성으로도 막지 못하는 만큼, 잘만 쓰면 아주 유용한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건 전조 증상에 불과했다.

[‘질뢰섬멸각(疾雷殲滅脚)’을 시전하였습니다.]

[밀집된 뇌룡의 기운을 터트려 거센 뇌풍을 일으킵니다.]

눈뽕은 그저 능력이 발동되며 발생한 파생 효과일 뿐.

진짜는 이거였으니까.

—-!!

“크억!”

마치 번개를 휘감은 토네이도가 들이닥친 듯, 거센 바람이 연신 푸른 스파크를 튀며 휘몰아친다.

자연의 섭리에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한번 기류에 휩쓸린 아시온이 저항의 여지 없이 집어삼켜졌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화르륵-!

뇌풍 사이로 피어오른 거대한 불길을 보기 전까지는.

번개를 밀어내며 자리를 차지한 그것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하나 재앙 같았던 거대한 화마는 이내 꽃의 형상으로 자리 잡더니, 재해의 압도감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모두 담은 기이한 광경을 연출해 내었다.

[특성 ‘불길을 걷는 자’의 초월 특성 ‘염화귀왕(焰華鬼王)’을 발동합니다.]

[어디에서든 불의 꽃을 피워 낼 수 있습니다. 불의 꽃이 피어난 곳에 있을 시 불꽃이 피해량을 흡수합니다.]

[이 효과는 불의 꽃이 꺼지기 전까지 지속됩니다.]

“크흐…… 흐하하! 이거였나. 겨우 이런 걸 비장의 수로 아껴 두고 있었단 말이냐!”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비릿한 웃음.

그것은 도현을 비웃는 것을 넘어 ‘겨우 이따위 것’에 불길함을 느낀 자신을 비웃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그에 도현이 솔직하게 감탄을 토해 냈다.

“와, 저런 미친놈을 봤나. 저런 것까지 숨겨 두고 있었어? 아주 사기 능력이란 능력은 다 갖고 있네.”

“흐흐…… 아쉽게 됐군. 마지막 발악이 통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 말을 듣기라도 한 듯이 뇌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아시온이 피워 낸 불의 꽃뿐.

곧 사라지려는 듯 점차 옅어져 가고 있기는 했지만, 아직은 굳건해 보였다.

도현의 아껴 두던 한 수만 무용지물이 된 상황.

그것이 불러온 결과는 참담했다.

—–!!

불의 꽃 속에서 아시온이 쏘아 낸 거대한 불길이 도현을 집어삼킨 것이다.

[시그니처 특성 ‘이프리트의 화신’의 두 번째 능력을 발동합니다.]

[이프리트의 화신의 모든 능력을 2시간 동안 봉인하는 대신 ‘청염의 이프리트’를 시전합니다.]

[이프리트의 화신을 발동하며 재생한 생명력과 증가한 방어력, 마법 저항력의 합한 수에 비례하여 증가된 ‘불의 숨결’을 직선 궤도로 쏟아 냅니다.]

[증가한 양에 비례하여 ‘불의 숨결’이 500% 증가한 위력으로 적용됩니다.]

콰아아아아-!!

실제 화룡이 브레스를 쏘아 내면 이러할까?

거대한 불의 날개를 펼치며 쏘아 낸 불길은 가히 용의 숨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자랑했다.

아시온의 능력 중에서도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기술.

날개도 없는 도현이 공중에서 피할 수는 없었고, 그 모든 화력을 몸으로 감당해야만 했다.

“내 승리다, 카이저!”

뼈와 살이 불에 타는 소리를 들으며 아시온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어지간한 탱커도 이 정도 증폭된 불의 숨결에는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린다.

레이드 보스의 페이즈 하나도 건너뛸 만한 위력이니만큼, 놈을 해치웠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정작 눈을 떴을 때는…….

“……?”

“다 했냐? 따듯하니 좋더라.”

불길이 걷히며 아주 멀쩡한 모습의 도현이 반겨 주었다.

“이게 뭔……”

아시온의 얼굴이 순간 멍청해졌다.

두 눈을 의심하는 듯 끔뻑이는 그의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웠으나, 도현의 차가운 눈동자는 그를 담고 있지 않았다.

[신의 눈물의 첫 번째 능력을 사용합니다.]

[2초간 무적 상태에 돌입합니다. (쿨타임 90분)]

“비장의 수? 마지막 발악? 누가 그래?”

