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37

2부 204화.

쥐 죽은 듯 조용한 무대.

무대에 참가한 유저들은 물론, 수만 명이 구경하고 있는 관중석이 침묵으로 가득했다.

이지에서 벗어난 비현실적인 광경을 목격한 탓이었다.

-……뭐임? 시합 끝? 이게 맞음?

-?? 뭐냐? 왜 잠깐 치킨 무 국물 빼고 치킨 세팅하고 오니까 끝나있음? 얼마 안 지난 거 같은데, 엥?

-나도 모름;; 갑자기 카이저 사라지고, 뭔가 이펙트가 파바박 터지더니 라이하스 쓰러지고, 그 뒤로 카신교들이 우르르 돌진하니까 저렇게 되어있는데?

-뭐여. 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거여.

-;; 다른 길드들이야 그렇다 치고, 라이하스는 대체 왜 쓰러진 거? 뭔데 3초 컷 난 건데.

-아니, 시청자가 이렇게 많은데 아무도 제대로 본 사람이 없음?

-카메라 무빙을 X같이 해놔서 이펙트에 다 가려짐;;

-X같이 했다기보다 그냥 반응을 못 한 거 같은데.

-이건 반응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걍 눈 한 번 깜빡이니까 상황 끝나있던데.

유일하게 떠들고 있는 곳은 방송사를 통해 송출되고 있는 화면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었다.

하나 그마저도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듯 물음표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게, 정말 눈 한 번 깜짝하니 게임이 끝난 것이다.

뭐 정확히는 라이하스 혼자만 쓰러져 있으니 게임이 끝난 건 아니지만…….

-아니, 이게 뭐야.

-제일 기대했던 매치업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고?

-;; 그래도 명색이 10대 길드 마스터인데.

-에반데.

아무래도 이번 경기의 가장 큰 기대요소가 10대 길드 마스터끼리의 싸움이었다 보니 다소 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 프로 복서와 맞붙은 일반인도 아니고, 너무 심한 격차지 않은가.

-10대 길드에도 급이 있다더니 진짜였네.

-애당초 아크 길드는 신규 10대 길드자너. 기존 10대 길드랑은 급이 다른 거지.

-이건 그래도 너무 심한데. 그냥 카이저가 너무 센 거 아님?

-아니, 카이저 뭔데 저렇게 세지? 저 정도까진 아니지 않았음? ㄹㅇ 말이 안 되는데.

-뭐가 보여야 알지;; 다시 보기 같은 거 안 해주나?

-감다살이면 슬로우 모션으로 틀어주겠지.

다행히 한국의 3대 방송사들의 감은 죽지 않았다.

한 시청자의 말대로 벙쪄있던 사회자가 곧 정신을 차리고 멘트를 내뱉은 것이다.

“어…… 예. 카신교 길드의 승리입니다. 다들 축하해주십시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거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있네요.”

“…….”

“아무래도 그만큼 충격적인 결과였으니 말입니다. 이야, 이거…… 저도 너무 놀랐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있는데도 상황파악이 안 될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관객석에선 먼지 때문에 더 안 보였을 겁니다만……!”

한 차례 말을 끊은 사회자가 손을 뻗어 뒤편을 가리켰다.

“방송사에서 방금 상황을 시스템의 도움을 받은 슬로우 카메라로 녹화했다고 하네요. 한 번 보시죠!”

그러자 허공에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스크린이 떠오르며 영상이 송출되었다.

라이하스와 카이저가 마주 선 채 대화를 나누는 시점이었다.

웅성웅성-

소리까지는 들리지 않았으나 관객들은 집중하며 시청했고, 곧이어 대화를 나누다 말고 라이하스가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스으-

경계 태세인 줄 알았던 라이하스의 창끝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동시에 영상이 슬로우 모션이 걸리며 확대되었고, 창의 움직임이 여러 프레임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슈아- 아-

창 끝에서 피어오른 물방울이 삽시간에 커지며 창 전체를 휘감는 모습은, 마치 도화지에 퍼지는 물감처럼 아름다웠다.

물감은 저절로 형상을 갖추더니 세 줄기 파도를 만들어냈다.

“와…….”

그에 어디선가 감탄이 흘러나왔다.

가뜩이나 아름답기로 정평 난 라이하스의 고유 스킬을, 이토록 천천히 보게 되니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듯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

“미친!?”

감탄은 경악으로 뒤바뀌었다.

거센 기운을 품고 일렁이는 파도들이 뻗어져 카이저를 덮치려는 순간, 카이저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이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저건……! 뒤잡기군요! 뒤잡기를 사용해서 이동한 거였던…… 어어? 저, 저건…… 대체 뭐죠? 사슬? 사슬인가요 지금? 최저 배속으로 돌려주시겠어요? 예, 더, 조금 더…… 아! 예 맞습니다. 사슬입니다!”

