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s Chapter 569

2부 236화.

의문을 해소해 줄 대상의 정체는, 실로 예상치 못한 존재였다.

생전 처음 보는 인물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한 번 보았던 존재이기에, 더욱 놀라웠다.

[아브타르텔의 지배자이자 다섯 왕좌의 주인.]

[왕좌의 네 번째 주인, ‘요정왕(妖精王), 루미사르 엘드라실’을 조우하였습니다.]

-본체로 보는 건 처음이군. 잘 지냈나, 투신의 계승자.

“……예.”

-떨떠름해 하는 모습이군? 내가 이곳에 올 줄 전혀 예상치 못한 모양이야. 후후.

“솔직히 예상 못 하긴 했습니다.”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다른 왕도 아니고, 요정왕이면 무려 아브타르텔을 지배하는 다섯 왕 중 하나인데.

저번에도 의지를 심은 형상만 봤었지, 이렇게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다.

“아브타르텔의 지배자이자 왕좌의 네 번째 주인을 뵙습니다.”

그런 루미사르의 등장이 놀라운 건 도현만이 아니었는지.

근처에 자유로이 흩어져있던 수인족들이 어느새 모두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수왕(獸王) 또한, 깊게 고개를 숙인 모습.

그 모습에는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분함이 없었다.

제국의 황제를 알현하는 소국의 왕의 수준을 넘어, 왕을 맞이하는 백성과 같은 자연스러움이 보인달까.

‘이게 왕좌의 주인과 일반 왕의 격차인가.’

새삼스레 루미사르를 바라본 도현이 내심 감탄을 흘렸다.

‘주, 주인. 엄청난 기운이다. 뭔가 따듯한데 섬뜩해.’

‘그러게.’

찰랑거리는 금발과 새하얀 피부. 길게 자란 속눈썹과 큰 눈망울.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안 가는 어린아이 특유의 인형 같은 외형까지.

분명 전과 같은 외관인데 풍기는 기세가 전혀 다르다.

다만…….

-내가 왜 이곳에 와있는지 의문이란 얼굴이로군.

도현이 부정하지 않자, 루미사르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따듯한 기운이 부드럽게 퍼져나가 반경 5M가량을 덮는 반투명한 막을 형성하다 사라졌다.

[요정왕(妖精王), 루미사르 엘드라실이 주변 반경에 ‘사일런트 베일(Silent Vale)’을 형성합니다.]

[일반적인 감각으론 감지되지 않습니다.]

가밀리온이 펼쳤던 침묵의 결계와 비슷하나, 질적인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동시에 루미사르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표정 또한 차갑기 그지없었는데, 그 감정이 향하는 대상은 분명했다.

-월령단(月令團).

“…….”

-그들을 만나고도 용케 조각을 지켰더군.

“권왕의 도움이 컸습니다. 심연의 난입도 있었고요.”

-그가 오기 전까지 버틴 것 자체가 용한 일이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남자와 직접 맞부딪혔는데도.

“……그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입니까?”

-그렇게 대단하냐고?

줄곧 궁금했던 것을 묻자, 루미사르의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의 물음을 들은 듯이.

-투신의 의지를 계승하고도, 무얼 상대하고 있는지 모르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더냐.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은 루미사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월령단. 그들을 부르는 수식어는 많지.

다섯 개의 태양이자 달.

누군가에겐 구원이며, 누군가에겐 끔찍한 악몽인 존재들.

하지만 본래 그들을 뜻하는 이명은 단 하나뿐이었다.

-부서진 신의 기사단.

“……예?”

-그놈들은 잔재만 남은 신을 수호하고, 그 뜻을 이행하는 기사단이다.

다만, 그들이 명을 받드는 신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카디움.

한때는 정상의 자리를 두고 다투었으나, 카시야르에게 신격이 부서져 좌천된 비운의 신.

전(前) 신화신이자 종말(終末)의 신, 카디움.

-그게 그놈의 정체다.

“……미친.”

-세상에. 실화야 주인?

