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486

2부 153화.

루팔로의 숲.

영물 루팔로가 지키는 곳이자, 세계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

그곳은 지금 평소와 많이 달랐다.

생명이 가득했던 땅에는 죽음의 기운이 서려 있어 싱그러운 풀 내음 대신 죽은 식물의 냄새가 풍겼고.

사아-

빼꼼 고개를 내밀던 요정들은 섬뜩함을 느낀 듯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모습을 보인 요정은 모두 죽었으니까.

또한, 살아남은 요정들 또한, 이미 숲을 떠나 달아난 지 오래였다.

비교적 어린 요정들이라 겁이 많아서도, 힘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쉬익- 쉭-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가쁜 숨을 내쉬는 거대한 사슴.

루팔로의 부탁 때문이었다.

이곳을 버리고 떠나 살아남아달라고. 그리하여 최대한 이 소식을 모두에게 전해달라고 말이다.

‘이 순간이…… 오는구나…….’

영생을 살아가기에 아주 긴 시간을 살아오며 고귀한 사슴이라 불리던 그는 직감했다.

점점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필멸자들은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두려워하는 것일 뿐. 이미 긴 시간을 살아온 루팔로는 생에 별다른 미련이 없던 것이다.

다만…….

‘……미안하다. 결국, 지켜주지 못하는구나. 엘리넬.’

스스로 희생하여 긴 잠에 든 엘리넬, 그녀가 깨어난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

그녀가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이곳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너무도 애통했다.

쉬익…… 쉭…….

그 애통함이 생명줄이 끊기는 것을 잠시나마 막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때 생사의 기로에서 허덕이고 있는 루팔로의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림자는 딱하다는 듯 말했다.

[고귀한 루팔로. 세계수의 사랑을 받는 위대한 숲의 수호자. 네놈에게 참으로 과분한 이명들이로구나. 이리도 나약할 줄은 몰랐는데…… 아니, 나약해진 건가? 뭐가 되었든 우스운 꼴이구나.]

-……네…… 놈.

간신히 눈을 떠 그림자를 올려다본 루팔로가 충혈된 눈을 힘겹게 부라리며 말했다.

-어째서…… 네놈이 지금 이곳에…… 네놈은…… 분명 님프들에게…….

[어째서라…… 질문이 이상하군. 전쟁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곳을 먼저 치는 건 당연한 전략 아닌가.]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가장 가까운 이곳을 두고 왜 굳이 님프 마을을 먼저 습격한단 말인가?

그곳에는 사도들도 있으며, 수많은 님프들이 있다.

기습을 할 거면 이곳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을 텐데 왜 굳이 어렵게 돌아가는가?

그저 한 박자 빠른 기습으로, 수뇌부들을 미리 처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것 또한 맞았지만,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었다,

-그곳을 습격한 건…… 미끼였나. 이곳에 전력이 모이지 않게 하기 위한…….

자신이 버티고 있는 이곳에는 세계수가 있다.

그리고 님프와 엘프들은 세계수의 영향에 비례하여 더욱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그들이 이곳에 모이게 되면, 놈에겐 그보다 까다로울 수가 없을 터.

하물며 이곳에는 그가 원하는 많은 것이 있었다.

-처음부터…… 이곳이 목적이었어…….

[그래. 억울해하진 마라. 르시아, 그 빌어먹을 여자가 봉인된 순간, 이렇게 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

그리 말하던 그림자…….

아니, 침입자들의 수장 바탄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물끄러미 루팔로의 눈을 바라본 그가 고개를 저었다.

[죽었군.]

영생을 살아가는 고귀한 영물의 마지막이라기엔 더없이 허무하고 볼품없었다.

무릎을 굽혀 루팔로의 눈을 감겨주던 바탄이, 문득 왼쪽 어깻죽지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렸다.

[예견된 일이라…….]

그리곤 좀 전에 자신이 끝마치려던 말을 되뇌더니 피식 웃어 보였다.

정해진 운명이었다.

