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84화.
아스팔트를 달리는 스포츠카처럼 시간은 빠르게 흘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길드전 업데이트 날이 지난 지도 어느새 일주일.
그간 갓오세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길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NPC 소속들이 모인 길드들이 우후죽순 설립되고 있는 것으로…….]
[NPC 소속 길드와 유저 길드 간의 대립 구도.]
[길드 가산점을 따기 위한 대혈투극. 현재 갓오세는 대 길드 시대?]
[길드전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많은 우려의 시선이…… 예상 길드 순위 1위는 멸살의 집행 길드.]
그중 가장 먼저 보인 변화는 바로 각 세력의 구도였다.
본디 따로 길드에 들지 않았던 NPC 소속의 하이 랭커들이 본격적으로 길드를 설립하곤,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2년간 길드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변화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더 이상 길드에 들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본디 길드라는 세력과 NPC 소속이란 세력은 대립하는 구도라 할 수 있다.
워낙 유명한 플레이어들이 길드 마스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평판 자체는 길드가 우세이긴 했으나 그건 10대 길드 정도 될 때의 얘기.
어지간한 대형 길드보단 NPC 소속의 유저들의 수준이 더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실제로도 그러한 경향이 있었다.
-최고점은 길드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NPC 소속이 우월하다.
딱 그렇게 분류할 수 있는 셈.
그렇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았고, 때문에 대립이라기보단 사실상 공존에 가까웠던 게 그들이었는데…….
[크리스론다 길드 설립! 목표는 10대 길드 탈환?]
[길드전에서 증명하겠다 선포. 무수한 기대를 받으며 파죽지세로 대형 길드 자리까지 오른 크리스론다 길드에 대해 알아보자.]
[칠강 소속 랭커 5명이 포함된 역대급 길드 탄생!]
이번에 NPC 소속 유저들이 길드를 설립하곤 한데 뭉치더니, 순식간에 대형 길드급으로 성장해버렸다.
전체적인 수준은 NPC 소속이 우월함을 증명한 것이다.
-와, 라인업 X된다 진짜.
-길드전 대체 언제 열리냐;;
-ㄹㅇ 총집합인데. 이 정도로 스케일 큰 컨텐츠가 있었나?
-다들 진심인 게 느껴짐 ㅋㅋㅋ 영상만 봐도 살기가 느껴진다니까.
-진심이 아닐 수가 있겠냐. 여기서 순위 밀리면 다음 길드전 열릴 때까지 내내 무시 받을 텐데 자존심이 허락 못 하지 ㅋㅋ
-칠강 소속 vs 10대 길드 키야~~ 벌써 치킨 마렵네.
누가 진짜 우세인지 붙는 거임?
-하 X벌……. 쟤네 때문에 우리 길드 비상임. 100위에도 못 들게 생김.
-크리스론다를 시작으로 NPC 소속 길드들 겁나 많아지긴 함.
그간 자신들만의 인프라를 구축한 채 길드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NPC 소속 랭커들이 참가한다?
이는 가뜩이나 들끓었던 화제에 더욱 불을 지폈다.
하나 그들이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저 흐름에 타기 위함이나 자존심 따위가 아니었다.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게 더욱 컸다.
‘길드전 보상으로 주는 장신구가 설마 그런 효과일 줄이야…….’
길드전의 순위권에 들면 얻는 장신구.
그것의 성능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던 것이다. 그것도 일개 아이템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그도 그럴 게…….
[이번 장신구는 역대급 보상으로 예측되는…… 아마 세상의 흐름이 뒤집힐 법한…….]
가장 등급이 낮은 장신구조차 이 정도의 추측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 위 등급인 특수 장신구는?
못해도 그 이상일 터
여기까지가 현재 공개된 정보지만, 앞으로 자세한 정보가 공개된다 하니 가히 역대급을 예상하고 있다.