그야말로 충격적이기 그지없는 정체였다.

‘이 미친 게임이……! 어쩐지 더럽게 세더라니,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어째서 아무리 발악을 해도, 공격 하나 제대로 통하지 않았는지.

왜 심연의 강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단전 끝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 욕지거리가 목구멍을 두들기는 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

어디 대륙을 주름잡던 왕이나, 좀 치고 다닌 괴수도 아니고 신이란다.

그냥 신도 아니고, 무려 정상의 자리를 두고 다투었다는 강자.

‘그럼 신화신이라는 소리 아냐.’

언젠가 신들에게 맞설 순간이 필연적으로 찾아올 건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그것도 첫 빠따부터 신화신과 붙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 게임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것일까.

-그놈이 과거 정상을 두고 경쟁하던 자이긴 하나, 신의 자격을 잃으며 권능과 고유능력을 상실한 상태.

-조각이 놈들의 손에 넘어가 종말(終末)의 운명이 완성되면…… 그는 모든 힘을 되찾고 다시금 신좌에 오를 거다.

“신들은 왜 막지 않습니까? 그가 조각으로 힘을 되찾게 되면, 그들의 자리도 위태로울 텐데.”

-막아? 신들이 그를?

헛웃음을 지은 루미사르가 단호하게 답했다.

-카디움의 ‘종말(終末)’의 권능이야말로 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 오히려 그를 추앙하는 신들이 더 많을 정도다.

“허…….”

-무엇보다 신들이 온전히 현세에 강림하기 위해선, 종말의 운명이 완성되어야만 해.

그 말은 즉, 월령단의 성과에 따라 신들의 강림 유무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설령 카디움을 견제하고 있는 세력일지언정, 최소한 같은 목표를 지닌 지금은 같은 편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

‘아브타르텔급 퀘스트…… 이런 뜻이었나.’

이건 말 그대로 행성급 퀘스트다.

대항자…… 그러니까 도현의 진영이 승리하면 신들을 쫓아내고, 카시야르가 영겁의 봉인에서 풀려날 것이고.

반대로 집행자 쪽이 승리한다면…….

‘아브타르텔은 완전히 신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그때는 다섯 왕좌의 주인이니 뭐니 하는 건 없을 것이다.

그저 ‘신’이 모든 걸 지배하고, 그 지배하에 NPC들과 유저들이 살아가겠지.

일종의 분기점이라 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자신의 자리가 있을까?

대놓고 신들에게 맞서는, 카시야르의 계승자인데?

아니, 그걸 떠나서 과연 침입자들인 그들이 지배하는 갓오세가, 지금처럼 자유롭고 가슴 설레는 게임일까.

‘그럴 리가.’

당장 무력으로 모든 걸 지배하려는 길드들이 판을 쳐도, 순식간에 망가지는 게 게임이다.

하물며 이곳은 그저 게임이 아닌, 또 하나의 세계.

10억 명이 넘는 유저가 갓오세를 즐기고, 현실에까지 그 영향력이 미쳐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에 기대 살아가고 있다.

괜히 대항자의 길을 선택한 이가 제법 많은 게 아닌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대항자의 패배는, 곧 꿈을 잃은 것이나 직장을 잃은 것과 같을 테니.

이런 상황에도 집행자의 길을 고르려는 이가 많은 건…….

‘그저 대항자가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불리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옳은 생각이다. 비록 계시로 인해, 현 인류들은 진실도 모른 채 신들의 편에 섰으나 그래 봐야 한 종족뿐이다.

반면에 이쪽은 라크시아의 이종족들은 물론, 엘라니스의 이종족들이 있다.

종족 하나하나로만 치면 대부분이 인류보다는 약하겠지만, 이종족의 종류는 다양하고, 개중에는 엘프 장로나 수왕 같은 강자들도 많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신수는 중립을 지킨다. 그들의 힘을 빌리는 건 어려울 것이다.

제 영역을 침범하거나 소중한 것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신수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사에 간섭하지 않는다.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굳이 벌집을 건드릴 리는 없을 터.

