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30

2부 197화.

시험의 내용은 간단했다.

[철쇄천겁(鐵鎖千劫)의 시험, ‘파천귀(破天鬼)의 시련’이 내려집니다.]

[파천귀의 시련은 그가 파천귀로서 저지른 과업을 일곱 가지 시련으로 나눈 것입니다.]

[각 사슬마다 시련이 담겨 있으며 시련을 극복할 때마다 철쇄천겁의 능력이 해금됩니다.]

[시련을 극복한 후 다음 시련에 도전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련에 실패할 시 해당 시련 보상과 이전 시련의 보상이 모두 사라집니다.]

파천귀(破天鬼), 카엘리보루스.

그가 이곳에 봉인되기 전 저지른 과업에 대한 벌을 형상화한 시련을 극복하는 것.

그리하여 진정으로 자격을 증명하고 주인이 되는 것이다.

다만, 보상이 큰 만큼 리스크 또한 컸다.

-철쇄천겁…… 이 거지 같은 사슬은 우매한 자들을 싫어한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지. 스스로의 한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놈에게 우리의 힘을 줄 수는 없는 법.

“…….”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라지.

쩌억, 인간이라면 불가능할 만큼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웃은 파천귀가 침을 뚝뚝 흘렸다.

그것은 마치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보는 포식자 같기도, 곧 보여줄 잔혹한 결과를 기대하는 관객 같기도 했다.

그에 도현이 입을 다물자, 파천귀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이번 시련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게 시작이었다.

쿠구구구!!

지진이라도 난 듯 지면이 요란하게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지면뿐만이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과 주변 공간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었다.

……개벽.

순간적으로 떠오른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갈 즈음.

띠링! 띵!

경고음에 가까운 요란한 알림이 울려 퍼지며, 시야를 정신없이 어지럽혔다.

[첫 번째 시련 ‘원죄의 심연(原罪之深淵)’이 시작됩니다.]

[파천귀가 남긴 첫 원죄가 심연의 형태로 구성된 시련의 장입니다.]

[이곳은 파천귀가 처음 생명체를 헤친 순간이자, 파천귀로의 첫걸음을 걷게 된 계기. 세상에 파천귀를 낳은 끔찍한 장소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원죄의 그림자와 마주하고, 파멸의 기원과 조우하십시오. 그리고 살아남으십시오.]

[1시간 동안 살아남으면 철쇄천겁의 첫 번째 사슬이 내려오며 파멸의 기원을 봉인하고 시험에 통과합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 너머.

아아–

도현은 보았다.

하늘에서부터 지면을 향해 무수히 꽂힌 거대한 검은 사슬과 벌레가 들끓는 듯 불쾌하게 꿈틀거리는 세상.

아득하게 느껴지는 세상의 끝에서 보이는 하나의 눈동자.

크르르르…….

차마 인간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렇기에 그저 압도되는 아득함을 지닌 그것은 심연이었다.

제아무리 파천귀의 존재가 있다 해도 엄연히 무구의 시련.

그런 것에 심연이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하물며 저건 그냥 심연도 아니었다.

‘……미친.’

처음 아브타르텔에 심연에 나타난 건 1,456년 전이다.

하지만 그게 심연의 시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 드러난 게 1,456년 전일 뿐, 심연은 그 이전부터 존재해왔으니까.

인류가 등장하기 전…….

아니, 가장 먼저 태어난 종족인 드래곤보다도 먼 과거.

어쩌면 아브타르텔이 생겨난 태초의 순간부터 등장했을지 모를 아득한 태초의 생명체들.

[고대의 심연이자 최초의 베헤모스, ‘원죄(原罪)의 베헤모스’와 조우하였습니다.]

[플레이어 최초로 전(前) 심연의 강자, ‘라그 베헤모스’의 시조와 조우하였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그에게서 살아남으십시오.]

[남은 시간 – 01 : 00 : 00]

고대의 심연.

그게 저 아득한 존재의 정체였던 것이다.

‘라그 베헤모스의 시조? 최초의 베헤모스? 이건 사실상 인류로 따지면 고대 오왕 중 하나랑 싸우는 격 아니냐고!’

태어난 시기를 생각하면, 사실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라 봐도 무방했다.

황당함을 넘어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 심장이 격하게 뛰었지만, 도현은 애써 가슴을 진정시켰다.

놈이 모든 베헤모스의 시조라곤 해도, 정말 오왕 급은 아니라는 걸 자각한 것이다.

