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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요동치는 물살>무림맹은 유공자 보상금을 사문이 아닌 직계 가족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몇몇 사문이 ‘자신들을 못 믿는 것이냐’며 항의했지만, 목소릴 높일수록 의심의 눈초리만 짙어지기에 목소리는 금방 잦아들었다.
더불어 맹주령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몇 문파들이 감찰을 받게 되었다.
몇 주째 무림맹에서 죽치고 앉아있던 일학문의 문주가 갑자기 선불이라도 맞은 듯 부리나케 제자들을 이끌고 일학문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금태종의 가족들은 양자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금태종의 가족들을 직접 마주하는 건 좋지 않을 듯해 사람들을 시켜 그들에게 보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보여주기 위함인지 굳이 무림맹에 막사를 짓고 몇 주씩이나 보냈던 모양이었다.
일학문의 송주생을 욕하며 그들에게 최고 고급스런 객잔을 제공하고, 며칠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고향으로 돌아갈 표국까지 연결시켜 주었다.
근데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들을 보살피는 이의 정체가 나라는 걸 안 이후, 그들은 나를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왔다.
무슨 말을 할지 예측이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했기에, 그들이 떠나기 전날 그들이 묵는 객잔을 방문했다.
금태선은 자고 있는지 나오지 않았고, 부모로 보이는 중년의 부부만이 나를 맞이했다.
화려하지만 지저분한 옷들 대신 소박하지만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들의 모습은, 지난날 봤던 측은한 모습이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수수하고 정갈한 느낌이었다.
“제가, 금태종의…… 친구이자. 묵림에서 사활단을 이끌었던 진소운이라고 합니다.”
다만 무사를 어려워하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일부러 검을 두고 왔음에도 그들의 얼굴엔 미미하게 공포가 어려있었다.
“…….”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강호에서 약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자격조차 갖지 못하니까.
아마 전생에 내가 그랬듯, 자식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어도 그에 대한 분노나 의구심을 솔직하게 털어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제 잘못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중년 여성이 손사래를 치며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공자님.”
공자, 공자라…….
금태종이 옆에 있었다면 나를 추켜세우는 저 단어에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을까?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어머니 옆에서, 그의 아버지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런 것 때문에 뵙자 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그들의 자식과 같은 학관생 신분임에도 나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어렵기 그지없었다.
“저희를 도와주시는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는데…… 마침 진 공자님이라 이야길 들어서 꼭 뵙고 싶었을 뿐입니다.”
“저를 말입니까?”
마치 나를 본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태종이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내 기억 속에선, 분명 금태종과 나는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했건만.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었다는 걸까?
“태종이가 학관에 입학한 이후로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부모로서 자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에 이제라도 그만두고 돌아오라 했지만…… 제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워서였는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찌어찌 무림학관에 입학하긴 했지만, 그 안에서 마땅히 비빌 언덕이 없었던 그는 당연히 학관 생활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개천용’이 그렇듯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짐과 기회를 단박에 내버리고 나갈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진 공자님의 이야기를 보내오기 시작하더군요. 특이……
한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학관 생활을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몰랐던 금태종은 대체 내게서 무얼 봤던 걸까.
“근래에 집에 방문했을 때는 학관 생활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한 일 년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대체 무엇이 그를 즐겁게 만들었던 것일까.
“묵림에서…… 진 공자님이 고생을 많이 했다 들었습니다. 다른 학관생들이 살아 돌아온 것도 진공자 님 덕분이라 들었고요.”
“……
죄송합니다.”
어쩐지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그러나 중년 부부는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중년 여인의 물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이가 검을 든 그 순간부터…… 언제든 이런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 목소리는 담담하게, 무인의 길을 택한 아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진 공자님은 최선을 다한 것이었지요?”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손바닥에선 딱딱한 굳은살이 느껴졌지만 그 어떤 손보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감사 인사.
나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중년 부부를 바라봤다.