그리 호언장담하기엔 자신의 꼴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뚝. 뚜욱.

왼쪽 어깻죽지 밑으로 팔이 잘려나간 탓에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루팔로가 낸 상처가 아니었다.

놈은 나약해질 대로 나약해져, 그저 튼튼한 맷집을 자랑하는 것 빼곤 아무런 전력도 내지 못했으니.

상처를 매만진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검성…… 이라 했던가.]

검보랏빛 머리와 눈동자를 한 하얀 피부의 여인.

검처럼 날카롭게 버려진 기세와 차분함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던 그녀는 분위기만큼이나 검술 또한 신묘했다.

[사도가 이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니.]

지금껏 봐온 사도들은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였다.

자신의 편에 선 무법지대인지 뭔지 하는 것들의 왕이라 불리는 놈들이나, 앨로윈의 저택에 소집된 유명하다는 사도들까지.

그저 따분함을 달래줄 정도의 묘기나 보여줄 뿐.

주의해야 한다는 느낌조차 주지 못했다.

그나마 푸른 머리의 빙결사가 쓰려던 최후의 기술이 조금 흥미롭긴 했으나, 딱 그 정도일 뿐 언제든 죽일 수 있는 건 변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와 조우한 순간, 곧장 전투가 시작되었고.

[일 합.]

단 한 번의 공방으로 승패가 결정되었다.

그 결과 비록 승리했으나 팔 하나를 잃었다.

고작 한 번의 공방.

시간으로 치면 찰나에 불과한 대결의 결과라기엔 너무도 큰 손해였다.

[그 찰나의 순간에 반격을 할 줄이야. 참으로 신묘한 검술이로다.]

대사를 앞두고 팔 하나가 날아간 건 너무도 아까운 일이었지만, 그는 불쾌해하지 않았다.

[르시아, 그 여자 이후로 이런 기분은 무척 오랜만이로군.]

비록 찰나에 불과한 전투였지만, 일순 그녀가 떠올랐다.

이런 수준의 사도가 전쟁에 참여하게 뒀으면 변수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

차라리 이곳에서 먼저 처리할 수 있어 다행이라 봐야 하리라.

그리고…….

그렇기에 더 기대되었다.

-감사합니다, 바탄 님. 덕분에 이 건방진 여인을…….

방금 전 가장 신뢰하는 수하이자 님프 마을로 보낸 2인자.

그녀에게서 들은 전언이 떠오른 것이다.

[여제라고 하였나.]

사도들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익히 들었던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을 거론할 때 항상 뒤따르는 이름이 있었다.

다름 아닌 검성.

아마도 라이벌 관계겠지.

그래서일까? 너무도 궁금했다.

[크, 크흐…… 기대되는구나.]

이 여인과 동등……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를 가장 든든했을 아군이 적이 되었을 때.

[과연 어떠한 얼굴을 보여줄지.]

* * *

싸늘하다.

쥐 새끼 한 마리 돌아다니지 않는 듯한 침묵.

무수한 이들이 한데 얽혀 싸우고 있는 전장에서 퍽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하나 이곳에 있는 이라면 그 누구도 저 표현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우뚝.

제자리에 우뚝 서 있는 여제와 그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2인자 ‘???’.

띠링-

[플레이어 ‘여제’가 ‘???’의 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떠 오른 메시지가 모두를 침묵에 빠트리고 있었으니까.

침묵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

“이런 미친!”

“왓 더 퍽!? 쓋!!”

“아니, 씨X 이게 무슨 일이야!”

약속이라도 한 듯 온갖 육두문자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이 모든 광경이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음에도, 그들은 진정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미친;;;

-종이 됐다고? 그럼 여제가 쟤네 편 된 거?

-아니, 분명 디버프 씹을 수 있던 거 아냐?

-뭐임? 갑자기 왜 통하는 거임?

-ㅁㅊㅁㅊㅁㅊㅁㅊㅁㅊㅁㅊ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디버프 터지는 이펙트도 없었는데?