“카이저 선수 분명 사슬을 썼거든요?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건 들어봤지만, 그중에서도 사슬은 또 처음 보는데…… 허, 이게 보고도 판단이 안 서네요. 사슬로 뭘 한 거죠?”

뒤잡기를 사용해서 이동하자, 그 짧은 사이 몸을 회전하며 역으로 카운터를 날리는 라이하스.

동시에 카이저가 손을 뻗자 사슬이 그를 휘감는다 싶더니, 굉음과 함께 먼지 바람이 자옥하게 피어올랐다.

그게 끝이었다.

그 뒤로는 아무리 카메라를 돌려도 시야가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 방금 대체 뭐임?

-아오, 슬로우 모션을 돌리면 뭐하냐고;; 시야가 안 보이는데.

-그 와중에 실루엣만 어떻게든 감지 하고 있는 거봐라 ㅋㅋㅋㅋㅋ 카메라 성능은 확실하네.

-하얀 마탑주랑 합작인가? 단순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저건.

-모르겠고, 감지해서 어쩔 건데. 휘릭 하니까 픽 쓰러지는데;;

-카이저 > 10대 길드라고 밀고 있긴 했는데…… 이 정도로 압도적일 줄은 몰랐지.

-ㄹㅇ;;;

-말이 안 나오네.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에 채팅방에서는 허탈함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놀람이 뒤섞인 반응이 튀어나왔고.

장내는 침묵이 내려 앉아있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걸 보면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건 단순 관람객들만이 아니었다.

“……괴, 괴물이잖아.”

“이런 미친, 저게 말이 되는 거야? 저런 괴물하고 어떻게 싸우라고?”

“라이하스가 한 방에 뻗었다고? 10대 길드 마스터가?”

“아무리 10대 길드 사이에서는 약체라곤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분명 나보다 한참 늦게 시작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강할 수 있는 거지?”

“그야 그는 신이니까?”

“카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참가자들.

내로라하는 길드에서 높은 직급에 위치하며 나름 방귀 좀 뀐다는 자들이, 처음으로 우물을 벗어나 뱀을 목격한 개구리처럼 떨고 있었다.

공포, 경악, 의문, 현실부정, 경외.

시시각각 퍼지는 감정들이 지나간 후, 그들의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강렬하게 자리 잡았다.

‘……카신교만큼은 피해야 돼.’

‘활약은 바라지도 않았어. 그저 최대한 버티며 내 힘만 보여주려 했던 건데 버티기는 개뿔……. 걸리면 아무것도 못 보여주고 끝나게 생겼잖아?’

‘제발, 제발 다음 대진에서 뽑히게 해주세요…… 카신교랑 부딪힐 일 없게…….’

‘씨X, 씨X, 씨X…….’

천재지변에 맞서려는 이는 없듯이, 재해가 자신이 있는 곳을 피해가기를.

오직 그것만을 바라는 것이다.

시뻘게졌다가 노래졌다가 이내 파래지더니 짠 것처럼 하나같이 비슷한 표정이 되어가는 그들의 모습.

‘허.’

그에 전용 대기실을 나와 공용 대기실을 구경하던 아스트가 헛웃음을 지었다.

‘저 미친놈이…… 뭘 하고 왔길래 저렇게 괴물 같아진 거야? 옛날 생각나게.’

어떤 면에선 옛날보다 더했다.

그때는 대체 왜 센지 모르겠는데 더럽게 센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괴물이었다.

녀석의 괴물 같은 잠재력과 업적들에 익숙한 자신이 봐도 이 정도인데, 다른 유저들에겐 어떻겠나.

반대 입장이었어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터였다.

‘하여튼 사람 놀라게 하는 건 선수야. 설마 저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무기고 털어오길 잘했네. 아꼈으면 큰일 났겠어.’

아니, 그보다 대체 무슨 능력이었길래 라이하스가 역으로 뻗었지?

분명 기세를 잡은 건 라이하스였는데…….

대기실로 돌아오면 바로 캐물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그때.

와아아아–! 와아!

띠링, 띠링!

[참가자가 전멸하여 ‘백두산’ 길드가 탈락하였습니다.]

[참가자가 전멸하여 ‘피닉스’ 길드가 탈락하였습니다.]

…….

‘잉?’

돌연 환호가 터진다 싶더니 탈락 메시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보였다.