지친 기색의 중년 부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우리 태종이가 즐겁게 학관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다 진 공자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방대한 기억 속에서도 건네야 할 말을 찾을 수 없었기에, 그저 침묵으로 답했다.#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계절, 무림학관은 이제 막 졸업을 앞두고 폐관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기수가 졸업하고 나면 다음 학관생들을 뽑는 학관 정시가 끝날 때까지 또다시 이(二) 년간의 긴 휴식기를 보낼 것이다.
학관생들은 선배들에게 인사를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무각의 간부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자연히 그곳을 차지할 수 있는 학관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졸업식까지 자신이 지원할 곳을 찾지 못하면 지부로 떨어지거나, 모두가 꺼려 하는 백랑각에 배정되기에 다들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제정신이에요???!!!”
또다시 정신상태를 의심받고 있었다.
“다들 가고 싶어 안달이 난 곳이잖아요? 더구나 태을문의 입장에서도 사문의 제자가 용봉지회로 활동을 하면 더욱 좋지 않겠어요?”
성모란은 내가 용봉지회에 들어가야 할 이유를 열두 가지도 넘게 열거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활동비가 어지간한 당 수준으로 나와요. 강호 곳곳 안 가는 곳이 없고, 가는 곳에서마저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어요. 진 공자 돈에 미친…… 아니, 좋아하잖아요? 유랑도 하고 이름도 드높이고 돈도 많이 번다니까요??”
“돈은 충분하고. 이름은 이제 더 높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
“으아아악!”
성모란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장본인인 내가 싫다는데 왜 저리 극성인…….
“으아아아악!! 제정신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이야……!”
성모란이 용봉지회의 실효성에 대해서 계속 열변을 토했지만, 나로선 전혀 와닿지가 않았다.
어렸을 때야 동경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기에, 용봉지회가 ‘영웅’의 표본이었지만.
두 번의 삶을 거치며, 그들의 활동이 실상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용봉지회 활동은 앞으로 닥치게 될 정마대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용봉지회 활동을 마친 후 부대에 배정받게 된다면, 부대를 재건하고 운용하기엔 필시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더구나 그사이에도 무림맹과 강호 각지에서 끝없이 사건들이 벌어질 텐데.
대체 매일 놀고먹고 유랑하고 다니면, 강호의 정의와 협은 누가 지키냔 말이다! 안 그런가?
“그래서, 그래서…… 진짜 백랑각에 가겠다고요?!”
사실 나는 성모란의 반응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근데, 성 소저는 어차피 용봉지회에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이 되지 않습니까? 제가 들어가고 말고 하는 게 무슨 영향이 있습니까?”
“그거야 진 공자가 없으면…….”
없으면?”
성모란이 뭔가를 깨달은 듯 멈칫한다.
그러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없으면, 없으면 재미없으니까요…….”
역시 그런 건가?
후, 나 진소운. 이젠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인가.
하지만 성모란의 성원에도 나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물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저에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죽어도 꼭 백랑각이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네!”
“아니, 생각 좀 하고 이야기를 하라고요! 댁이나 우리나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왜! 굳이 지원하지 않아도 갈 수 있는 백랑각을…… 왜 자원해서 가려는 건데요. 대체 왜…… 대체 왜……!”
잠시 말을 멈춘 성모란이 훽 고개를 돌려, 옆에서 차분하게 차를 즐기고 있던 남궁선화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남궁세가의 영애가 백랑각에 들어가는 걸 아시면 신검님이 뭐라 하시겠어요!!!”
남궁선화가 자의로 백랑각을 지원한 걸 왜 나한테 뭐라 하는 거지?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왠지 여기서 질렀다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만 같아 가만히 닥치고 있었다.
그러자 남궁선화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읊조렸다.
“전 괜찮아요. 괜히 홀로 놔뒀다가 엄한 년…… 크흠! 아니, 사람이 꼬이는 걸 보느니 그냥 할아버지께 혼나는 게 낫지요.”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와 달리.
쩌적.
남궁선화의 손에 잡힌 찻잔에 금이 갔다.