하나 상관없다.

-오랜 약조가 깨지고, 약속의 날이 열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건 그 녀석들만이 아니다.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해오는 루미사르의 눈이 녹색으로 빛난다.

도현을 마주하고 있지만, 도현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 너머 존재하는, 고대에 어깨를 나란히 하였던 전우이자 친우들.

-바하르곤, 요툰하임, 네레시움, 엘드라실, 아르케시온…….

각 순서대로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 왕좌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마지막 한 자리는 공석이었다.

인류가 왕좌에서 물러난 이후, 본래 인류 이상의 자질을 갖춘 종족이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마지막 자리에 올랐을 뿐. 고대 시절 인류의 강함은 신마저 경계할 정도.

인류라는 종족이 멸종하지 않는 한, 마지막 왕좌인 ‘아르케시온’은 새로운 주인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 아르케시온에 가장 가까운 종족이 힘을 보태줄 것이다.

“그게 누구인가요?”

-뒤에 있지 않나.

‘뒤? 뒤면…… 미친?’

도현이 고개를 돌리다 말고, 눈을 부릅떴다.

이곳에 있는 종족이라곤 하나밖에 없다는 걸 자각한 것이다.

-뭐, 뭐? 이 노인이 그 정도의 강자였어? 어쩐지 계속 싸하더라니…….

-……엄청난 강자였군요, 주군.

“뭐야, 찰리 언제 왔어?”

-주군의 곁에 검이 머무르는 건 당연한 일.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곧장 달려왔습니다.

침묵의 결계 때문에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나 보다.

어느새 다가온 찰리까지 깜짝 놀라 쳐다보자, 수왕이 허허, 웃음을 흘렸다.

-이 녀석이 왕의 자리를 차지한 후로 이룬 업적이지. 큰 전력이 되어줄 것이니라. 이 녀석 외에도 왕좌에 도전하던 이들이 힘을 보태줄 테지.

“과거의 일이지요. 지금은 그저 한물간 늙은이일 뿐입니다.”

어쩐지 심상치 않더라니만.

사실상 나머지 주인들을 제외하면, 저 영감이 현존하는 모든 이종족들 중 최강이라는 소리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엘리자가 더 대단해 보였다.

‘그런 수인족들을 수호하던 신수면 얼마나 세단 거지?’

신수들의 왕이라는 이명이 결코 허명이 아니었나 보다.

하나 감탄하는 것도 잠시.

루미사르가 다소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런가요?”

이 정도 전력이면, 유저만 모두 돌아서지 않으면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기 무섭게 루미사르의 말이 이어졌다.

-놈들에겐 무기가 있다. 가장 더럽고도 끔찍한 무기가.

“그게 무엇이기에…….”

생각만으로도 혐오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린 루미사르를 보며 조심스레 묻자 그가 입술을 짓씹으며 답했다.

-심연.

“……!”

-더러운 신들은 심연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분명 심연의 강자들은 월령단을 적대하던데요?”

-심연은 통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강자들이 존재할 뿐. 하나 그 일곱 강자들조차 심연 전부를 지배할 수는 없는바…….

그들이 지배하지 않는 영역의 존재들과 신은 손을 잡았다.

아니, 정확히는 ‘특정 신’이 잡았다고 보는 게 맞았다.

심연은 변덕꾸러기이기에 영원한 아군을 두지 않기에, 절대적인 계약을 맺을 권능이 있는 신이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목에서, 도현의 뇌리에 번뜩이는 신이 있었다.

“잠시만, 그런 특정 신이라면…… 설마.”

-그래. 너의 생각이 맞다.

튜토리얼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신.

하나 유일하게 도현은 보지 못하였던 신 말이다.

아브타르텔의 여신이자, 유저를 한 번 심연에 잠식시키고 그릇을 파괴하는 작업을 이행하는 자.

-만물의 여신, 세라피엘라(Serafiella).

그것이 월령단(月令團)의 배후였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