그 밖에도 높은 순위에 오르면, 여러 특혜와 보상이 주어진다고 하니 뛰어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아직 메인 요리는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도현은 알고 있다.
‘유일’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지.
‘당장 진리의 눈부터가 유일 특성이니까.’
상황이 이러니 NPC 소속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허겁지겁 길드를 설립하며 나선 것이다.
‘이건 안 하면 바보인 수준이니, 자존심 부릴 때가 아니지.’
이건 갓오세에 둘도 없는 기회였다.
이번에 순위권에 든 길드는 앞으로 갓오세를 지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10대 길드가 바뀔지도 모르지.’
대중의 평가로 자리 잡은 지금의 10대 길드와 달리, 공식적으로 순위가 인정된 길드들로 말이다.
그리고 기왕 시작한 거, 도현은 어쭙잖게 할 생각이 없었다.
10대 길드?
‘아니.’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끝까지 가야 하지 않겠는가.
도현의 목표는 1위였다.
보라 아재가 있는 바벨론과 천마가 있는 천마신교. 그리고 유일하게 승부를 낸 적 없던 멸살의 집행까지.
모조리 꺾고 당당히 카신교의 이름을 1위의 자리에 올리는 것이다.
‘제대로 가보자고.’
……라고 당차게 말하긴 했지만, 정작 일주일간 도현이 길드에 관여한 것은 사실상 전무했다.
-나도 도울 거 없을까?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믿지 못하는 것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너무 다 떠맡기는 거 같…….
-카신께선 그저 존재만으로도 빛…… 저희는 그 광명을 따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나이다. 저와 신도들에게 맡겨주시지요.
-……그래. 고마워, 아나.
-흠흠…… 당연한 것이옵니다.
이제는 부쩍 친해져서 ‘아나’라고 부르는데, 이럴 때마다 반응이 미묘하다.
처음에야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는 모습에 도현도 머쓱해 했는데, 벌써 며칠째 저러니 익숙했다.
그럼에도 아나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이유는…….
-아나스타샤?
-…….
-……아나.
-예! 신이시여.
-……아니야.
한 번 다시 아나스타샤라고 불렀더니, 무척이나 싸늘한 얼굴로 올려다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나’라고 부를 때 보이는 그 특유의 맑은 눈을 하는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인상.
도현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순순히 ‘아나’라고 부르는 게 서로 좋을 것임을.
하여튼 그렇게 길드의 일은 모두 그녀와 신실한 신도들에게 맡겼고, 그간 도현이 한 일은 두 가지였다.
“흐음, 네가 그런 재앙의 중심에 있게 된단 말이지? 드란 녀석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도 운명인가…… 음? 드란은 어디 있냐고? 글쎄, 말해주면 재미없지. 하지만 조만간 만나게 될 거다. 어쩌면 그쪽에서 널 찾아갈지도 모르고.”
르시아와 만나 대륙 퀘스트 때 못다 한 대화를 나누고,
“르시아 씨.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그 폐관 수련은 계속하실 거예요?”
“물론이지요, 여왕 폐하. 이번 일 때문에 힘을 많이 잃어서요. 회복할 동안은 어디 박혀 있어야 할 것 같네요. 무엇보다…… 너무 이목이 집중돼서 불편하기도 하고.”
“하하…… 여전하시군요, 르시아 님은.”
“아, 앨로윈. 그간 폐하의 빈자리를 아주 훌륭히 채웠던데. 훌륭해.”
“과찬이십니다.”
같은 자리에서 아리드나와 앨로윈과의 화담도 나누었다.
“그보다…… 카이저 님. 이렇게 된 이상 저희도 최대한 대비를 해두어야겠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번 일로 깨달은 게 많거든요. 같은 일이 반복되게 둘 수는 없죠.”
그렇게 나눈 대화는 아리드나가 봤던 예언의 장면에 대한 것.
“또 보게 되는 게 있다면 연락드릴게요.”