“선화야……!”
“어머? 찻잔이 너무 오래되었나 봐요.”……
그거 이번에 새로 장만한 거라 들었는데.
남궁선화의 맑게 빛나는 눈빛에 결국 성모란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았어요. 그럼 나도 백랑각에 지원할게요.”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람.
굳이요?”
나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야 특별한 연유가 있고 차후 태을문의 제자들을 받기도 용이하기에 백랑각에 가는 것이고.
성모란이나 남궁선화는 꼭 용봉지회 활동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무각에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왜…….
“그러니까 말이에요! 왜 굳이 내가 이럴까요?”
음, 빠른 승진을 위해서?”
성모란에게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하하, 장난이었습니다. 흐음! 저랑 함께하는 것이 즐거워서 아니겠습니까? 다 알고 있습…….”
어쩐지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아, 아니었습니까?”
이제는 눈에 핏발까지 세워가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진짜 두 번 사는 인생이지만 당최 여자의 마음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재인당.
만통부 산하 재인당은 무림맹과 강호 전반에 퍼진 지부의 인사를 총 담당한다.
그 방대한 인원을 조정하는 것이 과연 ‘당’의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겠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모든 인사를 전부 담당하는 건 아니다.
지부의 지부장과 총무 인사 정도의 인원만 배정해 놓으면, 이후엔 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원들을 채워넣어 보고한다.
그러면 재인당에선 각 인사들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고 승인 도장만 찍어주면 그만이다.
무림맹의 무각과 특수각 인사 과정도 모두 이런 실정이다 보니, 재인당은 여전히 ‘당’으로서의 지위만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엔 묵림에서 사망한 유공자관련 보상 계획을 세우는 일 때문에 바쁘긴 했지만 그 일도 얼추 끝나가고 있었기에, 졸업하는 학관생들의 배정 업무만 끝나면 한동안 재인당은 긴 휴가를 보낼 예정이었고.
그 덕에 당원들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당주님, 이거 좀 이상합니다.”
“하아암…… 뭐가.”
지원자들이 한쪽으로 너무 몰렸는데요.”
길게 하품을 하던 당주는 별것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배정 약속이 안 된 애들도 그냥 일단 지원해 보자 하는 생각으로 지르잖아. 적당히 끊어서 다른 각으로 보내. 남는 인원들은 지부로 보내고.”
대외적으로 무림맹의 모든 무각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알려져 있긴 하나, 실제로 무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무각들은 정해져 있다.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뒷공작을 벌이지만, 실제 자리를 보장받는 인원을 얼마 되지 않는다.
이 뒷공작에 실패한 인원들은 그래도 도박하는 심정으로 상향 지원을 하곤 하는데. 매 기수마다 있었던 일이라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아흐. 학관 졸업해서 자존감이 빵빵 부풀어 올라있는 건 알겠는데…… 그런 애들은 대가리가 좀 깨져야 정신 차리는 법이거든.”
모포를 목까지 끌어올린 당주가 책상 위에 발을 올리곤 눈을 감았다.
“저, 그게 아니…….”
“정 못가겠다 하는 애들 있으면 백랑각으로 보내겠다고 얘기해. 그럼 헐레벌떡 감사합니다 하고 원래 배정받은 곳으로 알아서 갈 테니까.”
당주님, 그게…….”
“거, 별일 아니다 이 말이야. 흐아암
– 나 좀 잘 거니까 깨우지 마.”
몰려드는 수마에 몸을 맡기기 위해 몸의 긴장을 풀던 재인당 당주.
“당주님, 그럼…….”
그는 곧이어 들려오는 이야기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거꾸로, 백랑각에 지원자가 넘쳐나는 거면, 그냥 수용하면 됩니까? 그럼…… 다른 각들에서 부족한 인원은 어떻게 충원하지요?”
이게 무슨 재인당 당주 대가리 깨지는 소리일까나?
“뭔…… 소리야?”
“백랑각은 수용 인원이 없지 않습니까?”