미안하지만, 도현이 생각한 한 수는 뇌룡(雷龍)이 아니었다.

재앙의 탑에서 얻은 훌륭한 조커 패이기는 했지만, 시그니처 특성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뇌룡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좀 전에 보았던 ‘그것’이 제대로 나타나기 전, 저놈이 혹시라도 남겨 둔 스킬이나 아이템 효과를 빼 주기 위한 밑밥.

그런 면에서 뇌룡은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내었다.

아시온, 저 멍청한 놈이 이게 유일한 한 수인 줄 알고, 좋다고 덥석 미끼를 물어 버렸으니까.

‘슬슬 보인다.’

사신, 데미서스와의 혈전 때 보았던 느려진 세상이.

아직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이 느낌은 분명 그 감각과 흡사하다.

극한의 집중력으로 인해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난 듯한 기이한 감각 말이다.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에 집어삼켜질 것만 같았다.

그것에 넘어가지 않고 버틸수록 감각이 더욱 또렷해지고 생생해진다.

마치 칼을 갈수록 날카로워지듯이 도현의 정신도 과부하가 오려는 걸 버틸수록 예리해지는 것이다.

[거대한 역경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역천의(逆天衣)의 모든 옵션이 증폭됩니다.]

그 감각에 보답하듯 기세 좋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메시지를 보며 도현이 씨익 웃었다.

[자신만의 역천(逆天)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래, 이거지.’

재앙의 탑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자, 조금 전 승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준 내용의 메시지.

다만 좀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역천(逆天)의 의지가 검에 깃듭니다.]

“오래 버텨라.”

“……뭐?”

“신한테밖에 안 써 봐서 나도 위력을 잘 모르겠으니까.”

예고만 했던 좀 전과 달리, 지금은 천변(千變)에 희미한 빛이 깃들었다는 것이다.

* * *

붉은 악마, 아시온.

그가 이곳에 오게 된 건 그저 우연이었다.

무법지대를 탈퇴하고 한 번도 왕래가 없던 왕들을 루팔로의 숲에서 마주치게 된 것도, 그들에게 ‘그자’에 대해 듣게 된 것도.

그렇게 흥미를 가지고 심연의 눈(모조)에 오게 된 것도.

모든 것이 우연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하나 계기가 우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일 뿐, 이곳 심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시온의 선택이었다.

‘카이저란 놈이 이곳에 있어? 그놈한테 내 빈자리를 차지한 왕이 깨졌다고?’

이름은 많이 들어 보았다.

과거 뎀로크에서 카이저가 얼마나 대단한 위상을 떨쳤었는지.

하나 뎀로크는 갓오세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플레이어만이 활동하던 무대.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강자들이 없던 세상에서 얼마나 명성을 떨쳤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멸살보다 높았던 거?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지금의 멸살과 당시 멸살은 다른 사람이라 봐도 좋을 만큼 엄청난 수준 차이를 보인다고 하는데, 그보다 높았을 수도 있겠지.

아니, 설령 그보다 실력이 좋더라도 상관없다.

그래 봐야 카이저는 아직 최정상급 유저들에게 비비지 못하는 후발주자에 불과하니까.

‘그런 놈에게 지다니. 어지간히 얼빵한 놈이 내 후임으로 들어온 모양이군.’

그렇기에 카이저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땐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자신은 이미 무법지대를 탈퇴한 몸.

무법지대가 어찌 돌아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빌런들의 세상이라…….’

하지만 ‘그자’에 대한 건 달랐다.

왕들에게서 들은 그자에 대한 얘기는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그것’을 깨워 신대륙에서부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건 상당히 신빙성이 있으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있던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은 그야말로 빌런들의 낙원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아브타르텔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다. NPC들의 세력이나 환경도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

그 틈을 타서 곳곳에 숨어 지내던 빌런들이 무법지대와 힘을 합쳐 개변을 일으킬 것이다.

빌런들 사이엔 자신과 같은 은둔 고수도 제법 많다.

저 때가 되면 그들도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지 못할 테지. 굳이 도움 요청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합세할 것이다.

당장 계획을 들은 것만으로 흔쾌히 도움을 주기로 한 지금의 아시온처럼.

‘볼품없군. 겨우 이깟 놈에게 내 후임은 졌단 말인가.’

그렇게 마주하게 된 카이저는 딱 생각대로였다.