거대한 스크린 너머로 그야말로 양민학살을 벌이고 있는 카이저와 그 뒤를 따라 황소 무리처럼 참가자들을 휩쓸고 있는 카신교 간부들의 모습이.

* * *

“이런…… 커헉!”

“끄헉. 젠장, 방심했…… 커헉.”

“방심은 무슨.”

억울하다는 듯 침음을 흘리는 백두산 길드의 마스터 백두산과 피닉스 길드의 마스터인 제니퍼.

두 사람을 보며 쯧 혀를 찬 도현은 망설임 없이 그들을 보내주었다.

[백두산 길드의 마스터 ‘백두산’님을 격퇴했습니다.]

[피닉스 길드의 마스터 ‘제니퍼’님을 격퇴했습니다.]

[승리에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100대 길드 사이에서도 최상위권에 군림하고 있는.

세간에는 준 10대 길드 급이라고 평가받는 길드의 수장들이라기엔 허망한 퇴장이었다.

하나 어쩌겠나.

‘그러게 누가 얼빠지게 있으래.’

전장에서 벙쪄 있는 병사는 허무하게 죽기 마련.

라이하스를 쓰러트리자마자 기습부터 해야 했을 놈들이 멍 때리고 있는 순간부터, 이는 정해진 미래였다.

‘……아닌가?’

제니퍼인지 뭔지 하는 여자는 바로 정신 차리고 기습했던 거 같기도 하고…….

뭐, 너무 눈에 띄게 공격을 들어왔으니 그것도 문제는 맞았다.

그리하여 이번 경기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격퇴된 이상, 그 뒤는 수월했다.

두 마스터를 쓰러트린 순간.

“광명을 쫓으라!”

“신께서 나아가신다!”

“카멘…….”

애당초 도현을 믿고 있었다는 듯.

다른 이들과 달리, 약간의 벙찜이나 지체 없이 거든 광신도와 카신교의 사도들이 남은 참가자들을 쓸어버린 것이다.

파죽지세였다.

콰앙! 푸퓻!

서걱-!

“끄아아악!”

“컥!”

코뿔소 무리에 휩쓸린 작은 동물들처럼 그들이 나아가는 길마다 참가자들이 픽픽 쓰러졌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찾아온 돌격에 방심한 탓도 있겠지만, 사실 방심하지 않았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그만큼 압도적인 격차였으니까.

꿀꺽.

‘제니퍼 님이 반항도 못 해보고 한 방에…….

‘이 정도나 차이가 난다고?’

‘이게 무슨…….

‘10대 길드와 대형 길드 사이엔 벽이 있다곤 들었는데…… 이건 벽 수준이 아니잖아?’

덕분에 회색 화면을 맞이한 채 멍하니 데스 문구를 보고 있던 참가자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길드전에 참가했다는 건 어디 가도 어깨에 힘 좀 들어갈 만한 유저라는 뜻.

어디 가서 꿇린 적이 없던 그들이었기에 더 충격이 컸다.

퍼퍼펑-!

하나 모든 참가자가 벽을 느낀 탓에 충격을 받은 건 아니었다.

기껏해야 100대 길드인 그들과 달리, 이번 길드전에는 10대 길드가 두 곳이나 있지 않았나.

그리고 그중 마스터 없이 참가한 길드.

“마, 마스터……?”

“아니, 저희까지 죽일 필요는 없지 않…… 헉.”

“하, 항복! 항복할게요. 아니, 이 정도면 메소드 연기 수준이 아니라 그냥 광기 아닌…… 으아악!”

“아이고, 간부 살려! 마스터가 간부 죽이네.”

정확히는 마스터가 상대편으로 참가한 걸 목격한 비운의 길드.

어니스트 길드의 간부들은, 쉴 새 없이 날아와 터지는 폭탄 화살을 피하며 줄행랑치기 바빴으니.

‘……음.’

저걸 10대 길드답지 않게 꼴사납다고 눈살을 찌푸려야 할지, 동정의 눈빛을 보내줘야 할지 고민하던 도현은 이내 시선을 돌렸다.

자고로 세상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자신이 택한 길드이니 이 악물고 견뎌야지 않겠는가.

하나 그들은 다른 의미로 결단이 빨랐다.

“하, 항복! 항복입니다!”

해링턴…… 아니, 파수견좌가 날뛰기 시작하자마자 재빠른 판단으로 항복을 외친 것이다.

그러자 곧이어 알림이 울렸다.

[참가자 전원의 항복으로 인해 ‘어니스트’ 길드가 탈락하였습니다.]

[한 길드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탈락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경기가 종료됩니다.]

[첫 번째 경기에서 승리한 길드는 ‘카신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역사적으로 남을 최초 공식 길드전의 첫 번째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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