방송 채팅창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온갖 욕설과 경악에 찬 채팅이 쉴 틈 없이 올라와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였다.

최강의 아군이었던 여제가 적이 되었다?

지금껏 여제가 보여준 활약이 있던 만큼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던 것이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왜 갑자기 루팔로의 가호를 무시하고, 디버프가 통하냐는 것인데…….

그 의문은 금방 해소되었다.

[루팔로의 숲이 점령되어 적대 세력의 힘이 강해집니다.]

[루팔로의 숲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영물, 고귀한 사슴 ‘루팔로’가 사망하여 ‘루팔로의 가호’의 효력이 약해집니다.]

[더 이상 적대 세력의 2인자 ‘???’의 디버프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한 박자 늦게 떠오른 시스템 창 때문이었다.

“……뭐?”

“루팔로가 사망해? 루팔로면 설마 그 루팔로의 뿔 부수기 콘텐츠의 그 루팔로?”

“점령된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갑자기 루팔로가 왜 죽어? 만나본 적도 없는데.”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하냐? 이제 디버프 막는 거 안 통한다잖아.”

“X발, X 됐네.”

그리고 이는 현장에 있는 유저들이 가장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난리가 났다.

하나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슈아아악-!!

누구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이가 있었으니…….

“화, 화살?”

“저건……!”

“해링턴이다!”

멀리서 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해링턴이었다.

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가장 객관적으로 해야 할 행동을 판단할 수 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매의 눈으로 얻은 정보를 통한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이 승기를 잡기 가장 유력한 순간이라고.

제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이렇게 방심할 때 기습으로 화살을 쏘면 첫발은 맞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그게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화살이라면!

그렇게 번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치면 된다.

꽈악-

“……?”

하지만 다음 순간.

해링턴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잡았다?”

분명 머리통을 향해 쏘아낸 화살이, 그녀의 손아귀에 있던 것이다.

믿을 수 없었다.

여제의 입장에선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날아왔을 터인데, 저걸 어찌 잡아챈단 말인가?

하지만 감탄할 겨를이 없었다.

휘익- 쉐에엑!!!

잡아채는 것과 동시에, 그 반발력을 이용해 몸을 회전한 여제가 냅다 이쪽으로 화살을 던져버리는 게 아닌가?

‘이런, 피해야……!’

화살을 쏜 직후 위치를 바꾸는 게 저격수가 꼭 지켜야 할 룰이건만.

너무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방심했다.

피하면 늦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쏘아서 맞힌다.’

자신 정도 수준의 궁수라면 그편이 더 빠르다.

판단을 내린 해링턴이 바로 다음 화살을 쏘아냈다.

소수점 단위 초 만에 쏘아진 화살이, 정확히 날아오는 화살에 명중하며 터진 폭발이 공중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로빈훗이 울고 갈 뛰어난 묘기를 선보이고도, 해링턴은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짝 긴장한 채로 쉴 새 없이 손을 놀렸다.

퓻- 퓨퓻!!

위치를 발각당했으니, 빠르게 휘몰아쳐 접근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의 속사는 궁수 중에서도 단연 톱급.

괜히 유일하게 궁수 직업으로 10대 길드 마스터로 군림하는 게 아닌지, 엄청난 속도로 화살이 쉴 새 없이 빗발쳤지만…….

휘릭, 휙-

타앗!

그저 몇 번의 발놀림으로 모조리 피해내며 돌진하던 여제가 거칠게 땅을 도약했다.

슈아아악-!

도약할 것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공중에 뜬 이마를 노리고 화살이 날아들었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가볍게 낚아채 역으로 던져버렸다.

퍼어엉!

어찌나 세게 던지는지, 눈 깜짝할 새에 날아온 화살이 폭발했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문제는 좀 전에 쏜 폭발 화살의 범위와 위력이 평소보다 3배 큰 화살이었다는 것.

콰아아앙!!

자신의 노림수에 역으로 당한 해링턴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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