후발주자치고는 놀랍도록 강하나, 결국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는 못하는 존재.

차라리 동료라고 데리고 온 놈들이 몇 배는 더 나았다.

실제로 왕들 모두 그들에게 당하거나 밀리고 있지 않나.

‘한심한 것들. 이렇게 된 거 이놈만 정리하고 시간을 끌어 주다 빠져야겠군.’

왕들에게 듣기로 그자의 계획은 이미 진행 중에 있다 했다.

하물며 이제 곧 완성 단계.

지금 이곳에 왕들이 온 것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함일 뿐이니, 자신이 저 한심한 것들을 대신하여 그 역할을 수행해 줄 심산인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저들 모두를 상대하진 못하겠지만, 그저 시간을 끄는 거라면 차고 넘쳤다.

자신의 능력은 장기전과 도주, 추격전에 누구보다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앞으로 조금이면 짜릿한 광경을 볼 수 있게 되겠군.’

분명 그리 생각했다.

……놈이 기이한 뇌룡강림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놈이 불의 숨결을 씹어 버려서, 시그니처 특성이 끝나기 전까지는…….

서걱-

—-촤악!

“이게 무슨……!”

“도망치지 말고, 버티라니까? 쥐새끼같이 도망만 쳐서 되겠냐면서.”

아니, 더 정확히는 놈의 검에 희미한 빛이 깃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말도 안 된다. 대체 어떻게 이런 위력이 나올 수 있지?’

검에 빛이 깃들기 시작하고부터 놈은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에게 치명상 하나 입히지 못하고 생채기만을 늘려 주던 검은, 한 번 그어질 때마다 더없이 날카롭게 다가왔다.

기세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날카로웠다.

얼마나 날카롭냐면…….

서걱-!

[역경을 헤쳐 가는 남자의 검이 의지를 받들어 불길을 베어 냅니다.]

[상대가 자신만의 검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강대한 격의 잔재가 느껴지는 기운에 ‘이프리트의 화염’이 주춤합니다.]

[이프리트의 화염이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불의 화신’이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베일 리가 없는 화염마저 모조리 베어 낼 정도로 날카로웠다.

단순히 날카롭기만 한 게 아니었다.

‘특성과 능력이 모두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상성이나 능력적인 카운터가 아니다.

그런 것으론 설명할 수 없는 아득한 무언가.

[격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대상의 검을 녹일 수 없습니다.]

‘격……?’

레이드 보스나 NPC도 아닌 유저를 상대하며 이런 메시지를 볼 수도 있었단 말인가.

난생처음 겪는 일에 멍해진 아시온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마음 편히 넋을 놓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서걱- 석-!

촤아악-

불이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게 된 놈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으니까.

불구덩이를 뚫고 달려드는 놈은 전설 속 무신처럼 용맹하고 섬뜩했다.

휘두르는 검은 더없이 강대하고 위협적이었으며, 아시온의 공격을 극한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피하며 달려드는 모습은 가히 신기에 달해 있었다.

미래가 보이는 게 아닐까 착각마저 들 지경.

마치 놈에게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보였다.

퍼엉! 후웅-!

덕분에 자신만 반 박자 늦게 허공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원거리에서 싸우기에 이 정도지, 근접에서 놈과 맞붙었다면 우스꽝스런 광경을 연출하지 않았을까?

메시지의 말대로 정말 격의 차이가 느껴지려 할 그때.

파앗-!!

놈에게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검에 깃들어 있던 그 빛이 아니었다.

그 빛은 저리 거세지도 않았을뿐더러, 약간 진해지곤 있지만 여전히 희미한 빛에 불과했으니까.

‘저, 저건……!’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빛의 향연에 아시온의 눈이 부릅뜨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빛은 아시온도 익히 아는 빛이었으니까.

아니, 아마 초월 퀘스트를 진행한 유저라면 모두가 알 것이다.

‘저 특유의 신비로운 광채는 초월 퀘스트의 달성에 가까워질 때 나타나는 빛!’

카이저, 그가 초월 퀘스트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저건 보편적인 초월 퀘스트의 영역이 아니었다.

‘저 정도 빛이라니…… 대체 뭘 얻으려 하는 거냐, 카이저!’

나름 상위권이었던 자신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세기.

감히 색을 짐작하기도 힘들 만큼 거센 빛의 향연 앞에서, 아시온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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