그야, 매 기수마다 그 수용 인원들을 다 채우지 못하니까.
“근데 이 지원서들 다 받아주면…… 다른 각들에 채울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도 진행시킬까요?”
이 새끼가 아까부터 왜 못 알아들을 말을 하는 거지?
당주는 신경질적으로 모포를 옆으로 치우고 당원의 손에 든 문서를 빼앗아 들었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이전 기수와 같이 청룡각에 지원자들이 한가득 모여 있다.
그리고 차례로 적룡각이나 백호각 흑무각의 지원자들이 있었…….
“당주님, 잘 보십시오. 청룡각이 아니라 백랑각입니다.”
당주가 눈알이 빠져라 눈을 거칠게 비볐다.
그는 제 눈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하지만.
당원의 말대로 청룡각이라 적혀 있어야 할 곳엔 당당히 ‘백랑각’이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 일각이 내가 아는 일각 말고…… 다른 일각이 있었나?”
“소림사의 일각 맞습니다.”
남궁선화? 내가 아는…….”
“그 남궁세가의 남궁선화 맞습니다.”
철순직은.”
“네, 죽현방의 철순…….”
“알아 이 새끼야!! 다른 질문을 하려던 참이었어!”
재인당 내부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철순직은 학관의 12봉성을 이끄는 임무를 맡고 있잖아? 그럼 당연히 적봉각으로 가야지. 얘는 왜 백랑각에 지원한다는 거야?”
“그뿐만이 아닙니다. 모용세가의 모용재화도, 당가의 당기한과 종남파의 곽수산, 장광보도 백랑각에 지원했고, 이외 학관 성적 상위 삼(三) 할 내에 있던 이들 대부분이 백랑각으로 지원서를 내밀었습니다.”
재인당주는 마치 마비라도 온 듯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삼(三) 할?
삼(三) 푼도 아니고 삼(三) 할?
“백랑각에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냐? 창고에서 공청석유라도 났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럼 얘들은 왜 미쳤다고 다들 거길 가고 싶다고 난리인 거야?”
“그건…….”
재인당주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모르겠습니다.”
“야이 새끼야! 그런 건 빨리 말해!”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자신이 상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머리가 멍해지는 법이다.
지금 재인당주의 심정이 딱 그랬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 상황.
그때, 인내심 없는 당원이 말했다.
“그럼 진행 시킬까요?”
이대로 인원을 백랑각에 다 몰아준다고?
것도 성적 좋은 놈들 전부 다?
꿀꺽.
그랬다간 다른 무각들이 인원 부족을 호소하며 당장에 재인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그것만은…… 꼭 막아야 한다.
“진행시키긴 뭘 진행시켜 이 미친놈아!”
그럼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비상 때려야지!”
“비상이요?”
“그래, 비상!!”
재인당주는 곧장 긴급회의를 열고 상황 파악과 해결책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다른 무각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는 거 아닐까요?”
“제일 안 좋은 건 백랑각이지. 백랑각을 가느니 지부로 가겠다는 놈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그 누구도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진소운 학관생이 예전부터 계속 백랑각에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답니다.”
그런데?”
“그래서 따라가는 거 아닐까요? 수석이자 대표가 간다니까 좋다고 생각해서…….”
“이 새끼들이…… 니들은 학관생들이 어디 덜떨어진 놈들이라고 생각하냐? 그놈이 백랑각에 간다고 거길 왜 가?”
장시간 회의 끝에 체력의 한계를 맛본 재인당주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
“넘기자.”
“그래도 될까요?”
“어차피…… 급한 건 우리가 아니잖아.”
자신들의 손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은 다른 이들에게 넘긴다.
심히 행정가다운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각 무각에서 부릴 꼬장이 무섭긴 했지만, 이미 지속된 야근으로 피로의 한계에 다다른 재인당원들은 당주의 결단에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기며 문제를 각 무각에 알렸다.
그리고.
무림맹의 모든 무각에 비상이 떨어졌다.