“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후후, 저야 카이저 님을 자주 뵈면 좋지만……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야겠죠? 왠지 자주 볼수록 멸망에 더 가까워질 것 같아서요.”
“음…….”
“걱정 마세요. 저흰 잘 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걸 받아주세요.”
그리고,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아리드나의 선물, ‘천리안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천리안의 구슬]
-등급 : 전설
-설명 : 님프 여왕 아리드나의 가호가 깃든 선물.
그녀의 고유 재능인 ‘천리안’의 힘이 담겨 있다. 사용 시 열화된 천리안을 사용할 수 있다.
-효과 : 열화판 천리안을 사용할 수 있다. (쿨타임 : 90분)
“이건……?”
“작지만 저를 깨워주신 거에 대한 보답이에요.”
“아.”
약속했던 보상 또한 받았다.
그 보상은 무려 ‘천리안’이 담긴 전설 등급의 구슬.
‘오?’
궁금해서 사용해보니 성능이 기대 이상이었다.
아리드나처럼 대륙 전체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범위가 반경 수백 미터는 되었다.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
탁 트인 시야를 내다보는 게 마치 인공위성으로 내다보는 듯한 고양감을 선사했다.
쿨타임이 상당히 긴 편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처음 보는 맵이나, 함정 맵 같은 곳에서는 거의 치트를 쓴 수준이겠는데.’
히든 피스와 엮일 일이 많은 도현에겐 더없이 달가운 능력이었으니까.
하여튼 그렇게 얻을 것도 얻고, 항후 계획을 정하고 NPC들과 헤어진 도현은 그 뒤로 엘라니스의 퀘스트들을 깨는 것에 집중했다.
길드전은 매회 정해진 장소에서 열리는데, 다음 길드전이 열리는 것이 확정된 곳이 신수의 섬 ‘라크시아’였기 때문이었다.
기왕 제대로 하기로 했으니 늦지 않게 엘라니스를 졸업해야지 않겠는가.
온갖 서브 퀘스트를 전부 밀어가며 몬스터들을 도륙하고 다닌 결과, 도현의 시간은 그야말로 살살 녹았다.
그렇게 소처럼 일한 덕인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후우, 드디어 좀 쉬는 거야? 요즘 너무 부려먹은 거 아냐? 힘들어 죽겠어.
-리자리자…….
-음! 언제나 정진하시는 주군의 모습은 언제나 귀감이 됩니다.
덕분에 덩달아 소처럼 구르던 지하드와 엘리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찰리도 말하지 않을 뿐 지친 기색이고. 그래도 이렇게 달린 덕에 얻은 게 많았다.
‘생각보다 스펙이 너무 뻥튀기됐어. 설마 새로 얻은 능력들에 그런 것까지 활용이 될 줄이야…….’
우선 새로 얻은 능력들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었고,
[엘라니스 진행률 : 94%]
본대륙과 달리, 신대륙에는 진행률이라는 게 있다.
이전에는 없었는데 신대륙 업데이트가 진행되며 생긴 시스템.
이것이 100%에 도달하면 졸업 퀘스트를 얻을 수 있었고, 이제 남은 진행률은 고작 6%.
“이제 하루 이틀만 더 있으면 되겠는데?”
마지막 10%가 더럽게 오르지 않는다곤 하지만, 도현의 공략 속도를 보았을 때 아무리 길어봐야 사흘이면 끝이었다.
길드전에 대한 소식은 아직도 없는 걸 보면 적어도 일주일은 더 걸릴 터.
숨통이 좀 트인 셈이다.
기대 이상의 성능에 도현이 만족스런 미소를 머금을 때였다.
띠링!
[아나 : 신이시여. 송구스럽사오나 잠시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나 : 음? 무슨 일인데?]
[아나 : 다름이 아니오라…… 길드원들의 최종 면접을 봐주셨으면 하옵니다. 심혈을 기울여 추리긴 했으나……. (후략)]
“최종 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