‘파천귀가 처음으로 죽인 생명체라고 했지.’

신들에게 대적했던 존재인 만큼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해도, 결국 지옥의 사슬에 제압된 게 사실이다.

신들과 거하게 전쟁을 벌이고, 승리 직전까지 갔던 주역들인 오왕에 비할 바는 아닐 터.

그리고 그런 파천귀가 처음 죽인 생명체라는 건, 신들에게 본격적으로 대적할 때에 비해 그 힘이 많이 부족했을 때 상대한 놈이라는 뜻.

‘물론 지능을 잃은 라그 베헤모스보다는 확실히 강하겠지만…….’

잡는 것도 아니고, 그저 버티기만 하면 되는 건데 못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마음을 다잡은 도현이 침착하게 천변을 쥐었다.

[천왕진기(天王震氣)를 시전합니다.]

[기사왕, ‘루슬레인 발레몽’의 기 운용법을 활용한 천왕진기의 기세를 발현합니다.]

[무변자(無變者)가 발동됩니다.]

[현재 무구와 상관없이 다른 포식한 무기의 효과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현재 무구인 하얀 사자의 설화(雪華)검에 적용할 무기 효과를 선택하십시오.]

[역천기(逆天期) 제1초식, 시(始)를 사용합니다]

그의 의지에 반응하듯 천변에 은은한 빛이 감도는 순간.

—!! 쿠우우웅!!

순간 어둠이 꿀렁인다 싶더니, 아득한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손을 뻗자, 세상이 뒤흔들리는 듯한 충격이 천변의 검날을 타고 전해졌다.

-호오, 이걸 막다니. 제법이로군.

보이지도 않는 저 멀리서 파천귀의 흥미로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도현은 무시로 일변했다.

그저 앞만 바라볼 따름이었다.

“첫 번째 시련이 이 정도라…….”

인간적으로 밸런스가 고장 난 게 아닌가 의심될 상황이었으나, 도현은 미소지었다.

그런 도현의 눈동자에 선명한 글자가 비췄다.

[악연을 맺은 대상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전(前) 심연의 강자였던 ‘원죄의 베헤모스’와 카이저 님은 대를 뛰어넘은 아득한 악연 관계입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악연의 장’이 펼쳐집니다.]

[거역의 서(書)가 적합한 힘을 탐색하기 위해 시전자와 대상에 얽힌 서사를 읽고 있습니다.]

[반항의 연(緣)이 발동됩니다.]

[운명에 강하게 저항하여 상대에게 죽을 확률이 가능 높은 운명을 거스를 힘이 주어집니다.]

고대의 심연? 최초의 베헤모스?

그게 다 무슨 상관인가.

심연인 이상 도현의 악연이고, 악연인 이상 거역의 서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그래, 어차피 쉽게 갈 거라곤 생각도 안 했어. 어디 끝까지 가보자고.”

길드전까지 앞으로 일주일.

그 시간 전부를 쏟아부을 각오를 마친 도현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 * *

한편 도현이 시험에 집중하고 있을 그 시각.

님프 마을의 중앙, 세계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저택에서는 다소 다른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

여왕의 침실.

자연을 옭아 만든 듯한 초록 침대에서 가지런히 누워 잠을 청하던 여인.

아리드나가 돌연 눈을 부릅뜨며 몸을 일으켰다.

어찌나 놀랐는지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안색은 창백해져선 금방이라도 혼절할 듯 보일 지경이었으며,

“아아…….”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가녀리다 못해 안쓰럽게 느껴졌다.

“여왕 폐하! 무슨 일이십니까!”

실제로 저택의 거실에서 그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앨로윈이 덜컥 문을 열고 들어왔을 정도.

평소라면 걱정을 끼치기 싫은 마음에 별거 아니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그녀이지만…….

“하아, 하아…… 말도 안 돼…….”

지금의 그녀에게 그런 배려심은 없었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세게 요동치다 못해 가슴이 아파져 옴에도, 가라앉힐 생각조차 못할 만큼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성이 마비되는 느낌.

그런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오직 한 가지.

“아아, 방금 본 게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요.”

그녀의 숨겨진 능력인 예언이 보여준 하나의 장면.

두서없는 혼잣말만으로도 상황을 파악한 앨로윈이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대체 무얼 보셨기에…….”

그도 아는 것이다.

그녀가 이따금 예언을 보는 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중에는 파멸적인 미래를 본 날들도 있었고 그때도 여왕은 몹시 불안해했지만…….

‘여왕께서 저 정도의 반응을 보이다니……!?’

단언컨대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물며 그중에는 여왕이 봉인되는 계기가 되었던 엘라니스의 대재앙의 한 장면도 있었건만.

“하아…… 하아. 후우…….”

가쁜 숨을 내쉬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는 그녀를 앨로윈은 그저 침묵하며 바라보았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숨소리를 들을수록 반대로 그의 심장 소리는 커져갔다.

곧 열릴 저 작은 입술에서 나올 말이.

몹시 궁금하면서도 듣기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그녀의 숨소리는 안정을 되찾았고, 이내 고운 입술 또한 열렸다.

“……카이저, 카이저 님은 어디에 있죠?”

“카이저 님이라면 중요한 일정이 있다며 수련에 들어간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아……. 그분에게 전해야 해요. 약속의 날이 깨졌다고. 곧 그들이 온다고.”

“……약속의 날이요? 그게 대체 무슨…… 아니, 그보다 그들이라 하시면?”

“아주 먼 과거부터 존재해온 자들…… 누군가에겐 다섯 개의 태양으로, 또 누군가에겐 다섯 개의 달이라고도 불린 자들.”

마른 침을 꿀꺽 삼킨 그녀의 눈이 떨렸다.

그녀의 눈동자엔 여태 보인 적 없던 두려움이 담겨있었다.

그런 그녀의 입술에서 이내 그들의 이름이 새어 나온 순간, 앨로윈은 혼절할 듯한 아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각…….

저벅, 저벅.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

희미한 촛불만이 유일하게 시야를 밝히는 칠흑의 공간 속에서, 한 남자가 걷고 있었다.

한데 놀라운 일이었다.

촛불에 조금씩 비춰지고 있음에도 그저 어둡게 보일 뿐 얼굴이나 생김새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치 세상에 드러나길 스스로 거부하는 듯 보이는 신비로움.

저벅.

그럼에도 남자라고 인식되는 모순을 지닌 것은, 아마 그가 허락한 정보이기 때문이리라.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던 그의 걸음 소리가 멈춘 건 그때였다.

희미한 시야 너머로 드러난 거대한 테이블.

그리고 그곳에 둘러앉은 다섯 명의 실루엣과 마주하자 그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후, 오셨어요? 단장.

-오셨습니까.

-왔구나, 단장!

-…….

-대장이 온 걸 보면…… 나 기대해도 되는 거지? 엉?

육감적인 몸매를 들이밀며 고혹적인 소리를 내는 여성의 실루엣부터, 쌍둥이처럼 나란히 서 있는 작은 남녀의 실루엣.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묵례하는 거대한 날개와 체격의 실루엣.

마지막으로 유독 호들갑을 떠는 사자 갈기가 돋보이는 인간 남자의 실루엣까지.

스윽-

단장이라 불린 남자는 그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는 이내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들 너머 벽면.

사아아-

탁한 빛과 찬란한 빛, 붉은 빛과 영롱한 빛.

각기 다른 빛을 내고 있는 ‘조각’들에.

벽면의 홈에 딱 맞게 들어가 있는 다섯 개의 조각을 보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때가 되었다.

고조를 알 수 없는 목소리.

중성적이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그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척, 척, 척.

실루엣의 주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파르르 떨고 있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해방감.

-아아…….

-드디어…….

-기다리다 죽을 뻔했네.

-먼저 나선다더니 아무것도 못 한 게 부끄럽긴 했나 봐?

-허! 빌어먹을 약속이 안 깨지고 있던 걸 어떡해?

희열마저 느껴지는 그들 사이에서도, 유독 큰 반응을 보인 건 사자 갈기를 한 남자의 실루엣이었다.

-이제라도 기회가 왔으니 참아왔던 만큼 다 부숴버려야지.

그리고 그 순간.

화아-

바람이 불더니 촛불이 거세게 일렁이며 그의 얼굴을 드러냈다.

하얀 송곳니. 맹수의 그것과 같은 노란 눈.

다칸이었다.

그리고 그에겐 아주 드물게도, 단장이라 불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이젠 때가 왔다. 남은 조각을 가져올 때가.

다섯 개의 태양이자 달.

누군가에겐 메시아, 누군가에겐 악몽의 존재라 불리는 이들.

-운명의 조각을 말이다.

월령단(月令團).

그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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